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극진전사 김재영(팀태클)이 지난 7월 16일 일본 디퍼 아리아케 도쿄에서 열린 '신 격투기 제전'에서 일본 및 세계 강호들과
호각으로 싸우며 준우승을 차지,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신격투기제전'은 월드시도칸가라테(World SidoKan Karate, 士道館 空手)
공식 룰로 치러짐으로써 가라테, 킥복싱, 종합격투기라는 가장 실전적인 3가지 형태를 동시에 진행하는 규칙 때문에 '격투기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이라고도 불리는 대회다.
월드 시도칸 경기 약칙
사방 7미터, 4줄 로프를 사용하는 링에서 총
3라운드로 치러진다.
- 1라운드 2분 풀컨택트 가라테룰
(도복 착용, 손등 및 엄지, 손목 부위 테이핑 허용, 안면 펀치 및
팔꿈치 공격 금지, 3초 이내의 잡기 공격 및 던지기, 5초 이내의 그라운드 공격 허용)
- 2라운드 3분 킥복싱룰
(트렁크 또는
스패츠 및 킥복싱 글러브 착용, 쓰러뜨리기 허용, 팔꿈치 공격 전면 금지)
- 3라운드 5분 종합격투기룰(오픈핑거글러브 착용, 팔꿈치 공격
금지, 그라운드 제한 시간 1분)
- 판정 무승부 시 종합격투기 룰 연장 1라운드 시행 후 마스트 시스템에 의한 승부 결정
김재영은 이번 대회에서 100만엔의 우승 상금이 걸린 8인 토너먼트에 참가해 준우승을 거뒀고, 관중들로부터 '오늘 가장 뜨거웠던
파이터'로 인정받았다. 애초 1회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첫 상대인 야마미야 게이이치로(초대 라이트헤비급 킹 오브
판크라시스트)를 압도적으로 몰아부치며 3-0 판정승을 거뒀다.
특히 가라테 및 킥복싱 룰로 치러진 1, 2라운드에서 계속해서 작렬하는 김재영의 하이킥 파열음이 장내에 울려퍼질 때마다 관중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야마미야는 드롭킥 등 분위기를 주도하기 위한 큰 공격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오히려 김재영의 쓸어차기에 넘어지는 등 타격에서는 확실히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종합 룰로 치러진 3라운드에서도 김재영은 베테랑 야마미야의 태클을 끊어내고 뒤집어던지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상위를
차지한 야마미야로부터 손쉽게 빠져나오는 등 MMA에도 적응한 '하이브리드 극진전사'의 진면모를 과시했다. 경기 종료 5초를 남겨놓고서
"으랴앗!"하는 기합과 함께 마지막까지 공격을 늦추지 않았으며, 결국 3-0 판정승을 거뒀다.
2회전(준결승)에서도 자신보다 훨씬 리치가 긴 스티브 필립스(캐리비안 시도칸)를 상대로 1, 2라운드에 미들킥과 하이킥을 적절히
섞어쓰며 포인트에서 앞서 나갔다. 3라운드에서는 타격전에 이어 곧바로 상체 태클로 테이크다운 후 니온밸리 상태에서 약 10여 발의 파운딩을
쏟아붓다가 사커볼킥으로 연결, 공격을 견디다못한 스티브로부터 탭아웃을 받아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 상대는 1999년과 2000년 시도칸 가라테 오픈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리투아니아 시도칸
소속의 베테랑 케스투셔스 아르보시우스. 판크라스에서도 2전 2승을 거둔 바 있는 케스투셔스는 베테랑답게 정확한 펀치와 치고 빠지는 스텝을 적절히
활용하며 거리와 타이밍을 완전히 지배했다. 게다가 1회전에서 복부 미들킥에 의한 KO승을 거뒀고, 2회전에서는 상대의 부상으로 인해 거의
부전승이나 마찬가지인 경기를 치르고 올라와 두 경기를 모두 3회 풀라운드로 뛴 김재영보다 체력 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었다.
반면, 경기 초반 미들킥으로 실마리를 풀어보려던 김재영은 오른발목이 케스투셔스의 무릎에 부딪히면서 부상을 입고 말아 거리를 좁히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된다. 1라운드 가라테 룰에서는 호각의 경기를 펼쳤지만, 2라운드 킥복싱 룰에서는 점차 타격을 많이 허용하면서 포인트를
잃었다. MMA룰의 3라운드에서는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파운딩으로 승기를 잡는가 했지만, 체력이 떨어진 데다 케스투셔스의 가드 포지션 안에서
내리꽂는 파운딩이 크게 작용하지 못한 채 1분의 그라운드 시간 제한을 다 쓰고 만다. 후반에 들어서는 케스투셔스의 펀치에 코뼈가 휘는 부상까지
입은 김재영은 결국 경기 종료 3-0 판정(심판 전원 30-28)으로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번 대회는 김재영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우선 무산된 스피릿MC 경기 때문에 장기화될 뻔 했던
공백기를 줄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본 격투기계에 자신의 파이트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공부도 됐다.
김재영 스스로도 "나보다 타격이 정확하고 강한 선수와 경기를 해본 것은 참 오랜만이다. 아쉽긴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체력이라든지
앞으로 보강해야할 부분을 확실히 체크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코너맨으로 함께 한 최무배 팀태클 헤드코치 역시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보였지만, 부상 등의 요인을 감안해보면 최선의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음에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용서가 안 되겠지만(웃음)."라고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김재영은 나고야에서 열린 프라이드 부시도8을 관전한 후 귀국, 당분간 부상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