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부자연스럽습니다.
다시
부연설명하면 여자가 결혼을 결정할때 남자의 무엇이
중요한 역활을 하느냐하는 것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정답이
없는것을 알면서도 사는 것이 인생이고 아쉬움과 미련을
가지고 그것을 회고하는 것이 문학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라는 일본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 십자군 이야기. 이여류작가는 '로마인 이야기'라는 15권짜리 시리즈를 발표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이후 한동안 뜸했었는데 2010년부터 십자군 이야기 (전3편)을 또 발표하고 있다. 1937년생이니 이책을 쓸때 그녀의 나이가 73세인데... 대단한 열정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수있다.
십자군전쟁은 11세기말 1095년부터 시작하여 약 150년간 기독교의 성지회복을 위한 8차례의 크고 작은 종교전쟁을 통들어 지칭하는데 그대상이 동쪽의 이슬람제국이다보니 동과 서의 문화충돌을 초래한 세계사의 지각변동으로 주목할만한 사건으로 이해되고 있다.
당시 유럽각국에는 이미 카톨릭이 실질적인 국교로 인정된 국가들이 많았기에 클레몽종교회의때 교황 우르반2세의 호소 (타종교세력의 지배하에 있는 우리성지를 회복하자)는 많은 국가들의 왕과 제후들을 감동시켰고 사명감으로 뭉치게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순수한 의도뒤에 기억해야할 두가지 현실적인 배경이 있다.
우르반 2세는 교황청이 있던 로마에 들어가지 못하고 남부이태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이유는 유럽북쪽의 광할한 영역을 차지한 신성로마제국(지금의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랜드를 포함하는) 황제 하인리히 4세가 교황과 카톨릭을 아주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제국의 실질적인 권력자로 군림하고 싶기도 했지만 지난세월 자신이 당했던 치욕을 보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르반 2세의 전임자는 교황 그레고리 7세였다. 그역시 종교적인 대의명분을 포장한 자존심하나로 살던 사람이였는데 세속권력에 대한 경고로 하인리히황제를 파문시켜버렸다. 파문이란 황제라도 교황이 인정하는 정치적인 직위였기에 황제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인데 요즘 말하면 탄핵과 같은 것이다. 신성로마제국의 백성들은 더이상 그에게 복종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것을 풀어달라고 하인리히황제는 교황이 머무르던 거처로 찾아가 (그때는 한겨울이였다) 교황을 만나고 싶다고 문앞에서 기다렸는데 교황은 그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벌판에 맨발로 삼일을 세워두고 만나지 않았다. 그만큼 로마교황의 파워가 절정인 시기였다. (카노사의 굴욕) 그때부터 하인리히황제는 교황이라면 이를 갈았고 다시 권력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교황을 정치적으로 공격해 그를 집떠난 방랑자로 만들었다.
교황 그레고리 7세는 사망하고 새교황이 된 우르반 2세는 교황의 권위를 회복하고 신성로마제국에 대항할수있는 타지역의 국가를 단합시킬 명분을 찾고 있던중 십자군전쟁을 생각하고 확실하게 밀어 붙인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면서 우르반교황은 로마교황청으로 돌아왔다. 위의 두교황은 프랑스의 같은 수도원출신이다)
우르반교황의 십자군생각이 본인의 생각이였는지 아니면 누가 코치를 해주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도 또다른 정치권력의 강자였던 비잔틴제국의 황제 알렉시우스의 생각이였을 확률이 많다. 비잔틴제국이란 다른말로 동로마제국이다.
로마황제 콘스탄틴이 동쪽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에 만들면서 비잔틴제국은 발칸반도와 지중해의 동쪽제국을 관할하던 대제국이였는데 아라비아반도에서 몰려온 이슬람세력의 한 분파인 셀주크투르크족에게 대부분의 영토를 빼앗겼다.
유럽국가에서 많은 군사들이 성지회복 (성지인 예루살렘이나 팔레스타인도 비잔틴제국의 영토였음)을 하려면 반드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동쪽의 지역을 거쳐가야하고 그곳을 점령하고 있는 투르크족과 전쟁해야하기에 이기회에 서유럽국가들의 힘을 빌려 자신의 옛영토를 회복하자는 속셈이였다. 그래서 알렉시우스황제는 교황에게 십자군의 모든 군사들이 자신이 있는 콘스탄티노플에 집결해 한꺼번에 밀고 내려가자고 주장했다.
서유럽의 많은 왕족들과 제후들이 자신들의 군사를 끌고 멀고도 먼길을 출발했고 우여곡절끝에 거의 3년만에 제1차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회복한다. 객관적인 군사력은 셀주크투르크가 더 좋았는데 신의 도움인지 1차십자군이 승리하였다. 특히 성지로 가는 길목에 있는 최대의 요새였던 안디옥성에서의 대전투는 규모면에서도 대단했다.
십자군은 가족들을 본국에 두고온 사람들인데 살면서 어떤 죄를 지었더라도 십자군전쟁에 참전하여 싸우면 죄를 사함받고 영혼이 구원받는다는 교황의 설명을 철저히 믿었다. 그에 반해 투르크족은 왜 이들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전쟁을 하는지도 몰랐고 전세가 불리하면 아라비아쪽으로 도망가곤 했었다.
예루살렘을 되찾은 십자군은 자신들이 원했던 예루살렘성묘교회 (The Church of Holy Sepulchre)에서 크리스마스날 미사를 드린다. 이교회는 원래 로마신전이였는데 5세기때 콘스탄틴황제가 기독교식으로 재건축하여 헌납한 건물이다.
이건물이
서있는 곳이 성경의 갈보리골고다 (예수님이
십자가처형당하신 곳)와
빈무덤 (부활하신곳)의
동일장소이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재능있는 스토리텔러 (storyteller)이다. 쉽게 말하면 유치원생들을 넋나가게 만들정도로 얘기를 재미있는 하는 재주를 가진 여자이다. 문제는 그녀가 쓴 책들에는 주석이나 참고문헌이 전혀없다는 것이다.
자신은 철저히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책을 썼다고 하지만 일단 그말을 믿더라도 많은 자료중에 어떤것을 선택하고 그리고 선택된 자료중에서 어떤 얘기에 주안점을 두느냐 (그리고 어떤식의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수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염려를 자신의 판단과 상식으로 대신할려는 만용을 부린것 같기도 하다. 분명히 그녀의 책은 넌픽션으로 분류되어야하지만 동시에 픽션적인 요소를 꽤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이여자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후 이태리로 건너가 꽤 많은 시간을 독서와 여행으로 보낸다. (정식으로 학위를 취득하면서 공부한적은 없다고함)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 언론에 글을 쓰기시작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킨 사람이다. 다시 이태리로 돌아가서 살던중 이태리계 의사와 결혼하여 자녀를 한명 낳은후 바로 이혼을 하고 일본과 이태리를 왔다갔다하면서 집필에 열중하였다.
그녀가 왜 로마인이야기나 십자군이야기같은 서양의 고중세사(특히 남성위주의 전쟁사)에 몰두했는지 그이유를 알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의 책속에 그녀가 무심코 뱉은 그녀의 생각이 있다.
1차십자군을 몰고온 제후중에 이탈리아남부에 살던 보에몬드라는 폴리아영주가 있었다. 그는 40대중반의 나이지만 건장한 체격에 금발의 머리 그리고 전쟁에 나가기 위한 군장을 갖추면 누가봐도 멋있는 영웅처럼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영국을 정복한 노르만(윌리암)의 혈통을 이어받은 푸른눈의 용사였다.
하지만 용모와 달리 그가 십자군전쟁중에 보여준 모습은 꽤 이기적였는데 다른 제후들과 협공해서 힘들게 얻은 군사요지이자 상업중심지인 안디옥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중도에 행군을 포기하고 그곳에 머물렀던 인간이였다. 그래도 가는곳마다 그의 잘난 모습을 보고 많은 유럽이나 이슬람여인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인물이다. 남자는 종교적인 신념에 목숨을 걸지는 몰라도 여자는 반드시 그렇지않다라는 작가의 생각을 말하면서 이런 문장을....
"여자란 결혼상대를 고를때는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 있고 신뢰할수도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도 미워할수 없는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모험에 나서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유의 남자는 여자에게 나이와 종교의 차이를 넘어 그저 '남자'로만 보이는 존재이다" (page 55)
십자군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그녀의 인생에 무리하게 대입을 시켜보면... 그녀의 결혼은 안정을 추구한 선택이였지만 그안정은 남편을 남자로 보이게 만들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보다 남자를 원했는데 그녀가 원한 남자는 위험하다는것을 알면서도 모험에 나선 매력적인 캐릭터의 주인공이였다. 그런 캐릭터를 나이와 종교를 초월하여 역사속에서 찾고 또 찾았고 만남의 기쁨과 감격을 그녀는 글로 남긴 것이다.
여자가 결혼을 생각하면서 선택하는 행위는 (선택의 대상이 안정이든 운명같은 끌림이든) 어디까지나 여자자신의 자유의지의 영역안에 있다. 그래서 결혼보다 더 가치있는 개념이 사랑이 되는것이지만 만약 결혼의 이유와 결과가 자신의 자유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상황이지만 그상황을 받아들이고 또다른 생명을 사랑할수있다면 그여자의 의지는 인간적인 단계를 넘어선 종교적인 것이 된다. 세상여자들의 눈에는 안정도 전혀없고 인간적인 매력도 전혀 없었지만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인간의 순수한 믿음만이 그선택을 결정지은 상황이다.
성모마리아...그녀는 15살의 나이에 남자를 모르고 아이를 가졌다는 상황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 천사는 그녀에게 너의 사촌언니인 엘리사벳을 기억하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너무 늙어서 자식을 가질수없을거라고 했는데 하늘의 은혜로 그녀가 지금 임신6개월이다라고 천사가 설명했다. 그리고 마리아에게 지금 사촌누이를 만나고오라고 하였다.
두사람이 만난 얘기를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그장면은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떠나 정말 성스러웠을것이다. 한여인은 인간을 구원한 아들을 낳았고 한여인은 그구원자가 하느님의 아들이란것을 요단강에서 세례한 아들을 낳았다. 그렇지만 한여인이 낳은 아들은 세상의 온갖 멸시와 저주를 안고 십자가에서 사형당했고 또다른 여인이 낳은 아들은 유다왕의 계략으로 목이 잘린채 죽었다,
여자가 결혼하는 이유는 안정도 아니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끌림을 지닌 존재감도 아니다. 여자가 결혼하는 이유는 누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싶기때문이다. 그희생의 가치에 따라 자신의 사랑의 수준이 결정된다.
여자는 누구의 아내이면서 동시에 누구의 어머니였다. 여자는 남자를 선택하지만 여자가 낳은 자식은 역사를 결정한다. 역사를 선택과 끌림의 관점에 국한시킨다면 그것은 너무 슬픈것이다. 십자군전쟁이라는 무모한 전쟁에 다시는 못볼수도 있는 남편과 자식을 보낸 여인들의 심정은 이책은 무시하고 있다. 고귀한 희생은 전혀 시끄럽지 않고 조용히 역사를 바꾸고 있다.
첫댓글 톨스토이는 말년에 자신의 인생 경험을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을 작품속의 인물에 비추어 말하는데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서 뭔가를 하기엔 어렵다고..
근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게 결혼이라고..
무거운 짐을 나르면서 두손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건 그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져서 결국 두 손이 자유로와져야 한다는 말,
그런데 만약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무거운 짐(사랑)을 질질 끌고 다니게 되는 형세,
역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듯 비유를 해요.
성인이 된 여자의 삶도 결혼유무 선택의 결과는 마찬가지일듯 싶군요.
고귀한 희생..! 긴 글 잘 읽었습니다
대문호답게 톨스토이의 결혼비유가 공감이 되네요. 글속에 나오는 보에몬드 제후는 전쟁이 끝난후 프랑스필립왕에게 가서 점령한 성지를 유지시켜줄 군사충원을 요구하는데 프랑스왕의 허락을 받습니다. 그때 윌리암영국초대왕의 딸 (필립프랑스왕의 제수씨)이 보에몬드를 보고 당신같은 사람에게 잘 어울릴 친구를 소개하겠다면서 백작부인이였던 이혼녀친구를 소개해 두사람은 결혼합니다. 그리고 보에몬드의 조카이자 젊고 용감한 제후였던 탄크레티를 위해서도 신부를 알선합니다. 신부는 필립왕의 첩의 딸인데 아직 전쟁지역에 있던 조카를 대신해 보에몬드가 대신 결혼식에서 신랑역활을 합니다.
@엔 제이 그녀는 한번도 보지못한 남편을 찾아 안디옥까지 갔는데 둘은 처음본순간 서로에게 반했고 사랑에 빠졌죠. 하지만 탄크레티는 결혼한지 몇년후 열병으로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젊은 부인을 위해 트리폴리의 백작아들과 재혼을 주선하고 죽습니다. 만일 남편의 배려가 없었으면 중세의 미망인들은 대부분 수도원에서 일생을 보냈어야 했을텐데.... 탄크레디란 이름은 이후 유럽의 오페라나 문학작품에 젊고 용감한 미남청년을 상징하는 캐릭터에 자주 등장하고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작가의 책을 많이 읽으셨네요. 저도 계속 읽을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너무 지엽적인 사건도 일일이 언급하여 집중하기가 어렵네요. 글속에서 다시 살아나온 당시의 역사는 그때의 현실과는 다를겁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많이 비참하고 허망한 세월을 묵묵히 견뎌낸 사람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시오노 나나미 책 거의 다 읽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는 저에게 역사를 읽는 방법을 알으켜 준 책 입니다. 저는 그책을 통해서 율리우스 카이사르한테 빠져 버렸죠. 정말 전쟁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고대전쟁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죠. 정말 대단한 이야기쟁이 입니다. 그리고 앤 제이님의 글을 통해서 확실하지 않았던 책내용을 다시 되새길수 정말 감사히 매일 글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 드립니다. 항상 건강 하세요.
15권중에 율리우스 케사르만 2권으로 되어있던데 저도 그건 읽어보고싶어요. 지중해를 통일한다는것이 당시에는 전세계를 장악한다는것과 마찬가지였고 해변주위로 50개이상이 나라들이 번성과 퇴락을 거듭했었죠. 언제 기회되시면 마음에 두신 생각도 글로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감사드립니다.
제 주관이지만 그야말로 방대하고 해박한지식을 갖고 오로지 글쓰기에 인생을 건 독특한 분이고
그에 못지않게 자존심도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왜그런지 제 취향과는 잘 맞지않아 (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조정래와 이문렬의 차이?) 몇번 시도하다
essay 몇편만 완독했지요
그작가의 속마음은 알수없지만 내용에 너무 완벽을 기울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저는 취향이 좀 달라도 수준있는 사고는 참고 읽는데 이책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를 할 단계는 아닌것 같습니다. 좀더 읽어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