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 - Blue Orangeade
최수빈 마음을 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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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다 어리다고 하지만 스스로 조급해지는 나이. 스물 여섯. 예전에는 이 나이가 되면 무언가 이뤄놓을 줄 알았다. 이뤄놓기는 개뿔. 스물 여섯이나 되어서 아직도 대학을 졸업못할줄은 나도 몰랐다. 달라진거라곤 옛날보다 누난 너무 예뻐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정도였다.
채용 연계 인턴에서 내가 떨어질 줄은 더 몰랐다. 정직원으로 전환되면 취업계내고 누구보다 빨리 학교에서 내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 다 물거품으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에효......"
"땅 꺼지겠다 꺼져."
연준이는 앞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황금같은 금공강에 나한테 시간을 내어준 걸 고마워해야하나. 일주일 내내 가족이나 교수님 빼면 아무와도 대화를 안해서 근질거리긴 했다.
"핸드폰 또 울린다."
"원래 이래. 나중에 답해줘도 돼."
연준이의 핸드폰은 항상 진동이었다. 어쩌다가 학회장을 해서 저런 꼴을 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말은 위로도 뭣도 아닌 말이라 속으로 삼켰다. 그나마 학교에서 얘기하는 사람은 연준이밖에 없었기 때문에 잃고 싶지 않았다.
"방금 그러게 왜 학회장 해서라고 말하려고 했지."
"아닌데..."
"누나... 진짜 나 돌겠어."
1학년 때부터 떠밀리듯 과대를 맡아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과대면 선배와도 친하고 조교님과도 안면이 있으며 교수님과도 간간이 인사하는 사람. 동기들도 전체카톡방에서 자주 공지해주는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준은 학회장이 되어버렸다. 경영학과라는 대형학과에는 뭘 맡으면 안됐다.
"공지 드럽게 안읽고 물어보지?"
"응......"
"또 총무 도망가서 어쩌냐."
나는 텀블러를 두어번 흔들고는 다시 커피를 마셨다. 오늘 케이크와 커피를 얻어 마신 것도 연준이가 도와달라고 사정해서였다. 어차피 4학년 마지막 학기엔 10학점 밖에 안들어도 되고, 대부분 재수강이어서 과제도 진작에 다 해놨다. 우리가 오늘 할 일은 '도망간 학생회 총무 대신 감사자료 준비하기'였다. 경영학과만 그런건지 아니면 모든 과가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설문조사는 더럽게 안하면서 욕할 거리가 생기면 바가지로 했다. 지난번 총무는 영수증을 몽땅 잃어버려서 연준이가 잘랐고, 이번에는 총무 힘들다면서 휴학 빤스런했다. 남겨진 사람 특히 연준이는 이런 것까지 책임져야했다.
"그래도 누나가 휴학해서 다행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거 영수증빙 다 썼다. 대충 마무리하고 가자."
아침 일찍 모여서 해가 져갈 때쯤 완성했다. 당장 오늘 자정이 이번분기 학생회비 감사자료 마감이었다. 숫자만 하루종일 들여다보고 있으니 토나올 지경이었다. 저녁이라도 먹고 들어갈래 묻고 싶었지만 연준이 꼴이 영 아니었다. 그러면 밥 대신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걸 물어봐야했다. 최대한 티 안나게, 돌려 말할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전혀 찾지 못했다.
"연준아."
"엉?"
이럴 때는 솔직하게 냅다 들이부어야헀다.
"우리과 최수빈이란 사람 애인 있어?"
"어?"
노트북을 파우치에 넣던 연준이의 손이 멎었다. 설마하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데 그 설마가 맞았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눈치 빠른 얘는 ㄱ내가 이 말을 묻는 이유를 금방 읽어낼테니까.
"없어."
"됐다 그럼. 내가 이거 물은 건 기억에서 삭제해줘."
"그래......누나, 아니다 됐다. 누나가 좋으면 됐지."
오수생 김여주와 삼수생 최연준은 N수생 연맹이었다. 계속 미심쩍게 날 바라보는 연준이의 등을 밀었다. 얼른 들어가서 자! 연준이는 피곤한 얼굴로 무언가 물으려고 했지만 나는 빠르게 집으로 걸어갔다. 최수빈을 처음 스쳐갔던 그 날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벌써 벚꽃은 다 떨어져가고 여름이 가까워옴을 알리는 푸름이 한껏 와버렸다.
그날, 오랜만에 온 학교에는 벚꽃이 가득폈다. '텔레토비 동산'이라고 불리는 학교 뒷동산은 이미 분홍색으로 점령당했다. 학생들은 갖가지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벌써 손을 잡을까말까하면서 걸어가는 뒷모습도 천지에 널렸다. 신입생이 들어와서 그런지 학교 곳곳엔 생기가 넘쳤다. 그리고 그 날도 그랬다.
"그래 여주는. 남은 학기 계속 취업준비할거지?"
"네. 이번에는 휴학 안하고 졸업하고 준비하려고요."
책임교수님과 암울한 면담을 하고 온 날이었다. 교수님은 난을 닦으면서 내내 쩝, 쩝 거렸다. 어차피 이 교수님과 면담시간은 의무로 할당된 시간이었고 또 교수님이 어디 좋은 취업자리를 꽂아주시는 분도 아니었다. 그래서 둘 다 별로 영양가 없는 얘기만 주고 받다가 나왔다. 교수님이 내어주신 페퍼민트티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민망해서 들고온 종이컵을 버릴데 없이 들고다니다가 만난 사람. 누가 봐도 나 신입생이오!를 온몸에 외치면서 내게 뛰어오는 사람. 경영학과 1학년의 특징인 흰 명찰목걸이를 걸고오는 저 남자.
"안녕하세요! 혹시 교양동 어디로 가야하나요?"
"......저쪽요."
"와 감사합니다!"
"도서관 안쪽 엘리베이터로 가면 더 편해요..."
파란 셔츠를 입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한참 올려다 봐야하는 키에 말간 얼굴. 마침 이사람 뒤에서 불어오는 벚꽃 회오리 바람 떄문이었다. 단지 그때문에 평소에는 길만 알려주고 휙 가버릴 걸 지름길도 알려줘버렸다. 저 멀리서 뛰어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당장 수업을 들으러 가야하는데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까 목에 걸려있던 명찰을 곰곰이 생각했다. 거기에 또박또박 적힌 이름을 괜히 곱씹었다.
최, 수, 빈.
단지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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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눈은 대게 비슷하다. 내가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이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불호가 거의 없는 호감형의 사람. 굳이 싫어할 필요가 없는 유형. 솔직히 옆에 두면 기분 좋아지는 힘이 있는 인간. 내가 방금 뱉은 말은 한사람을 가리켰다.
"수빈아!"
"어제 잘 들어갔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친절한 최수빈. 이 넓은 원형 강의실에서도 솔직히 내 눈엔 한사람만 보였고, 주변을 슬쩍 보면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다들 어색한 기류를 조금씩 가지고 있으면서도, 핸드폰과 최수빈이 있는 두번째줄을 힐끔댔다. 인기 많겠다. 최수빈을 점점 지켜볼수록 드는 생각이었다. 1학년 전공필수 수업을 이때 재수강하기로 결심한 나를 칭찬했다.
>> [누나. 총무부 땜빵할래?]
<< [왜?]
>> [1학년 과대로 누군가 들어오는데. 싫으면 말고!]
연준이가 가리키는 저 모호한 사람. 나는 단박에 읽어낼 수 있었다. 손이 다급해졌다. 교수님이 마침 들어오시고 순간 손에 땀이 확 났다.
<< [ㅎ랄ㅇ래 할래]
>> [ㅇㅋ]
이또한 연준의 작은 배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여튼 오수생 놀아주는 건 최연준 밖에 없었다. 지루한 개론 수업이 시작됐다. 1학년 때도 지루하다고 맨날 밥먹으러 가고 졸아서 성적에 씨가 자라났다. 이번 재수강에서는 좀 정상적인 성적을 가져가야했다. 그래야 아슬아슬하게 4.0이 되지 않는 학점을 그 위로 뚫고 올라갈 수 있었다. 스무살도 아니고, 호감가는 사람이 생겼다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필기를 하면서 쉬는 시간이나 잠시 교수님이 호흡을 고르는 순간순간 마다 최수빈쪽을 봤다.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하얗게 웃는다는 말이 잘어울리는 사람.
"수빈아 오늘 올거야?"
"아 오늘은 못가! 연준이형이 뭐 전달해줄 거 있다고 해서."
연준의 말이 맞았구나. 나는 느릿하게 가방을 싸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인턴, 토익, 자소서나 면접만 있던 내부로 오랜만에 감정다운 감정이라는게 비집고 들어왔다. 그냥 아이돌 좋아하듯이 바라보기만 해야지. 그게 내 마음이었다. 절대 눈치채지 못할정도로만 쳐다보기. 최수빈이 강의실을 나서려는 기미가 보이자 내가 먼저 강의실 문쪽으로 향했다. 계속 쳐다보느라 짐을 늦게 쌌다는 걸 괜히 들키기 싫어서였다.
"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네."
최수빈은 얼굴을 꽤 잘외웠다. 그 많은 경영학과 동기들과 인사하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지난번에 길을 알려주고 같은 수업 하나 듣는다고 내게 인사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나는 최대한 담백하게 대답하고 다시 등을 돌렸다. 팍팍한 현실. 최종면접. 연봉. 최대한 날카로운 단어들만 생각하려고 했다. 아니면 헤벌쭉 웃어버릴 것만 같았다.
"여주 선배님! 연준이형 보러 학생회실 가실거죠?"
아주 자연스럽게 내 옆에 붙어오는 최수빈에 순간 무장해제될 뻔 했다. 안면근육을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대답했다. 새삼 병아리처럼 쫑알대며 말을 걸어오는데 그럴 때마다 죽을 맛이었다.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훈훈한 마음만 간직하고 싶었다. 이런식으로 가까워지는 건 나한테 너무 큰 감정소모였다. 학생회실로 올라가는 내내 퍽 다정스럽게 말을 이어나가는 최수빈이 부담스러우면서, 조금 좋기도 했다.
"왔어?"
"네!"
최연준은 또 아침부터 학생회실에 있었는지 옆에는 라면과 커피가 놓여있었다. 바로 코앞에 자취방이 있으면서도 집에 가는 시간도 아까워했다 쟨.
"아주 살림을 차려라 차려."
"안그래도 그러려고."
연준은 세면도구를 우리에게 흔들어보이더니 일어섰다. 어깨를 쫙 피자마자 우두둑 뼈소리가 이 공간을 울렸다. 능청스럽게 칫솔을 입에 물고 내쪽으로 걸어왔다. 이미 수빈은 연준의 노트북 맞은편 자리에서 태블릿 세팅을 하고 있었다. 연준은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폈네 폈어."
그말에 나는 괜히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손바닥을 쫙 펴 광대를 꾹꾹 눌렀다. 도대체 언제부터 웃음을 머금고 있었는진 나도 모르겠다.
"선배님! 아이스티 드실래요? 타드릴까요?"
"아. 아뇨."
"이번에 온 아이스티 진짜 맛있는데......"
최수빈의 얼굴이 풀죽은 토끼처럼 일그러졌다. 그럴수록 더 차갑고 단호하게 굴어야했다. 어차피 새내기 최수빈은 나 아니어도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많을거다. 그리고 그게 타인의 일방향이 아닐수도 있다. 풀리지 않는 끈들이 머리를 뒤집었지만 모른 척 하기로 했다. 복잡하게 생각해봤자 뭐해. 그냥 나는 적당히 짝사랑만 하다가 치고 빠지자. 연준도 그걸 알아서 대놓고 엮어주지 않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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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당면 원 쁠러스 원.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 깻잎 한장에 얼마지. 파 가격이 올랐다. 계속 현실적인 숫자들만 머리 속에 집어넣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은 이미 십분 전에 부르고 남았다.
"누나아! 형!"
"아주 취했구만 취했어. 누나 얘 팔 좀 잡아줘."
이렇게 흩트러진 최수빈을 보다니. 최수빈은 연준이에게 나무늘보처럼 매달리다가 나중엔 나를 인형처럼 꼭 껴안았다. 불쾌하진 않았고, 좀, 좀...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한 건 내가 계속해서 얼굴을 돌리면서 웃었다는 거였다.
학생회 회식이라고해도 안가려고 했다. 어차피 내 임무는 총무 땜빵이었고, 곧 졸업인데 다른 사람이랑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괜히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인간관계를 넓힐 마음도 없었다. 인턴 떨어지고 나서 무기력이 더 심해져서 이런걸수도 있다. 인간 불신. 사회 다 망해버려라.
"누나 나 다른 애들 좀 택시 태울게. 수빈이 좀 잠깐 맡아줘."
"그래라."
연준이가 불러도 절대 절대 나오지 않으려고 했다. 1차, 2차, 3차를 거쳐 4차까지 달린 학생회 애들은 연준이 혼자서 케어가 불가능했다. 연준이는 집에 있는 내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니 애들 집에 보내는 것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 문자를 받고 거절할 수가 없어서 모자만 눌러쓰고 나왔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최수빈 팔에 갇혀서 안겨있다.
"선배님! 선배에! 누..나!"
"이거 좀 놔봐요. 이거 얼굴에 대고 있어요."
파 한단에 팔천원. 계란 한판에 구천원. 계속해서 다른 생각을 했다. 좋은 생각. 다른 생각. 웃지말자. 진지한 생각. 자소서. 면접탈락. 최종 합격. 현실적인 단어들과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감정이 맞부딪혔다. 이미 최수빈은 풀어질대로 풀어진 실타래처럼 내게 기대고 있었다. 잔뜩 빨개진 볼과 웃을 때마다 쏙 패이는 보조개. 얼굴이 하얘서 그런가 홍조가 더 돋보였다. 저 멀리서 한명씩 택시태워 보내는 연준이가 보였다. 앞으로 일곱명이나 더 보내야하는데, 다른 학생회 애들이 버티고 있었다.
"형! 5차가요!"
"선배에! 5차! 또!"
다들 4차까지 어떻게 왔는지, 연준이 빼고 다 당장 노숙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만큼 취해있었다. 저렇게 한명씩 챙겨서 보내니까 학회장이 됐지. 고군분투하는 뒷모습이 안타까웠다. 나도 다른 의미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자꾸만 제 볼을 내 어깨에 부벼온느 최수빈 때문에 미칠 거 같았다. 이제 선배님이라는 호칭은 진작에 버린건지 계속해서 누나만 부르고 있었다. 요새 누난 너무 예뻐를 듣지 말았어야 했어. 미쳐버릴 거 같았다.
"누나아."
대답하지 말자. 대답 안할거야. 어차피 술주정이다. 최수빈은 에타 최다 출연자다. 군대 안다녀온 남자랑 사귀는 거 아니다.
"누나. 저는, 저느응. 안산에서 태어났어여."
"예?"
"위로는 횽 있구, 누나두 있어여. 친누나!"
"예......"
다른 생각. 최수빈 귀엽다를 뱉지 않을만한 다른 차가운 생각을 하자. 하자. 이럴수록 역설적이게 목끝까지 귀엽다라는 말이 찼다. 하지만 죽을 힘을 다해 표정을 관리했다. 아직까지 연준이는 남은 3명을 택시 태우네 마네 씨름하고 있었다. 제발 빨리 와줘 최연준.
"그리구, 그리고 또. 또... 연준이형이 과대 하라구 해서. 하구요. 스무살이구..또. 그 그 뭐지...또오."
"자기소개 그만해도 돼요."
"...누나는 저. 싫어요?"
딩. 딩. 딩 자꾸만 케이오 종이 울렸다. 그리고 저 질문에는 최수빈 반대쪽으로 돌렸던 고개를 완전히 최수빈쪽으로 돌아가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네? 아뇨...아니. 아니요?"
"...근데 왜, 왜 자꾸. 저한테 냉정한 눈으로. 봐여. 그러케 봐여."
진짜 한계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런 나를 촉촉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최수빈. 제발 눈이라도 감아라. 나는 손을 뻗어서 손바닥으로 최수빈 눈두덩이를 쓸었다. 유난히 대학가 앞 사차선 도로가 조용하게 느껴졌다. 최수빈은 오른손을 내 손위로 겹쳤다.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핏덩이 같은 스무살이랑 뭐하는 짓이야 이 자식아. 내 자신한테 하는 말이었다. 이제 연준이쪽을 볼 여유도 없었다.
"최수빈 씨는 어리시고 막내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끄래요! 저 스무살이에요!"
"제 손 이렇게 술취해서 덥썩 잡으면,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해요."
저 바닥까지 있는 이성을 겨우 끌어올렸다. 다른 사람이 하면 그래요 저 스무살이에요에 어쩌라고로 답하겠지만 상대는 최수빈이었다. 막강한 최수빈. 스무살인 최수빈. 술취해서 내 손을 꾹 잡고 내 어깨에 기대고 있는 저 인간.
"어떻게 오해하는, 데요? 네?"
그걸 왜 묻니. 진짜 미칠 것 같았다. 술취한 사람 가지고 내가 뭘하는건지. 현타가 왔다. 어차피 내일되면 기억도 못할텐데 나혼자 이렇게 받아들이는게 웃겼다. 아니다. 절대 CC는 하면 안된다. 가뜩이나 대학 5수해서 빨리 졸업해야하는데, 중간에 휴학한 이유도 다 사랑때문이었다. 그때는 눈에 멀었지만 이번에는 그러면 안된다. 사람이면 본능보다는 이성이지. 내가 입을 닫자. 다시는 똑같은 실수하지말, 말자. 말.......
"누우나아. 누우나......"
대답을 종용하듯 칭얼대는 최수빈 때문에 미치겠다. 정말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나, 나 좀. 예뻐해주지. 다정하게 대해주지. 네? 네에?"
그 말에 펑하고 터졌다. 계속해서 최수빈이 잡은 손을 뺴내려는 내 최소한의 저항도 멎었다. 어차피 될대로 되라지. 나는 저항이라는 말을 이 순간 지워버리기로 했다. 최수빈과 맞잡은 손을 꼭 잡았다.
"술도 취했고,"
"...네에."
어차피 내일이면 기억 못해도.
"어리고 막내니까 금방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거니까."
"네에에..."
잠깐정도는 감정에 한눈 팔아도 되겠지.
"잠깐만 실수할게요."
"...네,에"
순진한 눈으로 나를 보는 최수빈의 볼을 잡았다. 헤실헤실 웃는 표정과 다르게 내 손을 잡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아까보다 딸꾹질이 멎은 걸 보니 술이 조금 깬듯했다. 여름과 가까워진다고 해도 아직 봄이었다. 밤바람이 조금 쌀쌀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얼굴에는 자꾸 열이 올랐고, 내 결단은 하나였다.
말랑한 볼을 꼭 잡고, 서로 맞닿은 손을 꾹 쥐고 살며시 입을 맞췄다. 분명 내가 싫어하는 알코올 냄새여야하는데 이상하게 나도 헤롱거림이 옮는 거 같았다. 나도 취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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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키스신 으아아악아아아ㅏㅇ 으아...! 으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 으아아아아아아ㅏㅇ아ㅏ아아아아앙아아아ㅏ아아아아아악!!!! 으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악!!!!!!!! 아악!!!! 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 아악!!!!!!!!!!!!!!!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으아아아아!!! 으아!!!!!!! 으아아아악!!! 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ㅏ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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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으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 으아아아아아아ㅏㅇ아ㅏ아아아아앙아아아ㅏ아아아아아악!!!! 으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악!!!!!!!! 아악!!!! 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 아악!!!!!!!!!!!!!!!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으아아아아!!! 으아!!!!!!! 으아아아악!!! 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ㅏ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아!!!!!!!!!!!!!!!!!!!!!!!!!!으아악!!! 아악!!!!! 으으으아아아아악!!!!!!!!!!!!!!!!!!!!!!!!
ㄱㅇㅇ.... 나 원래 실수 좋게 생각햇어 키갈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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