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악장입니다.
짧은 시간동안 연주를 준비하느라 다들 너무 고생 많으시죠?
핑거링도 소리도 내 맘 같다면 좋겠지만-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과 호흡 덕에 늘 스트레스를 받는 저희들입니다.
(제 입버릇이 하나 있지요. 손가락에는 우리들의 지배를 벗어난 제 3의 인격이 자라나고 있다고. ㅋㅋ)
따지고 보면 제일 연습 안하는 저인데 늘 잔소리만 해대고,
어쩌다 보니 그릇의 크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앞에 나서 40여명의 단원님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이제 막 음악이라는 학문의 맛만 살짝 본 햇병아리에다가, 모난 성질머리는 젊은 혈기 덕에 아직 억누르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악장이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D
연습하시는 데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늘 고군분투하시는 지휘자님께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얄팍한 지식이나마 총 동원해 몇 가지 팁을 드리고자 합니다.
<1부>
1. 티코티코 팀
삼바 리듬이 표현하기가 참 힘들죠?
이게 브라질 민속리듬인데, 사실 다른 나라 고유의 민속음악을 표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래 어려워요.
(외국인들이 아리랑을 저희들만큼 맛깔스럽게 못 살리는 것처럼요.)
이 삼바리듬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포인트를 확인해보자면,
16분음표-혹은 8분음표-의 흐름(이것은 크게 2박자의 비트로 진행됩니다)을 유지하고 지키는 파트와
다양한 리듬의 액센트를 찍어주는 파트(저희 편곡분에서는 연속되는 부점리듬들이 맡고 있죠)입니다.
맨 처음 퍼스트의 땃따-땃 땃땃 땃땃땃땃 땃- 땃- 딴- 이라던지, 두번째 테마에서 다른 파트들의 읏따-앗땃 딴 딴
같은 부점리듬들의 액센트 표현이 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부점리듬에서는 두번째 음에서 강한 액센트 넣어주시고요, 첫 박보다 둘째 박에 강세를 주시는 것이 리드미컬한
이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2,3파트 속으로 "읏따-앗땃 딴 딴" 꼭 느린 템포로 세면서 연습해서 리듬을 몸에 익히세요.
딱딱하게 연주하지 마시고, 좀 더 리듬을 타시면서 흥겹게 연주하시고요~! 즐기는 게 가장 좋은 연주법입니다 :D
2. 헝가리댄스팀
브람스의 곡이죠. 원체 유명한 멜로디라 다들 들어 아실텐데요.
템포의 변화가 이 곡의 가장 큰 포인트입니다.
반드시 주위 파트의 소리를 들어주셔야 해요. 꼭이요.
다음으로 셈여림인데요.
느려졌을땐 작게, 빨라질땐 크게.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를 지켜주시면 분위기는 얼추 살릴 수 있어요.
퍼스트의 호흡 꼭 확인하셔서 함께 가주시고요-
중간중간에 많이 춤출테니 같은 비트를 속으로 세면서 연주하셔요.
리듬 찍으시는 파트는 같은 템포 안에서는 흔들림 없이 기준이 되어주셔야 합니다 :D
(물론 느려지거나 빨라질때는 멜로디와 함께 움직이셔야 하고요.)
피아노(p)로 느려지는 부분(어딘지 다들 아시죠?)은 끝음처리 꼭 신경 써주셔야 해요. 그냥 툭 놓으시면 안돼요!
너무 길지 않게 여운이 남는 메조 스타카토로! (이 부분은 지난번에 세컨이 열심히 연습했지요 ㅎㅎ)
다들 금방금방 따라오셔서 안심하긴 했는데, 역시 템포변화때문에 좀 위험한 곡이라서 걱정이 큽니다ㅠㅠ
악보에 메모 잘 해주시고요!
3. 갈대피리팀
굉장히 예쁜 곡이죠? 네 파트가 주로 화음으로 같이 움직여요.
어떤 화음이 울리는지 들어가며 연주하시면 훨씬 재미있을 거예요. (아니, 꼭 들으셔야 합니다.ㅋㅋ)
저음에선 낮아지고 고음에선 높아지기 쉬우니까 음정에 많이 신경써주세요.
저음에서는 오히려 음을 높이듯 악기 더 바깥쪽으로 오픈해주시고요. 고음에서는 호흡 들리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는 만큼, 텅잉이 함께 나오는게 아주 중요해요. 혀 미리 준비하셔요 :D 으헤헤.
(템포변화가 없으니 박자에 충실하시면 됩니다.)
중간에 갑자기 노래 우울해지는 부분에서는 꼭 크레센도 데크레셴도 지켜주시고요. 없으면 무지 단조롭습니다.
사실 특별히 터치할 게 없는 곡이네요. 흐흐. 그저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예.쁜.소.리.(협박 아닙니다 ㅎㅎ)
4. 여인의향기팀
아시다시피 연습을 거의 못했죠?
저희는 그냥, 만나서 빡씬 연습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부>
1. 박쥐서곡
플룻끼리 관현악을 재연하는 건 확실히 스케일이 다르죠?
그래도 40명이잖아요- 다이내믹과 악센트, 텅잉을 잘 맞추면 근사하게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휘자샘이 말씀하신 대로 초반부 꼭 손가락 연습 해 주시고요.
더블텅잉이라고 해서 절대로 처음부터 빠르게 연습하시면 안됩니다! 반드시 느린 속도로 시작해서 서서히 올리세요.
투쿠투쿠보다는 투구투구가 좀 더 수월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퉤퀘퉤퀘로 발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ㅋㅋ 소리내보시고 편한 발음 선택하셔요-!!!)
싱글이 편한 분들께서는 싱글 쓰시는 게 더 좋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전반부는 싱글 씁니다.)
템포 변하는 부분 꼭 안경 그려놓으셨다가 지휘샘 봐주시고요.
(전반부 끝나고 느린 멜로디 나오죠? 여기는 지휘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뿔뿔히 흩어지기 쉬운 부분입니다.)
80마디 템포 미리 속으로 잡아두는 것 꼭 기억하세요. 78,79마디 템포로 그대로 진행합니다.
텅잉은 길지 않게! 후반부는 부점리듬 살려주세요 :D
2. 트럼펫 협주곡
사실 이건 세컨만 죽어나면 되는 곡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6분음표 연주하는 파트는 큰 선율(반박이나 한박단위로 흐르는)에 맞추시고요-
조표 임시표 확인은 다들 기본이시죠? ㅎㅎ
솔로가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주해 보아요오.
짧고 분명하고 선명한 텅잉(요 근처 비스무리 시대의 음악들이 특히 죄다 그렇습니다.)
솔리스트와 객원 관들의 음량이 원체 큰 관계로 일관된 포르테 부탁드립니다. ㅋㅋ
3. 운명
아 정말 이 곡 1악장은 불안불안합니다. ㅋㅋ
작게 시작해서 커지는 부분은 팀파니 객원이 많이 도와줄 거예요.
(피아노로 시작하는 부분은 제발제발 꼭 지켜주세요. 작게 시작하지 않으면 커질 수가 없어요-)
다들 아시는 멜로디이니만큼, 각 파트가 선율을 어떻게 주고받는지 유심히 들어보세요.
읏따따따- 하는 리듬에서는 늦게 나오기 쉽습니다. (꼭 주의하세요!)
다른 파트 기다리지 마시고 속으로 카운트 하시면서 혀 미리 대고 계셨다가 그냥 튀어나오세요.
템포가 빠른 곡이기 때문에 듣고 나오시면 이미 늦습니다. 이제는 서로가 못미더우셔도 믿으셔야 합니다. ㅋㅋㅋ
제 박자에 연주하고 있을거라는 믿음 ㅋㅋㅋ 그래도 조금씩은 들어주시고요.
붙임줄 부분, 전에도 말씀드렸죠?
뒤에 이어진 8분음표는 소리내지 마시고 호흡하시면서 다음텅잉을 미리 준비하세요.
소리 꽉 채워서 내실 필요 절대로 절대로 없습니다.
2악장은 부점리듬 주의. 뒷부분 3옥타브(1,2파트 뜨끔하시죠 ㅋㅋ) 작고 아름답게 부탁드립니다.
바람의 양을 줄이시되 속도는 늦추지 마시고요. 뱃심으로 빰 올려주세요.
4악장 템포 변하는 부분은 체크 꼭 해두시고요!
곡이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템포 땡겨주시면 됩니다.
딴 쉬고 딴 쉬고 훅- 빠르게 숨 들이마시고 새로 시작! 빠-밤 빰빰빰빰 (이해 가시려나 모르겠어요 ㅋㅋㅠㅠ)
4.칫챗
짧고 통통 튀고 발랄하게! 피아노와 포르테의 대비! 아 뭐랄까요. 실로폰의 맑은 음색- 그런 분위기를 원합니다. ㅋㅋ
특히! 첫부분을 크게 시작해버리면 크레셴도가 전혀 살지 않습니다. 스타트 정말 작게- 아주 작게 해주세요.
조표 주의하시고요! 아직도 플랫 5개 놓치시는 분들 계십니다. ㅋㅋㅋㅋ 5개예요 5개. ㅋㅋ
읏따랏-따랏- 하는 파트, 절대로 늦으시면 아니됩니다. 세컨이 늦으시면 곡 템포가 전체적으로 다운되거든요.
마찬가지로 퍼스트 듣고 나오지 마시고요, 퍼스트도 세컨의 따랏따랏 듣지 말고 바로 미플랫 나오셔요.
서로서로 양보하다가 한도 끝도 없이 느려질 수 있는 곡이예요.
플랫이 많은 곡은(특히 레플랫 음정 아주 불안합니다) 음정 조심하셔야 해요. 올라가기 쉽습니다.
트리오는 훅 작게! 꼭 색깔 펜으로 표시해 두세요.
5. 쌍두
드디어 마지막 곡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지금 약간 반수면 상태라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날 밝으면 이 글 내려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진곡이니만큼 신나고 씩씩하게, 유종의 미 거둘 수 있게 힘내시고요!
퍼스트 셋잇단음표에서 느려지지 않게 신경써주세요. 붙임줄에서 늘어질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늘어진 템포는 다카포로 돌아왔을때 다시 잡겠습니다.
계이름 어렵지 않으니까 지휘 보시면서 템포 당겨주세요 :D
쌍두도 세컨 죽음의 곡이죠? ㅎㅎㅎ 이번 연주곡들이 다 세컨이 어렵네요. 화이팅입니다!!!!!
두서없이 말이 길어졌습니다.
지휘샘 많이 많이 바라보기.
(지휘는 저희를 하나로 모아주는 길잡이입니다)
길지 않고 짧은 텅잉. 혼자 튀어나오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소리.
(솔로가 아닌 합주임을 명심합시다! 화려한 개인기는 솔로연주에서 뽐내기-)
템포 사수하기.
(다른 파트의 템포 계속 귀로 확인하세요-)
옆사람과 텅잉, 호흡 맞추기.
(호흡을 맞추면 텅잉은 맞추기 더 쉽습니다.)
템포가 변할 때는 곡이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함께 호흡하고 첫 텅잉 맞추기. 템포 바뀌는 부분은 아마 거의 tutti로 다같이 나오는 부분일 거예요.)
어쨌거나 또 한 번의 연주를 마치고 나서 부쩍 실력이 늘 저희들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ㅎㅎ
좋은 밤 되세요-
저는 내일을 위해 자러가야겠어요ㅠㅠ
첫댓글 ㅎㅎ 악장님이 수고가 너무 많아요..ㅠㅡㅠ 특히 앙상블은 우리가 너무 부족한탓에 결국 다 참석하셔서 도와주느라 너무 힘들것같아요ㅠㅡㅠ 고마우이^^* 이번에 너무 어려운곡들도 많고 테크닉도 많이 필요한 곡들이라 ..더욱신경써야하니..이제 세번남은연습 조금만 더힘내용!♥
저희 헝가리댄스팀까지 섭외되셔서 수고가 많으십니다. 들었었고 생각은 하고 있었던거지만 이렇게 글로 정리된 거 보니깐 학습효과가 더 좋은 거 같아요. 전에 써드 할때는 써드곡이 어렵더니 이번 세컨 할 때는 세컨이 어려운 곡들이 많네요.
좀 빡시긴 하지만 발전의 기회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행히 연주회 당일에 잡혔던 새벽 스케쥴이 2주 미뤄져서 리허설에도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10/15 윈드앙상블 연주날 비슷한 일정이 생길 꺼 같아 걱정이지만 일단 눈 앞의 위기부터 극복하면서 생각해볼려구요.
그럼 이따 뵈어요. 오늘도 우리의 파트 연습이 있는 날~~
출력해서 읽어야 겠습니다.. 이걸 다 정리하셨다니~ 대단하시네요^^ 늘 감사드립니다~
악장님 최고에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당
와우~ 이렇게 글로 보니까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거 같아요~ 넘 좋네요^^ 정말정말 수고가 많아요~^^
바쁜데, 이런 수고까지... 넘 황송하네요..
정말 울 악장님 대단..대단..최고임다...글을 읽으니 연주 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아요...나 환청있나봐...숙지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슴돠~~!!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