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사교육 여건이 좋은 곳보다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전원으로 이주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획일적인 교육방식과 지나친 경쟁 심리를 부추기는 공교육에 질린 학부모들은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고라도 자연으로 나선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보는 듯하다. 아산 송악면 종곡리 장승마을로 불리는 농촌에 도시에서 온 네 가구가 작은 마을을 이뤘다. 이 가운데 같은 시공사에 맡겨 집을 쌍둥이처럼 지은 두 집을 찾았다.
건축정보 · 위 치 :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종곡리 · 대지면적 : 495.0㎡(150.0평) · 건축면적 : 82.0㎡(24.8평) ·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 외 벽 재 : 시더 보드 앤 배튼(Board & Batten), 시멘트 사이딩, 인조석 · 내 벽 재 : 실크벽지, 원목 패널 · 바 닥 재 : 강화마루 ·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 식수공급 : 상수도 · 설계 및 시공 : 집공작소 031-772-6970 www.aboutwood.com
김수진(38세), 장명희(37세) 씨는 지식이 충전된 아이보다 인성이 충전된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충남 아산 송악면 종곡리로 이주했다. 이런 연유로 이들 두 가정 외에 다른 두 가정이 바로 옆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네 가정은 모두 인터넷 카페 ‘송악면 작은 마을 이야기(cafe.naver.com/keosanes)’를 통해 만나 부지를 공동 구입하고 지난해 말 동시에 집을 올렸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 방식을 진행하는 작은 학교 거산초등학교에 아이들을 진학시키기 위해 이룬 작은 마을이다. 종곡리 말고도 거산초등학교 학군인 유곡리 소나무마을에는 현재 전원주택 8동이 들어섰거나 공사 중이고 소나무마을 인근 완두콩마을에 4동이 들어선다. “아이를 거산초등학교에 보내고 싶어 인근 주택을 알아봤는데 전원주택을 신축하는 게 가장 낫겠더라고요. 그런데 부지가 전답이다 보니 작은 부지를 얻는 게 쉽지 않았어요. 보통 매물이 1000평에 가까웠어요. 우리는 150~200평이면 충분한데요. 그러다 알게 된 카페를 통해 우리 집처럼 학교인근에 집 지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걸 알고 카페 회원들과 정보를 나누며 함께 부지를 마련했어요.” 4가구는 종곡리 740평 부지를 구입해 4필지로 분할하고 지목 변경, 개발행위 허가, 토목공사, 기반시설 인입 등 건축 행위를 위한 각종 절차를 일괄 처리해 각 개인들은 비용과 시간, 노력 그리고 심리적 부담을덜수있었다.
“처음 집을 짓는 우리는 행정적 절차가 까다롭고 어렵게 느꼈는데 4가구가 일을 동시에 진행하니 한결 수월했어요.” 장명희 씨는 거산초등학교가 매스컴을 통해 작은 학교, 혁신 학교로 알려지면서 이곳에 아이들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입학 1순위가 지역 주민 자녀이고 2순위가 병설 유치원 졸업생이며 이외에 대기자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평택 아파트에 거주하던 장 씨는 내성적인 아이의 성향을 더욱 내성적으로 만드는 도시의 큰 교육 기관보다 다양한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개성을 살리고 오픈 마인드를 기를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작은 학교를 택했다. 장명희 씨보다 한 살 위인 김수진 씨는 현재 셋째아이 임신 중으로 자식 교육에 관한한 ‘맹모’가따로없다.“ 이제 곧 세 아이의 엄마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과 호기심은 끝이 없죠. 대안 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엔 대안학교도 알아봤는데 의외로 교육비가 비싸 사교육의 또 다른 형태라고 느꼈어요. 그러다 찾게 된 것이 ‘작은 학교’예요.” 경기도 화성시에 직장을 둔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1시간 20분으로 길어졌지만 자연 속에서 뛰놀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런 불편쯤이야. 이곳에서는 놀이터와 배움터가 따로 구별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흙만 가지고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잘 놀고 학교에서 흙을 일궈 농사짓는 법을 배우듯 흙을 통해 자연과 생물을 공부한다.
작은 학교 교육연대 www.smallschool.net 학교 개혁의 대안을 모색하는 교육 실천가들의 모임으로 공동체 교육을 추구하며 학교 간의 연대와 지원을 목적으로 창립했다. 폐교 위기의 시골 분교를 살려 새로운 학교로 만들었으며 현재 11개교가 회원 학교다. 아산시 송악면 거산리 소재 거산초등학교는 10년 전 폐교 위기에 몰렸다가 마을 사람들과 동문, 지역 대학교수들, 환경운동연합과 참교육연대 같은 시민단체, 인간 중심의 교육을 고민한 6명의 교사 들이 힘을 모아 학교 살리기에 나섰고 지금은 140명의 학생이 다니는 본교가 됐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짠 소형주택 김수진 씨와 장명희 씨의 집은 외관만 보면 똑같이 생긴 쌍둥이 집이다. 차령산맥 광덕산 자락, 계곡을 낀 청정 지역에 사이좋은 친구처럼 세워진 목가풍의 목조주택은 밝은 톤의 보드 앤 배튼(Board & Batten) 사이딩과 시멘트 사이딩으로 간결하고 화사한 느낌을 전달한다. 지그재그로 집을 앉혀 서로의 시야를 차단하지 않도록 배치했으며 서로의 현관에서 덱으로 마당으로 자연스럽게 동선이 흐르도록 했다. 비록 집을 지으면서 알게 된 두 가족이나 세 사람은 동갑내기로 연령대가 같기에 금세 친해져 서로 왕래가 잦다. 이곳 아이들은 네 집을 돌아가며 모여 놀 정도로 서로 트고 지낸다. 대지 환경은 남쪽에 마을 진입로가 있고 서쪽 전망은 길을 따라 논밭과 계곡 그리고 숲으로 이뤄졌다. 아산 주택은 전망이 좋은 서향을 포기하고 그 대신 채광을 더욱 확보하도록 남쪽으로 틀었다. 집 안에 전달되는 자연 경치를 액자처럼 거는 것도 좋지만 문만 열면 얼마든지 자연을 누릴 수 있으니 실내에서 느끼는 안락함이 더 중요했다. 김수진, 장명희 씨의 주택은 벽면 요철 등 치장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없앤 박스형이다. 건축비와 유지관리 비용을 감안해 25평의 소형으로 지었다. 그러나 내부를 둘러보면 실제 사용면적은 그보다 더 넓다. 건축면적에 산입되지 않는 다락과 외부 덱이 공간을 확장하고 넉넉하지 않은 대지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수직으로 확장, 짜임새 있게 설계한 공간은 면적에 비해 사용 공간이 훨씬 많다고 느껴진다.
또한 층별 용도를 구분해 효율적인 공간 사용을 가능케 했다. 1층은 주방/식당, 거실 등 공용공간, 2층은 침실을 배치했다. 박공지붕을 활용해 아이들의 꿈의 공간인 다락을 드렸는데 다락은 기온이 극단적인 여름과 겨울 실내외 열 이동을 완화하는 완충 공간으로 건물 단열을 향상 시키는 기능도 한다. 장명희 씨는 소형주택 전문 시공업체로 알고 집공작소(대표 신상용)에 건축을 맡겼다. 그런데 소형주택을 짓는 업체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소요되는 재료의 양이 적을 뿐 큰 규모의 주택과 똑같은 공정과 인력이 들어감에도 회사 이윤이 더 적다는 점에서 시공업체들은 대체로 소형주택 시공을 꺼린다. 아예 대놓고 ‘우리는 작은 평수 안 짓습니다’하는 업체도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양심껏 소형주택도 짓는 업체가 자연히 소형주택 전문 업체로 소비자에게 인식된 것이다. 어느 시공회사에 ‘소형주택 지을 계획’이라며 상담하는 것보다 장명희씨처럼 소형주택 시공 경험이 풍부한 회사를 먼저 찾는 편이 어쩌면 빠르고 편하다. 소형주택 시공 경험이 풍부한 업체의 장점은 그만큼 경제적인 디자인에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설계자들은 작은 면적일수록 공간구성 짜기가 더 어렵다고들 한다. 거주자에게 필요한 실은 정해져 있기 마련인데 들어갈 공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은 공간에 대해 수차례 고민하고 구성해본 경험자의 노하우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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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씨는 한 날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신났다. 장명희씨는 박새가 연통에 집 지은 것을 보고 신났다. 아이들은 바로 앞 계곡에서 송사리와 가재를 잡고 도롱뇽을 보며 신났다. 아파트에선 휴일이면 오전 11시에 깨어나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던 아이가 아침 7시면 눈을 떠 산책 나가자며 엄마 아빠를 조른다. 가족은 30분 아침 산책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도시 살 때보다 하루가 더 길어졌다. 그래도 신나는 일뿐이다. 아이들 바른 교육을 위해 시골로 들어왔지만 그것은 일부일뿐 얻은 것이 많다는 김수진 · 장명희 씨네는 일찌감치 전원주택 짓길 잘했다고 말한다. 게다가 친구처럼 지내는 세 가족을 얻어 사는 즐거움이 진하다.
글 박지혜 기자 사진 황예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