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마음가짐이 가장 중요…생활습관 개선에는 ‘마음습관’이 제일 중요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30분 정도 스트레칭과 명상을 합니다. 그게 저의 건강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올해 84세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건강 장수의 비결을 묻자 “특별한 비결은 없다”면서 “대체로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했다. “기계적으로 시간을 맞추는 규칙은 아니고 대충 규칙적”이라며 그 중에 중요한 것으로 스트레칭과 명상을 꼽았다.
지난 30여년 간 그는 ‘이시형 박사’로 통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의사로 꼽혀왔다. ‘국민의사’로 불리며, 정신 건강과 자기 계발, 자녀 교육 등에 관한 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하기도 했다. 어느새 80을 훌쩍 넘겼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그가 제시한 ‘건강 상식’이 명상인 셈이다.
◆발 주무르며 “수고했다, 고맙다, 조심할게…”를 외우는 ‘이시형 명상’
어떤 명상을 하느냐는 물음에 ‘이시형 명상’이라고 했다. “어느 틀에 메인 게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내 몸에 감사하고 발을 주무르며 명상을 시작합니다. 반가부좌(半跏趺坐: 왼쪽 다리를 구부려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얹고 앉거나, 혹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넓적다리 위에 올려놓고 앉는 자세를 말함)를 편안하게 하면서 내 속으로 외우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걸 외우며 명상을 하죠.”
▲ 이 박사가 발을 주무르면서 속으로 묵상하는 구절은 “수고했다, 고맙다, 조심할게, 잘 부탁해”라고 한다. 하루에 생활을 하다 보면 발이 제일 고생을 하니까 그런 말을 한다고 하는데, 발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조심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1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가볍게 산책할 것을 권하는 이시형 박사 /사진=힐리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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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홍당무』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쥘 르나르의 아침 묵상 기도를 좋아한다고 했다. 쥘 르나르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이렇게 묵상했다고 한다.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
묵상하는 구절(句節)이 무엇인지는 저마다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시형 명상’을 그가 만들었듯이 누구나 자기만의 명상을 만들고 좋아하는 구절을 암송하면 된다는 얘기다.
이 박사가 명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경북고와 경북대 의대를 다니며 가정교사를 할 때였다. 1950년 중·후반에 있었던 ‘옛날이야기’다. 그가 가르치던 학생과 함께 방학 때 해인사에 가서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스님들이 하는 참선(參禪)에 호기심을 갖고 바라봤었다고 한다. 직접 명상을 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50~60년대에도 명상이란 말은 있었지만 일반사람이 많이 하지는 않았고, 불교에서 하는 종교의식이 지배적이었지요. 이후 미국 학자들이 명상의 효과에 대한 연구와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달라집니다. 90년대 들어와 미국에서 ‘뉴잉글랜드 프론티어 사이언스 그룹’이 등장해 ‘명상은 증명된 과학’이라고 선언한 것이 결정적입니다. 그 그룹이 달라이라마 경(卿)을 초청해 뇌파 검사를 했는데 보통 사람들의 뇌파와 전혀 다른 뇌파가 나온 것을 보고 모두 놀랐죠. 저도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21세기에 유행하는 현대 명상은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다. 불교 참선에서 유래했지만 종교색을 배제하고 실용적으로 바꾸었다. “원래 불교 참선은 깨달음이 목표인데 마음챙김 명상은 우리의 마음이 편안함을 지향합니다.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유행한 마인드풀니스는 실용적이어서 구글이나 애플같은 세계적 IT 기업의 직원들이 해보고 도움이 되니까 확산된 것입니다.”
현재 이시형 박사의 직함은 세 가지다. 세로토닌문화원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 원장 등. 세 단체가 모두 명상과 관련이 있다. 2007년 강원도 홍천에 설립한 ‘힐리언스 선마을’은 명상 센터다. 매주 1회 이상 선마을에서 그가 특강을 하는데 강연의 포인트는 생활환경과 습관의 개선이다.
“건강에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생활환경과 습관이죠. 당뇨·고혈압·암이 다 거기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것을 잘 조절하면 되는데 한국 사람들이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아요. 식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 생활리듬습관에 대한 조절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인 세로토닌 부족…감정과잉 사회 문제…생활습관·마음가짐이 가장 중요
이 박사는 한국인의 감정조절 능력 부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인은 감정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도로에서 보복 운전 같은 것이 그렇고, 국회도 그렇고, 노사분규도 그렇고, 모두 너무 감정적입니다.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면 문화적 성숙도가 떨어지게 되죠.”
그는 병에 대한 예방을 강조했다. 개인과 사회에 모두 적용된다. 인류사회를 위한 높은 이상(理想)을 가져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활관리를 못해 병에 걸리는 겁니다. 그걸 내가 예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 나이 40대 후반부터 했어요. 작년(2017년) 세계적인 잡지 ‘네이처(Nature)’에도 연구 논문이 나왔듯이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그 이상이 실현될 때까지 병도 걸리지 않고 늙지도 않습니다. 그걸 위해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내 나름대로 의사로서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 것이죠. 그때부터 오늘까지 감기몸살 한번 걸려본 적 없습니다. 인류사회를 위한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건강에 중요합니다. 그러면 피곤하지도 않습니다.”
▲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밝고 긍정적인 마음’이다. 밝고 긍정적인 마음은 명상이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명상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밝은 쪽으로 바꿔 갈 수 있다고 했다. 뇌(腦)과학에서 말하는 ‘뇌 가소성’ 이론이 그것이다. 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며 가장 쉬운 방법이 명상이라고 했다. 2 생활습관을 개선하는데 ‘마음습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시형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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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하면, 행복과 사랑의 뇌 신경물질이 많이 분비됩니다.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이 그것입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데 ‘마음 습관’이 제일 중요하죠. 한국인은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여러 사회병리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시형 박사는 그동안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적인 정신의학 용어로 등재시킨바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화병을 우리나라 발음을 따서 ‘hwabyung’으로 표기하고 있다. 화병이 일종의 ‘한국 정신병’으로 간주된다고 볼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해서 그리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화병의 치유책으로 호흡명상이나 걷기명상이 권장된다. 호흡을 조절하면서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그가 세로토닌문화원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세로토닌 활성화를 위한 일종의 공익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햇볕 받으며 천천히 숲속 걷기…행복 유발물질 세로토닌 활성화
“예컨대 중학생들이나 국군을 위해서 ‘드럼’을 만들어 보내는 식이죠. 리드미컬한 운동을 하면 정서가 안정되어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화를 조절하는 신경물질이 세로토닌입니다. 옛날 화병 난 사람이 가슴을 친다거나 신세타령을 하며 넉두리 하는 것이 리드미컬한 행위와 관련됩니다. 가슴을 치다가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겁니다. 북소리 들으면 즐거워지는 것도 세로토닌 효과죠. 삼성생명 임직원들의 후원을 받아 현재 230개 중학교에 보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그는 간단한 호흡 명상을 추천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가볍게 산책을 하듯이 천천히 걸으면서 걷기 명상을 하면 더욱 좋다고 했다.
이시형 “약물치료 한계 체감해서 50대 들어 자연의학에 관심”
생활패턴 돌아보고 몸이 보내는 경고 알아차려…화나는 마음 다스려야 건강
의학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응급환자에게 첨단 의료를 제공하는 ‘병원의학’이고 다른 하나는 인체의 자연 치유력을 존중하는 ‘자연의학’이다. 병원의학으로 의사 생활을 시작한 이시형 박사는 50대에 들어서면서 자연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약물 치료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생활습관이고, 그중에도 마음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명상은 자연의학의 일종이지만 점차 병원의학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뇌과학의 발달이 그 배경이다. 이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 병원의학과 자연의학의 융합을 시도한 1세대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로 볼 수 있다.
불면증이나 우울증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그 역시 수면제·신경안정제·항울제 등을 처방하곤 했다. 한 환자에게 3분 정도면 끝났다고 한다. 어느 날 그와 같은 진료행위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약물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의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이다.
자연의학 중에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생활습관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발병하기 전에 미리 병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식사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 생활리듬습관 등 4대 생활습관을 이야기한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습관이다. 감정을 다스리는 마음습관은 명상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건강이 달라진다.
그에 따르면, 습관적으로 성을 내는 사람은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병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스트레스와 피로의 누적이 고혈압·당뇨·암 등을 유발한다. 예방과 치료는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우선 자신이 살아온 생활패턴을 돌아봐야 한다. 지나치게 과로하고 있지 않은가. 지나가 버린 과거에 대한 후회와 분노, 오지도 않은 미래의 걱정에 휩싸여 있지는 않은가.
“화가 날 때 심호흡을 세 번만 해보세요, 천천히 호흡하면 자율신경이 조절되고 교감신경이 가라앉아요. 누구든지 해보면 압니다.”
어느 누구도 24시간 긴장 상태로 살 수는 없다. 몸에서 보내주는 멈춤과 휴식의 경고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몸살은 그만 좀 쉬라는 신호이다. 우리 몸의 자연적 면역 기능이 아직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부드럽게 눈을 감은 후 자신의 호흡을 가만히 지켜보자.
“너무 열심히 살지 마세요. 천천히 살아도 충분합니다.”
84세 이시형 박사가 40대로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84세인데 40대 같다'는 이시형 박사. 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넓은 창 앞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던 그는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84세라는 말만 듣고 지레짐작했던 것과 달리 그는 주름, 기미 하나 없고 어깨와 팔이 건실한 모습이었다. 경외감이 들어 결례인 줄 알면서도 한참이나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사는 비결은 도대체 뭘까.
◆매일 새벽 4시30분에 기상… 30년간 감기도 한번 안 걸려
이시형 박사는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고 저녁 9시 이후에 귀가한다. 1주일에 3~4회 강연하고, 1~2회는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로 간다. 대경대학교, 서울사이버대학 석좌교수로 있으며 한국청소년희망재단 이사장, 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이다. 신문, 잡지, 방송도 주당 3~4회 소화하고, 각종 문화행사와 문화·역사 기행도 진행한다. 사회에서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84세의 나이에도 그는 활력이 넘친다.
-1934년생 맞나요? 전혀 그렇게 안 보입니다.
"하하,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나이를 아는 사람들도 여든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는걸요. 58년 개띠라고 능청을 떨어도 웃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진짜인 줄 알기 때문이죠."
-정말 건강해 보입니다. 실제로도 건강합니까?
"지난 30년간 몸살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어요. 제 심장, 치아 등의 검사 결과를 보고 의사들이 건강 나이가 30~40대래요. 최근 건강검진은 하지 않아서 몇 년 전에 결과를 말씀드릴게요. 혈압 123/68mmHg(기준치 140/90mmHg),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은 57mg/dL(기준치 35~80mg/dL),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은 71mg/dL(기준치 77~135mg/dL)입니다. 간, 콩팥, 혈관 등의 신체 기관도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았죠. 지금도 하루 12시간 넘게 무거운 일과를 해치워요."
▲ 40대의 건강나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시형 박사 /사진=힐리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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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까?
"올바른 생활습관 덕이죠. 건강은 평소 생활습관을 잘 유지해서 지키는 겁니다. 생활습관을 잘 유지하면 몸의 방어체력이 강해져서 생활습관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거든요. 병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처방받으면 낫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건 완치에 이르는 방법이 아니죠. 생활습관 개선 없이 약물이나 치료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병이 커지고 만성화될 위험이 있어요".
◆아침식사는 당근 2개, 사과 1개, 견과류, 요거트
-평소 생활습관이 궁금합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새벽 4시30분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요. 침대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자리 밖으로 나오죠. 아침식사로 당근 2개와 사과 1개를 갈아 만든 주스를 마셔요. 유산균 섭취를 위해 꿀이나 견과류를 섞은 요거트도 먹죠. 그리고 집을 나섭니다. 지금은 세로토닌 문화원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니까, 여기로 출근을 해요. 오전 6시쯤 되죠. 이때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내 시간이에요. 책도 쓰고 공부도 하고 강의 준비도 해요.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매일 생기는 아침의 자유시간 4시간 덕입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해요. 식당에 가면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고 싱겁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합니다. 종류는 가리지 않아요. 아무거나 다 잘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직원들과 30분 이상 산책을 해요.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선 차 한 잔을 마시고 15분~20분 동안 낮잠을 자죠. 일어나서 출출할 때는 간단한 과자 등의 간식을 먹어요. 건물 10층 정도를 오르내릴 때는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명상도 자주 해요. 저녁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사람들과 해결하는데, 이때도 메뉴는 딱히 가리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선 손에서 일을 놓고 편하게 쉬려고 노력해요. 좋아하는 야구 경기도 챙겨 보고, 시사 논평 프로그램도 보고요. 오후 11시30분 정도에 잠자리에 들죠. 주말을 포함해 주 1~2회는 등산을 해요. 제가 촌장으로 있는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에 가는데, 도착하려면 산을 올라야 하거든요."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너무 건강해서 박사님만의 특별한 건강비법이 있는 줄 알았는데.
"특별하지 않은 것, 그게 바로 비법입니다. 거창한 운동계획을 세우고 엄격하게 식단 조절을 하면 스트레스가 심해져요. 즐겁게 잘 살기 위해 건강을 지키는 거잖아요. 건강을 지키는 게 인생의 목적은 아니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 하고, 싫은 것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해요."
◆46세에 무너진 건강…생활습관 바꿔 이겨내
-까다롭지 않게 관리하는 것, 그게 건강철학 같네요. 이런 철학을 갖게 된 계기는?
"맞아요. 저는 늘 '절제'를 강조합니다. 저를 포함한 한국인은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있어요. 일도, 운동도 몸을 불사르며 열심히 하죠. 이런 생활에는 제동을 걸어야 해요. 뇌와 몸이 지쳐 버리거든요. 저는 지난 몇십 년 간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늘 새벽까지 공부했고 새벽4시30분에 일어났어요. 미국 예일대에 유학할 때 동료들에게 자주 듣던 충고는 '너는 너를 죽이고 있다(You are killing yourself)'였죠. 일할 때도 결근, 조퇴, 지각을 해본 적이 없었죠. 당시 테니스가 유일한 취미였는데, 이조차도 열심히 해서 전국교수테니스대회 준우승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1979년, 46세가 되던 해 건강이 완전히 망가지더라고요. 허리디스크가 생겨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진료를 봤어요. 무릎도 내려앉아 지팡이를 짚어야 했고, 맥박도 느려졌죠. 병원 진료만 끝내고 집에서 누워 지냈어요. 낙(樂이 없어서 온종일 먹었죠. 운동하지 않고 먹기만 하니 불과 몇 달 만에 10kg이나 불더군요. 무게는 올라가고 근육은 빠져서 허리와 무릎이 더 안 좋아졌습니다."
▲ 이시형 박사는 “생활습관이 좋으면 몸의 방어체력이 높아져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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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느꼈군요.
"결국 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하자는 얘기를 들었어요. 명색이 의사인데 아파서 앓는 게 부끄럽고 한심했어요. 조금만 생활을 돌아봤으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하며 후회했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몸이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거든요. 대장염, 위염, 편도선염, 구내염, 비염, 건조성 피부염 같은 잔병이 많았어요.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생활습관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생활습관이 좋으면 우리 몸의 방어체력이 높아져요. 아예 병에 걸리지 않게 만들어 주는 면역력과 병에 걸렸더라도 약을 쓰지 않고 저절로 낫게 하는 자연치유력이 방어체력에 해당합니다. 생활습관 개선을 결심한 뒤부터 하루의 생활리듬을 다듬고 운동량과 영양 균형, 스트레스를 조율했어요. 주치의가 권해서 매일 골프연습장에 다녔어요. 걸을 수 있는 만큼 한강공원을 걸었고요. 식습관도 미국 유학 시절의 것을 버리고 한국 전통식으로 바꿨어요. 회식을 하거나 뷔페에 갈 때는 절제했습니다. 명상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 줄이는 훈련도 했어요."
◆정신과 의사가 왜 암환자 주치의가 됐을까
이시형 박사의 건강은 즐거운 삶, 절제, 생활습관에서 비롯됐다. 그가 앉아 있던 책상에는 손으로 메모해 놓은 종이가 빼곡했는데, 곧 출판할 책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2015년 4월에 『둔하게 삽시다』라는 책을 출판한데 이어 계속 책을 내고 있다. 늘 활력 넘치는 그가 관심 갖는 분야는 무엇일까.
-자연의학, 뇌 과학 등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밖에 따로 집중하고 있는 분야나 이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암 환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현재 암치료의 주 분야가 아니에요. 암치료의 3대 요법인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을 주관하는 진료과가 암환자를 주로 담당하죠. 하지만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암환자의 주치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자의 치료방향을 계획해 주는 사람이 되는 거죠.
암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환자의 이제까지 삶과 주변 환경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는 거예요. 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 검사를 한 뒤 다양한 치료방법 중 어떤 것을 1순위로, 또는 주(主)치료법으로 선택할지 환자 상황과 상태에 맞춰 고민해 줍니다. 암 자체가 환자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인데, 암치료의 3대 요법도 환자 몸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을 가하거든요.
그러니까 스트레스와 위험이 가장 적으면서 효과가 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의 효율성을 고려해 주는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료 방법이 결정되면 환자를 해당 진료과에 보내 치료받게 하고, 3대 요법이 어느 정도 끝나면 그 즉시 다시 환자를 받는 거예요. 당장 암과 암치료로 인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졌을테니 집중 면역요법을 해주기 위해서죠. 몸속 암세포를 잡아먹는 NK세포를 추출해 증식시킨 뒤 다시 몸에 넣어 주는 식으로 응급처치를 합니다. 이후에는 생활 면역요법을 해줘야 돼요. 생활습관을 바꿔 방어체력이 커지도록 돕는거죠. 그래서 환자가 다시는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습관 바꿀 수 있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 박사는 건강관리를 너무 열심히 하느라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건강을 관리하려면 올바른 생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결국 올바른 생활을 습관으로 익혀서 몸이 저절로 중용(中庸)의 삶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게 비결인 것이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을 습관화하려면, 이제까지의 것을 버리고 새것을 익히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게 쉽지 않기 때문에 현대인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닐까. 하지만 이 박사는 "뇌를 이해하고 그 생리를 이용하면 대단히 어렵고 힘든 일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습관을 바꾸는 게 참으로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나요?
"오랜 세월 유지해온 습관을 바꾸려면 무조건 마음만 독하게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뇌의 구조적 기능을 이해하면 되죠. 뇌는 새로운 행동을 하는 데 강력히 반발하는 성향이 있어요. '통일-일관성' 본능이라 하죠. 하지만 똑같은 것만 반복하면 매너리즘에 빠져 활력을 잃고 무력해져요. 이것을 극복하려고 뇌는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해요.
다시 말해 갑자기 닥치는 큰 변화에는 거부반응을 일으키지만 일관성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의 작은 변화는 좋아한다는 뜻이에요. 뇌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작은 계획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원칙을 세우고 습관을 바꾸면 돼요. 출근할 때 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사람이라면 계단으로 가보세요. 오전 7시 기상을 30분 당겨서 6시30분으로 바꿔 보세요. 일찍 퇴근한 날은 가까운 공원에서 산책을 즐겨보세요. 생활습관을 바꾸겠다고 무작정 피트니스센터 이용권부터 끊지 말고, 계단 오르듯 작은 것부터 천천히 즐기면서 바꾸는 게 좋아요.
중요한 것은 싫은 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주위에서 권유하는 좋은 생활습관이 있어도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구미에 당기지 않으면 하지 마세요. 어차피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은 3일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요. 우리 몸에는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자동유도장치가 있어요. 며칠간 운동량이 적었으면 다음날 좀 더 보충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맛있는 것을 며칠 연속 배불리 먹으면 그 후엔 덜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그러니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 세우지 말고, 싫은 것은 피하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작은 변화에 만족하고, 적당히 즐기면서 해도 돼요.“
-이 시대 건강 멘토로서 조언 한마디를 해 주세요
"'절제'를 기억하세요. 삶을 너무 열심히 살지 마세요.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면서 살아도 충분합니다. 일상에 치여 지칠 때는 건물이 적고 나무와 물이 많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행복과 평화를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저절로 힐링이 되거든요. 모두 즐겁고 건강하게, 80대에도 40대 중년처럼 지내기 바랍니다."
◆이시형 박사가 추천하는 생활습관
<마음습관>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잡생각을 버리자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화제로 대화해보자
자신을 칭찬하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자
느긋함과 기다림을 습관화하자앉거나 설 때 정좌(正坐)를 지키자
<식사습관>
맛있게, 푸짐하게, 건강하게 먹자
채소, 과일 등은 수확 후 빠른 시간 내에 먹자
오메가3·6은 챙겨먹고, 인공첨가물은 피하자
현미밥을 챙겨먹자
소금과 술은 멀리하자
<리듬습관>
밤 10시~새벽 2시에는 수면 중인 게 좋다
기상시간을 평소보다 1시간 당기자
점심식사 후 15~20분의 낮잠을 즐기자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하자
<운동습관>
틈나는 대로 움직이는 게 좋다
유산소 운동 30분, 근육 운동 10분은 필수다
즐거운 마음으로 느리게 조깅하자
<체온관리습관>
중온탕(40℃) 목욕으로 체온을 올리자
때때로 건포마찰, 찬물 목욕을 해서 몸에 자극을 주자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