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을 읽고
(The Phantom of the Opera)
국제통상학부
20071448 박은지
고등학교 때의 일이었다. 음악시간에 뮤지컬 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페라의 유령』을 DVD로 감상한 적이 있었다. 유난히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유명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을 보면 이 『오페라의 유령』을 살인사건으로 다룬 부분이 있을 정도니, 나는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아닌 뮤지컬 원작으로 된 DVD라서 그런지 상당히 지루했고, 당시로써는 내용 파악이 잘 되지 않았으며,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혹여 그 뮤지컬처럼 지루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읽기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원복 교수님의 '프랑스문화의 이해'를 들으면서 흥미로운 과제를 보았다. 프랑스 문학작품을 읽고 독후감 형식으로 적는 것이었는데 마침 여러 책들 중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확 눈에 띄었다. "좋아,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읽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책을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가장 큰 주요 내용을 말하자면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 다에를 사랑하는 내용] 이라고 해야 조금 들어맞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첫 장, 아니 조셉 뷔케가 죽었던 그 살인사건부터 몹시 그 책에 몰입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보았던 '소년탐정 김전일'과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책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눈에 띄는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파리에서는 그래야만 한다. 아무리 슬퍼도 명랑한 척 가면을 쓰는 법과 아무리 기뻐도 슬픈 척, 지겨운 척, 관심 없는 척 가면을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아직 진정한 파리지엥이 되었다고 할 수 없다." , "파리에서의 삶은 하나의 가면무도회이다." 여기서 ‘드비엔느와 폴리니는 진정 유쾌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 문장처럼 명랑한 척 가면을 쓰고 있던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오페라의 유령』을 읽다 보면 간간히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음악에 대한 크리스틴의 표현은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게 할 정도였다. 크리스틴의 표현을 보자.
"바로 그 점이 끔찍한 거예요...... 그를 몹시도 무서워하면서도 그를 싫어하지는 못한다는 것...... 내가 어떻게 그를 싫어하겠어요, 라울? 저 아래, 지하의 호숫가에서,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그를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자신을 자책하고, 사과를 하면서, 내 용서를 바라고 있는 그를 말이에요...... 자신이 속여왔다는 걸 고백했어요! 그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구요! 그리고는 내 발 앞에 비극적이면서도 엄청난 사랑을 갖다 바쳤어요! 사랑 때문에 날 납치한 거구요! 사랑 때문에 당 속에 자신과 함께 날 가두었지만, 어디까지나 날 존중했고, 내 앞에서 벌벌 기면서 신음하고 울먹인단 말이에요! (중략) 그래, 그가 천사가 아니고 정령이 아니며, 유령도 아니라도, 여전히 목소리인 것만은 틀림없다, 적어도 그는 노래를 부르니까...... 그러면서 나는 귀를 기울이게 되고, 머무는 거랍니다...... 그날 저녁 우리 둘은 서로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어요...... 그는 하프를 들더니 천사이자 인간의 목소리로 데스데모나의 로망스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아, 나 또한 그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다는 기억이 오히려 나를 부끄럽게 만들더군요...... 라울, 음악에는 말이죠, 듣는 이의 가슴을 후려치는 바로 그 소리 이외에도 바깥 세상을 일순 사라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답니다! (중략) 나는 그 목소리와 하나가 되어, 고통·기쁨·순교·절망·유쾌함·죽음 그리고 화려한 결혼의 모든 기분을 섭렵하며 헤매었지요...... 나는 귀를 기울이고 목소리는 노래를 부르고..... (중략) 어딘가 은은하면서도 애수가 깃든...... 휴식같은 음악 말이에요...... 영혼을 살짝 들어올린 다음 차츰차츰 안정시키는, 그래서 결국엔 꿈의 문턱까지 데려가는 그런 음악...... (중략) 벽속에서 들려온 그 '음악의 천사'인가 뭔가 하는 목소리에 무턱대고 이끌린 멍청함을 스스로 비웃으면서 묘한 짜릿함을 느끼기까지 했어요...... (중략)" 게다가 자신을 사랑하는 에릭을 향해서 그녀가 부르짖는 절규같은 '나는 당신의 얼굴이 두렵지 않아 뒤틀린건 바로 당신의 영혼' 이란 이 대목은 나로썬 작가한테 다시 한 번 감동받게끔 하는 문구였다. 한편으로 작가가 끝까지 이것이 사실이라고 우기는 면에서도 약간 황당했지만 그래도 작가의 강한 주장이 있었기에 이런 명작이 탄생한 듯하다. 더군다나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것이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 둘이 한 달 정도 약혼을 하기로 했을 때 작가는 그것을 "그것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놀이였다. 두 사람은 어린아이들처럼 그 놀이를 신나게 즐겼다. 오, 그들은 너무도 아름다운 사랑의 밀어를 나누었고 영원한 맹세를 주고받았다. 아이들이 공을 가지고 놀듯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놀았다." 그들의 사랑을 감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또 한 번 작가의 펜 놀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달콤한 사랑의 이면에 크리스틴에 대한 에릭(오페라의 유령)의 광적인 사랑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점잖은 신사같던 에릭은 후반부로 갈수록 크리스틴에 대한 광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크리스틴의 관심을 끌기위해 '복화술사'라며 카를롯타의 "꾸엑!사건"을 따라하고, 고문실에 대한 광적설명, 등은 그가 얼마나 크리스틴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에릭은 다로가(이하 페르시아인)에게 자신은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며 크리스틴을 라울에게 보내주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여기서 작가의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광적인 사랑을 보인 크리스틴을 끝내 라울에게 보냈는가? 그리고 병에 걸려 죽었는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죽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가? 라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에포크지에 " 에릭 사망 " 이라는 이 한 구절이 여운을 남기면서 참 아쉬웠고, 책을 덮으면서도 뭔가 허전함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페라 버전이 아닌, 영화로 『오페라의 유령』을 다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단순 과제, 그리고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지만 작품을 다 읽고 돌아보는 지금 이순간은 하나의 멋진 문학작품이 내 머릿속, 그리고 가슴속으로 들어와 그 자리를 꽉 메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심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기회를 봐서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다른 문학작품들을 읽고 싶고, 프랑스가 문화의 대국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와 닿았고, 뜻 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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