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나눔고딕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반드시 나눔고딕을 설치 후 읽어 주십시오.
이제 5D Mark III가 발표 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신제품에 대해 궁금할 터인데, 저는 생태 사진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EOS 5D Mark III의 기능을 리뷰 해볼까 합니다. 모든 장비가 다 그렇듯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은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한 글은 아닙니다. 저는 똑딱이라도 사진가의 의식과 주관이 뚜렷하다면 충분히 그 몫을 다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 손안의 장비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사진가가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린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 글의 목적은 EOS 5D Mark III의 성능을 기술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기능을 중심으로 리뷰 하면서 과연 이런 기능으로 어떠한 작업이 가능할지를 살펴 보는 데에 치중할 것입니다.
이 글의 모든 사진과 동영상은 EOS 5D Mark III 를 사용하여 제작하였으며, 기능을 익히기 위해 연습과 실험을 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작품성 보다는 오직 기능 설명을 위한 목적으로 촬영한 것들도 많으므로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은 풀어주시고 편안하게 감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1. 22.3 Mega Pixels
2,230만 화소가 제공하는 표현의 자유
현장에서 담은 사진을 모니터에서 확인해 보면 때론 불만이 생길 수 도 있는데, 5D Mark III의 2,230만 화소는 크롭으로 인한 해상도 감소의 걱정에서 벗어나 사진가에게 표현의 자유를 줍니다. 뿐만 아니라 해상도 아주 뛰어나 크롭을 하더라도 해상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크게 받지 않습니다. 늘 크롭 전에 망설였던 저는 5D Mark III를 손에 쥐고부터는 덜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급박한 상황에서의 촬영도 전보다 여유가 생깁니다. 넣을까 말까 망설이지 않고 여유롭게 프레이밍을 하고 뒤에 이게 아니다 싶으면 조금 잘라내면 되니까요.
[100mm, ISO 400, f/4, 1/2000] 만주바람꽃
원본에서 일부만 크롭한 이미지
고감도 저노이즈, 이제 더 이상 바람이 무섭지 않다.
생태 사진가가 직면하는 현장에는 항상 바람이 있습니다. 바람에 이리 저리 심하게 흔들리는 피사체는 삼각대에 거치한다고 해도 잡을 수 없습니다. ISO를 올리고 셔터 스피드를 올리면 해결책이 되지만 노이즈 부담으로 ISO를 올리는 것은 사진가에게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5D Mark III의 저노이즈는 사진가에게 노이즈의 부담감을 벗어 던지고 ISO를 부담 없이 올릴 수 있게 합니다. 노이즈 압박에서의 해방감, 표현의 자유주의 선언, 뭐 이런 것이 5D Mark III를 사용하면서 가진 저의 일감입니다.
[ISO 400, f/4.5, 1/500sec] 자주광대나물 :바람이 몹시 불어 ISO를 400으로 올리고 촬영
바람이 부는 날이라 ISO를 올리고 셔터 스피드를 확보하여 촬영하여도 노이즈가 없다.
해외의 분석 글에 따르면 EOS 5D Mark III는 전작인 EOS 5D Mark II에 비해 노이즈 부분에서 한 스톱 정도 이득이 있다고 합니다. 즉, ISO 6400에서의 노이즈가 전작의 ISO 3200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Raw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JPG에서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하니 아마 센스의 물리적인 성능 향상 보다는 이미지 프로세서인 DIGIC의 발전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JPG로 촬영하는 필자에게는 이전에 사용하던 50D 와 비교하여 놀랄 만큼 줄어든 노이즈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5D MarkII에서 오직 노이즈 감소를 바라며 기변한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2. New Function : Multi-exposure
구분이 어려운 유사 종, 이제 한 장에 담아 비교한다.
경쟁사인 N 사의 제품에는 이미 존재하였던 다중노출은 캐논 사용자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존재하였습니다. 특히 생태 사진가에 다중 노출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기능 중의 하나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유사 종의 식물을 다중 노출로 한 장에 담아 비교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 뒤의 거리가 있는 피사체 모두에게 초점을 맞추고자 할 때, 다중 노출은 배경 흐림이 이루어지면서도 피사체 모두가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제공해줍니다.
※다중노출이란 2번~9번까지 노출을 주고 장의 이미지로 통합하는 기능입니다.
다중 노출 기능에 의해 위 두 장의 사진을 촬영 후 자동으로 만들어진 사진
다중 노출 효과 '밝음(Bright)'
둘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둘 다 맞춘다.
두 개의 개체가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을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이제 그럴 때에는 다중 노출을 이용하여 각각에 초점을 맞추어 촬영합니다.
다중노출 2번 샷
다중 노출 효과 '증가(Addictive)'
캐논의 다중 노출 기능은 이처럼 특별한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으며, 예술 사진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논은 다중 노출을 위해 사용자 설정을 제공하는데, 사용자들은 이를 목적에 따라 사용하여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가 있습니다.
[EOS 5D Mark III에서 제공하는 다중 노출 제어 기능]
- Additive : 사용자가 수동으로 노출을 제어하여야 합니다. 두 장의 다중 노출일 경우 -1 stop씩 줄여서 촬영 해야 합니다.
- Average : 카메라가 자동으로 다중 노출 수에 비례하여 노출을 보정해 줍니다.
- Bright : 다중 노출한 후보 이미지 중에서 밝은 부분이 남습니다.
- Dark : 다중 노출한 후보 이미지 중에서 어두운 부분이 남습니다.
3. New Function : HDR(High Dynamic Resolution)
HDR로 만드는 암부와 명부의 계조
HDR이란 High Dynamic Range의 약어로 암부와 명부간의 계조가 매우 높은 사진을 의미합니다. 이런 HDR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삼각대를 설치하고 프레임을 구성한 뒤 암부와 명부에 각각 노출을 측정하여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합성합니다. 따라서 HDR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계조가 분산되도록 노출을 다르게 주어 촬영한 여러 장의 사진을 잘 병합할 수 있는 숙련된 경험이 필요하였습니다.
따라서 좋은 HDR 이미지는 우연에 의해 만들어지기는 어렵고 좋은 사진가의 능력과 많은 이미지 처리 경험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EOS 5D Mark III에는 카메라의 이미지 프로세서에서 사용자의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노출이 다른 사진을 촬영한 뒤 머지하여 결과물을 만들어줍니다. 사진가는 이제 복잡한 후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쉽게 HDR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HDR 사진이라 하여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HDR 사진은 톤 맵핑(tone mapping)이란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데, EOS 5D Mark III에서는 모두 다섯 가지의 톤 맵핑 효과를 제공하여 사진가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생태 사진용으로는 내추럴과 아트 스탠다드가 좋았습니다.
HDR 모드를 선택하면 사용자 설정에 따라 서로 다른 노출로 세 장의 사진을 촬영합니다.
그리고 사용자 설정에 따라 아래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줍니다.
(※ 아래 결과물은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았고, 각각 별도의 세 장씩의 사진을 따로 촬영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심도와 구도가 조금씩 다릅니다)
Art Standard
Art Vivid
Art Bold
Art Embossed
HDR은 풍경 사진에서 많이 이용되는 기술입니다. 해가 뜨는 산정에서 철쭉과 함께 일출을 촬영한다면 하늘의 붉은 색과 철쭉의 디테일을 다 살릴 수가 없습니다. 두 피사체 간의 컨트라스트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HDR인데, 이 기능이 카메라에 내장되었다는 것은 사진가의 표현력을 대폭 신장 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5D Mark III에서 제공하는 5 가지의 효과(Effect), 내츄럴, 아트 스탠다드, 아트 비비드, 아트 볼드, 아트 엠보스드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만들어져 사진가의 선택의 폭을 넓혀줍니다. 포토샵을 몰라서, 방법을 몰라서 지금까지 좋은 줄 알면서도 하지 못하였던 사진가들에게 HDR 기능은 분명 멋진 선물이 될 것입니다.
4. Evolution : EOS Movie
5D Mark III로 만드는 나만의 다큐멘터리
사람마다 기변의 이유는 다 다를 것입니다. 생태 사진을 주로 찍는 저는 현장에서의 느낌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다 표현해 내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거리는 꽃들에 벌과 나비가 찾아 드는 모습을 보면서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가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란 생각을 늘 하였습니다. 저의 기변의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동영상을 만들어 자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 Full HD : 1920x1080p에서 30fps과 24fps 를 지원합니다. 특히 영화와 같은 초당 24 프레임의 지원은 영화관에서 보는 듯한 느낌의 영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HD : 1280x720p에서는 60fps을 지원합니다. 슬로우 모션이 필요한 장면에서 60fps로 촬영하고 편집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전환하면 아주 부드러운 영상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 ALL-I & IPB 압축 지원 : EOS Movie에서는 전문적인 편집에 적합한 ALL-I와 용량이 작은 IPB 압축 방식을 지원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저장공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IPB로 저장하였는데, 화질도 만족스러웠고 용량 부담이 적어서 더 좋았습니다.
- P/Av/Tv/M 모드에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합니다. 저는 주로 Av모드에서 촬영을 하였는데, 심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였습니다.
- 촬영중 AF : 5D Mark III는 촬영중 AF가 동작합니다. 하지만 한번에 맞추지 못하고 점진적으로 초점을 찾아가므로 숙련된 사람처럼 빠르고 자연스럽게 맞추진 못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수동으로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꽃 비 내리는 경화역
촬영장비 : EOS 5D Mark III, Canon EF 70-200mm f2.8 IS, 맨프로토 모노포드
깽깽이풀
촬영장비 : EOS 5D Mark III, Canon EF 100mm Macro f2.8 IS , 맨프로토 모노포드
대구 근교 식물 답사
촬영장비 : EOS 5D Mark III, Canon EF 100mm Macro f2.8 IS, Canon EF 24-70mm f2.8, 맨프로토 모노포드
5. Evolution : ETC
EOS 5D Mark III를 출시 하자마자 구입하여 사용해 본 필자는 이전에 사용하던 50D에 비해서 놀랄 만큼 발전한 화질에 깜짝 놀랐습니다. 연사가 모자라 망설여 지던 전작과는 달리 6fps의 고속 연사를 지원하며, 정확해진 AF와 수 많은 측거점, 그리고 라이브 뷰에서 초점 맞추기가 용이해진 와이드 LCD 등 혁신적인 기능은 풀 프레임 바디라는 장점과 더불어 바디 업그레이드의 충분한 명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쩌면 5D Mark II에서 기변을 고려하시는 분들에게는 망설여질 수도 있겠으나, 하위 기종에서의 업그레이드라면 정말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 6fps의 고속 촬영 지원
아마 가끔 새를 촬영하는 생태사진가들에게 전작인 5D Mark II이 가장 아쉬운 점은 느린 연사 속도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5D mark III에서 제공하는 6fps는 새를 촬영하기에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빠른 대응으로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거 빈 하늘 치기의 대명사였던 전작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 기능 때문에 화소수를 더 못 올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2) 61 포인트 측거점
동체 추적이 우수한 61 포인트 측거점은 역시 새나 들짐승 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촬영하기에 효과적입니다. 어쩌면 이 점이 전작과 비교하였을 때, 가장 발전된 기능일 듯 합니다. 생태 사진가로서 대부분의 포커싱을 수동에 의존하는 필자에게는 61 포인트 측거점은 별 의미 없는 것일 수도 있으나, 숲에서 만나는 새나 나비를 촬영할 때에는 매우 도움이 되리라 믿어집니다.
3) 3:2 와이드 LCD
104만 화소의 3:2 와이드 LCD는 매우 큰 장점입니다. 작은 야생화를 접사할 때, 크고 선명한 LCD를 이용한 라이브 뷰 촬영은 정확한 핀을 맞출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동영상 촬영 시에는 전적으로 매뉴얼 포커스에 의존하는 필자의 경우 넓고 선명한 LCD는 역동적인 장면에서 초점 맞춰 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버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아마 연습을 더 하게 되면 빠르게 정확한 초점을 맞출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래 동영상에서는 LCD 화면을 보면서 수동으로 초점을 빠르게 변환 시킨 예가 있습니다.)
4) 듀얼카드 슬롯 지원
CF 및 SD 듀얼 카드 슬롯을 지원하므로 메모리 부담에서 해방 되었습니다. 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Class 10을 지원하는 16G SD카드 두 개를 구입하였습니다. 그 동안의 출사에서 한번도 한 개의 카드도 풀로 채워 보지 못하였으니, 메모리의 압박에서 벗어나 마음 편하게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6. Conclusion
카메라가 좋다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아마 사진이란 장르는 예술에 포함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아마 사진은 스포츠에 더 가깝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사진 예술에서 좋은 작품은 장비 보다는 사진가의 노력과 재능 그리고 예술적 역량에 기인한다고 믿어집니다. 그리고 좋은 카메라는 그런 사진가들에게 더 좋은 작품을 건질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뿐이겠지요.
EOS 5D Mark III는 50D에서 넘어온 필자에게는 과히 신천지라 할 만큼이나 놀랄만한 표현의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중 노출이니, HDR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 이전에도 의도된 촬영과 포토샵 후보정으로 충분히 가능했고 또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왔습니다. 그런 것 보다는 필자에게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화질의 혁신인데, 정확한 노출과 정확한 초점으로 만들어진 사진은 전혀 후보정이 필요 없는 결과물을 던져 주었고 마치 투명하리만큼 아름다운 색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이 카메리가 제공하는 품질에서 솔직히 놀랄 만한 화질의 진보를 느낀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진가들에게 다 그렇게 느껴지진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5D Mark II에서 넘어온 유저들에겐 단지 약간의 진보 정도로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공학 기술은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분명 앞으로도 더 놀랄 만한 기능을 갖춘 장비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로서는 최상의 도구를 손에 쥐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제 남은 것은 실력을 갈고 닦을 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약속해주진 않지만, 노력하다 보면 분명히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Samp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