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수족관 정문 <출처: By 김웅서(CC BY-NC)>
태평양을 품은 퍼시픽수족관을 뒤로 하고 북미 대륙을 가로질러 반대편 대서양 연안으로 가보자. 미 북동부에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주들이 옥수수 이삭에 촘촘히 붙어있는 낱알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다. 뉴욕 맨해튼을 옆에 끼고 대서양으로 길게 자리잡은 롱아일랜드(Long Island)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견우와 직녀처럼 마주보는 주가 있다. 이름하여 코네티컷(Connecticut)주. 좀 생소하게 들리는 코네티컷은 이곳에 살던 인디언 말로 ‘바닷물이 깊숙이 들어오는 강’이란 뜻이다. 이곳에 미스틱수족관(Mystic Aquarium)이 있다. 수족관이 있는 곳의 지명이 미스틱이라서 붙은 이름이지만, ‘신비로운’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미스틱’ 때문인지 무언가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수족관이다.
미스틱수족관은 1973년 10월 6일 미스틱해양생물수족관(Mystic Marine Life Aquarium)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수족관 개관 당시에는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었으며, 세상에서 가장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해양생물을 전시하는 전시장이자 실험실로서의 역할을 표방하였다. 수족관 초대 관장이었던 스포트박사(Dr. Stephen Spotte)가 쓴 책은 현대적 수족관 관리에 대한 지침서가 되었다. 수족관의 최대 주주였던 스미스(Kelvin Smith)는 약국을 개업한 약사로 해양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동료들과 인공해수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여, 이후로는 미스틱수족관을 비롯하여 많은 수족관에서 인공해수를 사용하게 되었다. 수족관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다에서 많은 양의 바닷물을 운반해오는 불편함이었는데, 인공해수 개발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1975년에는 흰고래(벨루가)를 전시하고, 1976년에는 캘리포니아바다사자를 전시하는 등 대형 해양포유류를 확보하여 규모를 키웠다.
캘리포니아바다사자 <출처: By 김웅서(CC BY-NC)>
1977년 스미스는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비영리기관인 해양연구재단(Sea Research Foundation)을 설립하였다. 재단의 첫 번째 자산은 뉴욕 나이아가라폭포 수족관 건물과 부지였다. 1979년 미스틱수족관은 파산하고, 모든 빚을 떠맡은 스미스는 수족관 건물과 부지를 비롯한 자산을 재단에 기증하였다. 1989년에는 아프리카검은발펭귄 전시장이 새로 만들어지고, 1996년에는 바다사자 치료센터가 설립되어 다친 바다사자를 치료하고 방류할 수 있게 되었다.
1997년 미스틱수족관은 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타닉호 발굴 탐사로 유명한 해양고고학자이자 탐험가인 발라드박사(Dr. Robert Ballard)가 세운 탐험연구소(Institute for Exploration)와 합쳐지게 되며, 이때 미스틱해양생물수족관이라는 이름이 미스틱수족관으로 바뀌게 되었다. 1998년부터 1999년 사이 미스틱수족관은 확장 공사를 통해 전시관, 카페, 기념품점, 연구센터, 야외전시장 등이 새로 만들어져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2012년에는 발라드박사의 협조와 한 기업체(United Technologies)의 기부금으로 타이타닉호를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해양탐험센터(Ocean Exploration Center)가 만들어졌다.
해양탐험센터 입구 <출처: By 김웅서(CC BY-NC)>
미스틱수족관에는 해양 포유류로 흰고래, 스텔라바다사자(Stella sea lion), 캘리포니아바다사자(California sea lion), 북방물개(northern fur seal), 잔점박이물범(harbour seal)이 있다. 흰고래 (Delphinapterus leucas)의 속명(Delphinapterus)은 ‘지느러미 없는 돌고래’라는 뜻이고 종명(leucas)은 하얗다는 뜻이다. 그러니 학명으로 풀이하면 하얀색의 지느러미 없는 돌고래가 되겠다. 흰고래를 벨루가(beluga)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러시아어로 하얗다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흰고래 수컷의 경우 몸길이가 최대 5.5미터정도로 고래와 돌고래 크기의 중간 크기쯤 되어 흰돌고래라고도 한다. 보통 덩치가 크면 고래, 작으면 돌고래라고 부르며, 딱 부러지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기준은 약 4미터이다. 흰고래는 북극지방의 찬 바다에 살며 외뿔고래(일각고래)와 함께 외뿔고래과(Monodontidae)에 속한다. 수족관에서 흰고래의 인기는 대단하다. 얼굴 표정이 재미있고 재주가 많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만화가 박수동이 그린 인기 성인만화 ‘고인돌’에 나오는 캐릭터의 얼굴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나이가 어느 정도 지긋한 분들은 동의하리라. 담배연기를 도넛모양으로 내뿜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있듯이, 흰고래는 공기방울을 도넛 모양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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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흰고래의 얼굴 <출처: By 김웅서(CC BY-NC)>
2 흰고래가 사는 야외 수조 <출처: By 김웅서(CC BY-NC)> |
캘리포니아바다사자(Zalophus californianus)는 북쪽으로는 남부 알래스카로부터 중부 멕시코 연안까지 북아메리카 서부 태평양 연안에 걸쳐 산다. 이 바다사자는 사람처럼 성별에 따라 생김새가 차이가 난다. 수컷은 암컷보다 몸집이 크고, 목이 두껍다. 번식기인 5~8월이 되면 수컷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짝짓기할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들은 수컷의 영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수컷은 다른 수컷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한다. 침범하면 곧바로 싸움이 일어난다.
조류로는 아프리카검은발펭귄(African black-footed penguin), 파충류로는 바다거북, 그리고 어류로는 흰동가리를 비롯하여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를 볼 수 있다. 한편 문어, 불가사리 같은 무척추동물도 전시되어있다. 아프리카검은발펭귄은 발이 검은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아프리카에서만 살기 때문에 아프리카펭귄이라고도 하며, 재커스(Jackass)펭귄이라고도 한다.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마치 당나귀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검은발펭귄은 대항해 시대에 포르투갈을 떠나 아프리카 대륙 남단을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처음 개척하였던 항해가 바스코 다 가마가 1497년에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 지금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했다. 이로써 펭귄이란 새가 사람에게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아프리카검은발펭귄 전시장 <출처: By 김웅서(CC BY-NC)>
수족관 내부의 해양탐험센터 입구 옆에는 터틀(DSV-3 Turtle)이라는 심해유인잠수정이 전시되어 있다. DSV(Deep Submergence Vehicle)는 깊은 바다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심해잠수정이라는 뜻이다. 터틀을 DSV-3라고 하는 것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진 심해유인잠수정이기 때문이다. DSV-0, 즉 심해유인잠수정의 원조는 1953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트리에스테(Trieste)이다. 1958년 미국 해군이 구입해서 개조하였으며 1960년 1월 27일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해구까지 잠항에 성공하였다. DSV-1은 1964년 6월 1일 취역한 트리에스테 II를, DSV-2는 1964년 6월 5일 취역한 심해유인잠수정 앨빈(Alvin)을 말한다. DSV-3 터틀은 1968년 12월 11일 진수되었으며, 1971년 6월 인도되어 탐사에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DSV-4는 시클리프(Sea Cliff)이다. 터틀과 시클리프는 모양이 비슷한 자매 잠수정으로 앞서 만들어진 심해유인잠수정 앨빈급 규모이다. 앨빈급은 기존의 트리에스테급보다 훨씬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심해유인잠수정 터틀 앞모습 <출처: By 김웅서(CC BY-NC)>
터틀은 심해 수색, 해양과학 탐사, 해양고고학 탐사 등에 투입되어 활약하였다. 특히 해양고고학자인 발라드박사는 터틀을 이용해 심해 탐사를 활발하게 하였다. 터틀은 만들어지고 난 후 계속 보완 개선되어, 1980년 10월 3일에는 3,000미터 넘게 잠수하는데 성공하였다. 터틀은 거의 30년 가까이 운용되다가 1998년 4월 15일 퇴역하여 해양연구재단에 장기대여 중이라 미스틱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잠수정 터틀의 크기는 길이가 약 8미터, 폭 약 2.6미터, 높이 약 2.3미터이며, 배수량은 21톤이다. 5개의 유압식 추진기를 가지고 있어 1~2.5노트 속도로 잠항할 수 있으며, 잠항시간은 6~10시간이다. 터틀은 수심 3,000미터까지 잠항할 수 있으며, 직경 약 1.8m의 쇠로 만든 구형 내압거주구가 있어, 조종사 2명과 과학자 1명 등 모두 3명이 탑승할 수 있다.
미국 해군은 잠수함이나 잠수정에 바다나 해양생물을 연상시키는 미국 도시나 마을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전통이다. 터틀(Turtle, 거북)이라는 이름도 테네시주에 있는 터틀타운(Turtletown)에서 유래하였다. 잠수정 이름이 바다에 사는 거북을 뜻하기도 하고, 껍데기가 단단하고, 느리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거북의 특징을 가졌다는 의미도 있다. 가장 처음 전쟁에 활용된 잠수정의 이름도 터틀이었다. 1775년 데이비드 부쉬넬(David Bushnell)이 미국 코네티컷에서 나무로 만들었으며,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물속에서 약 30분동안 버틸 수 있었다.
심해유인잠수정 터틀 옆모습 <출처: By 김웅서(CC BY-NC)>
미스틱수족관은 신비로운 해양생물은 물론 첨단 해양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심해유인잠수정도 볼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비한 수족관이다.
참고문헌
1. 미스틱수족관 공식 홈페이지
- 글
- 김웅서 | 한국해양학회장/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 바다와 바다생물이 좋아 평생 바다와 벗하고 있는 해양생물학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과 해양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하였다. 그래도 바다에 대한 호기심이 풀리지 않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스토니부룩)에서 공부를 계속하여 해양생태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1부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해양학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