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시와 궁녀로 이루어진, '2% 부족한 커플' 손생(孫生)과 내은이(內隱伊)! 이들은 서로의 사랑이 영원불멸하기를 기약하며, 언약식을 준비하게 되는데….
"그래도 명색이 언약식인데, 커플링은 있어야겠지? 내가 이번에 궁에 나가면 14K로 하나 맞춰 올 테니까…."
"우리 사랑을 약속하는데, 14K 커플링으로 되겠어?"
"에…그런가? 그럼 18K로 할까?"
"우리 사랑이 어떤 사랑인데, 그깟 18K로 사랑을 약속해? 남자가 쪼잔하게 말야. 달린 게 없으니까 생각도 좀스러워서…"
"무…무슨 소리야! 18K가 어디가 어때서? 지금 18K 무시하는 거야?"
"18K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랑을 담기에 18K로는 부족하다는 거야."
"그럼 뭘 어쩌자고? 24K로 맞출까?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요즘 금값이 장난이 아니거든? 금 한 돈에 13만원이 넘어가! 이럴 줄 알았으면, 골드바나 한 두 개 사놓는 건데…"
"차라리 핫바를 손에 들고 언약식을 치르자고 그러지? 난 우리 사랑을 그따위 싸구려로 포장하기 싫어."
"그럼 어쩌라구?"
"자기는 자기가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예물을 구해. 나도 내가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예물을 골라서 가져갈 테니까."
내은이(內隱伊)의 폭탄 발언! 내은이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했던 것일까? 내은이의 속내를 몰랐던 손생은 18K와 24K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데…그렇게 시간은 흘러 언약식의 날이 찾아왔다.
"나 손생은 내은이를 평생의 여자로 생각하며,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아끼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나 내은이는 손생을 평생의 남자로 생각하며,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에…또 맹세문 낭독이 끝났으니까, 식순에 따라 예물 교환을 하겠습니다."
"이게 뭐야? 반지야? 18K? 24K야?"
"후후…이건 18K도 아니고, 24K도 아니여."
"뭔 소리야?"
"들어는 봤나? 20K 금반지!"
"생각하는 거 하고는…누가 내시 아니랄까봐."
"그…그런 너는 뭘 준비했는데? 얼마나 대단한 걸 준비했길래 그러는 거야?"
"난 관자(貫子 : 망건에 달아 당줄을 꿰는 작은 단추 모양의 고리)를 준비했어."
"풋, 겨우 관자가지고 유세를 떨었던 거야? 어라…옥관자네? 이거 좀 비싸겠는데?"
"후후, 이건 값으로는 매길 수 없는 귀한 옥관자야."
"하긴 옥관자가…. 자…잠깐! 옥관자는 높은 사람들만 하고 다니는 거잖아?"
"음…좀 높긴 하지?"
"높다니…자…잠깐! 너 이 옥관자 어디서 난 거야?"
"이거? 주상전하거야."
"주…주상 전하? 너…너 미쳤어? 돌았어? 아주 개념을 마젤란 성운 쪽으로 가출시켰냐? 제 정신이야? 전하 물건에 손을 댔다고?"
"우리 사랑을 약속하는 건데, 이 정도 예물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내은이(內隱伊)가 꺼낸 청옥관자(靑玉貫子) 앞에서 말문이 막힌 손생. 물론, 당시의 분위기를 본다면,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궁궐 안 감찰 상궁들의 임무 중 제일 큰 임무가 궁궐 내 도난 사고 방지였었다. 궁녀나 내시, 심지어 관리들도 궁궐 물건을 훔쳐가곤 했다. 걸리면 죽음이지만, 견물생심이라고 해야 할까? 궁궐 안의 물건이란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에 절도 사고는 심심찮게 벌어졌다. 이렇게 보면 내은이의 행동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구석도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훔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큰 차이가 있었다. 내은이가 훔친 건 궁궐 물건이 아니라 왕의 물건이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왕이 몸에 착용하는 물건이 아닌가?
"야…들키기 전에 얼른 제자리에 갖다 놔. 지금이라면, 아무도 모를 거야. 응?"
"우리 언약식 예물을 왜 돌려 줘? 그리고 걱정 하지 마, 전하 관자 많아. 없어진 줄도 모를 거야."
"아니…그래도, 이게 인터넷 가입하고 받는 사은품도 아니고…이거 걸리면 우린 죽은 목숨이야."
"남자가 왜 그래? 너만 입 닫으면 아무 문제없어. 걱정 마."
내은이의 장담…그러나 그 장담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상전하의 청옥관자가 사라졌다! 당장 범인을 색출해!"
내은이의 절도행각이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만약 사건이 여기서 끝이 났다면, 간 큰 궁녀가 왕의 물건을 절도했다는 선에서 끝날 일이었지만, 사건은 점점 확대되었다.
"관자 어딨어? 후딱 안 불어!"
"……"
"이게 아무리 봐도 이상해. 계집 주제에 관자는 왜 훔치는 거야? 노리개나 패물을 훔쳤다면, 이해나 가지…남자가 쓰는 관자는 왜 훔친 거야?"
"……"
"관자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왜 훔친 거야. 엉? 관자 어딨어?"
당시 관자는 신분에 따라 금, 옥, 호박(琥珀), 뼈 등으로 만들었다. 금이나 옥관자를 쓰려면, 상당한 신분에 올라있는 양반이 아니면 안됐다. 즉, 판로 자체가 한정적이란 것이다. 그렇기에 이걸 팔거나 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더구나 왕이 쓰던 청옥관자(靑玉貫子)라면, 웬만한 관료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물건! 내은이를 취조하던 수사관들은 '관자 도난 사건'에는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했던 것이다. 내은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초특급 대하 울트라 히스토리 '금단의 열매, 궁녀를 지켜라!'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
첫댓글 내시와 궁녀로 이루어진, '2% 부족한 커플'
손생(孫生)과 내은이(內隱伊)의 이야기
내은이의 운명이 걱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