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설명을 소설 내부에서 듣는건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녀는 말한다.
이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고, 그건 당신도 알 거예요. 이건 자신이 전쟁에서 저지른 일 때문에 평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괴로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예요. 이건 그의 곁을 지켰던 한 아내의 이야기예요. 그 세대에 속한 아내들은 대부분 그랬으니까요. 그녀가 딸의 병실에 찾아와 모두의 결혼이 좋지 않은 결말을 맺었다는 이야기들을 강박적으로 하는 거예요.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해요.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걸 그녀 자신도 몰라요. 이건 딸을 사랑하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예요. 불완전한 사랑이긴 하지만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 불완전한 사랑을 하니까요.
소설은 우리에게 다층적인 미스테리를 선물한다. 우리는 추리를 도밑아 힘겹게 사건의 진실에 도달할수도 있고, 영영 인터체인지가 없는 고속도로에서 헤맬 수도 있다. 아니면 힐끗 어떤 특이한 패션 센스를 가진 사람을 길거리에서 잠깐 마주했던 것처럼, 기억의 저편에 아릿한 점으로 남았다 희긋하게 잊어버릴 수도 있다. 작가는 몇 겹의 블라인드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한 줄기의 빛이 줄 희열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드는 '모두의 결혼이 좋지 않았다는 결말을 강박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까발린다. 이 누설은 소설의 중간부에 우뚝 서 있는데, 혹시 이 표지판을 읽기 전에 어머니의 두서 없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이런 주제로 엮여 있었다는걸 눈치 챈 사람이 있는가? 대부분의 작가들은 떠벌리고 싶은 소설의 비밀을 입에 주먹을 넣어서라도 침묵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한다. 불완전한 사랑이라는 게 이 소설의 중요한 무언가라는 걸 믿어야 하는가, 어서 도망가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가?
하하, 하지만 대놓고 이런 설명을 들어도 이 소설은 미스테리 투성이다. 위의 문장들 조차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대 부분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라 페인은 이렇게만 말해도 루시 바턴이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하고, 바턴도 전혀 군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딸을 불완전하게 사랑하는, 남편을 떠날 수 없었던 아내인 엄마가, 끝이 좋지 못했던 수많은 사례들을 왜 이야기하는가.
다른 이야기를 조금만 해보자. 이 소설은 전혀 친절하지 않다.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듣지만, 의뭉스러운 주인공이 무엇을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혹은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듯이 보였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이야기의 파편들은 공평한 무게를 가진 것마냥 나열되어 있고, 가장 하기 힘든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는 불문율에 따라 명제들이 숨겨져 있다. 예를 들자면 밤 하늘의 별자리처럼 느슨한 규칙으로 약자에 대한 감정이 흐른다.
인디언, 동성애자, 에이즈 환자, 가스실의 사람들, 911 테러의 피해자들...
그녀의 궤적을 영원히 바꿔놓지만 어떤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들.. (예를 들어, 병원을 나와 비쩍 말라 AIDS 환자들과 같은 시선을 받을 때 그녀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 두 문단으로 그 서술은 끝난다.)
화자가 조용히 언급한 보이지 않는 글들을 생각해본다.
나는 종이에 그때 그 수강생이 뉴햄프셔 출신의 재니 탬플턴이라는 사람에 대해 말했던 것을 썼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에서 일어났던 일을 썼다. 내 결혼생활에서 알게 된 것을 썼다. 내가 말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썼다. 그녀는 그걸 전부 읽은 뒤 말했다. 고마워요, 루시. 괜찮을 거에요.
"버튼, 당신은 그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이야, 안 그래?" 하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가 그 말을 한 건, 내가 사랑받을 수 있음을, 사랑받을 만한 사람임을 나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우리가 다툴 때 걸핏하면 그 말을 했다.
그녀는 무엇을 이해하고 알게 된 걸까?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의문들을 불완전하게라도 일소시킬 문장을 인용해본다.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하며,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임을.
첫댓글 빨리 올리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오~~ 다른사람을 이해한다는게 참 어렵죠.그래서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아 그렇구나 하고..
성인(圣人)이 아니기에 한계가 오면 쌈닭으로 변하기도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