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되 인사불성이 되지는 않고, 마시면 허기를 없애주며, 힘이 없을 때 기운을 북돋우고, 힘겨울 땐 넌지시 웃게 해주며,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가 풀리는 오덕(五德)을 지닌 술은?
정답은 막걸리이다.
2010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한 한국축구에 앞서 지난 5월 10일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에서 열린 ‘16강 대표 막걸리 선발전’에서는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후원하는 ‘참살이탁주’를 포함한 각 지방을 대표하는 막걸리 32종을 만날 수 있었다.
각 지역에서 예선을 거쳐 출품된 32종의 막걸리는 모두 우리 쌀 100%로 빚은 막걸리로 행사 당일 전문가 23명의 심사를 거쳐 ‘16강 막걸리’를 선별했다. 지역별로 선정한 이유는 막걸리 역시 와인처럼 쌀과 물, 빚는 사람의 비법(와인에서는 ‘테루아’라 부른다)에 따라 그 맛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16강 대표 막걸리 선발전에서 선정된 막걸리는
‘살균 막걸리’ 부문의
1. 내고향명품막걸리(배상면주가・경기)
2. 누보막걸리(맑은내일・경남)
3. 우곡(배혜정누룩도가・경기)
4. 초가우리쌀막걸리(초가・강원)이고
‘생막걸리’ 부문은
5. 나누우리(순천주조공사・전남)
6. 대대포(담양죽향도가・전남)
7. 산삼가득(양운양조・경기)
8. 설성동동주(병영주조장・전남)
9. 세종생막걸리(청주탁주세종・충북)
10. 우리쌀 생막걸리(천둥소리・전북)
11. 울금막걸리(우리술・광주)
12. 이화주(국순당・강원)
13. 입장탁주(입장주조・충남)
14. 전주쌀막걸리(전주주조・전북)
15. 참살이탁주(남한산성소주・경기)
16. 햇탁(용두산조은술・충북)이다.
※ 살균막걸리는 유통기한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막걸리의 효능을 좌우하는 효모를 죽인 것이므로 진짜 술꾼을 자처한 어떤 이는 ‘시체막걸리’라고 하여 절대 먹지 않는다고 한다.
막걸리는 곡물과 누룩 그리고 물로 빚는다. 이는 청주 또는 약주라 부르는 우리나라 전통 주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청주는 술독에 넣은 용수(원통형 모양의 술 거르는 용구)에 고인 맑은 술만 떠낸 것이고, 막걸리는 청주를 떠내지 않은 채 그대로 체에 거르거나 청주를 떠낸 뒤 남은 술지게미를 으깨서 체에 받은 술을 뜻한다.
이렇게 만든 막걸리는 술을 빚을 때 넣은 곡물도 함께 섭취할 수 있어 마시면 밥처럼 든든하다.
서울탁주에 의하면 전년대비 매상고가 24% 증가했으며 또한 한국의 막걸리누보는 프랑스와인을 KO시켰다고 언론이 대서특필한 바 있다.
이렇게 막걸 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이유는 뭘까?
첫째 막걸리의 대변신이다.
요즘 막걸리는 옛날 텁텁했던 그 탁주가 아니다. 맛과 향이 크게 달라졌다. 색깔은 맑은 우유빛이고, 영양성분도 보강됐다.
둘째 뛰어난 웰빙식품이다.
알코올 도수가 6-8도 안팎으로 맥주 수준에 불과한데다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또 막걸리는 몸에 유익한 유산균 덩어리이다. 막걸리 한 병에 요구르트 100병에 해당하는 유산균이 함유돼 있다. 실제 팔리고 있는 막걸리의 경우 실제 맛과 향, 색갈이 요구르트와 같다. 전문가들은 과하지 않게만 마신다면 어떤 술보다 건강에 유익하다고 말한다.
어떤 교수는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알코올 성분만 제외하면 영양제를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막걸리의 성분은 물이 80%, 20%중에서 알코올 6-7%,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이다. 나머지 10%는 식이섬유, 비타민 B, C와 유산균 효모 등이다. 또 막걸리는 다이어트도 시켜준다고 하니 알만한 처녀들도 아니 사랑할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