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오후 네시입니다.
익숙한 분위기....
초등학교 때 몸이 아파 집에 누워 있다가 깜빡 잠이 깬 시간이 오후 두시
마당에는 햇살이 그득하게 담겨 있고
집안 구석구석마다 자리하고 있는 적막함...
혼자 남겨져 있다는 막막함, 아무 것도 나를 해하지 못하겠지만
아무 누구도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공포
살아온 햇수가 늘어 날 수록 이런 공포마저도 이용할 수 있는 스킬이 생깁니다.
......그러든 말든 어느 누구도 궁금하지 않을 부분입니다만..
어제 해루질을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침대에서 실신하였다가 오후에 눈을 뜬 겁니다.
해루질 멤버로는 프리다이빙을 하는 청춘들이 주축을 이루고
아줌마의 파워가 느껴지는 중년이 대세인 해산물 줍줍부대원들과 함께였습니다.
물빠짐이 시작되고 세시간 정도 후인 밤 열시
약속이나 한 듯이 손에손에 긁게호미와 채취물 보관망을 든 사람들이
시위라도 하듯이 헤드랜턴 불빛을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짝을 이뤄 또는 독불장군으로
물빠진 바다로 ...빠지는 물길을 쫓아 몰려 들어갑니다.
가녀린 달빛아래에 랜턴 불빛이 춤을 춥니다.
해루질을 위해 타지에서 와서 숙식을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낮에 줍줍했다는 조개의 양을 보여주는데 양이 엄청납니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 바닷가의 수산물이 모두 절멸되는 것 아닌가 걱정됩니다
그리도 걱정된다는 놈이 물빠진 모래밭에 퍼질러 앉아 조개를 캡니다.
요령없이 무식하게 힘만 쓰다 보니 조개가 채취호미에 걸려 깨져 나오기 일쑤입니다.
.
게시자 분 중에는 사진을 원본 그대로 올리시는 분이 많습니다.
저처럼 인터넷 용량이 부족한 사람은 사진로딩 압박이 대단합니다.
사이즈를 줄여주시는 잠깐의 배려가 읽는 이의 부담을 덜어 줍니다.
...................이상 뜬금없는 공익광고였습니다.
남들 채취하는 시간의 절반 밖에 작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양이 상당합니다.
작은 조개는 명주조개랍니다.
해감이 매우 어려운 조개라네요?
해감하려고 물에 소금을 풀고 대못을 하나 던져 놨습니다만
그리해도 해감은 쉽지 않다고 해서 삶아 아가미와 내장을 떼어 내고 먹으니
모래씹히는 현상은 없지만.....어느 세월에 한개 한개 아가미, 내장을 떼어내고 있습니까?
차라리 시장에서 사 먹고 말지...
큰 조개는 모시조개나 동죽이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기대를 했는데
전문가가 보더니만 떡조개랍니다.
떡조개는 명주조개보다 한뼘 정도 더 깊이 있더군요.
해감 한다고 소금물에 대못까지 등장시켰지만 완벽한 해감은 불가능할 것이니
어느 정도 소금물에 담가놨다가 끓여서 모래가 있는 아랫물은 버리고
윗물은 육수로 이용해야 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 메뉴는 호박 조개 칼국수!!
무리들과 섞여서 어찌나 잘 놀았는지
파티 뒤의 공허함으로 글을 맺는 지금까지도 사람 맥빠지고 진빠진 상태입니다.
이럴 때는 뭐다?? 예....강한 바람에 뒤이은 빗방울이 비치기 시작하지만
후줄근 영감탱이 복장으로 동네 한 바퀴 뛰는 겁니다.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우리보고 나팔꽃 인사합니다.
우리도 인사하며 동네 한 바퀴!!
바둑이도 같이돌자 동네 한 바퀴!!!!
첫댓글 다 같이 놀자 동네 한바퀴 ㅡㅎ
모처럼 듣네요 어릴적 소껍 친구들과 놀든 노래 인데요 ㅡ
해루질 재미나지오.
울 남해도 많이들 한답니다
전 미역민 따 온다오 ㅡ
마트꺼랑 비교가 안되는 맛이여요 ㅡ
해루질 초절정 고수의 이야기에 따르자면 남해의 해루질이 가장 쉽고 즐겁고 여유넘친답니다.
@빅샤인 맞는 말씀 ㅡㅎ
물 빠질 날만 기다린데요. 전 미엿만 하지만요
무렵이 아파 조게는 못 해요. ㅜ
해루질 넘 신나던데요.
풍성한 바닷가가 그립습니다.
해루질이 오래된 일인데다
한 번씩 잡아 오는 양을 보니 어마어마합니다.
흔히들 채취 이야기를 하면서 옛날과 비교를 많이들 하지만
옛날은 모르겠고 무지무지 풍성합니다.
잼나겠어요?
저도가보고 싶네요?
해캄도 어려운거 캐느냐고 힘에빠져서
사서 고생하셨어요.
긁게로 갯땅을 파는데....
그거 조금만 해도 힘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그리 힘들게 하지 않고
굴러다니는 것 줍기만 해도 많이 잡는데
저만 힘들게 한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 후유증이 남아 있네요
해루질 말만 들어도 신나는 일인 입니다.ㅎ
전문가이시나 봐요
저는 그저께 해루질이 처음이었습니다.
@빅샤인 아니요.
좋아해요.해마다 전라도 쪽은 가고 싶은데 너무 멀어서 여름휴가는 서해안으로 가요
해루질 재미지지요
해루질 참가한 사람들이 채취한 해물을 모아놓고
술판 벌일 때가 재미졌는데....
그 많던 음식이 한 입하니까 하나도 안보이는 거에요.
낙지탕탕이가 수북했어요.
김에 한 수저 떠서 옆에서 고생하는 사람 입에 넣어 주고
다시 김에 낙지를 싸서 저도 한 입하고서
잠깐 옆에서 누가 말걸기에 고개만 끄덕하고 눈을 돌리는데
와우.....접시에 낙지가 있었는데 없어요.
역시 중년의 먹성은 압도적이라는 확인을 했습니다.
부지런하신 빅샤인님
동네한바퀴 노래로 마무리까정
깔끔하십니다.
역쉬 글은 아무나 쓰는것이 아닌가 봅니다..
글 하나 쓰고 여기저기 퍼 나르고
퍼나르다가 표현이 애매하거나 부족한 부분, 오타가 난 곳이 보이면
다시 수정해서 퍼나르다 보면 시간이 정~~말 쓸데없이 허비되는 일이 많아서
쓰지 말아야 겠다 싶으면서도 안쓰면 속이 답답한 느낌이 들어
또 쓰고 ....또 쓰게 되네요.
저도 3월에 해루질 안면도로 갔는데 물빠지는시간되니 전쟁터 군인들 나타나듯 떼로 랜턴키고
들어오는거보고 저는 포기했습니다... 동호회에서 단체로 왔나보더군요...
조개를 해감시킬때는 잡아온동네 바닷물을 물병에 담아와서 해감시키면 잘 됩니다...
윗조개는 노란색은 명지조개로 모래로된 바다에서 자라고 넙적한것은 삐뚤이라고 부르는 조개로
제부도있을때 배웠습니다.. 조개잡는거 넘 힘들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예....맞아요.
물빠지고 나니 떼로 몰려서 빠지는 바닷물을 뒤좇는 이들이 바글바글한데....
이런 식이면 금방 조개류는 멸종되겠다 싶더군요.
그래도 여전히 조개는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