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징검다리
-동산여자중학교 2학년 3반 이혜령
날씨의 기의를 알리는 소리가 허공에서 깨진다
먼동이 틀자 고갯마루 수탉이 여러 번 울었다
너볏하게 사라지는 별자리가 신발을 물고 가버렸다
나는 침 뱉는 연습을 한다
웅숭깊은 강 한가운데 쪼그려 앉는다
맨발로 이리 밟는 강가의 냇내가 뜨악하다
펀펀한 돌을 저 멀리 내던진다
한갓진 세상이 징그러울 만큼 고요하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되풀이되는 마당놀이에도
징검다리 위의 발걸음이 뜸하다
그리고 너는 굳이 묻는다
이리도 풀이 죽은 것이 여름이야
말끝에는 의심이 묻는다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덩치 큰 바위가 소나기를 견딘다
가사를 절으며 부르는 닳디 닳은 가곡
존조리 노래하는 목소리가 무던히 덥다
결국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았다
<초등부 장원>
빗방울
-영주남부초등학교 4학년 3반 김현지
하늘에서 빗방울 친구들이 내려와요.
땅에 있는 친구들을 보려고 내려와요.
또르르 또르르 쏴쏴쏴
작은 연못 연잎위에 떨어져 미끄럼도 타고
풀잎사이 거미줄에 떨어져 예쁘게 구슬도 꿰고
또르르 또르르 쏴쏴쏴
우리집 키작은 나무끝에 빗방울
한방울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 보니
긴머리 예쁜미소 동그란눈
그건 바로 나.
<중등부 장원>
꽃망울
-영광여자중학교 2학년 3반 강민정
터지지않는 시간을
즐길 뿐이다.
모아져있어야
따뜻한 것이고,
단단해야
강해지는 것이다.
마지막에 피었다고
주눅들 필요 전혀 없다.
마지막에 핀 꽃,
더 강하게 준비한 꽃.
<고등부 장원>
갈등
-영광고등학교 1학년 1반 김승언
달빛이 흐르는 강
그 얼어붙은 수면에
별들이 정을 박고 잠들어 있습니다.
꽃은 묘목의 내음에
묘목은 달빛의 품에 안기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강 옆에서
달빛을 받으며
한 여행가가 서있습니다.
저는 여행가가 싫어져 창을 닫고
창밖에서 본 강은 아름다운데
달빛하나 오지 않는 공허에 안겨졌습니다.
구름의 바늘 구멍사이로
실이되어 흐르는
번뇌의 별빛
별빛은 호롱불을 키고
번뇌는 녹아내리고
여행가를 다시 바라봅니다.
여행가에게도
하나의 번뇌로 흘렀던 별빛
차마 무시 할 수 없어 돌아갑니다.
오랜만에 만난 여행가와
창을 연 나와의 대화
그제서야 개어진 구름
그제서야 건낸 화해의 손길
이제서야 이루어진 나와의 화해
여행가이자 나는
그 꽃처럼, 묘목처럼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달빛이 흐르는 강
그 녹아내린 수면에
별들이 날개를 펴고 나아갑니다.
<대학, 일반부 장원>
몸살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 심규성
잠들기 전
문신을 새긴다
피부에 스민 불빛이 실핏줄에 닿고
바스라지는 뼈들의 비명으로부터
팽팽한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언제부턴가
기역을 기역으로 말하지 못했다
희미해지는 기억으로부터 기역을 가져오지 못했다
천천히 숨을 쉬라며
꾸깃꾸깃 접힌 종이에 귀를 기울였다
그날은 활어가 되고 싶었다
차가운 바닥에 누워
머리에서부터 지느러미까지 팔딱이며
병든 시간을 두드리고 싶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이따금 뻐끔 차가운 공기를 태웠다
캄캄한 어둠을 삼킨다
침묵에 온몸을 구긴다
음정을 벗어난 취객의 흥겨운 노래에
괜찮다며 바람잡는 달빛
실눈으로 안아보겠다고 더듬더듬
까칠한 손 하나가
손을 움켜잡는다.
*작품은 원고(오타) 수정없이 그대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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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시 판
제39회 전국죽계백일장 대상 및 운문부문 장원 작품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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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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