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길 대통령실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교수 출신 치고는 사회 전반을 폭넓게 알아보려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대통령실장에 오른 정정길(66) 전 울산대 총장에게는 독특한 말버릇이 있다. “맞다, 맞아.” 정 실장이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재직할 때 동료 교수였던 오연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자기 의견과 달라도 일단 ‘맞다, 맞아’로 시작합니다. 절대 화를 내지 않는 분이지요. 포용력과 인내심이 득도(得道) 수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은 정 실장의 포용력을 높이 평가한다. 김주홍 울산대 사회대학장은 “교수 사회는 이념적으로 갈려 있어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 총장님은 대학 구성원을 두루 감싸안고 무리 없이 조직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울산대에서는 ‘화합 총장’으로 통한다. 김 학장은 “어떨 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의견을 수렴한다”고 덧붙였다. 이견이 있으면 충분히 듣고, 막후에서 설득해 동의를 이끌어 내는 스타일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겸손하면서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한다. 청와대 팀을 소리 없이 잘 끌고 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20일 오후 청와대 참모진의 인선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정 실장이 “앞으로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말한 것도 ‘화합’ ‘설득’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내와 포용만으로 실장 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지인은 “결단과 직언이 필요할 때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을 만난 사람들은 “푸근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출신의 한 중앙 일간지 A기자는 2005년 봄 울산대 총장실을 찾아가 주례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것이 인연의 전부였지만 슬쩍 “옛날에 강의도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 총장은 “기자는 서울대 제자이고 내 강의도 들었다고 하니 특별히 주례를 서 주겠다”고 흔쾌히 말했다. 그 다음에 나온 질문이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내게 무슨 강의를 들었지?” A기자가 우물쭈물하다 엉뚱한 과목을 하나 말했다. 정 총장은 자신이 담당한 과목이 아님에도 “아, 그거… ” 하며 재빨리 사태를 ‘봉합’했다. 기자가 머쓱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정 실장은 2003년 7월 울산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무리 없이 대학을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다. 근엄한 총장의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고 많은 사람과 두루 잘 어울린다. 말술은 아니지만 술자리 분위기도 맞출 줄 알고, 노래방에 가면 노래도 두세 곡 뽑는다.
류우익 前 실장이 추천
정 실장은 1964년 한·일 국교 정상화 반대 시위를 주도한, 6·3 사태의 주역이다. 고려대 상대 회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서울대 학생회장이었던 정 실장은 함께 구속돼 100여 일간 옥고를 치렀다. 정 실장은 “나오고 난(석방된) 다음 저는 행정부로 갔고, 대통령은 회사 일로 바빠 거의 못 만났다. 그 뒤 6·3 동지회가 만들어져 1년에 두 번 정도 만나 소주를 마시곤 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정 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의 관계를 ‘오랜 친구’로 규정했다.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 실장은 임명되기 보름 전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았다. “어려운 시기이니 나와서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계속 고사하다 18일에야 승낙했다고 한다. 그를 천거한 이는 류우익 전 실장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류 전 실장이) 그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본인이 얼마나 잘 알면서 나를 끌어들이려 하고 말이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에서 20년 넘게 행정대학원(정 실장)과 지리학과(류 전 실장) 교수로 근무했다. 류우익 전 실장이 서울대 교무처장으로 있을 때 정 실장은 대학원장으로 있으면서 호흡을 맞췄다. 류 전 실장은 2003년 한 주간신문에 실린 기행문에서 “울산에서 정정길 총장을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다”고 정 실장과의 친분을 소개한 바 있다.
“급변하는 시대, 리더십 절실”
경북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정 실장은 학계뿐 아니라 정·재계에 지인이 많은 마당발이다. 박철언 전 의원, 조해녕 전 대구시장,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이 고교·대학 동기다. 학계에서는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오연천 서울대 교수, 안병영 전 교육부 장관,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등과 절친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3년간 농림수산부에서 근무한 뒤 71년부터 학계에 몸담았다.
그의 전공은 정책학. 대통령학과 리더십 분야의 권위자다.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한국의 행정개혁』등의 저서가 있다. 6·3 동지회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 통합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글에서 정치 지도자는 역사의식과 정치비전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격변기의 정치 지도자는 수동적으로 여론에 밀려 정치를 하기보다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비전을 제시하고 사명감을 지니고 여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그는 “급변하는 시대적 환경과 격렬한 국제경쟁 속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추적인 리더십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억누르며 밀고 나가면 부작용”
정 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6년 10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정부는 흔들고, 뜯어 고치는 것이 아닌 안정된 방향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도 국정운영의 기본 틀이나 방향에 대해 확고한 신념하에 사람들을 포용하고 힘을 합치는, 외유내강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웃사이더 폴리틱스(Outsider Politics·기존 정부 조직이나 정치권 출신이 아닌, 국정 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들이 정치를 주도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아웃사이더가 밖에서 볼 때는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상은 모든 것이 얽혀 해결하기 힘든데 저항하는 세력을 설득하거나 억누르면서 그대로 밀고 나가다 보니까 부작용이 커진다.”
인터뷰에서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정 실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최고로 꼽았다. “5000년 역사 이래 가장 부강한 나라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절, 통일신라 시대, 고려 광종 시대, 조선의 세종대왕이나 영·정조 시대를 통틀어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위상이 가장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군대식 리더십을 지적하지만 후진국 경제발전의 세계적 모델이 됐습니다.”
첫댓글 두고 보아야 겠지요...어느 것이 진실인지....하두 거짓말에 속아 왔기에 요즘은 믿고 싶은 생각이 없고 혹시 이용해먹으려고 하는 소리같이 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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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오늘도 기쁜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