“너 이름이 뭐니? ….. "내 이름은 심심이에요"
"심심이 뭐해?" ….. "그냥 놀아요"
‘심심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아~!”하고 설핏 미소를 지었다면, 한때(약 15년 전) ‘얼리어답터’ 혹은 ‘상당히 트렌드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MSN 메신저용 ‘심심이’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 못지 않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너끈히 해냈다. 돌이켜 보면 심심이는 인공지능 챗봇의 원조였던 셈이다. 요즘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음성 인식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전혀 엉뚱한 답변을 왕왕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무려 15년 전 심심이의 답변 수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심지어는 사람(알바)이 직접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챗봇은 차근차근 발전을 거듭하며,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의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툴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은 챗봇을 돌아본다.
챗봇(ChatBot)은 ‘대화를 나누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chat’ 또는 컴퓨터를 이용해 온라인 상에서 대화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인 ‘채팅(chatting)’과 로봇(robot)의 줄임말이자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에이전트의 역할을 하는 ‘봇(bot)’의 합성어로, 채팅봇 또는 chatter robot, chatterbot으로도 불린다. 쉽게 말해 ‘채팅(대화)을 할 수 있는 로봇’이다.
로봇과 사람이 대화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형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데, 초창기 챗봇은 앞서 언급한 심심이와 같이 정해진 각본에 맞춰 응답을 표출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의 챗봇은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AI)에 의해 스스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대화를 진행하는 게 차이다. 자연어 처리(NLP) 기술이 도입되어 문장을 상세히 분석해 의미를 파악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감정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챗봇의 변신: AI 스피커부터 고객 상담까지
텍스트만으로 인식하던 챗봇은 최근 음성인식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SK텔레콤 누구, 삼성전자 빅스비 등이 지능형 챗봇의 음성인식을 통해 소비자들의 가상 비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챗봇을 통해 제공되는 기능들은 검색이나 번역 서비스, 음악 검색, 날씨 확인, 상품 추천, 스마트홈 기기 제어 등이다.
▲ 음성인식 플랫폼 기반의 챗봇: 인공지능 스피커
챗봇은 크게 고객 상담형 챗봇, 홍보/판매용 챗봇, 헬프데스크형 챗봇 등으로 구분된다. 고객 상담형 챗봇은 24시간 무중단으로 운영이 가능해 상담사와 연결이 힘든 저녁이나 새벽 시간대에 대응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간단한 내용은 바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복잡한 문제는 다음날 상담사가 직접 응대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어 상담사의 업무량은 줄이면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홍보/판매용 챗봇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력한다. 소비자에게 원하는 상품을 추천하거나 홍보하기도 하고 택시를 호출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헬프데스크 챗봇은 사내 직원들을 위해 업무 중 궁금증을 바로 해결해주는 업무 지원형 챗봇 서비스로 활용된다.
인공지능 챗봇의 활용범위 확대
챗봇이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인공지능 기술의 딥러닝(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접점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음악을 검색해 들려주기부터 택시 호출이나 쇼핑 상담, 보험상품 추천, 선거정보 확인까지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포털 업체들의 챗봇 활용이 가장 활발하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플랫폼에 챗봇을 출시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와 연동해 메신저 플랫폼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고객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챗봇을 통해 메신저 앱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멜론위드카카오' 챗봇을 출시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 음악을 재생해주고 금융과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챗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은 주로 금융권과 공공기관 등에서 도입이 확산되고 있고 백화점이나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들이 상담, 쇼핑 등 분야에서 챗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챗봇을 통해 매장 안내, 제품 소개, 개인 선호 상품 추천, 외국인 대상 통역 서비스 등 쇼핑서비스를 구현하며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한 고객 상담센터를 구축, AI 챗봇으로 고객 맞춤형 ARS(자동응답시스템), 상담 데이터 분석 및 관리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오는 13일 지방선거를 돕는 챗봇도 나와 눈길을 끈다. 이 챗봇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지방선거 후보의 기본 정보를 후보자별, 지역별, 후보군별 검색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이외에 선거 일정, 투표소 안내, 후보 선호도 예측과 같은 선거 정보도 제공한다.
지금 당신이 만날 수 있는 챗봇은?
서울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을 적용해 차세대 전자정부로 불리는 '지능형 정부' 구현에 나서고 있다. 2021년까지 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한 챗봇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 시민 삶과 행정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인데 AI 기반 챗봇 성능 검증과 확산을 위해 120다산콜센터를 대상으로 한 챗봇 시범사업에도 착수했다. 120콜센터에는 연간 600여 만 건의 시·구정 업무 관련 상담 전화가 주간 시간에 몰려 통화연결 대기시간이 길어져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AI 기반의 챗봇에 표준상담DB와 챗봇지식DB를 학습시키면 대기시간 없이 신속·정확한 상담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서비스 개발사업자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챗봇을 통해 카카오톡 등 메신저 플랫폼을 활용해 24시간 무중단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보험사들도 인공지능 챗봇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상품 소개는 물론 해피콜부터 보험계약대출까지 실시간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전달하며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보험상품, 보험계약을 조회할 수 있고, 보험계약대출 조회나 실행, 상환도 가능하다. 보험 업계가 챗봇을 도입하는 건 인건비·고용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고객을 응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보험업계에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설명하고 판매·결제하는 데도 챗봇을 이용하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보안 위협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