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중등부 장원)
얼굴
마산 양덕여자중학교 3-5 석 윤 옥
사람에게는 모두 얼굴이 있다. 그리고 마음이 있다. 사람의 얼굴은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어 준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사람의 마음처럼 얼굴에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다. 마음은 너무나도 여리고 착한 사람이지만 얼굴은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그 예이다.
우리가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은 바로 얼굴이다. 그리고 얼굴을 보고 고정관념이 마음속에 딱 박혀버린다. 얼굴이 험악하게 생겼으면 ‘이 사람은 착해 보이지 않는다.’ 면서 친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거리를 둔다. 하지만 얼굴이 부드럽게 생겼으면 ‘이 사람은 착해 보인다.’ 면서 아무 의심 없이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실제론 얼굴이 험악하게 생겼어도 마음만은 너무나도 여리고 착한 사람이 있고, 또 얼굴은 부드럽게 생겨 착해 보이지만 마음은 착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다. 이렇듯 우리는 사람의 얼굴만 보고 이 사람의 마음까지 ‘이렇겠구나..!’ 라고 판단을 지어버린다.
세상에는 사람 뜻대로 되는 것이 있고, 사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이 예쁘고 싶은데, 예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얼굴이 못생겼으면 좋겠는데 예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얼굴이 부드러웠으면 좋겠는데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있다. 세상이 전부 사람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은 웬만해선 사람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력해야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만들기 위해····.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믿고 있다. 만약 나의 얼굴이 험악하게 생겼다면 부드럽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면서 찾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자신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 상대방이 먼저 거리를 둬서 그 방법을 찾아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나에게 거리를 둔다면 내가 그 방법을 찾아서 먼저 다가가면 된다. 뭐든지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 안 되더라도 끝까지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노력이다. 사람의 마음처럼 사람의 얼굴이 나타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포기하지 말고 더 열심히 노력해 봐.’라고 말이다.
사람의 몸은 부모님께서 만들어 주신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의 얼굴도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것이다. 이렇게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얼굴을 자신이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얼굴은 달라진다. 이렇게 노력을 안 하고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은 노력을 하여서 얻은 그 무언가에 대해서 보람과 성취를 느낀다. 자신의 마음처럼 자신의 얼굴을 나타내고 싶다면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을 해서 내 마음처럼 내 얼굴이 나타나게 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기쁨이 있을까? 만약 아무리 노력을 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안 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운명은 그대로 따를 수도 있지만 거스를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것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내 뜻대로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노력한다. 만약 안 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하면 나의 그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에 노력 없이 나에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내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산문 중등부 차상)
얼굴
마산 제일여자중학교 1-7 장 효 원
내가 7개월 때, 나는 이제 평생 보지 못할 한 얼굴을 떠나보냈다.
그 얼굴이,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 밤마다 몸서리를 쳐댔었다.
그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꿈에도 나타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울 수밖에 없었다.
비록 어린아이였지만 알 건 다 알았기에 더 슬펐다.
13년이 이토록 긴 지 몰랐다. 지금에서야 13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긴 지 깨달았다.
그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의 얼굴까지 나는 뇌리에서 지우고 있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내가 지운 것이라기보다는 지워진 것일 수도 있지…
나는 그를 잊지 못해 발악하면서도 또다시 나에게로 찾아오는 그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가졌을 때쯤, 슬프게도 그는 더 이상 내게 찾아오지 않았다. 나의 눈에 보이는 건 그와 닮은 사람들 뿐.
그 섭섭함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는지……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첫 수업일 날, 선생님께서는 나를 포함한 반 아이들에게 심각하게 물었었다.
"혹시 아버지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이 없니?"
그 누구도 손을 들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던 것이 아닐까…… 눈치를 보며 왠지 모를 죄책감을 가지고 손을 들었다. 나에게로 쏠린 68개의 눈, 아! 선생님까지 나를 주시하고 있어 70개의 눈망울들이 나를 놀란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도 그런 생각 안 해본 것일까? 내가 그런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말이다. 한숨을 쉬며 손을 내렸던 기억만 난다. 그때 나의 아빠도 한숨을 쉬셨을까. 나는 한숨을 쉬고 있을 것만 같은 아빠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지만 이제는 그를 기억해내려고 몸부림치는 나의 모습이 처량하면서도 한심했다. 나 스스로도 그런 내가 밉고 짜증났다.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어서 내 방 한구석에 꽂혀있는 앨범을 집어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반곱슬인 우리 아빠. 아, 그래서 내가 반곱슬인 건가? 당연한 것을 내 자신에게 되물으며 씁쓸한 미소를 얼굴에 띠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가 나온 꿈은 악몽이 아니었지만 그 때는 악몽을 꾸고 싶지 않았을 뿐 내가 그를 먼저 지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절제되지 못한 감정이 볼을 타고 흘러 턱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그의 사진 속 얼굴에 떨어졌다. 나의 눈물은 컸다. 사진 속 그의 얼굴을 다 덮어버릴 만큼 컸다. 그때야 나는 내가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늦게 깨달아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알았다.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얼굴, 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할 그의 얼굴, 나의 아빠의 얼굴이라는 것을……
(산문 중등부 차하)
얼굴
마산 제일여자중학교 3-5 박 민 정
TV나 잡지를 보면 키 170cm에 몸무게 48kg, 또 얼굴은 주먹크기만 하고 눈은 젖소처럼 이쁘고 큰 그런 인형 같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도 언젠가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유재석’처럼 안티도 없고 ‘비’처럼 나에게 열광하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어린 마음에 그래서 ‘S기획사’에 서류접수를 한 적이 있다. 결과는 ‘1차 탈락!’ 기대도 하지 않았던 거지만 그래도 그 때 처음으로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 회의가 들었다. 엄마나 할머니, 아빠 우리 가족 모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했었는데……. 역시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이쁘다.’ 더니, 옛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엄마, 왜 날 이렇게 못생기게 낳았어? 쌍꺼풀도 없고, 얼굴도 크고, 눈썹도 이상하잖아?"
처음으로 외모에 신경을 쓰는 나에게 문득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같이 있던 아빠도, 대답도 하지 않는 엄마도 날 꼭 사춘기 소녀 같이 그냥 웃으며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는 태도에 난 화가 났다. 정말로 난 심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괜히 문을 ‘쾅’ 닫고 내 방에 들어가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정말 많이 울었다. 이렇게 날 낳게 한 엄마, 아빠 심지어 하느님 , 부처님을 원망하며.
일주일 후, 아빠가 나에게 책 두 권을 선물로 주셨다. 평소 자주 내가 읽지는 않지만 읽어보라고 주시는 것이었기에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제목은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와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였다. 둘 다 반기문 UN사무총장에 대한 책이었다. 표지엔 그 사람의 얼굴이 있었는데 죄송한 말이지만 썩 멋지진 않았다. 하지만 왜 사람들이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연예인보다 더 존경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험도 끝났는데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시작한 책 읽기. 점점 읽을수록 ‘우와!’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어릴 때 지금의 나보다도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 소년이 UN사무총장이 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나에게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외모는 정말 몸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 부모님들은 외모에 투정부리던 중1 소녀를 볼 수 없었다.
이제 곧 입시지옥에 막 들어가기 전의 위치에 있는 중3 소녀가 되었다. 이젠 난 더 이상 나의 작은 눈, 못생긴 눈썹, 큰 얼굴에 원망하지 않는다. 난 저 못생긴 얼굴을 대신해서 더 좋은 능력을 주셨다고 믿는다. 항상 모든 일에 열심히 하는 성실함과 유머러스한 이 성격을!
외모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세상에 많다. 내가 이 둘 다를 갖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내 가치를 판단한다면 그것의 몇 배는 큰 능력을 난 보여 줄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난 꼭 성공한 사람이 되어 연예인보다 더 존경 받는,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의 외모를 성형을 해서라도 고치고 싶은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신은 당신에게 못생긴 외모보다 더 값진 능력을 주셨을 겁니다. 내가 그렇거든요.’
(산문 중등부 차하)
얼굴
마산 광려중학교 2-7 탁 유 지
며칠 전, 엄마의 곁에 마치 어린 강아지마냥 잠이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여기저기 뒹굴다 걷어차 버린 이불이 걸리적거려 잠시 눈을 떴을 때였다. 이불을 찾는다는 핑계로 환하게 비쳐오는 불을 켜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아침이 밝아옴에도 불구하고, 그 날따라 유난히 잠을 청하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잠이 많은 나는 학교를 다녀오 고, 학원을 가기 전, 그 동안의 시간에 잠시나마 잠을 청했기 때문이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무의식중에 옆을 보았을 땐 요새 들어 부쩍 홀쭉해진 엄마의 작은 얼굴이 내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불과, 몇 달 전과는 달리 엄마의 눈 옆에 보란 듯이 자리잡고 있는 잔주름들. 순간 마음이 찡해지며 눈물이 핑 돌았다. 단지 엄마의 얼굴만 봤을 뿐인데 왜 그러했는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알 리가 만무하다. 세어보았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건 내가 아팠을 때, 이건 내가 옷 사달라고 투정 부렸을 때, 이건 내가 말을 듣지 않아 엄마 속상했을 때……
그렇게 엄마의 얼굴 속에 고스란히 자리잡고 있는 잔주름을 원망하고, 다시 세어보기를 반복하며 혹여나 엄마가 깰까 하는 생각에 소리 없이 흐느꼈다.
내 투정들을 모두 받아주고, 세상 그 어느 것과 상대하더라도 내 편이 되어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엄마.
그런 엄마를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다 아침이 밝았다. 분주하게 아침상을 차리는 엄마 뒤에서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엄마의 얼굴이 이젠 슬픔이 아닌 행복으로 가득 메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내 미래의 우리 엄마에게 앞으로는 많은 것들을 보답해주고 이젠 내가 보듬어줄 것이라고……
엄마의 얼굴이 말하고 있는 슬픔을 내가 돌려받고 행복만을 돌려 줄 것이라고……
(산문 중등부 참방)
얼굴
마산여자중학교 3-3 김 다 희
아침을 여는 작은 태양의 얼굴.
아침 해가 눈뜨기 전 한반도의 남쪽 마산의 구석진 그늘에서는 땀으로 씻은 그들의 얼굴에 해가 솟아오른다.
마산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푸른 바다 조각들을 가게 앞에 진열해 두고 파는 그들은 단지 생선을 파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작은 어항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어항에는 그들이 ‘보호’해야 할 작은 무언가가 살아간다. 흔히 우리는 그 작은 무언가를 ‘꿈’이라 칭한다. 그들은 태초 바다의 자식이다. 그들의 어머니인 바다는 그들이 태어나 세상의 쓴맛을 느끼기 전 비린 내음을 느끼게 한다. 그들은 그들 어머니의 보호 아래 작은 바다가 되어 또 누군가의 어버이가 된다.
그들이 이룬 아니, 그들의 땀이 있는 그들의 공간은 이제 ‘어시장’이란 이름표를 달았다. 나는 그 곳을 지나가면 물 한 방울 튈까 성급히 이리저리 지나간다. 종종 코를 막고 지나가는 이도 보인다. 우리는 그들의 꿈이 밀집한 공간에서 그렇게 행동한다. 새벽에 그들의 공간을 방문해 보았는가? 한 걸음을 내닫자마자 그들의 고된 일상이 우리의 코를 찌른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을 보라. 그들의 얼굴에는 여러 모습으로 같은 마음이 담겨있다. 덤이라도 더 얹어주고픈 인자하신 아주머니의 얼굴, 내가 당신의 손녀 같으시다며 정겹게 웃으시던 어느 고등어 파는 할머니의 얼굴, 자전거를 타며 배달하던 아저씨의 미소 어린 얼굴. 이렇게 같은 얼굴을 하고서 바닷바람에 섞인 시린 안개를 가르며 지나가는 그들의 비린땀내를 우리는 그렇게 코를 막는 것으로 치부했다. 자신들의 꿈이 쌓인 자신들의 공간에 들어선 타인이 마치 그들의 꿈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코를 막고 지나가는 것을 보는 그들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결국 우리는 진정 새벽을 밝히는 작은 해가 된 그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생선을 먹으면서도 비린내는 싫어했고, 돈을 지불하며 생선을 사면서도 생선물이 옷에 튀기라도 할까봐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들고 다녔다. 우리가 불편하게 들던 봉지 안에는 생선만이 든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희망, 등을 돌리고 가는 우리가 다시 찾아주었으면 하는 작은 그리움, 그들을 향한 바다의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비린내음, 그것이 진정한 사람의 향기이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이 우리가 얻고자 했던 행복의 열매이다. 목표가 있고 노력하면 애정으로 가슴을 따스하게 데우는 이가 행복한 이가 아니라면 누가 행복을 가슴에 담겠는가?
이들은 모두 그들이 가진 빛으로 아침을 연다. 나는 새벽녘에 가장 밝게 빛나는 그들의 얼굴을 닮고 싶다.
그 누구도 감히 뭐라고 하지 못할 그들의 찬란한 얼굴과 달짝지근한 향기를…
(산문 중등부 참방)
얼굴
창녕 남지중학교 3-2 신 문 규
나와 엄마 사이에는 거울이 있다. 아무리 내가 잘 생긴 얼굴을 자랑하여도 엄마는 금방 아버지의 얼굴로 고쳐서 보신다.
거울을 볼 때마다 의문점을 가진다. ‘이게 아버지 얼굴과 닮은 건가’ 하고 말이다. 이렇게 의아해하고 있다가 신기한 점을 찾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등산을 갔었는데 엄마는 뚱뚱한 지라 얼마 가자말자 힘들어 했고 나의 도움 없이는 힘들었다. 가파른 산 정상을 향하고 있는데 큰 바위 몇 개가 있었다. 일반 성인도 올라가기 힘든 돌이었다.
나도 오랜 산행에 지쳐서 누구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엄마는 그 바위를 끙끙거리며 올라오는데 나도 모르게 손을 건넸다. 정말 힘이 들었지만 말이다. 순간 머리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아, 엄마가 말하던 아버지의 얼굴이 단순히 얼굴만이 아닌 내면의 얼굴이었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점점 얼굴과 내면의 얼굴이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내가 채워야 하며 그 막대한 부담감은 진리가 아닌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아버지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제2의 아버지’ 이면서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닮아가서 느끼는 것이다. 이 세상의 효도도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 하는 효도는 엄마의 얼굴을 가지고 엄마의 마음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엄마에게 효도는 아버지의 얼굴로 아버지의 마음으로 엄마를 사랑하는 것이다.
아버지를 닮은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낀다. 이 순간 무엇보다도 아버지 내면의 얼굴이 내게 전해진 것이 자랑스럽다.
(산문 중등부 참방)
얼굴
마산 삼계중학교 3-12 허 혜 경
"야, 흑인! 넌 뭘 먹고 살았길래 그렇게 말랐냐?"
수민이의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넌 다큐멘터리도 못 봤냐? 동남아시아쪽 사람들은 거의 다 거지라더라. 으, 드러워."
수민이네 무리들은 민정이를 괴롭히는 것을 게임쯤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민정이의 얼굴을 핸드폰에 담은 아이들은 뭘 먹으면 이렇게 새까매지냐는 장난 아닌 장난을 던지며 교실을 나섰고 그만 동시에 터지는 울음소리는 민정이의 것이 당연했다.
"달래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냅 둬.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괜히 참견했다가 너까지 왕따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아이들의 걱정 어린 말에 나는 의자를 도로 집어넣으며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반에서 수민이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컸기 때문이다. 괜히 나섰다가 나까지 화를 당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마음 한 편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민정이는 책상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연신 훌쩍거리고 있었고 아이들도 불쌍하다는 듯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 뿐이었다.
"얼굴 색깔이랑 생김새가 조금 다른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수민이도 너무 심한 것 같아."
"목소리 낮춰, 누가 이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사실 필리핀은 다른 동남아쪽 나라보단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라더라."
짝인 슬기가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민정이의 몸속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거지. 필리핀에서 온 엄마의 모습을 조금 더 닮았다 할 뿐이지 민정이도 우리와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야. 요즘 다문화 가정이 얼마나 많은데. 사실 수민이네 무리들이 좀 심한 것 같긴 해."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멍하니 앉아 있는 민정이의 곁에는 달래 줄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민정이는 늘 혼자였다. 수민이의 괴롭힘이 자신에게까지 전해져 올까봐 그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아이들의 일방적인 놀림과 무시에 대한 걱정을 미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나도 사실은 수민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에 나도 몰래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슬기야. 우리 지금부터라도 민정이의 친구가 되어주는 게 어때?"
"갑자기 왜? 수민이는 어쩌려고?"
"생각해보니까, 수민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다 생김새만으로 친구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게 더 비겁한 것 같아서 우리가 먼저 나서서 민정이를 도와주다 보면 다른 아이들과 수민이의 태도도 바뀌지 않을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 우리는 말이 끝내기가 무섭게 민정이의 자리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민정아, 앞으로 우리가 네 친구가 되어줄게."
얼굴 생김새는 사람을 평가하는 데 그렇게 큰 기준이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다문화 가정들이 민정이처럼 겉모습만으로 차별받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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