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알탕지
부산과 경남 해안 많은 장맛비가 내리고 맞은 칠월 둘째 토요일이다. 전날 일과 후 이웃 학교 근무하는 같은 아파트단지 지기와 카풀로 창원으로 복귀했다. 시내에선 예전 같은 학교 근무했던 동료가 잔을 기울이자며 나오라고 했지만 이동 거리가 제법 되어 마음을 거두고 일찍 잠들었다. 새벽녘 잠을 깨어 음용할 약물을 달였다. 음나무, 헛개나무, 영지버섯, 산수유열매 등이 들었다.
주말은 장맛비가 그쳐 주어 다행이었다. 날씨가 무덥기 전 이른 시간 근교 산행을 다녀올 장소를 물색했다. 사람들이 적게 찾는 숲으로 들어 삼림욕을 즐기고 덤으로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지 싶었다. 마산 월영동에서 출발해 창원 대방동으로 오가는 101번 버스가 우리 아파트 앞을 지난다. 그 노선 첫차 운행 버스를 집 앞에서 타고 창원대학과 도청을 지나 대방으로 갔다.
대암고등학교를 지날 때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 등산로로 올랐다. 대암산이 아닌 성주동 아파트단지 뒷길 따라 용제봉으로 가는 임도로 들었다. 건너편 안민고개와 장복산 허리로 운무가 걸쳐져 운치를 더했다. 불모산 정상 송신탑은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았다. 등산로라 하기엔 길이 꽤 넓은 임도를 따라 걸어 농바위와 평바위를 지나니 계곡물을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졌다.
등산로에는 새벽 산행을 마치고 나오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산 아래 성주동 아파트단지 사는 사람들로 매일 산책 삼아 숲을 찾는 듯했다. 나는 일찍 나서고 싶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해서 첫차가 운행되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보름 전 불모산 숲속 나들이 길을 걷느라고 한 차례 지나간 동선과 겹쳤다. 상점고개로 가는 갈림길에서 대암산과 용제봉으로 오르는 길로 들었다.
계곡에선 전날 내린 장맛비로 수량이 늘어난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혀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졌다. 창원 근교에서 비가 온 뒤 수량에 제법 많이 흐르는 곳은 세 군데로 꼽을 수 있다. 도청에서 가까운 용추 계곡과 천주산 꼭뒤 달천계곡이 그런 데다. 마삽합포구 진전면 의람사 계곡도 너럭바위에 물이 넉넉하게 흐른다. 그 세 곳에다 하나 더 보탤 수 있는 데가 용제봉 계곡물이다.
생태보도교를 지나 숲길에 만들어둔 쉼터 의자에 앉아 쉬었다. 가까이 물이 흘러가니 시원한 느낌이 더했다. 의자에 걸터앉은 다리를 무릎을 포갠 가부좌 자세로 고쳐 바꾸었다. 한동안 묵상에 잠겼다가 결가부좌를 풀고 용제봉 기슭으로 오르다가 상점고개로 나아갔다. 송전탑을 세우면서 중장비가 지난 길은 산사태가 난 곳이 있었다. 상점고개에서 이러러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했다.
불모산 등정은 무리라 선택지에서 뺐다. 불모산 숲속 나들이 길은 보름 전 한 번 걸었다. 그러면 임도 따라 성주동으로 되돌아 나가는 길과 상점고개를 넘어 대청계곡으로 내려서는 길길인데 후자를 택했다. 대청에서 불모산과 화산까지는 높은 산마루지만 통신시설과 공군부대 레이더 기지가 있어 굽이굽이 자동찻길이 닦여졌다. 더운 날씨였지만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이가 보였다.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서니 화산에서 흘러온 개울가 독립가옥이 한 채 나왔다. 새로 생긴 불모산터널 입구와 대청계곡까지는 길이 제법 남았다. 약수산장에 못 미친 산모롱이에서 숲으로 들었다. 숲속에서 삭을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노랗게 갓을 펼친 영지버섯을 찾아냈다. 그 곁에는 화산에서 쏟아지는 계곡물이 넉넉하게 흘렀다. 인적이라곤 아무도 없는 곳이기에 알탕 조건이 되었다.
알탕을 하려면 국립공원이 아니어야 하고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니어야 한다. 거기다가 인적이 없어야 알탕의 필요 충분요건이 모두 갖춘다. 개울가로 내려서 배낭을 벗고 알몸이 되었다. 폭포수가 쏟아지는 알탕지로 드니 물이 차가워 온몸이 오싹해졌다. 잠시 맞은 물벼락에도 속진을 다 씻어 낸 듯 시원했다. 물방울을 털고 옷을 입고 숲을 빠져나오다 멧돼지를 만나 등골이 오싹했다. 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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