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바이크와 김유정 문학촌
김 영 호
레일바이크(Rail Bike)란 레일 위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자전거이며 정식명칭은 드라이 지네(Draisine)로 독일의 드라이스(Drais. K . von)가 목마의 바퀴를 개량하여 만든 것이 원조라고 한다.
2005년 경북 문경에서 처음 시작되어 정선 곡성 삼척 양평 강촌 가평 경강역에서 운행되며 가평 경강구간만 왕복 운행하고 있다.
얼마 전 지인들과 강촌역에서 김유정역까지 레일바이크를 탔다.
70연대의 힘들고 어려운 시절, MBC FM의 별 밤 지기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 통기타 가수 양희은의 “모닥불”노래를 음미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레일 바이크에 올랐다.
이제는 폐허가 된 경춘선의 철로 위에서 추억과 낭만을 떠올릴 수 있어 아주 좋았다. 4인승이지만 일행 중 2인만 페달을 밟아야 하는 사정 때문에 나와 박 지인이 페달을 밟는 영광을 안았다.
풀벌레들 소리와 매미와 여치의 구성진 울음소리는 나의 마음을 70연대로 돌아가게 한다.
푸른 들판을 지나니 강가에 물안개가 하나, 들, 솟아오른다. 물안개 사이로 흰 구름 하나가 외롭게 흘러가는데 주위 풍광은 우리를 한없이 기쁘게 한다.
첫 번째 터널 앞에 이르니 오색찬란하고 현란한 불빛 속에 경쾌하게 들려오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젠틀맨”이 페달을 밟는 나의 마음을 즐겁고 시원하게 해준다.
70연대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이종환의 독특한 목소리와 양희은과 윤형주의 통기타 노랫소리를 들으며 낭만 열차를 타고 지나던 굴이, 몇십 년 사이에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젠틀멘“으로 바뀌어 들리니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야릇한 감정이 솟는다.
흥겨운 음악 소리에 도취하여 따라 부르니 어느 사이 굴을 통과하고 있다.
그래서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닐까. 어두컴컴한 굴속에 경쾌한 음악과 불빛 때문에 힘 안 들이고 통과할 수 있게 만든 인간의 장난 때문이라 생각한다.
긴 굴을 지나니 누런 황금 들판이 눈앞에 보이며 여기저기에 허수아비에 않은 참새들이 장난치는 모습이 보인다.
안개 숲을 지나니 눈 부신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배낭 속에 모자를 쓰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다행히 내리막길이라 바이크의 페달을 밟지 않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종착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힘을 내어 페달을 밟는데 전방에 무엇이 보인다.
“찰가닥"소리와 함께 우리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처음 출발할 때 종착역에 가까이 가면 “포토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적어도 100미터 전에 포토존이 눈앞에 있으니 “예쁘게 모양 잡고 준비하세요”라는 표지판 정도는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장에 만 원 하는 사진을 판매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와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최초로 문학인 이름을 사용한 김유정역은 고풍스러운 기와 모습이다.
책 모양의 많은 조형물이 갤러리를 형성하고 있는 광장에서 차 한 잔은 너무 맛이 있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색소폰 연주 소리에 쌓인 피로가 눈 녹듯 풀리며 내가 마치 동화의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졌다.
인근에 있는 김유정 문학촌에 들렸다. 생가는 초가지붕으로 ㅁ 자 모양으로 되어있는데 헐벗고 못사는 사람이 많던 시절 내부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문학관에는 대표적인 소설 봄 봄, 동백꽃 등의 소설이야기와 명창이며 사랑했던 여인의 사진과 “개벽” 등의 신문학 서적이 전시되어 있다.
연인 박녹주의 모습은 평범하면서도 정감 어린 모습을 띠고 있어, 어머니의 정에 굶주렸던 유정에게 포근하며 정겨운 여인처럼 느껴졌다.
“실레 이야기 길”은 김유정의 소설이 무대가 된 마을 길로 김유정 문학촌에서 시작해서 금병산 중턱을 돌아오는 코스로 되어있다.
“들병이(병술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파는 여인)들”이 홍천을 거쳐 넘어오던 ”눈웃음 길”을 지나니 소나무의 향긋한 솔 향이 바람결에 스쳐 간다.
동백숲 길지나 “가을”에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소 장수 황거풍에게 아내 팔아먹고 도망치던 고갯길에선 슬그머니 웃어보았다.
“소낙비”의 춘호 아내가 남편의 노름밑천 이 원을 마련하기 위해 맨발로 더덕을 찾아 헤매던 비탈 길 에서는 가슴이 메어지도록 아프며 걷기가 힘들다.
가장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노름빚을 마련하기 위해 소낙비에 흠뻑 젖은 몸으로 이 주사에게 몸을 섞고 남편과 잠자리를 즐거워하는 그녀에게서, 무지한 시골 여인네의 한 많은 삶을 떠올려 보았다.
이번 경춘선 레일 바이크 여행은 탁 트인 북한강 사이를 풀 벌레 소리 들어가며 70연대의 강촌에서의 낭만과 추억을, 다시 한 번 대자연의 화선지 위에 그려볼 수 있어 즐거웠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고 폐결핵으로 요절한 김유정이, 고향사랑의 애틋하고 정겨움을 소설로 쓴“실레이야기 길”을 거닐면서 주인공들의 해학과 가슴 아픈 삶의 모습을 상상하고,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소설 속에 주인공으로 흠뻑 빠져들어 기쁨이 두 배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첫댓글 몇년전 레일 바이크를 타고 김유정 문학촌을 방문 하며 쓴 수필 입니다. 한번쯤 타 보세요. 또다른 묘미가 있더군요.
레일바이크도 즐기고 김유정문학관도 둘러보시고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처음타본 레일 바이크도 재미 있었고요.
리일 바이크 타고 김유정 문학관 가면서 흘러간 그시절 회상 하고 싶네요^^
재미있는 글이네요.
가을 날에 레일 바이크 타고 김유정 문학관 한버 가보세요^^
좋은 말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