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망령은 그 목소리 속에 자기가 깃들어 있기라도 하듯 어둑한 그림자 속에서 순순히 명상에 잠겨 있는 것이었다.
운이 좋은 망령이었더라면 그 같은 목소리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저택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조용히 울리는 천둥 소리 속에서 그 망령 (말을 탄 사람인 그 악령)은 학교에서 상을 받은 수채화처럼 평온하고 품격 있는 장면 속으로 돌연히 나타났는데, 머리칼이나 옷이나 턱수염에서는 아직도 희미한 유황 냄새가 풍겼고, 그 뒤에는 그 망령이 이끄는, 인간처럼 두 발로 걷도록 반쯤 길들여진 야수 같은 흑인들이 거칠고 평온한 태도로 무리지어 있었고, 그 무리 속에 수갑을 찬, 야위고 파리한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을 한 프랑스인 건축가가 있었다.
턱수염을 기른 그 망령은 손바닥을 위로 젖힌 채 움직이지도 않고 말 위에 앉아 있었다. 그 뒤에는 야만인과도 같은 흑인의 무리와 납치되어 온 그 건축가가 조용히 함께 모여 있었다.
무혈 페러독스라고나 할까. 그들은 손에 평화적인 정복의 무기인 삽과 곡갱이 그리고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래서 퀜틴은 그들이 100평방마일에 달하는 조용한 땅을 갑자기 파헤치고 천지를 뒤흔들며, 소리없는 ‘무’에서 집과 모양이 갖추어진 정연한 정원을 거칠게 이끌어 내고, 트럼프 카드를 테이블 위에 마구 동댕이치듯이 망령의 사제처럼 움직이지 않는 손바닥 아래로 그것들을 던져서, 태초에 빛이 있으라 했듯이 그가 서트펜 농원이 있으라 하고 명령하고 창조해 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멍한 상태에서 바라보고 있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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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하고는 사랑할 수도 없겠지만, 43년간이나 누구를 증오해야 했다면, 그들을 너무나 잘 알게 될 테지. 아마 그것이 더 나을지 몰라. 아마 그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43년이나 세월이 지나고 보면, 그들도 더 이상 사람을 놀라게 한다거나, 몹시 만족하게 한다거나, 미치게 할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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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사가 되기를 원치 않았고, 타인으로부터 신사로 대접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지. 그런 것들은 그에게 불필요한 일이었어. 왜냐하면 그가 필요로 했던 것은 남이 보거나 읽을 수 있는 결혼 증서 (혹은 보증이 될 만한 다른 증서)에 적힌 엘렌과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었기 때문이야. 그는 약속어음에도 우리 아버지 (혹은 다른 저명인사)의 서명을 받고 싶어 했지.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는 조부가 테네시 주에서 무엇을 하고 또 증조부가 버지니아 주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너무 잘알고 있었고, 우리의 이웃과 거리의 사람들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서 우리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믿을 것이란 것을, 그대로 믿을 것이라는 것을 그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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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를 지켜 달라구요? 누구로부터? 무엇으로부터? 그는 벌써 아이들에게 생명을 주었어요. 그는 더 이상 그 애들을 해칠 필요가 없을 거에요.
그들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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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무도, 그 사람조차도 그들을 구해 줄 수 없었던 것처럼, 그들은 그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라, 그들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필요가 있었던 거야. 그것은 그가 얼마 있지 않아서 우리에게 그 승리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이유를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지
그는 엘렌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어.
내가 아니었지. 나는 거기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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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로자가 네게 말했듯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먼저 서트펜이 목표로 하고 쟁취하려고 했던 것이 그 큰 저택과 명망 있는 위치였다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여자들이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서, 그녀들에게는 어떤 결혼식이라도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고, 또 악당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편이 성인과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보다 더 좋다고 여길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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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도 그는, 자나 깨나 입고 있던 그 양복처럼, 후일에 말이 통하지 않는 고장에서 밤낮 없이 늘 몸에 걸치게 될 그런 경계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지.
그것은 잘못이 단 한 번밖에 용서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데서 오는, 잠도 이룰
수 없는 그러한 경계심이었음이 분명했지.
그것은 만일의 사태와 인간성을 거스르는 환경에 대해 측정해 보거나 가늠해 보고, 자칫 오류에 빠져들기 쉬운 자신의 판단력과 육신을 인간적인 힘뿐만 아니라 대자연의 힘과 대립시켜 취사선택을 거듭해가며, 자신의 꿈과 야망에 합치시켜 나가는 그런 경계심이었지. 그것은 마치 말을 끌고 들판과 숲을 지나갈 때, 자기로서는 그 말을 제어할 수가 없고 오히려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 이쪽에 있어야만 비로소 그 말을 제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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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서 땀을 흘려야 하는 책임에서 벗어나 어쩌면 야행성 동물로 되돌아가기 (혹은 변하기) 위해 인간이 자기의 필요성에 때문에 발명해야 했던 것이, 그것을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이지. 그럼, 그들에게는 그래. 지나간 옛날, 그날 그때 이야기를 써 놓은 편지에 대해서는 말이야. 그 무렵의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희생자들이었으나 지금과는 다른 환경의 희생자였어.
그때의 환경은 오늘날보다 단순했어. 그래서 보다 더 긴요하고 크고 영웅적이었지.
그렇기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 또한 영웅적이었으며, 왜소하고 뒤얽혀 있지 않고, 명확하고 순박해서, 사랑하는 것도 죽은 것도 오직 한 번뿐이었지. 그들은 보물 뽑기 주머니 속에서 하나씩 마구 끄집어 내어 조립한 것 같은, 요즘 도처에서 발견되는 인물들 - 무수한 살인과 무수한 성교와 무수한 이혼의 장본인이며 희생자인 사람들과는 달랐지. 그러니까 아마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이만한 밝기라면 그것을 위해서는 충분하고도 남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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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헨리와 주디스 두 사람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어 버렸기 때문에, 자신이 원할 때 주디스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떤 두려움도 없었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으로부터 되도록 많은 것을 빼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도박사의, 일부는 본능적이고 일부는 행운에 대한 신념이고, 일부는 감각이나 신경 근육의 습관인 그 우둔한 기민함이 아니라, 아직 미개의 세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그리고 지금부터 이천 년 뒤에도 여전히 자랑스럽게 자기들과는 원래부터 어떤 영속적인 큰 위험한 관계에 있지 않았던 라틴계 문화나 교양의 속박을 떨쳐 버리려고 애쓰고 있을 사람들 (서트펜이나 헨리나 콜리필드 같은 사람들)의 온갖 하잘것없는 일과 허튼 말을 이미 몇 세대 전에 깨끗이 떨쳐 버린 어떤 신중하고 경직된 염세주의를 그는 가지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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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선망이라는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 외에는 자기보다 특별히 뛰어날 것도 없는 인간에 대해 느끼는 것으로, 만약 무엇인가 행운을 타고 났다면 자기도 그런 인간이 되었을 거라고 믿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지만, 본의 경우는 다른 청년들에 대하여 희망은커녕 날카롭고 충격적이며 무서운 절망을 느끼게 했던 거야.
그리고 그 절망은 때로는 절망을 느끼게 하는 인간적인 주체에 대한 모욕의 형태로 나타나서 육체적인 공격까지 가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거나, 아니면 헨리의 경우처럼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 주체를 중상하는 모든 사람들을 경멸하고 공격하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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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디스를 타락시킨 것은 본이 아니고 헨리임에 틀림없어. 헨리는 옥스퍼드와 서트펜 농원 사이에서, 주디스가 아직 본 일도 없는 그 남자 사이에서 그녀를 자기 자신과 함께 타락의 길로 끌어넣었던 거야.
그것은 마치 아이들이, 때때로 두 마리의 새가 같은 순간에 가지에서 날아오르듯 서로의 행동을 통일시키는 그 정신 감응 - 쌍둥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망상 같은 정신 감응이 아니라 성이나 연령이나 종족이나 언어,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태어나자마자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 버려진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 같은 감응이었어. 여기에서 섬이란 서트펜 농원을 의미하지. 제퍼슨 읍 사람들은 물론이고 콜드필드가 사람들이 받아들여 동화하기보다는 단순히 휴전 상태에 있는 서트펜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고립된 곳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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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의 눈에는, 단순한 정열과 격정의 행위를, 시간과는 무관하고 또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연출하고 있는 영웅적인 사람들 (그 사람들의 피가 현재도 살아 있어. 우리는 그 피 속에서 살아 기다리고 있는 거지.)의 모습이 희미하게 희석되어
나타나는 거야. 맞아, 주디스와 본과 헨리와 서트펜, 그 네 사람의 모습도 모두 그래.
그러나 뭔가 빠져 있어. 그것은 마치 편지와 함께 상자 속에서 조심스럽게 끄집어 낸 화학 방정식 같은 것으로서 종이는 낡고 찌들어 당장 조각조각 부서질 것 같고, 그 글자도 색이 바래서 거의 해독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뭔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고, 희박한 감각 능력의 힘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었어. 그리하여 우리는 그것들을 지시한 대로 끌어 모아 보지만 그래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그래서 우리는, 틀린 계산을 한 것도 아니며 무엇 하나 놓쳐 버린 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뚫어지도록 열심히 오래오래 그것을 다시 읽어 보는 거야.
그렇게 하여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아도 결국 아무거도 알 수 없고, 다만 말들과 상징들 그리고 환영들 그 자체만이 무섭고 피비린내 나는 불행한 인간 사건을 흐릿한 배경으로 신비스럽고 조용하게 버티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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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헨리가 다만 뉴올리언스로 가서 그의 처와 그의 아들에 대해 알았더라면, 질투심 많은 오빠가 그리 하리라고 기대했던 것처럼 헨리도 너무 늦기 전에 그 사실에 대해 서트펜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어.
왜냐하면 헨리가 거짓말을 햇다고 본을 비난한 것은 그에게 정부가 있고 이중 결혼의 우려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사실을 말해 준 사람이 아버지였다는 데 있었어.
그는 아버지에게 선수를 빼앗겼던 거야. 자식이나 사위는 어머니와 동맹이 되면 아버지에 대하여는 자연히 적이 되게 마련이지.
마치 결혼식이 끝난 뒤에 사위가 장모를 용서할 수 없는 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장인이 그 사위와 동맹자가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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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여자들은 분명히 세 종류로 구분되어 있었어.
그 구분 선은 한 번만, 한 방향으로밖에 넘을 수 없는 것이었어 - 그 세 가지 구분이란 숙녀와 여자와 암컷인데 - 언젠가는 신사와 결혼하는 숙녀와, 신사들이 안식일 때 도시로 찾아가서 사는 고급 창녀와, 상류층 숙녀들이 의지하고 때로는 숙녀들이 처녀성을 지키는 데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노예 처녀와 노예 부녀자들, 세 종류 였던 거야.
그래서 젊고 왕성한 혈기를 가지고 청춘의 피를 끓이면서 승마나 사냥으로 나날을 보내는 어려운 독신 생활의 희생자인 헨리에게는 정부가 있다는 것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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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이 여자와 이 아이가 혼혈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건 아니겠지? 자네는 미시시피 주 서트펜 농원의 헨리 서트펜이잖아? 그런 자네가 이 뉴올리언스에서 결혼이 어쩌고 의식이 어쩌고 그럴 수 있는가?’
그러자 헨리는 - 이제 절망해서, 패배했음을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비통하게 외쳤지.
‘그래, 알아. 알고 있어. 그러나 아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어. 옳은 일은 아니거든. 설사 자네가 그것이 옳다고 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야. 자네가 했다고 해도 말이네.’
그것이 전부였어. 그 정도로 끝났어야 했지. 그리고 사 년 후의 그 오후가 그 다음 날에 일어났어야 했던 거야. 사 년이란 간격은 다만 실망스러운 기간이었어.
즉 이미 무르익은 결론이 희석되고 연장되었던 기간이었어. 그것은 남북전쟁이라는 미합중국의 중대한 (그리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운명이 어리석고 피비린내 나게 궤도를 벗어난 것이 원인이었던 거야. 그 희석과 연장이라는 것은 모든 측면에서 원인과 결과의 논리적인 법칙이 이상하게 결여되어 있는 가족적인 운명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항상 인간을 도구나 물질로 사용할 만큼 타락했을 때의 운명의 특징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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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자원입대했던 거야.
헨리는 본을 감시했고, 본은 자신이 감시당하게 내버려 뒀어.
헨리가 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것은 자기가 없는 사이에 본이 주디스와 결혼할까 봐 겁낸 것이 아니라, 본이 주디스와 결혼하면 자기는 일평생 그렇게 기꺼이 배신당해, 정복되기 전에 항복한 겁쟁이의 기쁨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두려워했던 거야. 본이 헨리에게 감시당하는 대로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던 것도 그와 똑같은 이유에서 였어.
본은 비록 헨리나 서트펜이 반대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면 언제든지 주디스와 결혼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헨리 모르게 주디스를 차지하려 하지 않았던 거야.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본의 사랑의 대상, 혹은 헨리의 염려의 대상은 주디스가 아니었어.
주디스는 다만 공허한 형상, 텅 빈 그릇에 지나지 않았고, 두 사람은 그 그릇 안에 자기 자신이나 상대의 환영이 아니라 상대편이 자신을 그러리라 믿을 것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담아 두려고 애쓰고 있었던 거야.
세상 물정을 아는 한 사나이와 순진한 청년, 유혹자와 피유혹자, 서로 잘 알고 있었으며, 유혹하고 유혹당하고, 서로가 서로를 희생시키고, 자기 자신의 힘으로 정복하는 정복자, 자기 자신의 유약함 때문에 정복된 피정복자, 주디스가 두 사람의 생활 속으로 뛰어 들어오기 이전부터 두 사람은 그런 관계에 있었던 거야.
그리고 지금은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어. 운명의 사나이와 운명에 희생된 사나이, 그 두 사람은 전쟁이 모든 것을 해결하여, 융화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해방시켜 줄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어.
젊은 사람들이, 뭔가 전쟁 같은 파국이 찾아오면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목적을 위해 신의 섭리가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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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트펜은 본에 대하여 자신이 알았던 것을 말하지 않았고, 주디스는 본과 헨리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어. 두 사람은 말할 필요가 없었던 거야.
두 사람은 서로 너무 닮았어.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든가 혹은 너무 많이 닮았든가 할 경우, 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힘과 필요성이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 되어 퇴화된 나머지, 귀나 지성의 매체를 필요로 하지 않고 상대편에 뜻을 전달하는 사람들은 실제적인 말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 법인데, 두 사람의 관계가 바로 그랬어.
그래서 그녀는 아버지에게 헨리와 본의 소재를 말하려 하지 않았고, 그는 학도병 중대가 출발할 때까지 두 사람의 소재를 몰랐지.
본과 헨리가 입대하고 얼마 동안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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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아니면 없애 버리세요. 아무래도 좋아요. 읽으셔도 괜찮구요. 할머니가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실 것이기 때문이에요. 아시죠. 우리는 태어나서 어떤 일을 하려고 생각하지요. 이유도 모른 채 그 일을 계속해요. 그런데 동시에 태어난 많은 사람들과 뒤엉켜, 팔이나 다리를 움직이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의 팔이나 다리와 끈으로 묶여 있기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래도 모두들 이유도 모르면서 열심히 움직이려고 하지요. 마치 오륙 명이 한 대의 방적 기계로 양탄자를 짜면서 각각 자기의 무늬를 짜 넣으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어떻게 해 봐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시죠.
그 방적기를 그곳에 설치한 신 같으면 어떻게 좀 더 잘 해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살아 있는 인간은 계속해서 그것을 지켜보는 도리밖에 없기에 그것만 신경 쓰며 살다 보면 갑자기 끝나 버려서, 뒤에 남은 것은 뭐라고 글자가 새겨진 한 덩어리의 돌뿐이에요. (그것도 기억해 줘서 대리석에 비문을 새겨 세워 줄 만한 어떤 누가 있는 경우의 이야기지만요.) 그러는 사이에 비가 내리고 햇살이 비치고, 묘지에 누워 있는 이가 누구인지, 묘비에 뭐라고 새겨져 있는지 아무도 몰게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니 만약 될 수 있으면 누구에겐가 가서 - 낯선 사람이면 더욱 좋지요 - 무엇인가 - 한 조각의 종이에라도 뭔가 남겨 놓으면, 그 종이 자체에는 무슨 의미가 없고,
또한 읽히든 보관되든 버려지든 불태워지든 간에, 어쨌든 적어도 넘겨 주었다는 행위가 있고, 혼자의 마음에서 다른 마음으로 무엇인가가 전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이 비록 한 장의 종이에 갈겨 쓴 글씨에 불과하더라도, 언젠가는 삭아서 없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과거 한때 존재했던 것에 표식을 남길 수 있는 것이 되지만, 묘비는 닳아 없어질 수조차 없으니 결코 과거의 것이 될 수도 없고 따라서 현재에 존재할 수도 없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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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워시 존스가 미스 로자의 문 앞에서 안장 없는 노새를 타고 햇빛 쏟아지는 평화롭고 조용한 거리에서 그녀의 이름을 외쳤지
‘당신이 로자 콜드필드인가요? 그럼, 잠깐 나와 주셔야겠군요. 헨리가 그 프랑스 녀석을 쏘아 죽였어요. 그를 소처럼 죽였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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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라는 것은 이 사실적인 계획의 중심이 되는 방탕 어딘가에 숨어 있는 병적인 것과 직면하는 일을 기피하는 거지. 그리고 그 바탕에서 독기가 있는 증류물인, 포로가 된 영혼이 빠져나와서 태양을 향하여, 잡혀 있는 가냘픈 혈관을 잡아당기고, 그 대신에 저 불꽃, 저 꿈 - 영혼이 해방되는 포괄적이고 완전한 순간이 공간과 시간과 대지의 온갖 것을 반영하고 되풀이하는 (되풀이하는? 창조겠지. 연약한 잠깐 동안의 무지개 빛깔의 구체로 축소하는 것이겠지.) 것처럼, 그것은 역사의 시작 이래 죽음의 은혜는 아무것도 모르고, 다만 개조, 갱신하는 일만을 아는, 그 끓어 넘치는 무명의 독기가 있는 속세의 집단을 뒤에 남기고 죽어, 소멸하여 가는 거지.
이런 이유에서 용기의 결핍도 겁쟁이도 아무것도 아닐 거야. 그러나 진실보다 더욱 진실한 몽상가가 그때부터 잠에서 깨어나서 “나는 다만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까?”라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하늘을 몹시 비난하면서 “한 번 잠에서 깨어나면, 두 번 다시 잠잘 수 없을 것인데, 왜 나는 잠에서 깨어났을까?” 하는, 그런 과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참다운 지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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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받아 줘. 당신은 아무래도 그를 옳게 사랑할 수 없어. 그는 나의 이 마음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두 사람이 결혼해서 생활하다 보면, 늘 보아 온 꽃밭에서 억눌린 작고 창백한 숨은 새싹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어
‘이것은 어디서 날아와 피어난 것일까?’ 라고 할 때가 있을 것이지만,
그럴 때 당신은 다만 ‘글쎄요, 모르겠어요.’ 하면 될 거야.”
라고 내가 그녀에게 말했던 것 같아.
그리고 나서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오 년 동안 머물렀고, 총성이 울리는 것을 들었고, 악몽의 계단을 뛰어 올라갔어. 그리고 거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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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사 년 동안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기다렸다고 나는 믿고 있었어.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던 안정된 세계가 전화와 전진 속에 사라져버렸고, 평화와 안전과 사랑과 희망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며, 상처 입은 명예를 가진 재향 군인들과 사랑만이 남아 있었어.
그래, 애정과 신뢰는 있어야만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지.
이 두 가지는 아버지나 남편이나 연인이나 형제들이 우리에게 남겨 놓고 간 거야.
그들은 깃발을 흔들었을 때처럼 명예의 전위에서 긍지와 평화의 희망을 치켜들고 걸어갔던 거지. 사랑과 신뢰는 없어서는 안 돼.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하여 싸우는 것일까? 그것 이외에 죽음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래, 공허한 명예 때문에 죽는 것도 아니고, 또 긍지와 평화를 위하여 죽는 것도 아니야. 그들이 남기고 간 그 사랑과 신뢰 때문에 죽는 거지.
왜냐하면 그는 죽어야 할 운명이었기 때문이야. 나는 지금 그것을 알 수 있어.
이미 알고 있었던 거지. 긍지와 평화가 죽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사랑의 불멸을 증명할 수 있겠어?
그러나 사랑이나 신뢰 그 자체는 아니야.
아마 희망도 없는 사랑, 자랑할 것이 거의 없는 신뢰는 아니야. 그러나 적어도 살육과 어리석은 행동을 초월한, 적어도 굴욕적인 상처를 입고 고발된 땅에서 옛날에 잃어버렸던 마음의 매력을 얼마간이나 구해내려는 사랑과 신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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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패배는 아니지만 쓰라린 패전의 상처는 귀환하여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아물고 무엇인가 평화 같은 것이 오는 것인지도 모르지. 승리와 재난, 그 종이 한 장 차이를 믿지 않으려고 분노에 미쳐서 다시 계산을 하다가 (이것이 인간으로 하여금 산다는 것을 견디어 낼 수 있게 하는 것이지만) 문득 느끼는 고요함 같은
분위기가 얻어진 것인지도 몰라. 그 종이 한 장의 차이는 패배를 참기 어려운 것으로 규정하는데, 그 패배는, 패배를 짊어지고 살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을 살해하기를 거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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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이기는 했으나, 공포보다는 오히려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잘못을 저지르기 쉬운 인간이지 악귀는 아니었어. 미치광이이기는 했지만, 광기는 역시 광기 그 자체의 피해자가 아닐까? 또는 광기라고는 해도 그것은 다만 고독하고 숙명적인 불굴의 강인한 정신과의 거대한 싸움에 나타난 고독한 절망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고 중얼거렸지. 그러나 악귀는 아니었어. 악귀는 나의 어린 시절의 고독한 추억, 아니면 망각이라는 쓸쓸하고 험준한 산속 어딘가에서 불길과 유황 악취에 싸여 불태워지고 죽어 사라져 버렸던 거야. 나는 태양이었어.
그리고 그는 (주디스 방에서의 그날 저녁 이후) 나를 잊은 것이 아니라, 다만 늪에서 빠져나온 순례자가 마른 땅을 밟고 태양과 빛을 다시 보았을 때,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암흑과 늪지대가 없어진 것만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만 나를 의식하지 못한 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었어.
혈연관계가 아닌 사이에는 사랑이라는 창백한 이름으로 불리는 마력이 있다고 믿었어. 그래서 나는 그에게 태양 (나는 나이가 제일 적었고 가장 약한 인간이었는데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어. 주디스도 클라이티도 거기에 그림자를 떨어뜨리지 않았지. 그래, 나는 모든 사람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렸으나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어머, 광폭한 미친 늙은이, 나는 당신의 꿈에 맞을 실체를 갖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의 망상을 움직이게 하는 공간을 제공해 줄 수는 있을 거에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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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그를 용서했어. 그들은 너에게 다르게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정말로 용서했어. 왜 내가 용서하지 못해야 하나? 용서하든 용서하지 않든 실은 용서할 것이 없었던 거야. 나는 그를 소유한 적이 없으니까 그를 잃은 것은 아니었어.
뭔가 썩은 진흙 조각 같은 것이 내 삶 속에 들어와서, 그때까지 들은 일도 없고 영원히 들을 일도 없을 그런 모욕적인 말을 나에게 하고, 그러고는 나가 버린 것, 다만 그것뿐이었어. 나는 결코 그를 소유한 적이 없어.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또 내가 생각하고 있다고 네가 믿고 있는 (그것은 틀렸지만) 것 같은 그런 의미로 그를 소유한 것은 아니었어.
그러나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야.
그런 것이 모욕의 핵심은 아니었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남자는 이 세상의 누구에게도, 어느 것에 의해서도, 엘렌에게도, 존스의 손녀딸에게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결코 소유될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야.
왜냐하면 그는 이 세상에 실제로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야.
그는 걸어 다니는 그림자였던 거야. 그는 지표 밑에서 솟아 나온, 강렬한 악귀의 등불에 비쳐져 고통을 겪는 눈먼 박쥐와 닮은 형상이었던 거야.
그러므로 (역행할 때에는 그것의 반대였어) 그는 자신을 지탱하며 구하고 붙잡아 줄 것으로 믿었던 것들 - 엘렌 (정말이야.),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워시 존스의 외동딸이 낳은 그 아비 없는 손녀딸 - 에게 허망한 빈손으로 매달리려고 애쓰면서, 끝없는 심연과 같은 혼돈 속의 어둠에서 영원한 심연의 어둠 속으로 그 속도를 더해 가면서 떨어져 지워져 버렸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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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넌 그와 결혼할 수 없어
왜 오빠?
그가 죽었단 말이야.
죽었어?
그래. 내가 죽였어.
그(퀜틴)는 이 말을 그대로 지나쳐 버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말했다.
“부인 뭐라구요? 뭐라고 말씀하셨지요?”
“저 저택 안에 무엇인가 있어.”
“저 집에 말입니까? 클라이티겠지요. 그녀는…….”
“아냐, 누군가 거기 살고 있어. 거기에 숨어 있는 거야. 저 집에 숨어 산 것이 벌써 사 년이나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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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로자 콜드필드의 장례식이 어제 끝났다.
그녀는 거의 두 주일간이나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틀 전 운명했다. 아무런 고통도 없이 죽었다는데, 나는 고통 없는 죽음이란 오직 인간의 지성이 기습 공격을 받아 죽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죽음이라는 것이 그것을 애도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짧은 순간의 특수한 감정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라면, 그것은 또한 죽어 가는 자에게도 짧은 순간의 특수한 감정을 유발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곤혹과 공포에 떨면서 돌이킬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종국이라고 배워 온 것과 서서히 대결하는 것보다도 어린이나 백치가 아닌 정상인의 지성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내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죽음을 통해 43년간 그녀와 함께해 온 완고하고 격렬했던 분노에서 그리고 빵과 불과 그 외의 모든 것에서 마침내 벗어남으로써, 안락 또는 고통의 종식을 얻었는지 어땠는지, 그 또한 나로서는 알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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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둘러싸고 있는 자욱한 먼지는 바람에 날려 가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풍에 의해 떠올라, 공기에 의해서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차에 의해 일어나 시작도 없이 형체를 갖추고서는, 별이 총총 박힌 어두운 하늘과 그 하늘에 걸린 나뭇가지 아래에서 마차 주위를 배회하듯 움직여서, 마차가 마치 가벼운 먼지 안개라기보다 고여 있는 물과도 같이 거의 굳은 먼지구름 속에서 굴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먼지구름은 협박이 아니라 평온하고 친절한 경고를 하는 기분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고 싶으면 와도 돼. 그러나 거기에는 내가 먼저 도착할 거야.
말굽쇠나 차바퀴 아래에서 솟아 올라 천천히 움직이며 흘러 계속 네 앞으로 갈 것이고, 너는 내가 앞서기 때문에 행선지를 전혀 찾을 수 없게 되어, 급히 어딘가의 고원으로 올라가 조용하고 불가사의한 밤의 전경을 눈앞에 보고는 되돌아올 수밖에 없을 거야. 그래서 나는 너에게 충고한다. 돌아가게. 빨리 되돌아가.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퀜틴은 전적으로 찬성이었다. 우산을 꼭 쥔, 집념이 강한 냉혹한 인형 크기의 늙은 여자와 마차에 나란히 앉아서, 무더위로 흘러나오는 여체의 냄새와 숄의 주름 사이에서 발산하는 장뇌의 냄새를 맡으면서, 그는 몸 전체가 마치 한 개의 전구가 되어버린 것처럼 느꼈다.
마차는 움직이고 있었으나 시원한 바람은 거의 없었고, 또 그의 내면에서 땀을 흘리게 할 만큼의 움직임도 일으키지 못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요. 하느님, 인간인지 물건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를 찾아내려고 하거나 그를 방해하거나 하는 일을 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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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날은 마침 그가 옛 서트펜 농원 100평방마일의 토지 중에서 적어도 어느 정도의 토지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분명히 확정하던 날이었는데,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개처럼 교미해서 개처럼 아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악귀다운 간계로, 기혼 내지는 약혼 중인 남성이 수백만 년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을 생각해 낸 것이다. 즉, 여성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없이, 혹은 사회적 행동 또는 조직적인 행동을 취할 근거를 주는 일이 없이, 비둘기장과 같은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가련한 여인의 꿈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그녀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결혼 상태에 놓여 있게 해서 (그래서 그녀가 숨을 쉬기도 전에 스스로 남편 또는 약혼녀를 만들었다.) 그 여성의 분노나 복수의 기분 같은 것은 다만 형해에 지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 말이다.
그는 그것을 그녀에게 말하고는, 그 누구한테서도 위협이나 간섭을 받지 않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는 마침내 죽은 아내의 가족 중 최후의 한 사람까지 배제하여 영원히 자유롭게 된 것이다. 아들은 이미 텍사스나 캘리포니아나 아니면 아마 남미로 도망쳐 버렸고, 딸은 그가 죽을 때까지는 (죽은 뒤에는 아무래도 좋았기 때문에) 독신녀로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운명 지어져서, 그 허물어져 가는 저택에서 그의 시중을 들고, 양계를 해서 달걀을 팔아 그녀와 클라이티가 만들 수 없는 옷과 교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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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엘렌 콜드필드 서트펜 1817년 10월 9일 출생. 1863년 1월 23일 사망.
다른 한 쪽에는 남부 연방군 제23 미시시피 보병 연대장 토머스 서트펜 대령.
1866년 8월 12일 사망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최후의 사망 날짜는 끌로 아무렇게나 새겨진 것이었다. 서트펜은 죽었어도 아직 자신의 출생이 언제 어디서인지를 밝히고 있지 않았다.
퀜틴은 그 두개의 묘비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한 아내.
아니, 다만 엘런 콜드필드 서트펜 하고 생각하면서
“1869년에 이만한 대리석을 살 돈이 있었군요.”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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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에게는 유년 시절이란 것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그것은 미스 로자 콜드필드에게 유년 시절이 없었던 것 같은 의미와는 달리, 인간으로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남자의 행위나 여자의 산고 없이 인간이 아닌 존재에 의해서 창조되어 고아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 아이의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는지, 죽었는지 아니면 어떤 남자와 도망쳤는지, 아니면 재혼했는지, 그런 것을 궁금하게 생각하거나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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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 할아버지는 ‘어린아이들에게 이 괴로움을 알게 한 뒤에 나에게 오게 하라.’ 라는 구절을 인용하였으나, 하느님은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을까?
아이들이 하느님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라면, 하느님은 도대체 어떤 종류의 땅을 창조한 것일까?
하느님은 어떤 종류의 천국에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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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콜드필드 서트펜. 엘런 콜드필드의 딸.
1841년 10월 3일 출생. 42년 4개월 9일 동안 속세의 치욕과 고통을 받다가 1884년 2월 12일 마지막으로 이곳에 잠들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여, 잠시 걸음을 멈추고 허영과 어리석음과 그리고 죽음을 잊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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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아름답게 산다 - 여자들은 그렇다. 그들은 엄연한 사실 즉, 출생과 사별, 고뇌와 곤혹과 절망이라는 사실의 그림자나 허상이 실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완전한 몸짓으로, 그러나 아무런 의미도 없이, 아무에게도 상처를 줄 능력도 없이 움직여 다니는 비현실성을 아름답게 희석시켜 먹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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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행운을 타고 났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 말이야.
그래서 행운을 타고난 사람은 불운한 사람에 비해서 그 행운을 이용하거나, 그것을 믿거나, 아니면 그것이 행운 이상의 그 어떤 것임을 느끼는 것이 느리고, 또 그렇게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운이 좋은 사람들은 불운한 사람들이 불운한 사람들에 대해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오히려 불운한 사람에 대해서 더 따뜻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어.
그가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 후의 일이었어.
그는 그것을 깨닫게 된 때를 기억했지.
왜냐하면 그것은 그가 자신의 무지함을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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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 자신이 순진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고 몸부림치고 울어 대는 살아 있는 인간, 살아 있는 육신으로서 검둥이를 몰랐고, 아버지가 대답한 것과 마찬가지 기분으로 물어보았던 게 틀림없었지.
나무 사이에 어둠을 뒤흔드는 횃불과 이성을 잃은 백인들의 무서운 얼굴들 그리고 그 검둥이의 풍선 같은 얼굴들을 보는 것 같았어.
그 검둥이의 두 손이 묶여 있거나 꽉 잡혀 있더라도 그 풍선 같은 얼굴은 그 손을 써서 자유를 찾으려고 몸부림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기분이 들었어.
풍선 같은 얼굴은 그런 것은 하지 않고, 부푼 풍선처럼 가볍고 매끈매끈하게, 모두들 사이에 떠 있을 뿐이었어. 그러다가 누군가가 그 풍선을 참을 수 없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일격을 가해 터뜨리면, 그들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도망쳐 달려가고, 그들을 따라 잡고, 또 지나가고, 그들을 다시 따라 잡기 위해서 돌아오고, 감미로운 웃음소리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무섭고 왁자지껄하게, 포효하는 파도처럼 일어나는 장면들이 그의 눈앞에 보이는 듯했지.
그리고 이제, 그가 서 있는 하얀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원숭이 같은 검둥이는, 고쳐 만든 누더기 작업복을 입고, 맨발에, 누나들이 빗을 숨겨 놓았기 때문에 한 번도 빗어 본 일도 없는 머리를 하고 있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스스로의 뜻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아마 운이 좋아 리치먼드 부근의 백인 저택에 길들여진 - (“어쩌면 찰스턴 부근인지도 몰라.” 하고 슈리브가 속삭이듯 말했다.) - 그 검둥이를 보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나 타인의 머리나 의복에 대해서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는 그가 찾아온 것을 말하기도 전에 그 검둥이가 말한 것, 즉 두 번 다시 앞문으로 오지 말고 뒷문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한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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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진성이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침착하게 총에 유추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 그라는 말 대신에 그들이라는 말이 쓰이면, 그것은 오후 내내 구두를 벗고 그물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는 그 모든 하찮은 인간들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른 인간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거야. 그는 생각했어
‘만약 좋은 총을 가지고 있는 그 자식들과 싸울 생각이라면 무엇보다도, 빌리거나 훔치거나 만들거나 간에, 그런 좋은 총에 필적할 만한 것을 손에 넣는 일이 제일이 아니겠는가?’ 하고 묻고는, 그렇다고 스스로 대답했어.
‘하지만 이건 총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그 주인처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그는 또 그렇다고 스스로 대답했어.
그날 밤 그는 집을 나왔어. 밤이 새기 전에 일어나서, 자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발소리를 죽여 집에서 빠져나왔지. 그러고는 그 후 두 번 다시 가족들과 만나지 않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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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때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또 정말 거기에 당도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 학교 선생이 책에 쓰여 있는 것에 대한 진실을 말해 주었는지 아닌지를 몰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배가 거기에 간다고 가르쳐 준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는지 어쨌는지도 알지 못했어. 그는 그 항해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닌지,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견디어야만 하는지 아닌지를 조금도 몰랐어.
그러나 그 당시 그가 필요한 모든 것은 용기와 영리함이었는데, 전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후자는 배우면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어.
그래서 아마 그 항해의 어려움이 그의 괴로움에 위안을 주었고,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당시의 그는 안이한 것은 어떤 것도 하지 않았기에, 그 배가 서인도 제도에 간다고 한 남자들이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믿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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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아마 우리는 둘 다 아버지일지도 모른다.
아마 예전에는 어떤 일이고 한 번 일어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일은 없었다.
아마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조약돌이 물웅덩이에 가라앉은 뒤 물 위에 파문이 일어나 퍼져 나가면서 가는 탯줄 같은 흐름으로 다음 연못에 계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일은 다음으로 퍼져 가는 것이다.
제2의 물웅덩이의 수온이 달라서 본 것도 느낀 것도 기억하고 있는 것도 모두 다르다고 해도, 무한한 불변의 하늘이 다른 모양으로 보인다 해도,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제2의 물웅덩이는 제1의 물웅덩이가 길러 낸 것이다. 제2의 물웅덩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조약돌이 떨어짐으로 해서 생겨난 울림은 원래의 지울 수 없는 리듬에 맞추어 원래의 파장대로 제2의 물웅덩이의 수면에도 퍼져
간다. 그렇다. 확실히 우리는 두 사람 다 아버지인 것이다. 아니면, 아버지와 내가 다 같이 슈리브인지도 모르겠고, 아버지와 내가 슈리브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슈리브와 내가 아버지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지. 아니면 토머스 서스펜이 우리 전부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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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양심이라고? 이것 봐. 당신은 그것 말고 무얼 기대했단 말이오? 30년이란 세월을 당신처럼 살아온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만한 세월을 수도원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도 불행에 대한 본능적인 직감은 가지고 있는 법이니까 그보다 더 잘 알았어야 하지 않겠소? 처음 어머니의 젖에 매달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는 여성에 대한 공포심에서라도 그것을 더 잘 알아도 좋을 법한데 말이오. 처녀성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얼마나 심연과 같고 눈이 어두운 순진성이오? 아무리 양심과 교섭해 본들 오욕을 면하기 위해서는 정의 이외의 어떤 대가를 지불해도 안 된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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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나로서는 전혀 아는 바 없는 그 계획을 절대적으로 철저하게 부정할 것 같은 사실에 부닥쳐 그것을 묵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죠.
다시 말하면, 원래의 계획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런 사실이 갑자기 튀어 나왔단 말입니다. 나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남을 해쳤을지도 모르기에, 나의 힘이 닿는데까지 그것에 대해 최대한으로 보상을 제공한 겁니다.
그 선택의 대가로 나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보다, 또 법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또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할 두 번째 필요성에 직면해 있죠. 그리고 그것이 이상한 점은 당신이 지적해 주었듯이 그리고 처음에 나에게도 그렇게 나타나 보였듯이, 새로운 선택을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을 택하든, 어떻게 선택을 하든,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즉 내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카드를 내놓아 나의 손으로 모든 계획을 망쳐 놓을 것인가, 아니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되게끔 그대로 둘 것인가
하는 거죠. 그대로 두면, 그것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내 계획이 아주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게,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듯이 보일 겁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이러한 방식은 50년 전 그 집 현관으로 갔다가 내쫓긴 그 어린 소년에 대한 조롱과 배신으로 보였지요. 왜냐하면 그 소년의 복수를 해 주기 위해 모든 계획이 시작되고, 이러한 선택의 순간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이 두 번째의 선택은 최초의 선택에서 나온 것이며, 어떤 협정의 결과로 나에게 강요된 겁니다.
그 처음의 선택은 내가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진지한 기분으로 내린 것인데, 상대방은 내가 추진 중인 계획을 모두 파괴시킬 중대한 사실을 감추고 있었죠.
그것도 아주 교묘하게 숨기고 있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이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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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나 걱정이 아니라 조바심과 갈망 그리고 절박감이 감돌고 있었어.
다행히 이번 것은 화약을 조금 넣은 시험 포격이어서 낡은 대포의 포신도 포가도 손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을 잃었다는 사실 그리고 다음번엔, 또 한 번의 시험포격이든 화약을 가득 채운 발사이든, 충분한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 영민함과 용기와 의지의 실이 감겨 들어갈 실패는 그의 여생의 실이 감겨 가는 실패 바로 그것이었고, 더욱이 그 실패가 손에 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그를 조바심 나게 하고 있었어. 그러나 이것은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어.
왜냐하면 그것 (여태까지 그를 항상 좌절시킨 낡은 논리와 낡은 도덕성)은 이미 정형화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어.
이것은 이미 그가 옛날 그러했던 것처럼 정당했다는 것을 결론적으로 보여 주었지.
따라서 그는 자신에게 일어났었던 일이 환영이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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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같은 사람도 나 같은 사람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
또 다른 워시 존스 같은 사람이 일생을 엉망으로 짓밟히고 불 속에 던져진 마른 콩깍지마냥 찌들어 버릴 바에야,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는 우리는 모조리 이 땅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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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하나의 아버지, 하나의 개인적인 푸에르토리코나 아이티가 아니라, 현실의 산 육체가 경험한 일은 없고 단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옛날의 막연한 모욕과 분노의 혼돈 속에서 거의 예측할 수 있는 순간에 갑자기
하늘에서 휙 날아 내려온 것과 같은 어머니의 얼굴만을 갖게 되지.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남자는, 저 막연하고 명확치 않아서 포착할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한 부친에게서 파생되어, 도처에서 영원한 형제로서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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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 수 있었지만, 그가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환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사랑과 명예, 용기와 자존심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고, 믿을 경우에도 그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관계된 모든 사람에게 가장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에게 악덕이라든가 미덕, 혹은 용기라든가 비겁함을 증명하려면 현재 살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에게 죽음을 증명하려면 시체를 보여 주어야 한다 할지라도 그는 불행을 믿고 있었어.
그것은 인간의 행복이나 환희를 전부 신에게 맡기면, 신은 인간의 불행과 어리석은 짓 그리고 불운을 모두 코크와 리틀턴의 이와 벼룩에게 넘겨준다고 가르친 그 엄격하고 어렵고 무미건조한 환관의 훈련 때문이었어. 그리고 그 늙은 사빈 여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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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집으로 걸어 들어가서 자기를 낳은 사람을 만나 그가 자기를 알아보는 순간을 상상하고 있었지. 그로서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두 사람이 서로를 두 말 할 것 없이 즉각 알아볼 섬광 같은 그 순간을 말이야.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뿐이야. 그가 나를 인정할 필요는 없지. 그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고, 나는 그것을 기대하고 있지도 않아.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내가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것을 그에게 이해시킬 수도 있을 거야.
내가 자기 자식이라는 것을 그가 곧 나에게 알게 해 줄 것과 같이 말이야 하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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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그 (그의 아버지를 의미한다)가 우리 모두를 망쳐 버렸어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본을 의미한다.)가 이미 이런 것을 알고 있거나 혹은 적어도 느끼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그가 저렇게 행동했던 것이고, 금년 여름 내게도 주디스에게도 편지를 보내지 않았던 거야. 그리고 그가 주디스에게 자기와 결혼할 것인가를 한 번도 묻지 않는 이유도 결국 그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하는 생각는 잠시라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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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투에서나 수적으로 우세한 병력에도 불구하고 남부가 패한 것은, 무기나 탄약, 식량의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장군이 되지 말아야만 했던 장군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현대적인 방법으로 전술 훈련을 쌓거나 전술을 배울 만한 적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절대적인 계급 제도에 의해 그들에게 부여된 ‘돌격!’ 명령을 내릴 신성한 권리에 의해서 장군이 되었거나, 아니면 너무 늙어서 세심하게 작전을 짜서 수행해야 하는 현대적인 집단 전술을 배울 수 없기에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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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내 형이야.
아니지. 틀려. 나는 자네 누이동생과 함께 자려고 하는 검둥이야. 헨리, 자네가 그걸 저지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갑자기 헨리는 그 권총을 본의 손에서 빼앗아 들고 계속 숨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 서 있다. 본은 통나무에 앉아, 눈과 입가에 그 미소같은 표정을 지으며 헨리를 지켜보고 있다. 다시 헨리의 눈에서 뒤집힌 흰자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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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가 말에 박차를 가하여 앞으로 나간 다음, 말을 돌려 본을 바라보고 본을 향해 권총을 꺼냈던 거야.
다음 순간 주디스와 클라이티가 권총 소리를 들었어. 뒤뜰 부근을 어슬렁대던 워시 존수가 달려와서 주디스와 클라이티를 도와 그를 집 안으로 옮겨서는 침대에 눕혔어. 그리고 워시는 읍내로 가서 로자 이모에게 보고했고, 그날 오후 로자 이모가 흥분해서 달려왔지. 그리고 그녀는 주디스가 잠겨 있는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어.
그녀는 자기 사진을 넣어 본에게 보냈던 금속 장식의 케이스를 손에 들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서 있었어.
그 케이스에는 그녀의 사진이 아니라 혼혈녀와 그의 자식의 사진이 들어있었던 거야. 그리고 네 아버지는 그 검둥이 녀석이 주디스의 사진 대신 혼혈녀의 사진을 넣고 있었던 까닭을 알지 못했기에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였지.
하지만 나는 알 수 있고 자네도 알 수 있을 거야. 알 수 있지? 그렇지?”
슈리브는 잔뜩 껴입고 꼴사납고 곰같이 덩치 큰 몸을 탁자 위로 내밀면서 퀜틴을 노려보았다. “알지 못하겠어? 그것은 본이 이리 생각했기 때문이야.
‘헨리가 말한 것이 농담이었다고 하면, 그것은 좋아. 나는 이 사진을 끄집어내어 찢어버릴 수 있는 거야. 그렇지만 만약 헨리의 말이 진정이었다면 나는 좋지 못한 인간이었어.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말아줘 하고 그녀에게 말하기 위해 나는 이렇게 할 도리밖에 없지.’ 라고 말이야. 그렇지 않나? 그렇지? 그렇지 않느냐 말이야?”
“그렇지.” 퀜틴이 말했다.
“자, 이제.” 슈리브가 말했다. “이런 냉장고 속 같은 추위를 벗어나 잠자리에 들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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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패배한 할아버지들과 해방된 노예들 (아니, 내가 얘기를 뒤집어 했나? 해방된 쪽이 너희들이고 패배한 쪽이 검둥이들이었나?) 그리고 식당 테이블의 탄흔 같은, 끝까지 잊지 않도록 항상 기억하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거지.
자네들이 공기처럼 들이마시며 그 속에 묻혀서 살고 있던 것이 뭐였지?
50년 전에 일어났다가 이미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 갖가지 사건에 대한 망령과도 같은 억누를 수 없는 노여움과 긍지와 영광 따위로 가득한 일종의 진공과도 같은 것인가? 셔먼 장군에 대한 원한을 끝내 버릴 줄 모르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또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대로 이어지는 일종의 타고난 권리라고나 할까? 그래서 너희들은 자자손손에 이르기까지 언제까지나 매너시스에 있었던 피켓의 돌격에서 전사한 수많은 대령들의 후예일 수밖에 없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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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헨리 서트펜이오.
이곳으로 돌아온 지는?
사 년 전이오.
그럼 집에 돌아온 까닭은?
죽기 위해서죠.
죽기 위해서라니?
그렇소. 죽기 위해서요.
이곳에 돌아온 지는?
사 년 전이오.
그럼 당신은?
헨리 서트펜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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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모든 것이 끝나 버려서 그녀는 잠을 청했어. 거기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었지. 그곳에는 송두리째 파괴된 네 개의 굴뚝만 남아 있는 잿더미 부근 어딘가에 숨어서 계속 울부짖고 있을 그 백치 청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어.
누군가 와서 그를 쫓아낼 때까지 말이야. 그들은 그를 잡을 수도 없었고, 아무도 그를 아주 멀리 쫓아 버릴 수도 없었어. 그는 다만 잠시 동안 울부짖음을 멈추었다가, 사람들이 없으면 다시 신음하는 소리를 냈지. 그리고 그녀는 죽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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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그런 게 혹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화를 내고 놀라고 남을 용서하지 않는 특권을 피한 것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분노와 동정의 대상 역시 더 이상 망령이 아니라 증오와 연민을 실제로 받는 실제 사람들이 되는 장소나 영역을 그녀 스스로 획득했다고 믿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
희망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너도 보다시피 난 생각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썼다.
희망을 갖게 내버려 두자.
그는 마땅히 받아야 할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반면에 그녀는 그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당장 받게 마련이라는 그 이유에서만이라도, 정말이지 두 사람이 다 같이 갈망해왔던 동정을 부족함이 없이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해서 조금도 잘못된 게 없을 것이다.
날씨는 좀 추웠지만 아주 좋았다. 그리고 무덤을 팔 때 처음에는 곡괭이를 사용해야 했지만 깊숙한 데서 파낸 흙덩이에서는 분명히 살아 있는 지렁이를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하긴 오후에는 다시 얼어붙어 버렸다.
“이리하여 찰스 본과 그의 어머니가 토머스 서트펜을 죽게 했고, 찰스 본과 혼혈의
여인이 주디스를 죽게 했으며, 찰스 본과 클리이티는 헨리를 죽게 했고, 찰스 본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찰스 본을 죽게 했다는 말이군.
한 사람의 서트펜을 없애는 데 검둥이 둘이 덤볐다는 이야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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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말을 해 줘야겠군. 내가 생각하기에는 말이야. 머지않아서 짐 본드 같은 인간들이 서반구를 정복하려고 할 거야. 물론 우리 시대에는 그럴 리 없겠지. 그리고 물론 그들도 남북 양극으로 퍼져 나감에 따라 토끼와 새 들이 그러하듯 다시 표백이 될 테니까 눈 속에서도 그리 뚜렷이 나타나 보이지 않을거야. 하지만 그래도 역시 짐 본드는 짐 본드지. 그래서 앞으로 몇 천 년만 지나면 너를 쳐다보고 있는 나 역시 아프리카의 왕의 자식으로 태어나 있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나는 너한테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너는 왜 남부를 증오하지?”
“나는 남부를 증오하는 것이 아니야.” 퀜틴은 신속하게 즉시 말했다.
“나는 남부를 증오하지 않아.” 그는 말했다.
나는 증오하지 않는다. 그는 찬 공기 속에서, 얼어붙은 뉴잉글랜드의 어둠 속 찬 공기 속에서 거칠게 숨을 쉬며 생각했다
아니야. 아니야. 난 남부를 증오하지 않아! 난 남부를 증오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