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답사 : 안동 하회마을을 가다
1. ‘하회마을’은 안동의 대표 핫플레이스이다. 과거의 유교 정신과 한옥으로 대표되는 물질적 전통을 인위적인 방식인 아닌 일상적인 사람들의 삶을 통해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민속박물관으로 불리는 이 곳은 외국의 유명인사가 오면 한국을 상징하는 장소로 안내되곤 한다. 그만큼 그 곳에는 한국적 정서와 전통이 온전히 담겨있는 것이다. ‘하회마을’의 매력은 오랜 전통만큼이나 마을을 휘돌고 있는 낙동강 물줄기의 오묘함에서 찾을 수 있다. ‘하회마을’이라는 명칭처럼 마을 주변을 낙동강이 곡선을 이루며 흐르는 모습은 지리적 아름다움과 함께 미학적 아름다움까지 선사하는 곳이다.
2. 하회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210번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약 30분 정도가면 하회마을 입구 매표소가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하회마을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지만, 약 1km 조금 더 되는 거리를 걷는 것도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조용한 산책로를 고요를 음미하면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회마을 방문은 1984년 이후 40년만의 발걸음이다. 당시의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은 세련된 관광지로 변모했지만, 하회마을이 갖고 있는 분위기는 그대로 존속되고 있었다.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한옥과 초가집을 살피는 것도 재미있지만, 나에게는 낙동강을 따라 걷는 것이 더 끌리는 일이다. 입구에서 갈라진 강길을 따라 마을과 마을을 둘러싼 산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원경에서 만나는 하회마을의 본모습을 제대로 확인시켜 준다. 하회마을 끝에서는 병산서원으로 향하는 유교문화길이 이어진다. 시간이 된다면 도전하고 싶은 코스이다. 이곳까지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는 것은 오래된 건물과 그 사이를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길이다. 그렇지만 ‘하회마을’을 진정 더 많이 이해하고 싶다면 마을 밖으로 나와 마을과 산 그리고 강과의 조화와 연결을 살펴보아야 한다. 마을은 언제든 자연과의 균형과 연결 속에서 만들어지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3. 마을을 걷다가 ‘유교의 중심지’였던 이곳과는 조금은 이질적인 장소를 만났다. 1921년 만들어져 이제는 100년이 훌쩍 지난 ‘예배당’이었다. 한옥의 형태로 만들어진 작은 규모의 에배당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단단하게 마을 한 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안내문에는 이 예배당이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건립되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근대문물과 서구의 종교가 한국 땅에 도입된 후 그것은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 변혁의 희망을 주었다. 오랜 전통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어떤 요소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분명 예배당 건립에는 유림들의 반대와 따가운 시선과 직면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단있게 건물을 세우고 새로운 변화를 도입한 여성들의 용기가 예배당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와 새로움은 결합되면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지 모른다.
4. 사실 ‘하회마을’을 방문한 주요 목적은 이 곳에서 벌어지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보기 위해서이다. ‘하회별신굿’은 우리나라 가면극 중에서 농촌 탈놀이의 특징을 보유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가면극이다. 가면극에서 표현되는 양반과 평민, 중과 일반 백성, 그리고 가부장적 가족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지만, 후대의 도시 가면극에 비해서는 조롱과 비판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가면극이다. 현재 ‘하회별신굿’은 일주일에 4번 이상 하회마을에서 공연되고 있다. 볼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대부분의 가면극 공연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별신굿 공연에는 찬사까지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약 1시간의 공연은 특별한 생략없이 전 과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공연장은 외국인 뿐 아니라 체험학습 온 학생들로 붐볐다. 풍물패들의 흥겨로운 가락과 함께 시작된 공연은 한국의 전통적인 가면극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하회별신굿의 가면은 나무로 만들어져 훨씬 정교할 뿐만 아니라 질감이 풍부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허술하지 않는 진중함이 가면 그 자체에 담겨있는 것이다. 공연은 흥미를 높이기 위해 공연자들의 즉흥적인 동작을 선보이면서 전개되었다. 그럼에도 조금은 오래된 내용이나 표현방식은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를 주지 못하는 듯했다. 외국인들 또한 화면에 대사를 보여주고 있지만, 극의 핵심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가면극의 매력은 춤과 음악도 중요하지만 대사의 묘미를 얼마큼 느끼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배우들의 공연은 충분히 매력 있었고 특히 양반과 백정을 맡은 광대의 대사표현력은 훌륭했다. 공연을 마치고 마당을 도는 광대들의 모습은 모두가 나이든 노인들이었다. 그것이 현재 가면극의 실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5. <안동역>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문화재로 향해갈 수 있는 허브적 공간이다. 현재 남아있는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봉정사 극락전을 볼 수 있고, 신비한 매력의 ‘이천동 석불’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교의 전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도산서원으로도 갈 수 있다. 더구나 매년 9월말에서 10월초까지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은 한국의 어떤 축제보다도 다양하고 볼거리가 많은 축제로 추천하고 싶다. 전 세계의 가면극 전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안동’은 항상 외국인들로 넘친다. 하지만 ‘안동’은 오히려 한국인들이 더 많이 찾아야 할 장소인 듯하다. 낙동강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지리적 중심으로서 뿐 아니라 한국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필수적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곳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넘치지 않은가?
첫댓글 - 마을은 언제든 자연과의 균형과 연결 속에서 만들어지고.......... 자연과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