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슈터’ 문경은(30·인천 SK 빅스)이 토종슈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97년 프로농구 원년 이래 매시즌 3점슛 타이틀은 토종 골잡이들의 전유물이었다.
정인교(97시즌) 문경은(97∼98,98∼99) 조성원(99∼2000,2000∼2001) 양경민(2001∼2002) 등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터들이 사이좋게 3점슛왕을 나눠가진 것. 하지만 올해 자칫하면 프로출범 후 처음으로 용병인 데이비드 잭슨(원주 TG)에게 3점슛 타이틀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문경은은 뛰어난 슛감각은 물론 교과서적인 포물선으로 오랫동안 최고의 3점슈터로 자리잡은 간판스타. 현재 게임당 3점슛 성공 2.91개로 잭슨(3.36개)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중요한 고비에서 반드시 한방을 터뜨리는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고 프로농구 한 경기 최다 3점슛 기록(12개·97∼98시즌)까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20년 만에 아시안게임을 우승으로 이끈 후 곧바로 정규리그가 개막,최악의 컨디션으로 시즌에 들어갔다.
제대로 체력을 만들 시간도 없었던 데다 고질적인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시즌 초부터 성치 않은 몸으로 뛰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무릎부상까지 당해 풀타임 출장이 매우 버거운 상황이다.
때문에 출장시간도 줄어들고 이에 따라 슛감각도 흔들려 시즌 초반 줄곧 선두를 지켰던 3점슛 1위 자리를 최근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는 잭슨에게 내주고 말았다.
급기야 15일 동양전에서는 3점슛을 단 한 개도 성공시키지 못해 이날 4개를 넣은 잭슨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문경은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동양전에서도 슛 컨디션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주말 연전으로 체력이 바닥이 난 상태라 밸런스가 조금씩 무너졌던 터. 때문에 레이스를 치르면서 체력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잠시 흐트러졌던 집중력을 높인다면 몰아치기에 능한 문경은이 선두 잭슨을 잡기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현재 소속팀 성적은 6승16패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토종슈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부상의 고통을 참고 뛰는 문경은의 활약에 팬들의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