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개요
ㅇ 언 제 : 2023. 8. 30(수) / 715차
ㅇ 누 가 : ‘계룡’수요산악회원 26명 / 50,000원
ㅇ 어 디 : ‘해파랑’길 43, 44구간(강원 양양군 현북면, 손양면, 양양읍 소재)
ㅇ 날 씨 : 비
ㅇ 구 간 : - 43코스 : 하조대 – 여운포리 – 동호해변 – 수산항(차량이동/9.4km)
- 44코스 : 오산해변 – 낙산사 – 정암해변 – 설악공원(12.5km/5시간)
트레킹정보
‘해파랑’길 43코스
양양(襄陽) ‘하조’해변에서 ‘수산’항까지 이어지는 약 9.5km의 도보길입니다.
곳곳에서 숨은 풍경들을 만날 수 있는 구간입니다.
난이도는 쉬운 편으로 3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습니다.
인적 드문 해안 따라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 좋은 코스인데요, 특히 아름다운 ‘동호’해변은 서퍼(Surfer)들이 선호하는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출명소이자 대규모 요트대회도 열리는 ‘수산’항에서는 가자미낚시는 물론 투명보트 체험도 가능하다죠.
해변과 포구에 있는 카페와 맛 집을 이용할 순 있지만, 걷는 중에는 매점이 흔치 않아 간단한 마실 것과 간식은 미리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하조’해변, ‘양양공항’휴게소, ‘수산’항에서는 근심걱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해파랑’길 44코스
양양(襄陽) ‘수산’항을 지나 속초(束草) ‘설악해맞이’공원까지 약 30여리의 트레일(Trail)입니다.
비교적 난이도가 쉬워 약 4시간 30분 정도면 완주할 수 있습니다.
동해안의 진면목을 감상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남대천에선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생태환경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낙산사(洛山寺)’ 탐방은 덤입니다.
몽돌로 이루어진 ‘정암’해변의 ‘헤밍웨이’길은 길꾼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자그마한 포구를 비롯하여 해변과 공원에서의 눈요기도 좋습니다.
주요 장소마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트레킹여정(앨범)
‘해파랑’길 이야기
3개월 만에 다시 ‘해파랑’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동해안의 떠오르는 ‘해’와 ‘파’란 바다색깔, 그리고 조사(助詞) ‘랑’을 조합하여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을 의미합니다.
부산 ‘오륙도’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따라 50개 코스를 걷는 약 770km의 대장정인데요, 오늘은 2개 코스(43, 44)를 해치울(^^) 참입니다.
강원북도(?)까지 치오르기에 꼭두새벽부터 설칩니다.
긴 여정의 종점을 향한 마음은 급하건만, 발걸음은 늘 더딥니다. ㅎ
그래서일까요, 1일 1코스 탐방원칙을 세웠으나 어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해와 바다를 벗 삼아 걷는 길입니다.
어쩜 꾼들의 짝사랑(^^)에 동해바다가 놀라 파랗게 질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ㅎ
아직 여름햇살이 맹위(猛威)를 떨치지만, 늙은이의 열망을 잠재울 순 없겠죠.
그런데 비가 내리네요.
임원진이 고민 끝에 44코스만 걷자고 결론을 내립니다.
떠나기 전부터 단축코스를 궁리해놨는데, 묘하게도 일치하여 은근히 기분은 좋네요. ㅎ
우중 트레킹에 심란하지만, 오히려 구름이 햇볕을 가려 좋다며 애써 태연한 척합니다.
43코스
동호해변(차량 이동)
거침없이 내달리던 가마가 43코스로 접어들면서 서행합니다.
‘하조(河趙)’해변은 지난번에 봤지만, ‘여운포(如雲浦)’벽화마을을 스치는 게 안타깝네요.
‘광정(光丁)’해변을 지나고, 들리고 싶었던 ‘동호(銅湖)’해변도 지나칩니다.
구릿빛 호수에서 이름을 따왔다는데, 지금은 골프장과 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옛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죠.
동호해수욕장은 양양군 손양면 동호마을에 있는 길이 500m, 폭 55m, 평균수심 1.2m의 아담한 해변으로 부드러운 모래는 동해안중 으뜸이랍니다.
모래작품 '클라리넷(Clarinet)과 플루트(Flute)를 연주하는 소녀상'에서의 인증 샷을 못해 아쉽네요.
서핑성지 양양(襄陽)은 이제 청춘 서브컬처(Subculture)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관광지라 해서 전부 고리타분한 게 아니듯, 핫 플레이스(Hot place)라고 해서 모두 좋은 건 아니겠죠.
이름 뒤에 늙을 ‘옹(翁)’자가 붙는 늙은이들에겐 관심 밖입니다. ㅋ
가마가 미끄러지듯 ‘수산’항으로 진입합니다.
수산항
일출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수산(水山)‘항입니다.
산 아래 있는 바닷가 마을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예전엔 흡사 파도가 춤을 추는 것 같다하여 ‘수무(水舞)’라고도 불렸다죠.
‘해파랑’길은 수산포구를 한 바퀴 돕니다.
많이 변한 항구모습에 어리둥절한데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항구입니다.
요트계류장과 항구를 연결하는 예쁜 다리가 생겼고, 내항(內港)도 참 맑습니다.
나란히 정박하고 있는 다양한 요트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아담해 보여도 60척의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동해안 최고의 요트항구라네요.
이곳에서 귀한(?) ‘해파랑’카페를 만났는데요, 시간이 없어 들리질 못하는 게 무척 안타깝습니다.
먹거리가 풍성하기로도 소문난 항구입니다.
오찬장소로 생각해두었던 ‘해녀’횟집은 정기휴일이란 팻말이 붙어있네요.
조식용으로 준 김밥을 늦게 먹었더니, 배가 꺼지질 않아 그냥 눈요기만 합니다.
44코스
오산해변
시원하게 펼쳐진 바닷가 따라 ‘설악해맞이공원’까지 이어지는 44코스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요?
수산포구를 벗어나면 나타나는 ‘손양문화마을’도 후딱(^^) 스칩니다.
선사유적박물관과 태양의 해변이란 ‘솔 비치(Sol beach)’ 리조트가 있는 곳입니다.
어차피 동행할 짝지도 없기에 바쁠 것 없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는 아스팔트구간에선 부지런 떨어대며 거리를 좁힙니다.
이런 길은 얼른 벗어나는 게 상책입니다.
‘오산(鰲山)’해변 안내판에 이끌려 바닷가로 나갑니다.
날씨는 흐려도 감청색 동해바다가 넘실거립니다.
강한 비트(Beat)음악이 흘러나오는 바닷가 카페도 이제 끝물인 듯 한가합니다.
해당화에 둘러싸인 ‘가평소초’란 팻말이 예뻐 보이네요.
‘솔바람 산책길’로 들어섭니다.
와~ 참 좋네요.
꾼들을 만나 남대천을 배경으로 한 컷 남깁니다.
남대천
연어의 모천(母川)인 ‘남대천(南大川)’에 가로놓인 낙산대교를 건넙니다.
다리 너머로 설악산 능선들이 앞다퉈 근육질 몸매를 자랑합니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발원하여 동해를 향해 약 140여리를 흘러온 냇물입니다.
이곳에서 방류되어 먼 바다로 떠난 연어가 가을에 다시 되돌아오는 곳이라네요.
연어는 일본해협을 거쳐 북태평양에서 2~3년을 살다가 남대천으로 회귀하여 산란(産卵) 후 생을 마감합니다.
알을 낳기 위해 무려 16,000km 가량을 헤엄쳐 돌아오는 연어가 10여만 마리(70%)나 된다니, 축제를 열어줄 만도 하겠네요.
돌아온 연어들의 알을 채취하여 인공으로 부화시킨 후 이듬해 봄에 방류합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혹여 보이려나하고 남대천을 뚫어져라 살핍니다. ㅎ
방류 얘기하다보니 요즘 떠들썩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가 떠오릅니다.
과학을 외면한 온갖 괴담으로 어민들을 괴롭히는 집단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넘어가는 작자들도 문제인데요, 반드시 심판해야 합니다.
속상한 늙은이의 마음을 아는지 가뭇없이 이어지는 바닷길이 운치 있고 낭만적입니다.
봄날 벚꽃구경 겸 연어 방류현장을 보고 싶어 함 온다고 하고선 이제에 찾았네요.
천변에 조성된 수변공원도 양양의 숨은 여행명소랍니다.
멋진 그림 속으로 눈부신 벚꽃터널을 상상하다보니, 더욱 남대천의 봄이 그립네요.
낙산해변
‘낙산(洛山)’해변으로 보무당당 입성합니다.
경포대해수욕장과 함께 동해안을 대표하는 ‘낙산’해수욕장입니다.
모래벌판에 심어놓은 소나무가 잘 자라는 것도, 백사장을 가로지르는 Deck길이 있는 것도 모두 신기합니다.
이곳 역시 서핑꾼들의 천국이라네요.
이제 물속에서 첨벙대던 피서는 옛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만개한 해당화들이 한껏 자태를 뽐냅니다.
흙도 없는 곳에서 예쁜 꽃을 피운 해변의 도라지들도 앞 다퉈 얼굴을 내밉니다.
처서(處暑)가 지난지도 일주일이 되었으니, 이젠 가을의 문턱입니다.
빠른 세월 탓을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소소한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야 합니다.
지식은 책에서 배울 수 있지만, 지혜는 자연에서 배운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해수욕장주변에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살피느라 눈이 바쁩니다.
그런데 혼잡니다.
갑자기 ‘그대 그리고 나’ 노래가 생각나 흥얼거렸더니, 더욱 쓸쓸해지네요. ㅋ
낙산사
‘낙산사(洛山寺)’는 코스에선 이탈했지만, 화마(火魔)가 휩쓴 후의 복원모습이 궁금하여 뒷문으로(?) 총총 들어섭니다.
입구에 소나무가 쓰러져 있는데, 통행세 폐지 때문일까요? ㅎ
일출명소인 의상대(義湘臺) 끝에는 수많은 시인묵객들을 감탄시킨 소나무가 여전히 독야청청 서있네요.
연하당(煙霞堂)을 지나 낙산사와 한 세트(^^)인 홍련암(紅蓮庵)까지 진격합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각기 달라 보이는 게 신기합니다.
당당한 해수관음상(海水觀音像)이 모든 시선을 압도하는데, 낙산사를 다녀온 이들의 시그니처(Signature)이기도 합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했던가요, 가슴이 뻥 뚫립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 따라 이동합니다.
낙산사는 관동팔경의 하나이자 삼국유사에도 수록된 전설의 사찰로 서해 보문사(普門寺), 남해 보리암(菩提庵)과 함께 3대 ‘해수관음기도도량’이기도 합니다.
솔 향 가득 내뿜던 소나무들이 2005년 4월 산불에 휩싸인 후 아직까지 치유중이라고 하네요.
동종(보물 479호)이 녹아 소실될 만큼 엄청난 화재였답니다.
대웅전격인 원통보전(圓通寶殿)과 그 앞에 세워진 칠층석탑(보물 499호)에도 눈길을 줍니다.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빈일루(賓日樓)는 ‘김홍도’의 낙산사도(洛山寺圖)를 참고하여 산불이후 새로 끼워(?) 넣었다죠.
건성건성 둘러보고는 무지개 형태의 홍예문(虹霓門)을 나섭니다.
들리길 잘했는데요, 심신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오봉산낙산사(五峰山洛山寺)’란 황금색 현판글씨를 뒤로 하고 또 걷습니다.
자그마한 민물조개인 ‘째복’이 유혹질입니다.
‘물’회와 ‘성게’비빔밥, 그리고 별미 ‘섭’국까지 군침을 돌게 하지만 분하게도 혼자입니다. ㅎ
몽돌소리길
낙산사를 나오니 ‘설악(雪嶽)’해변과 ‘정암(釘岩)’해변이 길게 늘어져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안선의 길이가 11,500km가 넘는다는데, 과연 다 걸어낼 수 있을까요?
이름도 예쁜 ‘정암’해변 ‘몽돌소리길’입니다.
몽돌은 ‘모가 나지 않은 둥근 돌’을 뜻합니다.
주로 서남해안(제주, 거제, 여수 등)에 많지만, 동해안에도 몽돌해변이 있습니다.
설악산 계곡 따라 굴러온 돌멩이들이 동해로 흘러갔다가 다시 조류 타고 밀려와 해변에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
신발에 모래 들어가는 백사장만 걷다가 정비 잘된 길을 걸으니 도가니(^^)가 엄청 좋아하네요.
해수욕은 적합하지 않다지만, 몽돌이 선사하는 파도소리는 일품입니다.
입안에서부터 구르는 몽돌소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도 속하는 자연의 소리입니다.
날카롭거나 둔탁하지도 않은 동글동글한 돌멩이들이 파도에 밀려 서로 구르며 내는 소리를 들으며 걷습니다.
자연이 들려주는 청아하고 맑은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양양에 들리면 꼭 걸어보고 싶었던 바닷길이었습니다.
본전 뽑는 순간입니다. ㅎ
‘헤밍웨이’파크
화려한 전망대를 중심으로 '헤밍웨이‘파크가 있습니다.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모티브(Motive)를 얻었다는데요, ’물치‘항까지 이어집니다.
예전 강현면사무소 옆에 ‘마놀린’이란 작은 카페가 있었답니다.
서울에서 내려와 터를 잡은 부부가 운영했는데요, 먼 바다로 고기잡이 간 노인(산티아고)을 위해 커피를 준비했던 ‘마놀린’처럼 애정과 배려로 손님을 맞이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오픈했다죠.
가끔씩 카페 앞 바닷길을 걸어 후진포구까지 산책하곤 했는데, 어느 날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헤밍웨이’란 이름의 레스토랑을 발견하고는 이 길을 생각해냈답니다.
세월이 흘러 카페 ‘마놀린’은 ‘양양 그곳 카페 이룸’으로 바뀌었다지만, 길은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변해갔습니다.
한적한 바닷가 길인데도 걷는 내내 가슴이 탁 트일 만큼 거침없는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었겠죠.
누구나 편안하게 30여분이면 걸어낼 수 있어 부담 없기도 했을 거구요.
낡은 배 2척이 여행자들을 소설 속으로 안내합니다.
곳곳의 소라모양 벤치에 앉아 자그락거리는 몽돌소리를 들어보고, 전망대에 올라 ‘하트’바위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쏠쏠합니다.
‘헤밍웨이’와 연관성은 없어도, 해넘이쯤에 내는 파도와 자갈소리의 향연은 절로 황홀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고상한 색깔의 몽돌과 잘 어울리는 자연의 하모니(Harmony)에 흠뻑 젖었습니다.
꾼들의 재능 기부형태로 예술적 감각까지 더해지면서 ‘감성이 흐르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중이랍니다.
새롭게 태어난 벙커, 바닷가에 설치된 나무그네와 해먹, 바닥에 그려진 해변을 상징하는 그림,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며 세워진 솟대 등 감성이 넘쳐나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훼손되기도 했지만, 재정비를 통해 ‘감성이 흐르는 걷고 싶은 길’로 거듭난다니 다행입니다.
몽돌이 들려주는 청아한 소리를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 가꾸고 지키는 일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일 것입니다.
물치해변
아름다운 ‘물치항(沕淄港)’입니다.
행정지명이 이젠 ‘양양’에서 ‘속초’로 바뀌었습니다.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이 함경도에서 거제도로 유배될 때 동해안 따라 이곳을 지나다가 폭우로 머무르면서 '물에 잠긴 마을'이라 명명한데서 유래되었다죠.
느긋하게 며칠 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항구를 지키는 2개의 등대가 오징어 모양인 줄 알았는데, 송이버섯 등대라네요.
귀여운 ’꽃게‘화장실과 전망대가 있는 ’황금연어‘공원을 거쳐 ’쌍천‘교를 건넙니다.
구름도 풍경에 취해 잠시 쉬어간다는 설악산에게는 마음만 보냅니다.
가늠하기 힘든 상상 속의 솟대가 동해바다 하늘로 금방이라도 비상할 것 같습니다.
바닷바람에 밀려온 바다이야기를 듣느라 지루한줄 몰랐습니다.
바다는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공간입니다.
우리는 위로받거나 공감 받고 싶을 때 종종 바다를 떠올립니다.
그저 오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괜찮아집니다.
언제나 변치 않는 '그대 그리고 나'의 바다입니다.
아니 우리 모두의 바다입니다.
설악해맞이공원
각종 조형물이 있는 ’설악해맞이공원‘입니다.
해맞이광장, 연인의 길, 행복의 길, 사랑의 길 등 Thema가 있는 공원입니다.
설악산 천불동계곡물이 동해로 합류하는 ‘쌍천(雙川)’하구는 갈매기들의 쉼터입니다.
무념무상으로 잠시 바라봅니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에 등재한 유럽 땅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지만, 꼭 해내겠다는 각오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해파랑’길도 아직 미완인데, ‘서해랑’길과 ‘남파랑’길을 매만지고 있으니 어이할꼬! ㅎ
멀리 보이는 설악산이 살포시 다가와 재회를 조릅니다.
‘걷지 못하는 순간 그 삶은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잠시 그쳤던 비가 더욱 굵게 쏟아집니다.
화장실에서 대충 땀내 제고하고는 우산을 받쳐 들고, 설악산이 바라보이는 공원 모퉁이에 서서 이런저런 생각에 젖습니다.
위에서 바라보는 동해안도 멋있지만, 동해에서 올려다보는 설악산도 멋집니다.
다음 ‘해파랑’길이 기다려집니다.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옹치바다향기로’와 ‘아바이’마을과 속초등대를 지나 ‘영란호반’길과 ‘장사’항에 이르는 45코스입니다.
뒤풀이
오늘 뒤풀이는 ‘설악’항에 자리한 ‘재진이네’ 집구석입니다.
충남 예산이 고향이라는 수다(ㅋ) 넘치는 사장에게 ‘백종원’보다 헐 낫다고 치켜세웠더니, 과분한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ㅎ
수산물 소비를 늘려야겠기에 당연 과식했네요. ㅋ
욕망에 굴복한 이들이 종국(終局)에 찾아와 고개를 숙인다는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있는 서울 서초동엔 돈은 궁한데 허기진 이들이 찾는 ‘부정부페’란 의미심장한 뷔페(Buffet) 식당이 있답니다.
장소와 어울려 가벼이 웃어넘길 수 없어 비애(悲哀)까지 추가된다죠.
밥값(9,000원)도 저렴하여 지갑 얇을 때 더욱 좋답니다.
토종닭 전문점 ‘난 공산닭이 싫어요’, 중독성 강한 막창구이 집 ‘막창드라마’, 탐스러운 오리고기 육질을 피력하는 ‘탐관오리’ 등도 가고 싶은 식당입니다. ㅎ
언어유희(言語遊戲)가 돋보이는 이런 곳은 대개 맛까지 좋게 마련입니다.
잠깐의 ‘알쓸별잡(알아보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이었는데요, 오늘도 화려하고 내실 있는 뒤풀이가 펼쳐졌습니다.
시류(時流)에 맞게 구석구석 맛 집을 골라내는 임원진의 식탐(食貪)에 경탄(驚歎)을 금치 못합니다. ㅋ
입이 찢어지도록 만족한 표정으로, 뽈록해진 배를 앞세워 가마에 오릅니다.
에필로그
산 좋고 물 맑은 송이와 연어의 고장, ‘양양(襄陽)’!
비가 내려도 모래사장과 수평선, 그리고 구름이 나란히 선을 그으며 이어갔습니다.
여행모임을 만들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혼자라면 언제 어디라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떠날 수 있는데, 각자 걷기능력과 취향이 다르다보니 유유자적(悠悠自適) 걷기가 쉽지 않아 접었습니다.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인생을 논하면서 추억도 남기며 걷는 모임을 갖는 꿈은 아직도 꾸고 있습니다.
어쩜 산악회가 대신해줄지도 모릅니다.
솔바람 산책길, 몽돌소리길, ‘헤밍웨이’길을 걸었습니다.
말 타고 꽃구경하듯 지나친 풍경들에 대한 아쉬움은 남습니다.
전망 좋은 찻집과 맛 집도 많았지만, 모든 걸 취할 수 없는 장거리 트레킹이기에 더욱 미련이 남네요.
'길에서 길을 묻다!’
선문답(禪問答) 같은 글귀입니다.
논리적으로 깨치거나, 어떤 이치를 생각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디로 어떻게 가느냐는 물음에 우리의 답은 ‘산천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서 가자’입니다. ㅎ
목욜(8. 31)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