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받아도 괜찮아
2021/2/21/일
마르코 복음 1장 12-15절
12그 뒤에 성령께서는 곧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13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또한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14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 가시어,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15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도시나 광장이 아닌 ‘광야’로 이끄셨습니다. 쓸쓸하고 외로운 곳으로 말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아무도 없는 그 광야에서 사탄에게 유혹을 받습니다. 사탄은 하와에게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이 홀로 떨어져 있는 순간에 덮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정작 만나게 된 것은 사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유혹이란 외부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도 내적인 ‘자기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예수님이 받은 유혹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것입니다. 사탄의 제안에 스스로 동의하기까지의 전全과정이 유혹입니다. 교부들은 유혹과 죄의 메커니즘을 ‘제안-대화-동의-죄에 빠짐’ 이렇게 네 단계로 설명하는데 고대 수도 교부인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는 자신의 저서 『프락티코스』에서 ‘여덟 가지 악한 생각’으로 설명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탐식, 음란, 인색, 슬픔, 분노, 나태, 허영, 교만이라는 여덟 가지 유혹의 과정을 겪는데 따라서 인간은 유혹이 없기를 바라기보다 사탄의 제안에 스스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탄에게 ‘제안’도 받았고 사탄과 ‘대화’도 나누셨지만 결코 ‘동의’하지는 않으심으로써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셨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유혹 없는 삶을 바랄 것이 아니라 광야에서 만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 유혹받아도 괜찮으니 다만 유혹에 동의하지 않을 의지를 청하십시오.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고양동성당) |
생활성서 2021년 2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