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알바생의 승진
바야흐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언제 어디에서든 먹을게 넘쳐났다.텔레비전에서는 온종일 음식을 만들어댔고,또 먹어댔다.사람들은 대체로 텔레비전에서 먹어대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그래서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동네 치킨집 전화번호를 찾곤 한다.여기 그런 사람들을 다소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한 20대 청년이 있다.
“병신들,그렇게 먹어대는데 돈 쓰고,또 살 뺀다고 돈 쓰겠지.”
청년은 보던 텔레비전을 꺼버렸다.그 청년은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마땅한 직장을 잡지 못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박민재 (26세,남성) 이다.
대학 졸업 후 박민재는 신림동 고시원의 방 한 칸에 간신히 두 다리를 뻗고 잘 공간을 마련하였다.박민재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다.또한 남들 보기에 번듯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사회가 미쳐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지 절대로 자기 탓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그래서 박민재는 입만 열면 부자들만 잘 살게 해준다며 정치권을 욕했고,무엇보다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는 기업들을 욕했다.물론 속으로만 그랬다.박민재가 실제로 제일 많이 내뱉는 말은 “안녕하세요.” 와 “안녕히 가세요.” 였다.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기 위해 면접을 볼 때,사장님이 강조한 사항이다.사장님을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시연까지 해서 얻은 아르바이트 자리다.손님들이 오갈 때 인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박민재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곤 했는데,손님들이 맞인사를 하거나 목청 한번 좋다는 어르신들의 칭찬을 들을 땐 자신의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사장님은 은퇴한 60대 남자인데,퇴직금으로 지금의 편의점을 시작했다고 했다.주간에는 사장님이 편의점을 지키고,박민재는 평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에 사장님과 교대할 때까지 일했다.그렇게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20만 원 남짓이었다.거기서 고시원비,통신비를 내고 약간의 저축을 한다.그리고 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그나마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과 음료로 끼니를 때울 수 있어서 식비는 크게 줄일 수 있었다.편의점은 신림동 유흥가에 위치해 있어서 박민재가 일을 시작하는 밤 10시에는 무척 바쁘다.주로 이 시간대에는 담배를 찾는 손님,술을 찾는 손님,유흥가 너머에 있는 주택가로 밤늦게 귀가하면서 먹을거리를 사가는 손님들이 들른다.밤 12시까지 바쁘게 손님을 받다보면 어느덧 뱃속 깊이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박민재는 손님이 잦아드는 새벽 1시쯤 되어서야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곤 했다.냉장고에서 따로 분리를 해놓은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인,아니,이제 1시가 되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유통기한이 1시간 지나버린 샌드위치를 하나 뜯었다.박민재는 오늘따라 금요일치고 손님이 적었다고 생각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더니…’
그런 생각도 잠시 뿐,그는 햄에그 샌드위치에서 삐져나온 햄을 다시 빵 안으로 밀어 넣고,한 입 크게 물었다.마침 그때 손님이 들어왔다.박민재는 입속에서 씹던 것을 얼른 삼키고,습관적으로 인사를 했다.입에서 뭔지 모를 음식물 조각이 튀어나왔다.남은 샌드위치는 재빨리 계산대 아래 서랍으로 밀어 넣었다.손님은 박민재가 아는 사람이었다.근처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김상일 (23세,남성) 이었다.
“민재씨,야식 먹어요?”
김상일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응? 어.손님도 없고 배가 고파서.”
라고 박민재는 얼떨결에 말했지만,속으로는
‘이 새끼는 볼 때마다 나보고 민재씨래.나이도 어린 새끼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김상일은 종종 편의점에 와서 손님들이 찾는 것들을 사다주곤 했다.
“컨디션 몇 병 사러왔는데… 어디 있더라?”
김상일은 혼잣말을 하며 냉장고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그가 건들거리며 걷는 모양새를 본 박민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김상일은 곧 냉장고에서 컨디션 세 병을 꺼내서 카운터로 왔다.
“민재씨,도대체 언제 우리 클럽에 놀러올 거에요?”
김상일은 사뭇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돈을 건네었다.그리고 지갑에서 나이트클럽 이름이 크게 적힌 명함 한 장을 꺼내 카운터 위에 놓았다.박민재는 늘 그렇듯이
“조만간 갈게요.”
라고 대답하며,거스름돈을 주었다.김상일은 박민재의 입가에 비친 어색한 미소를 보지 못한 채 거스름돈을 챙겨서 바삐 편의점을 나갔다.
‘미친 새끼,내가 거기 갈 돈이 어딨냐?’
하고 속말을 하며 박민재는 먹다만 샌드위치를 다시 집었다.다시 한 입을 베어 물며 명함을 손으로 구겨서 카운터 아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근처 유흥가도 슬슬 영업을 마무리하는 새벽 6시가 되자,손님들의 발길은 뜸해졌고 박민재는 연신 하품을 해댔다.이 시간이 되면 토익 책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특히,자신이 일하는 시간 중 토요일 새벽 시간대가 가장 지루하고 나른했다.이른 아침 출근하면서 편의점에 들르던 직장인들도 지금쯤이면 어젯밤 친구와 직장동료와 마신 술 때문에 곯아떨어져 있을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우울해졌다.지금의 박민재가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한 삶이었다.박민재는 편의점 밖으로 나가 일부러 큰 소리로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옷 틈으로 들어온 4월 새벽의 찬 공기가 거북했지만,잠시 동안 밖에 있기로 했다.박민재는 문득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연초에 담뱃값이 오른 뒤로
‘씨발,더러워서 끊는다.’
이 세 마디를 던지며 정말로 담배를 끊었다.새벽녘 유흥가는 한산했고,길거리에 흩뿌려진 전단지만이 뜨거웠던 지난 밤을 기억하는 듯 했다.잠시 뒤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 박민재의 손에는 대걸레가 들려 있었다.편의점이 있는 건물 1층 화장실에서 가져온 것이다.박민재는 졸음을 쫒기 위해 청소를 시작했다.애초에 청소는 박민재가 할 일은 아니었다.주로 사장님이 낮 시간에 하지만,바닥에 묻은 신발자국만 닦아도 편의점이 더 깔끔해 보인다는 것을 안 뒤로 손님이 뜸한 틈을 타 대걸레로 바닥을 밀곤 했다.워낙에 살림살이가 단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박민재는 고시원 방도 그럭저럭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었다.손에 대걸레를 잡은 박민재의 머릿속에는 두 시간만 있으면 주말 아르바이트생과 교대를 하고 고시원 방에 몸을 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그렇게 기계적으로 대걸레를 움직이고 있을 때,편의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뜻밖에도 사장님이었다.
“안녕하세요.”
냉장고 앞에서 걸레질을 하던 박민재는 고개를 들어 사장님에게 인사를 한 뒤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사장님이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사장님은 두툼한 점퍼를 입고,늘 쓰던 편의점 로고가 박힌 형광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박민재는 60대 노인이 그런 모자를 절대로 좋아할 리 없다고 단정 지으며,대머리를 감추려는 수작임을 진즉에 알아본 터였다.
“어,민재군 청소중이야?”
사장님이 박민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사실은 부탁이 있어서 나왔는데 말이야.민재군,이따가 오후 2시부터 일 좀 할 수 있어? 내가 어디를 가봐야 하는데 말이야.주말 알바 하는 소연이 알지? 걔가 갑자기 어제 그만둔다고 해서…”
사장님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주말 야간 알바랑 교대하면 돼.내가 부탁 좀 할게.대신 그 시간 동안 알바비는 두 배로 쳐줄게.미안해,갑자기 부탁해서.”
주말에 특별히 할 일이 없었던 박민재는 알바비를 두 배로 준다는 말에 혹했다.
“그럼 오늘은 아침 8시까지 일한 걸로 쳐주시는 거죠?”
박민재는 재빠르게 조건을 달았다.사장님은 그러겠다고 하며,얼른 집에 가서 눈 좀 붙이고 이따가 다시 나오라고 했다.편의점을 나온 박민재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평소 고시원까지 40분 정도 걸어서 다니지만,오늘은 버스를 타기로 했다.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그만둔 소연이를 떠올렸다.교대를 할 때만 잠깐 마주쳐 인사할 뿐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터라 박민재는 소연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고,지금은 휴학 상태라는 것 뿐.피차 서로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서로의 존재가 껄끄러웠다.
‘왜 그만뒀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이 버스가 도착했다.버스에 올라타 빈자리들을 보자,소연에 대한 생각은 멈췄다.박민재는 뒷문 가까운 쪽 빈자리를 골라 앉고 슬며시 눈을 감았다.
박민재는 그날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좆 됐다.’
박민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세면실로 향했다.손에 물을 적셔 머리를 대충 손질하고,얼른 밖으로 나갔다.부랴부랴 버스를 타고,뛰어서 간신히 2시까지 편의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편의점 문 옆에 ‘평일/주말 주간알바 구함’ 이라고 써 붙여 있는 걸 흘끗 보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사장님은 박민재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눈치지만 애써 숨기며,민재에게 말을 걸었다.
“민재군,혹시 주변에 편의점 알바 구하는 사람 없어?”
“없는데요.”
민재는 짧게 대답했다.
“혹시 일하다가 알바 하겠다는 사람 찾아오면 일단 나한테 연락 좀 줘.당장 내일 주간에도 걱정이야.내가 갑자기 자리를 좀 비워야 해서 말이야.”
“이제 사장님께서 일 안하시고 평일 주간에도 알바로 돌리시려고요?”
“아무래도 그래야할 것 같아.집사람이 아파서…”
사장님은 말끝을 흐렸다.
“사장님이 일 안하시려면 아마 3교대로 돌리셔야 할 텐데.요즘에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려는 알바생은 없을 거거든요.아무튼 내일 주간에는 제가 도와 드릴 수 있긴 한데…”
박민재는 이번에도 알바비를 두 배로 달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그래? 그럼 나야 고맙지.집사람이 이따가 수술을 받게 됐어.별거 아니라고는 하는데,그래도 암이래.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암이라니.아무튼 난 지금 병원으로 가야하니까 뭔 일 있으면 전화로 연락해.”
하고는 성급히 떠났다.박민재는 편의점 안에서 종종 사장님과 같이 있던 사모님을 떠올렸다.
‘뭐 별로 아파보이진 않던데…’
토요일 오후 5시쯤 되자 손님들이 몰려왔다.다시 유흥가의 밤이 시작하려하고 있다.담배 사는 남자,스타킹을 사는 여자,콘돔을 사는 젊은 커플들이 찾아왔다.그 와중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어려보이는 여자 한 명이 껌을 한통 들고 계산대로 왔다.
‘삑-’
“천 원입니다.”
여자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며 물었다.
“알바 구하셨어요?”
“아,알바 하시려고요? 저도 알바 생인데,아직 못 구했어요.사장님에게 연락해봐야 하는데.잠깐만 기다릴래요?”
박민재는 말했다.여자는 주뼛거리며 편의점 구석의 라면 먹는 곳으로 갔다.밖을 바라보며 껌을 뜯더니 하나 꺼내서 물었다.박민재는 사장님과 전화하던 중에 여자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사장님께서 바꾸래요.”
여자는 얼마 씹지 않은 껌을 황급히 손바닥에 뱉어내고 박민재의 휴대폰을 받아 다시 라면 먹는 구석으로 갔다. 조용히 짧게 대답하는 목소리만 이따금씩 들려왔다.여자는 다시 박민재에게 다가와 전화기를 건넸다.
“사장님이 다시 바꿔 달래요.”
박민재는 사장님과 다시 통화했다.결론적으로 사장님은 자기가 만나볼 시간과 여유가 없으니,박민재보고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다.박민재는 알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는 손짓으로 다시 여자를 불렀다.박민재는 몇 살인지,어디 사는지,편의점 알바 경험은 있는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 등을 물었다.그 사이 손님이 계산대로 와서 대화가 어색하게 중단된 적도 있었다.그때마다 여자는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며 손님에게 계산대를 양보했다.박민재는 그것을 눈여겨보았다.여자의 이름은 김송이이고 현재 20살이며 근처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종종 이 주변에 놀러온다고 했고 편의점 알바 경험은 있다고 대답했다.그러는 동안 박민재는 높임말에서 반말로 바꾸었다.
“그럼 평일에 일하고 싶어? 아님 주말에?”
“지금은 평일이랑 주말에 다 일할 수 있어요.”
“언제부터 일할 수 있는데?”
“음… 지금 당장도 가능해요.”
박민재는 마지막으로 확인 차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여자는 들고 있던 지갑에서 꺼내어 박민재에게 건넸다.박민재는 주민증에 나이를 확인하고,사진과 여자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봤다.가까이서 보니 키는 160 cm 정도 되는 것 같았고,얼굴도 귀여운 편이며 피부도 매끈하였다.박민재는 김송이가 마음에 들었다.여자로서뿐 아니라 알바생으로서도.박민재는 속마음을 감추고,사장님과 얘기해본 뒤 알려주겠다고 말하며 일단 연락처를 받았다.박민재는 사장님과 통화한 뒤 여자를 채용하기로 했다.그 후 시간은 빨리 흘렀다.밤 10시가 다 되어서 주말 야간 알바생이 교대하러 왔다.얼마 전부터 시작한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로 박민재와는 초면이었다.남자는 사장님으로부터 얘기를 듣고,이미 사정을 알고 있었다.박민재는 내일 아침 남자와 교대하기로 하고 고시원으로 향했다.머릿속에는 온통 김송이에게 전화할 생각으로 가득했다.좁디좁은 박민재의 고시원방에 불이 켜졌다.박민재는 침대에 앉아 김송이가 남기고 간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몇 번 신호음이 울린 뒤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박민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김송이씨,사장님과 연락해봤는데 채용하기로 결정 했어.단,다른 알바생 구할 때까지 나랑 주간·야간 2교대로 해야 할 것 같아.괜찮겠어?”
박민재는 재빨리 연습했던 말을 쏟아냈다.김송이로부터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
“사장님이랑 아까 통화할 때 시급은 얼만지 얘기 들었어?”
박민재는 짐짓 걱정해주는 투로 물었다.김송이는 시급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내일 아침 8시부터 교대 시작인데,야간 알바랑 인사도 할 겸 일찍 나올래?”
이에 김송이는 알겠다고 했다.
“참,내 이름은 박민재야.그럼 내일 편의점에서 보자.안녕.”
박민재는 어색하지 않게 자기 이름을 알려줬다고 자평하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박민재는 세면실에서 씻고 돌아와 곧 잠자리에 들었다.
일요일 아침,박민재가 편의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5분이었다.주말 야간 알바생에게 새로운 주간 알바가 곧 오니까 인사하고 가라고 말했다.박민재는 내부를 천천히 돌아 냉장고 앞쪽으로 갔다.바닥 청소는 되어 있지 않았다.
‘이 자식은 청소까진 하지 않는구나.’하고 생각했다.뭔가 생각난다는 듯 박민재가 주말 야간 알바생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혹시 알바 하겠다고 찾아온 사람 없었어요?”
“없었는데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이따 밤에도 혹시 누가 찾아오면 나한테 연락 좀 해줘요.”
“에? 사장님이 아니구요?”
“나한테 연락주면 내가 사장님한테 전해드릴 거예요.”
“알겠습니다.”
박민재는 주말 야간 알바생과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였다.둘 사이의 대화 중에 김송이가 편의점에 나타났다.박민재는 김송이를 주말 야간 알바생에게 소개해 주었다.둘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다.주말 야간 알바생은 주섬주섬 자신의 소지품을 챙기더니 하품을 하며 편의점을 나섰다.곧 박민재는 김송이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했다.사장님은 손님들에게 하는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김송이에게 연습 삼아 인사를 해보라고 했다.김송이는 씩씩하게 인사를 잘했다.또,주간 알바생은 틈틈이 편의점 청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간 알바생이 청소를 하려고 자리를 비우면 위험하기 때문에 청소는 주간에 하는 것으로 사장님이 정하였다고 말했다.김송이는 모든 일에 쉽사리 알겠다고 했다.
일요일 아침은 한가했다.김송이는 청소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고는 곧장 편의점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박민재는 그런 김송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박민재는 보통 이 시간대에 자고 있기 때문인지 연신 하품을 해댔다.눈에는 졸음이 가득했다.
“넌 대학생이야?”
박민재가 문득 물었다.
“아뇨,대학 안 갔는데요?”
김송이가 대걸레를 밀며 대답했다.박민재는 혼잣말로 ‘그렇구나’ 하고 말했다.‘잘했어,대학에 가봤자 아무 소용없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으나 도로 집어넣었다.
“그러는 오빠는요?”
예상 밖으로 김송이가 되물었다.
“난 대학교 졸업했지.군대도 갔다오고.넌 대학가고 싶지 않았어?”
하며 박민재도 되물었다.
“대학 간 친구들 보면 부러울 때도 있는데,공부 같은 거 재미도 없고.뭐,돈도 없고…”
김송이는 씩씩하게 인사하던 때와 달리 흐지부지 말을 끊었다.그렇게 둘 사이의 대화는 중단되었다.박민재는 대학을 졸업한 자신이나 대학에 가지 않은 김송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허기를 느꼈다.박민재는 냉장고 쪽으로 가서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하나 찾아 마셨다.
그날 오후가 되자,사장님이 잠깐 들렀다.사장님의 얼굴을 모르는 김송이는 손님인 줄 알고 큰소리로 인사했다.박민재는 어제 통화한 주간 알바생이라고 김송이를 사장님께 인사시켰다.김송이는 사장님께 꾸벅하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김송이라고 합니다.”
“어,그래.어제 통화했죠? 어떻게,민재군이 잘 설명해줬어요?”
사장님이 말했다.김송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박민재는 사장님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알아차렸다.박민재는 사장님께 사모님 수술이 잘 되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사장님은 대답을 망설였다.박민재는 얼른 화제를 돌려 말했다.
“송이가 당분간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기로 했는데요.주간 알바생을 한 명 더 뽑아서 8시간씩 3교대를 해야 할 것 같아요.제가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송이가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고 다른 알바생이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이렇게요.한 시간 정도씩 옮길 수도 있고요.”
“제가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면 안돼요? 아침잠이 좀 많아서.”
김송이가 끼어들었다.사장님은 그러는 게 좋겠다며,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할 수 있는 알바생을 구해보자고 말했다.곧,편의점 문 옆에 붙은 ‘평일/주말 주간알바 구함’ 이라고 쓴 광고지에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구가 추가되었다.
사장님은 떠날 때 박민재만 편의점 밖으로 따로 불렀다.김송이에 대해서는 인사성 밝은 것은 마음에 드는데,노랗게 물들인 머리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지 한번 귀띔해 보라고 말했다.그리고 모든 알바생 관리 및 교육은 박민재에게 일임한다고 말했다.끝으로 사모님의 수술 경과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암이 다른 장기로 이미 퍼졌대.어제 수술 못하고 그냥 덮었어.지금 병원에 있다가 잠깐 나온 길이거든.종종 들를 테니까 민재군이 좀 도와줘.”
사장님이 어두운 낯빛으로 말했다.박민재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 후로,김송이가 일하는 동안 찾아온 몇몇 알바생 후보들을 만나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다시 금요일이 찾아왔다.
“송이 네 생각은 어때?”
김송이의 연락을 받고 알바생 면접을 하려고 온 박민재가 김송이에게 물었다.
“몰라요.힘들어 죽겠어요.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게 장난이 아니네요.빨리 누구든 뽑아주세요.”
김송이가 애교와 짜증이 반반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얘가 이제 며칠 일했다고,벌써부터 엄살이야.그나저나 이번 주에 사장님 나오신 적 있니?”
박민재가 물었다.
“네,어젠가,그젠가,아무튼 한번 나오셔서 이것저것 체크하고 가셨어요.”
김송이가 검정색으로 다시 염색한 머리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박민재는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봤다.
‘요즘 애들은 참 말을 잘 듣는단 말이야.’
하고 생각했다.
“아무튼 한 명만 더 만나보고 방금 만나본 걔를 뽑을지 말지 정해보자.”“그러시던지요.”
김송이가 입을 비죽대며 말했다.박민재는 이참에 자기가 주간 알바로 들어갈까 고민을 했었다.하지만 야간 알바가 손님도 더 적을뿐더러,시급도 더 높다는 사실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곧바로 자기 같은 올빼미형 인간에게는 야간 알바가 제격이며,취업 공부를 위해서는 손님이 적은 새벽시간대가 낫다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금요일 야간 알바는 별다른 일 없이 끝이 났다.박민재는 손님이 뜸한 틈을 타 샌드위치를 하나 먹었고,바닥 청소를 했다.토요일 아침 8시가 되자,김송이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나타났다.
“어제 라면 먹고 잤냐?”
박민재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표시나요?”
김송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했다.
“아니,막 되게 표시 나는 건 아니야.”
하며 박민재는 웃으며 농을 건넸다.
“내가 바닥 청소는 했어.쓰레기통이랑 라면 국물 좀 치우면 돼.그럼 수고해.”
라고 말하며 박민재는 편의점을 나섰다. 박민재는 집으로 가는 내내 김송이를 떠올렸다.자신이 김송이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둘 사이에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얼른 취직을 해서 편의점은 손님으로만 가는 것이 당연한 날이 빨리 왔으면 했다.이것저것 다 떠나서 김송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니까 굳이 모험을 걸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며칠 뒤,박민재는 알바생 한 명을 더 고용해 3교대 시스템을 완성했다.일주일이 더 지나자 3교대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잘 돌아갔다.박민재가 주간에도 일찍 나와서 알바생들을 교육하고 점검하는 등의 노력을 한 것도 있지만,새로 뽑은 알바생들도 열정적으로 일한 덕분이었다.사장님은 간간히 편의점에 들르면서 박민재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월급날이 다가오자 그동안 박민재가 시간외로 일한 시간은 정확히 계산할 수 없었지만,사장님은 그런 계산이 필요 없을 정도의 돈을 박민재에게 주었다.그리고 사장님은 박민재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민재군,난 이제 편의점에서 손을 떼려고 해.와이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고.와이프가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내가 옆에서 지켜줘야 할 것 같아서.지금 미국에 있는 아들 내외가 와있는데 와이프가 죽으면 미국에 가서 같이 살자고 하네.뭐,그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고.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이 편의점 계약이 1년이 넘게 남아 있어.당장 접으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아.그래서 민재군이 그동안만이라도 이 편의점을 좀 맡아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면서 사장님은 편의점의 회계표를 박민재에게 내밀었다.
“여기 회계표를 보면 말이야.하루 평균 매출,한 달 매출,알바생 월급으로 인한 지출 같은 게 다 나와 있어.여기 한번 봐.가게 월세,공과금 다 제외하고,나한테 떨어지는 순 이익금이 대략 한달에 450만 원쯤 돼.물론 내가 주간에 일했기 때문에 내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는 돈이긴 하지.”
박민재는 언젠가 이런 편의점으로 한 달에 얼마나 벌 수 있는지 대충 계산해 본 적이 있다.야간 매출은 자기가 꿰뚫고 있고,주간에도 어느 정도인지 대략 추측이 되니까 사장님이 그 정도는 벌거라고 일찌감치 계산이 끝나 있었다.
“나한테 한 달에 200만 원씩만 보내.그럼 나는 아무 소리 안하고 민재군이 내 편의점 운영하게 해줄게.쉬운 말로 바지사장 하란 소리야.민재군이 나랑 가장 오랫동안 일했고,내가 평소에 민재군을 믿음직스럽게 생각해서 이런 말도 할 수 있는거야.”
사장님이 말했다.박민재는 솔깃한 제안에 두 눈이 번쩍 띄였지만,즉답을 하지 않았다.천천히 계산을 해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러고는
“알겠습니다.먼저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하고요.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라고 답했다.
“와이프가 그렇게 되고 나니까 말이야.인생에서 돈이 중요한 게 아니더란 말이지.하지만 민재군은 다르잖아.요즘에 취업도 쉽지 않은데,결혼 자금 마련하려면 힘들잖아.집에 어르신들도 시골에서 농사짓는다며.아무튼 잘 생각해봐.”
사장님은 타이르듯 말했다.민재는 회계표를 집으로 가져와 이리저리 계산을 시작했다.회계표에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 편의점이 여름에 더 잘되려나? 아무래도 맥주 판매량도 늘어날 텐데.내가 야간 알바 계속 해야 하나? 아니지,이제 사장이니까 알바가 아니라 내 영업장에서 내가 일하는 거지.’
박민재는 금세 자신을 편의점 사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민재는 사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일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사장님과 계약서를 작성하고,공증을 받았다.둘 사이의 계약은 편의점 계약 끝날 때까지고,그 후의 상황은 그 때가서 논의하자고 계약서에 적었다.이렇게 박민재는 편의점 야간 알바에서 바지사장으로 승진했다.바지사장이 되고나서 박민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김송이가 일하는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시간대를 자신이 차지한 것이다.김송이에게는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라고 통보했다.이제부터 편의점을 관리하려면 사장인 자신이 낮 시간에 일해야 한다는 논리였다.아침잠이 많은 김송이는 무척 불쾌했지만,어쩔 수 없었다.그만 두기에는 지금 편의점이 집에서 가깝다는 이점을 포기할 수 없었다.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던 새롭게 뽑은 알바생은 야간에 일하라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떠났다.그래서 편의점 문 옆에는 ‘평일 야간알바 구함,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라는 광고지가 다시 붙었다.박민재는 야간 알바가 구해질 때까지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야간에도 일해야 했다.박민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이제는 자기가 일하는 만큼 자기 수중에 돈이 떨어진다는 사실 때문이었다.박민재는 주말 야간 알바생 남자에게는 아무도 모르게 시급을 조금 올려줬다.그 주말 야간 알바생까지 떠나면 자신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그렇게 첫 달이 지나갔다.정산을 해보니 지난달 매출보다 약간 더 나왔다.박민재는 약속대로 사장님에게 200만 원을 송금하고,자신에게 떨어진 돈을 계산해보니까 300만 원 남짓 되는 것을 확인했다.다음 달부터는 새로 뽑은 평일 야간 알바생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고나면 이보다 더 적은 금액이 남게 될 것이다.다행이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매출이 올라갔다.예상대로 주류 판매가 늘었는데,편의점 밖에 놔둔 2개의 파라솔이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민재는 알바생들에게 손님들이 테이블에 버리고 간 빈 맥주캔들을 그때그때 치우라고 교육했다.그리고 연초에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를 끊었던 사람들이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하자 담배 판매로 인한 매출도 점차 올라갔다.박민재는 7월과 8월에 300만 원 보다 큰 금액을 제 몫으로 챙길 수 있었다.그는 원래 살던 좁은 고시원에서 나와 편의점에서 가까운 원룸촌에 방을 얻었다.그 무렵,박민재는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밤 12시까지 일하고 방에 돌아온 민재는 주로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잠들곤 했다.점심 때가 가까워진 시각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몸을 비비꼬며 미적거리기 일쑤였다.점심거리로 전날 편의점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집에서 데워 먹었다.그런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오후,교대하기 위해 편의점에 간 박민재는 안에서 어떤 여자와 웃으며 떠들고 있는 김송이를 봤다.그는 안으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파라솔에 딸린 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창밖으로 박민재를 본 김송이는 친구와 노닥거리던 것을 멈추고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민재는 김송이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
“안에 누구냐?”
“아,근처에 친구가 놀러왔다가 잠깐 얘기하느라고요.내가 얼른 가라고 했는데도 얘기가 길어져서…”
“내가 편의점에 친구 데려오면 안 된다고 했지?”
“알았어요.다음부턴 안 그럴게요.그런데 오빠 담배 피워요?”
“아,이거? 예전에 건강 생각해서 잠깐 끊었다가,요즘에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다시 피운다.그러니까 잘해라.”
“에이, 알았어요.”
김송이가 피식 웃으며 답하자,박민재도 화가 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박민재는 김송이를 볼 때마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는데,그 이유는 갈팡질팡하는 자신의 마음 때문이었다.김송이에게 다가가고 싶다가도 그녀의 보잘것없는 배경이 마음에 걸려서 망설이기를 반복했다.결국 박민재는 김송이를 처음 봤을 때 가졌던 호감을 애정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늦더위가 아직 한창이던 8월의 어느 금요일,박민재는 편의점을 지키고 있었다.밤 10시쯤 되었을 무렵,김상일이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민재씨 이 시간에 있었네요.지난 번에 야간 알바한테 들었는데,민재씨가 이제 뭐라더라? 이 편의점 관리자 같은 거라면서요? 월급도 많이 올랐겠네요.좀 짭짤해요? 나도 이런 편의점이나 한번 해볼까?”
박민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속으로
‘편의점은 무슨… 군대나 다녀와 이 새끼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와,되게 시원하다.에어컨 진짜 빵빵하게 틀어놨네요.”
박민재는 여름동안 편의점의 에어컨을 세게 틀어놔서 손님들을 오랫동안 머물게 하고자하는 전략을 세웠다.박민재는 이래저래 설명하기 귀찮아서 짧게 ‘네’ 하고만 말았다.
“민재씨,오늘 클럽 물 죽이는데,한번 안 올래요? 내가 특별히 우리 관리자님한테는 서비스 많이 해줄게요.”
김상일은 컨디션 2병을 카운터에 내려놓으며 만 원을 건넸다.그리고는 습관적으로 자신의 명함을 계산대 위에 내려놓았다.박민재는 거스름돈을 건네며,
“생각해 볼게요.”
라고 답했다.김상일은 거스름돈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박민재는 잠시 생각한 뒤,김상일이 놓고 간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평일 야간 알바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난데,오늘 원래보다 좀 빨리 올 수 있어? 응.한 시간 정도.”
곧이어,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평일 야간 알바는 11시쯤에 편의점으로 왔다.
“내가 급한 일이 생겨서,조금 일찍 나가봐야 해서 말이야.미안한데 부탁 좀 할게.”
박민재가 말했다.
“오늘은 한 시간 더 일한 걸로 쳐주는 거죠?”
평일 야간 알바는 재빨리 덧붙였다
“당연하지.”
박민재가 대답하며,서둘러 편의점을 나갔다.
새벽 3시가 넘어서 나이트클럽에서 나온 박민재가 비틀거리며 향한 곳은 새로 이사 간 원룸 집이 아니라 전에 살던 고시원이었다.고시원 방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잘못 찾아온 것을 깨닫고,혼잣말로 ‘씨발’ 이라고 욕했다.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원룸 방으로 돌아온 박민재는 무심코 텔레비전을 켰다.유명 요리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고 있었다.이름이 알려진 쉐프들이 출연해서 떠들썩하게 요리를 해대고 있었다.이에 열광하며 쉐프들을 칭송하는 연예인 패널들이 군침을 흘리며 요리가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다.촐싹대던 패널들은 요리를 한 입 먹을 때마다 시청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야간에 정 못 참겠거든 뭐라도 시켜 드시라고 약을 올렸다.반쯤 눈을 감은 채 이를 듣고 있던 박민재는 문득
“병신들,뭐하러 시켜먹어.집 앞 편의점 가면 다 있는데….”
라고 말하며 마저 눈을 감았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12.01 19:2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12.01 19:42
해설:
주인공 민재처럼 복합적인 인간상에 대해서 그리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착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더 나아가 한 인간은 어떤 때에는 착하고, 어떤 때에는 악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 가정에서 좋은 아빠가 밖에 나가서는 성추행범이 될 수도 있는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착함과 악함간의 진폭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게 평상시 우리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민재가 편의점 청소를 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로인해 사장님이 좋게봐서 결국 바지사장까지 될 수 있었다는 것은 민재의 착한 모습입니다.
바지사장이 되고나서 자신의 이익때문에 김송이의 알바 시간대를 차지하는 것은 민재의 악한모습니다.
하지만 둘다, 딱히 굉장히 착하거나 악하다고는 할 수 없는, 작은 착함과 악함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이중성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주된 캐릭터를 냉소적인 인물로 잡았습니다. 그 이유는 취업이 어려워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민재의 자기 방어기제로 냉소가 적합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재밌게 잘보고 가요^^
감사합니다.
저의 다른 소설도 또 읽어주세요. ㅎ
제 소설을 '듣고'싶은 분들은 제 Youtube 채널을 방문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read-me-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