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얼렁뚱땅, 대충대충, 뚝딱뚝딱...
2024년 3월 24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이월 열닷새 보름날
이른 아침 기온이 0도에 머문다.
지붕 위에 서리가 하얗게 내린 것을 보니
아마도 한새벽에는 영하로 떨어졌지 싶다.
오늘 한낮은 두 자릿수로 올라간다고 하고
내일은 또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릴거라는
날씨예보는 봄이 가까이 온 듯하여 반갑다.
장작집을 해체하고나니 재활용을 했었던
재재들이 쓸만한 것들이 많아 어디에 쓸까
궁리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밭가 한쪽 모퉁이에 그늘막처럼 일하다 쉴
쉼터를 겸한 농기구 창고를 지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생각만으로는 금방 될 것 같았으나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장작집 옆을 막아 지탱했던 철제 구조물을
옮겨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양쪽으로 세웠다.
밑부분은 커다란 돌로 고정을 시켜놓았다.
지붕을 덮으려면 아무래도 경사를 주어야만
될 것 같아 앞 양쪽에 버팀목을 세워 높이를
높였다. 그 다음 방부목 남은 것으로 가로로
살을 질러주었다. 그리고나서 장작집 지붕은
걷어낸 비닐천막을 씌웠다. 그리고는 피스로
고정을 시켜 바람에 견디게 해놓았다.
얼렁뚱땅, 대충대충, 뚝딱뚝딱...
재활용 자재를 이용해 시설물 하나 마련했다.
여름날 밭에서 일하다가 잠시 쉴 쉼터가 되고
양옆으로는 농기구를 걸어놓고 남은 여백도
갖가지 농사에 필요한 잡동사니들을 보관할
생각이다. 비록 재활용 자재로 만들 볼품없어
보이고 솜씨없는 촌부의 작품이지만 나름은
뿌듯함이다.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면 되는 시설물이니까
말이다. 남의 손 빌리지않고 필요한 시설물을
우리가 그것도 미천한 솜씨의 촌부가 혼자서
만들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지붕을 씌울 때 아내가 도와주긴 했지만 사전
밑그림도 없이 혼자 이리저리 머리 굴려가며
만들어 나름 뿌듯하고 흐뭇하다. 아내는 물론
처제와 목공솜씨가 좋은 이서방까지도 작품을
하나 잘 만들었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산골살이는 도시와 달리 뭐든 스스로 할 수가
있어야 한다. 전문지식을 가진 기술자들 처럼
정교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것, 일상에 도움이 되는 것 등을 만들면 정말
뿌듯하다. 갖가지 시설의 응급조치도 그렇다.
큰 고장이 아니면 스스로 해결을 하는 것이다.
절대 누가 알려주거나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어깨 너머로 컨닝하든 책이나 유튜브를 보든
혼자 배우고 익혀 실생활에서 스스로 대처하는
법을 대충은 알아야 마음 편하고 좋은 것이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좀 쉬십시오.
감사합니다.^^
촌부에겐
요일 개념도 없고
딱히 정해진 휴일이 없습니다.
내일 비가 온다니 휴일이 되겠죠?
시골생활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듯 합니다
손재주가 특별해 보이네요^^
무슨 말씀을요.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촌부같은 손재주 잼병이도 하는 걸요.
감사합니다.^^
또 한가지 작품을
완성하셔서 뿌듯
하시겠어요.
장작집도 만드셔야
할텐데..
완성의 기쁨과
뿌듯함에 행복한
시간되시어요.
작품이라고 하시니
참 부끄럽습니다.
너무 허술한 것이라...
그래도 만족하고 뿌듯합니다.
장작집은 아직 땅이 덜 녹아
좀 더 기다려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지게 만드셨어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