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유(色喩)
여색을 경계하다.
色 : 빛 색(色/0)
喩 : 깨우칠 유(口/9)
색(色)이 물감이나 컬러(color)만 나타낼 리 없고 색정이나 여색을 뜻하여 탈이 난다. 미녀를 천하일색(天下一色)이라 하고 패가망신한다는 주색잡기(酒色雜技) 할 때 모두 여자가 따른다.
‘애욕이 근심을 낳고, 애욕이 두려움을 낳는다’, ‘정욕의 불꽃이 타는 대로 쫓아가는 사람은 자기를 쇠사슬로 결박 짓는 사람’ 등등 여색을 조심하라는 말은 숱하게 내려왔다.
하지만 여성의 아름다움을 쫓는 본능은 버릴 수 없어 알고서도 빠져 들어간 남자들이 많았다. 여색을 멀리하라는 선현들의 많은 경계 중에서도 고려의 문호 이규보(李奎報)는 다양한 비유와 기이한 근절책을 제시하여 흥미를 끈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들어 있는 ‘색으로 깨우친다(色喩)’는 고전 수필을 보자. 그는 여기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색 가운데서 남자를 가장 미혹하게 하는 것이 여색이라 했다.
그러면서 미인을 나타내는 표현마다 섬뜩한 비유를 한다. ‘눈의 애교 있는 것은 이를 칼날이라 하고, 눈썹의 꼬부라진 것은 이를 도끼라 하며, 두 볼이 볼록한 것은 독약이고, 살이 매끄러운 것은 안 보이는 좀벌레이다(眼之嬌者斯曰刃, 眉之曲者謂之斧, 頰之豐者毒藥也, 肌之滑者隱蠹也).’
여색의 폐해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밖으로는 더 심해 주(周)나라의 포사(褒姒)나 오(吳)나라의 서시(西施), 당(唐)나라의 양귀비(楊貴妃)는 나라를 기울게 했고, 최고 부자 석숭(石崇)을 망친 것은 녹주(綠珠)의 미색과 요염이었다고 했다.
이런 미인의 얼굴을 가진 여자에게는 추녀의 대명사인 모모(嫫母)와 돈흡(敦洽)의 얼굴을 수천만 개 주조한 뒤 덮어 씌워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음란한 자의 창자는 고결한 광평(廣平)의 것으로 바꾸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규보의 끔찍하고도 허황된 이런 처방은 여색의 폐해에 경종을 울린다. 그럴 만큼 그는 술과 시와 거문고를 벗 삼아 삼혹호(三酷好) 선생으로 불리면서 73세까지 장수했지만 여성관계는 엄격했다 한다.
틈만 나면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며 기고만장하던 사내들은 이규보의 방법으로라도 일신해야 한다.
여성이 원하지 않을 때 성희롱이 되고 성폭행이 되는 요즘에는 영웅이 자랑스러울 수 없다.
色喩(색유) / 李奎報(이규보)
(색으로 깨우침)
世有惑於色者(세유혹어색자) : 세상에서 색(色)에 혹하는 자가 있는데,
所謂色者(소위색자) : 소위 색이란 것은
紅耶白耶(홍야백야) : 붉은가, 흰가,
靑耶雘耶(청야확야) : 푸른가?
日月星宿(일월성숙) : 해, 달, 별,
煙霞雲務(연하운무) : 놀, 구름, 안개,
草木鳥獸(초목조수) : 풀, 나무, 새, 짐승이
皆有色也(개유색야) : 모두 색이 있으니,
玆能惑乎(자능혹호) : 이것이 사람을 미혹시키는가?
曰非也(왈비야) : 아니다.
曰金玉之美者(왈김옥지미자) : 그러면 금과 옥의 아름다운 것,
衣裳之異者(의상지이자) : 의복의 화려한 것,
宮室棟宇之泰侈者(궁실동우지태치자) : 궁실(宮室)의 사치스러운 것,
錦繡羅縠之纖靡者(금수라곡지섬미자) : 능라 금수의 화사한 것,
皆色之尤備者也(개색지우비자야) : 이것들이 모두 더욱 잘 갖춘 색이라,
玆亦能惑乎(자역능혹호) : 이것이 사람을 미혹시키는가?
曰幾乎猶未也(왈기호유미야) : 그럴듯하나 그렇지도 않다.
夫所謂色者(부소위색자) : 이른바 색이란 것은
人之色也(인지색야) : 사람의 색이다.
鬢綠膚晳(빈록부석) : 검은 머리, 흰 살결에
飾以脂澤(식이지택) : 화장을 하고,
心挑目逆(심도목역) : 마음을 건네고 눈으로 맞으면
一笑傾國(일소경국) : 한 번 웃음에 나라를 기울게 한다.
見之者皆迷(견지자개미) : 보는 자는 모두 홀리고
遇之者皆惑(우지자개혹) : 만나는 자는 모두 혹한다.
及其嬖愛(급기폐애) : 그를 귀여워하고 사랑함에 있어서는
雖兄弟親戚莫若也(수형제친척막약야) : 아무리 형제 친척이라도 그만 못하게 보인다.
然其嬖之也乃斥(연기폐지야내척) : 러나 나는 그를 귀여워하지만 그는 곧 나를 배척하고,
其愛之也乃戒(기애지야내계) : 나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곧 나의 적이 된다.
子不聞乎(자부문호) : 이것을 그대는 듣지 못하였는가?
眼之嬌者斯曰刃(안지교자사왈인) : 눈이 요염한 것은 칼날이라 하고,
眉之曲者謂之斧(미지곡자위지부) : 눈썹이 굽은 것은 도끼라 하며,
頰之豐者毒藥也(협지풍자독약야) : 두 볼이 통통한 것은 독약,
肥之滑者隱蠹也(비지활자은두야) : 살결이 매끄러운 것은 보이지 않는 좀이라 한다.
斧以伐之(부이벌지) : 도끼로 찍고
刃以觸之(인이촉지) : 칼로 찌르며
隱蠹以食之(은두이식지) : 보이지 않는 좀으로 쏠고
毒藥以苦之(독약이고지) : 독약으로 괴롭히니,
玆非害之酷者乎(자비해지혹자호) : 이것이 혹독한 해(害)가 아니겠는가?
害之作敵(해지작적) : 그 해가 바로 적(敵)으로 변하게 되는데
其能克乎(기능극호) : 그를 이길 수 있으랴?
故曰賊(고왈적) : 그러므로 ‘적(賊)’이라 한 것이다.
遇賊而殂(우적이조) : 적을 만나면 죽게 되는데
能復親乎(능부친호) : 그를 어떻게 친할 수 있으랴?
故曰斥(고왈척) : 그러므로 ‘배척’이라 한 것이다.
外之害旣如玆(외지해기여자) : 안에서 생긴 해는 이미 이와 같으나
外之害又甚斯(외지해우심사) : 밖에서 생긴 해는 또 이보다 더 심하다.
聞色之美(문색지미) : 색의 아름다움을 들으면
則破家產而求之不疑(칙파가산이구지불의) : 곧 가산을 탕진하며 서슴없이 구하고,
被色之誘(피색지유) : 여색의 꾐에 빠지면
則犯虎狼而赴之勿辭(칙범호낭이부지물사) : 어떤 위험도 마다 않고 달려간다.
畜好色則人猜衆妬(축호색칙인시중투) : 좋은 색을 두면 남들이 시기하고,
著美色則功落名隳(저미색칙공락명휴) : 아름다운 색을 점유하면 공명(功名)이 타락된다.
大則君王(대칙군왕) : 크게는 군왕(君王),
小焉卿士(소언경사) : 작게는 경사(卿士)가
覆邦喪家(복방상가) : 나라를 망치고 집을 잃음이
靡不由此(미부유차) : 이에 말미암지 않음이 없다.
周之褒娰(주지포사) : 주(周) 나라의 포사(褒姒),
吳之西子(오지서자) : 오(吳) 나라의 서자(西子),
陳後主之麗華(진후주지려화) : 진 후주(陳後主)의 여화(麗華),
唐玄宗之楊氏(당현종지양씨) : 당 현종(唐玄宗)의 양씨(楊氏; 楊貴妃)는
皆迷君眩主(개미군현주) : 모두 군주를 현혹시켜
滋育禍胎(자육화태) : 화태(禍胎)를 길렀으므로
周以之蹶(주이지궐) : 크게는 주 나라가 그 때문에 쓰러지고,
吳以之頽(오이지퇴) : 오 나라가 그 때문에 무너지고,
陳唐以之崩摧(진당이지붕최) : 진 나라와 당 나라가 그 때문에 붕괴하였으며,
小則綠珠之嬌態敗石崇(소칙록주지교태패석숭) :
작게는 녹주(綠珠)의 요염한 자태가 석숭(石崇)을 망치고
孫壽之妖粧惑梁冀(손수지요장혹량기) : 손수의 요망한 치장은 양기를 미혹시켰다.
若此之類(약차지류) : 이런 유는
又何勝記(우하승기) : 이루 기록할 수 없다.
嗚呼(오호) : 아!
吾將搖鞴扇炭(오장요비선탄) : 나는 장차 풀무질을 하여 숯불을 피워서
鑄嫫母敢洽之貌千千萬萬(주모모감흡지모천천만만) : 모모와 돈홉의 얼굴 천만 개를 주조하여
盡錮其姚娧之面(진고기요태지면) :
앞에 든 요염한 얼굴들을 모조리 이 주조된 얼굴들 속에 가둔 다음
然後刀?華父之目(연후도?화부지목) : 화보의 눈을 칼로 파내어
而易以正直之矚(이역이정직지촉) : 정직한 눈으로 바꾸고
鐵作廣平之腸(철작광평지장) : 철석 같은 광평의 창자를 만들어
而納之於淫奢者之腹(이납지어음사자지복) : 음란한 자의 뱃속에 넣으려 한다.
則雖有蘭澤脂粉之具(칙수유란택지분지구) : 그리하면 비록 향수나 연지의 안료가 있더라도
糞溷也泥土也(분혼야니토야) : 분뇨나 흙덩이로 여길 것이요,
雖有毛嬙(수유모장) : 비록 모장(毛嬙)과
西施之秀(서시지수) : 서시(西施)의 아름다움이 있더라도
敦洽(돈흡) : 돈흡이나
嫫母也(모모야) : 모모로 여길 것이니,
又何惑之有(우하혹지유) : 무슨 미혹함이 있으랴?
여색을 멀리하는 법
일가를 이루어 행세하던 사람들이 정욕 때문에 인생을 그르친 일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다스리기 힘든 것이 정욕이다. “색계의 문제에서 영웅과 열사가 없다(色戒上, 無英雄烈士)”는 옛말이 그래서 나온 모양이다.
사람이라면 남녀의 욕정이 없을 수 없기에 마음을 수양하는 학자들은 여색(女色)을 멀리하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고려의 문호 이규보는 색유(色喩)라는 글을 지어 “검은 머리와 흰 피부를 예쁘게 꾸미고서 마음과 눈짓으로 유혹하여 한 번 웃으면 나라가 휘청거린다. 보고 만나는 사람은 다 어찔해지고 다 혹하게 되니 형제나 친척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그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라 했다.
이렇게 하여 자신을 망치고 사회와 국가까지 멍들게 한다. 어찌해야 하는가? 이규보는 “아리따운 눈동자는 칼날이요 둥그런 눈썹은 도끼며 도톰한 볼은 독약이고 매끈한 살갗은 좀벌레다”라고 했다.
도끼로 찍고 칼날로 베고 좀벌레가 파먹고 독약으로 괴롭히면 사람이 살아날 수 없으므로 여색을 사람 죽이는 도적과 같이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눈앞의 아름다운 여인이 어찌 강도처럼 보이겠으며 자신을 죽일 것이라 여기겠는가?
이규보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천하에서 가장 못 생긴 여인의 얼굴을 수천 개, 수만 개 만들어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에 덮어씌우고, 잘 생긴 여자를 유혹하는 인간은 눈알을 도려낸 다음 바르고 곧은 눈으로 바꾸며, 음란한 자는 철석간장(鐵石肝腸)을 만들어 그 뱃속에다 집어넣을 것이라 했다.
그렇게 한다면 아무리 아름답게 꾸민 여인이라 하더라도 똥과 흙을 덮어쓴 것처럼 여길 것이라 했다.
이규보는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하여 거문고와 시와 술을 매우 좋아하였다. 그러고도 여색에 빠지지 않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과격하게 여색을 멀리하는 법을 말한 것이리라.
이규보는 ‘우레 치는 날의 생각(雷說)’이라는 글에서 우렛소리를 듣고서 가슴이 철렁하여 잘못한 일이 없는지 거듭 반성했다면서 이런 일을 소개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을 읽다가 화보(華父)라는 자가 아름다운 여인과 마주쳤을 때 눈길을 떼지 못한 대목에 이르러 화보가 참으로 잘못이라 탄식했다.
그래서 이규보는 평소 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돌려 달려갔지만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달려가더라도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고 반성했다.
그렇게 조심하던 이규보였지만 74세 노령에 어떤 미인과 몸을 비비고 노는 꿈을 꾸었다. 방사(房事)를 끊은 지 오래되었건만 어찌 이리 해괴한 꿈을 꾸었을까 고민하는 시를 남긴 바 있다.
여색을 멀리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가 보다. 당나라 여암(呂巖)은 번뇌와 탐욕과 정욕을 끊기 위해 세 자루 칼을 늘 차고 다녔다고 한다.
또 효종은 자경편(自警編)이라는 책에 욕정을 참지 못한 사람이 늘 부모의 초상화를 걸어 놓고서 그 밑에서 잠을 잤다고 하는 일화를 들고 의미 있다고 했다.
칼을 차고 다니든가 부모님의 사진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 도움될 것인가? 좀 더 솔깃한 방법이 있다.
18세기 학자 성대중은 나이가 예순인데도 피부가 팽팽하고 윤기가 흘렀다. 훤한 얼굴과 하얀 머리카락이 사람들의 눈을 시원하게 하였다. 노인의 기색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평생 약이라곤 입에 넣어본 적도 없었다. “사람마다 몸에 제각기 약이 있지만 사람들이 이를 알지 못한다(人人身上 自各有藥 但人不知耳)”라면서 자신의 비결은 약이 아니라 자제력에 있다고 했다.
어릴 적에 병약하여 열대여섯이 되도록 음란한 일을 알지 못했다. 17세에 가정을 꾸렸지만 남녀의 일을 잘하지 못해 1년에 겨우 몇 번만 관계를 가졌다. 쉰이 넘은 뒤로는 아내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게 돼 평생 병이 없어졌으며 아내도 병이 적어지고 밥도 많이 먹게 되고 피부도 그대로였다. 그래서 마침내 부부가 해로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은 일생 동안 한 번도 처방을 받아 약을 먹은 적이 없지만 아침마다 약을 복용해도 병이 몸에서 떠나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고 하고는 ‘내 약을 내가 먹은 것(吾藥吾服)’에 불과하다고 했다.
남들이 파는 약을 먹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제력이 노화를 막는 비결이라 했다. 이성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자제력이라는 제 몸에 있는 약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색유(色喩)
이수광(李晬光)이 쓴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면, '여자가 가장 예쁘고 좋게 보이는 때는 세 가지 위(三上)와 세 가지 아래(三下)에 있을 때인데 세 가지 위는 누각 위, 담 위, 말 위이고, 세 가지 아래는 발(簾)아래, 촛불 아래, 달빛 아래이다.'라고 했다.
누각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여인이나 담 너머로 보이는 여인의 모습과 말을 탄 여인의 모습은 당당함과 애잔한 아름다움이 서려 있다.
또한 보일 듯 말 듯 한 주렴(珠簾) 사이로 보이는 여인의 얼굴도 얼굴이지만 가물가물하는 촛불 아래나 긴 그림자 드리운 달빛 아래에서 여인이 기다리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표현한 옛 사람과… 성형으로 조각된 현대인의 생각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쓴 연암집에 보면, '미녀가 머리를 숙이고 있으면 부끄러움을 나타내는 것이고 턱을 고이고 있으면 한(恨)을 나타내는 것이다. 혼자 서 있으면 생각에 잠긴 것을 나타내고 눈썹을 찡그리면 수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난간 아래에 서 있으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일 것이고, 파초 밑에 서 있으면 바라는 바가 있어서일 것이다. 만일 미인이 재(齋)를 올리는 스님처럼 가만히 서있지 않고 소상(塑像:찰흙으로 만든 인물상)처럼 우두커니 앉아있지 않는다고 책망한다면 이것은 양귀비가 치통을 앓고 번희가 머리채를 어루만지는 것을 꾸짖는 것과 같다. 또한 어여쁜 걸음걸이와 가벼운 손바닥 춤을 나무라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또한 오종선의 소창청기에 보면, '산 정상에는 모름지기 샘물이 있어야 하고, 샛길은 모름지기 대나무가 있어야 하고, 사서(史書)를 읽을 때는 술이 없어서는 안 되고, 선(禪)을 말할 때는 미인이 없어서는 안 되니, 이것이 바로 경계에 따라 정조(情調:단순한 감각을 따라 일어나는 느낌)을 찾고, 정조를 따라 운치를 찾는다는 말이다.'라고 했다.
검은 머리, 흰 살결, 요염한 여인의 웃음에 나라가 기울어지니 눈의 애교는 칼날이며, 눈썹이 꼬부라진 것은 이를 도끼라 하며, 두 볼이 볼록한 것은 독약, 살이 매끄러운 것은 안 보이는 좀이다. 도끼로 찍고 칼로 찌르며 안 보이는 좀을 먹이고 독약으로 괴롭히니, 이것이 해로움의 끔찍한 것이 아닌가?
옛말에 '도둑이 도둑을 만나면 죽는다.' 하였다. 좋은 색을 집안에 기르면 사람들이 시기하고 샘하고, 아름다운 색을 몸에 부딪치면 공명도 타락하고 만다. 크게는 임금, 작게는 경사(卿士:관리)가 나라를 망치고 집을 잃음이 이에 말미암아 않음이 없다. 이규보의 동문선에 나오는 내용이다.
'색에는 귀천이 없다'는 속담이 있거니와 시도 때도 없이 남자를 탐하는 여자 앞에서는 사내가 체면이나 예의나 염치를 내세우거나 지킬 수 없다는 뜻이다.
양반 여자의 거시기는 매우 부드럽고 미끈거린다는데 이제야 차지할 수 있겠군! 이 집 문 앞에 숲이 우거졌더냐? 문턱이 높더냐 낮더냐? 안방이 깊숙하더냐? 얕더냐? 샘물이 많더냐 말랐더냐? 집이 새것이더냐? 헌것이더냐? 들어갈 적에 부드럽더냐? 껄끄럽더냐?’는 조선 후기에 일반 사내들의 말이고 노래인데, 남자의 성기를 비유적으로 민요에 등장시킨 것들도 많이 있다.
언니는 좋겠네!
언니는 좋겠다!
아저씨 코가 커서!
언니는 좋겠네!
동생아 동생아 그 말은 맞지만,
아저씨는 코만 크지/
실속은 없단다.
본처의 정은 백년이고,
첩의 정은 삼년이다.
오기로 서방질 한다.
서방질은 할수록 새 맛이 난다.
여색은 능히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어 아무리 강한 창자라도 끊는다.
여색과 욕심은 죽어야 떨어진다는 동양속담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윤리의식이나 인간의 도리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육욕(肉慾)의 맛에만 미쳐있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맛에 일단 빠지고 나면 헤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물에 빠진 놈은 건져도 계집에 빠진 놈은 못 건진다'는 옛말이 있는데, 요즘에는 남자와 더불어 여자도 마찬가지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리니 가끔은 귀를 막고 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도둑질은 말릴 수 있어도 화냥질은 못 말린다. 조선시대의 선비는 문사철(文士哲)을 겸비한 사람을 두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우리가 아름다움을 그렇게 생각한 날은 이미 가버린 지가 오래라서 다시는 올 것 같지가 않다.
▶️ 色(빛 색)은 ❶회의문자로 사람(人)과 병부절(卩=㔾; 무릎마디, 무릎을 꿇은 모양)部의 뜻을 합(合)한 글자로 사람의 마음과 안색은 병부절(卩=㔾)部 처럼 일치한다는 데서 안색, 빛깔을 뜻한다. 절(㔾)은 무릎 꿇은 사람의 상형(象形)이다. 무릎 꿇은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모양에서, 남녀의 정애(情愛)의 뜻을 나타낸다. 파생하여 아름다운 낯빛, 채색의 뜻을 나타낸다. 음형상(音形上)으로는 색(嗇), 측(畟)과 통하여, 이성(異性)을 구슬리다의 뜻을 나타낸다. 또, 절(㔾)은 절(節)의 본자(本字)이다. 사람의 심정이 얼굴빛에 나타남이 부절(符節)을 맞춤과 같이 맞으므로, 인(人)과 절(㔾)을 합하여 안색이라는 뜻을 나타내며, 나아가서는 널리 빛깔, 모양, 색정(色情)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色자는 ‘색채’나 ‘얼굴빛’, ‘정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色자는 허리를 굽히고 있는 사람 그린 것과 巴(꼬리 파)자가 결합한 것이다. 巴자는 ‘꼬리’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본래는 손을 내뻗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色자를 보면 두 사람이 나란히 붙어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이성간에 성관계를 맺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色자에 있는 ‘얼굴빛’이나 ‘정욕’, ‘색채’라는 뜻도 사실은 성관계를 맺으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빛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色(색)은 ①빛, 빛깔 ②색채(色彩) ③낯, 얼굴빛 ④윤, 광택(光澤) ⑤기색(氣色) ⑥모양, 상태(狀態) ⑦미색(美色) ⑧색정(色情), 여색(女色), 정욕(情慾) ⑨갈래, 종류(種類) ⑩화장(化粧)하다, 꾸미다 ⑪색칠하다 ⑫물이 들다 ⑬생기가 돌다 ⑭꿰매다, 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⑮평온(平穩)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빛 휘(暉), 빛 경(耿)이다. 용례로는 놀라거나 성이 나서 얼굴빛이 변함을 색동(色動), 남녀 간의 욕정을 색사(色事), 남녀 간의 성욕을 색욕(色慾), 빛깔을 색채(色彩), 빛깔에서 받는 느낌을 색감(色感), 여자의 곱고 아리따운 자태를 색태(色態), 글을 읽을 때 글자 그대로 의미를 해석하고 문장의 원 뜻은 돌보지 않고 읽음을 색독(色讀), 그림 등에 나타난 빛깔의 강하고 약함을 색조(色調),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의 형상을 색상(色相), 빛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시각을 색맹(色盲), 남녀 간의 정욕을 색정(色情), 남녀 간의 성욕을 색욕(色慾), 색종이로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들인 종이를 색지(色紙), 얼굴 빛을 안색(顔色), 낯빛으로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나 빛깔을 면색(面色), 얼굴에 드러나는 환한 빛을 화색(和色), 물들임을 염색(染色), 붉은색을 단색(丹色),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 곧 풀빛을 녹색(綠色), 그림에 색을 칠함이나 여러 가지 고운 빛깔을 채색(彩色),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아무 빛깔이나 색깔이 없는 상태를 무색(無色), 보통의 것과 다른 점을 특색(特色), 서로 견주어 보아서 못한 점을 손색(遜色), 빛이 바램으로 무엇이 낡거나 그 존재가 희미해지거나 볼품없이 됨을 퇴색(退色), 어떤 자격으로 그럴듯하게 불리는 이름 또는 허울만 좋은 이름을 명색(名色), 한 가지의 빛 또는 뛰어난 미인을 일색(一色), 꺼리거나 어려워하는 기색을 난색(難色), 어떤 도움 등을 주어 남의 앞에 굽힘 없이 떳떳하게 대할 수 있는 체면을 생색(生色), 빛깔이 있음 또는 물질적 존재로서의 형체가 있는 것을 유색(有色), 겉으로는 엄격하나 내심으로는 부드러움을 색려내임(色厲內荏), 안색이 꺼진 잿빛과 같다는 뜻으로 얼굴에 희로애락의 표정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색여사회(色如死灰), 안색이 깎은 오이와 같이 창백함을 이르는 말을 색여삭과(色如削瓜), 형체는 헛것이라는 뜻으로 이 세상에 형체가 있는 것은 모두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데 그 본질은 본래 허무한 존재임을 이르는 말을 색즉시공(色卽是空),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히 꾸며서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을 교언영색(巧言令色), 풀빛과 녹색은 같은 빛깔이란 뜻으로 같은 처지의 사람과 어울리거나 기우는 것을 초록동색(草綠同色) 등에 쓰인다.
▶️ 喩(깨우칠 유)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옮기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兪(유)로 이루어졌다. 다른 말로 옮겨 알기 쉽게 '말하다'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喩(유)는 ①깨우치다, 깨닫다 ②깨우쳐 주다, 가르쳐 주다 ③고(告)하다, 이르다 ④비유하다 ⑤좋아하다 ⑥기뻐하다 ⑦유쾌(愉快)하다 ⑧비유(比喩) ⑨기뻐하는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깨우칠 경(警), 비유할 비(譬)이다. 용례로는 어떠한 현상이나 사물의 설명에 있어서 그와 비슷한 다른 성질을 가진 현상이나 사물을 빌어 뜻을 명확히 나타내는 일을 비유(比喩), 남이 보내 온 편지를 높이어 이르는 말을 내유(來喩), 다른 예를 끌어들여 비유함을 인유(引喩), 까닭을 말하여 깨치게 함을 진유(陳喩), 어떤 현상에 대하여 그와 모순이 되며 매우 대조가 되는 표징을 드는 방법을 역유(逆喩), 이해를 빨리 하게 하고 표현에 멋을 내기 위하여 비유를 쓰는 방법을 비유법(比喩法), 비유법의 한 가지로 사물의 소리를 그대로 나타내어 그 소리나 상태를 실제와 같이 표현하는 방법을 성유법(聲喩法), 비유법의 한 가지로 한 낱말 대신에 다른 낱말을 사용하는 표현법을 환유법(換喩法), 유명한 시구나 문장이나 고사 따위를 끌어다가 자신을 표현하거나 보충하는 방법을 인유법(引喩法), 직접 두 가지 사물을 비교하는 방법을 직유법(直喩法), 의인법으로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에 비겨서 사람과 같이 행동하는 것으로 그리는 방법을 활유법(活喩法), 유추나 공통성의 암시에 따라 사물이나 관념을 대치 외연하는 용법을 은유법(隱喩法), 사물의 한 부분이 전체를 전체가 한 부분을 종種이 유類를 유類가 종種을 재료가 산물 등을 나타내는 표현법을 제유법(提喩法), 집집마다 알려주어 알아듣게 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이르는 말을 가유호효(家喩戶曉)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