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푸른바다]

 


















♬사랑하면 할수록♪♬  
                  - 한성민

노을지는 언덕 너머 
그대 날 바라보고 있죠
차마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나요.
왠지 모르게 우리는 우연처럼 지내왔지만
무지개 문 지나 천국에 가도 나의 마음 변함없죠
사랑하면 할수록 그대 그리워 가슴 아파도 이것만을 믿어요. 
끝이 아니란 걸
이제야 난 깨달았죠 사랑은 숨길 수 없음을
우연처럼 쉽게 다가온 그대 이젠 운명이 된 거죠
사랑하면 할수록 멀어짐이 두렵기만 해도 이것만을 믿어요.
끝이 아니란 걸 끝이 아니란 걸







한성민의 사랑하면 할수록~~~ 
이 노래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나는가?
바로 영화 클래식 주제곡으로 깨끗하고 청순한 
두 사람의 사랑이 내게 잔잔하리만큼 심금을 울려주던 그런 영화였다.  
여러 장면 속에 하나의 장면을 고른다면 바로 그 장면 한 대목이 퍼뜩 떠오르는 부분이 있다.
그 영화를 주의 깊게 보고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찾는다면 바로 마지막 만남, 그 순간이라고 할 것이다.
첫사랑의 두 사람이 주고받는 아름다운 연서로 이어지고
서로 다른 환경의 집안으로 결국 둘을 헤어져야 했으며 그 일로 남자 주인공은 군에 자원입대해 버린 것이다.
여러 줄거리 중에서 바로 한 장면….
먼 세월이 흘려 주희(손예진)와 준하(조승우)는 약속한 어느 카페에서 마지막 만남의 약속을 갖는다.
그들의 둘의 모습이 제일 가슴에 남는 장면인듯하다.
준하는 주희에게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베트남 전쟁에서 주희가 준 선물 하나를 찾기위해 폭탄이 터지는 그곳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들다가
그 사고로 준하는 두 눈이 실명이 되어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런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감춰야 했다.
그러기 위해 주희와 만나는 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예행연습을 하고 
자기 딴에는 보통 멀쩡한 사람처럼 행동하려는 준비를 하고 주희를 기다린다.
준하가 시각장애인으로 앞을 전혀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희는 금방 알게 되고 둘을 바라보는 나는 가슴이 찡해졌다.
주희에게 내보이려는 준하의 하나하나의 행동에서 울꺽 마음이 동요되어 눈시울을 뜨겁게까지 했다.
어려서부터 난 늘 이루지는 결과보다도 처절하게 포기하면서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에 늘 동감하는 마음이 강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늘 해피엔딩을 바라지만 
그런 내용은 오래 남지 않았고 오히려 비운의 결말로 끝났을 때는 처음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아려서 뻥 뚫린 가슴만큼 쉽게 내 마음에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뇌리에 맴돌며 그런 장면을 오히려 더 명장면으로 각인시켜주게 되었던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려면 긴 장문이 될 것이고 이 노래를 듣고 있으니 잠시 생각이 나서 한번 써 보았다.
마지막 만남에서 다시 왜 헤어졌는지 모른다. 
바로 서로의 눈에는 글썽이는 눈물과 더불어 그들의 세대는 막이 내리고 다음 자식들의 세대로 바로 넘어가 버렸다.
난 그게 맘에 들었다. 
바로 한 컷으로 먼 공간을 뛰어넘었지만 그들의 다음 이야기는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처리했기에 마지막 장면이 더 가슴에 남게 되는 원인이었는지 모른다.


가을의 향기는 어디 있는지.
잠시 어느 한순간처럼 빨리도 지나버린 지금 지난 계절의 늪은 자취도 없어졌다.
만연의 12월의 마지막 올해의 달력이 덩그러니 늘어진 체 힘없이 남아있고 
세계가 휘청거리는 호독한 불경기를 보듯이 거리는 썰렁하기만 하다.
성탄절 그리고 연말연시로 여기저기 한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은 없는 자에게는 우울한 지금의 풍경이다.
올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바로 새로운 시작을 열기위해 지금 끝으로 향하고 있는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언제 길었는지 더벅해진 머리카락 신경에 쓰였다.
가까운 미용실에 이발도 할 겸  잠깐 밖을 나서서 아파트 샛길을 걸어보니 매서운 바람이 분다.
내 몸뚱이 중에서 늘 불만이 가득한 내 머리통….
아무리 봐도 정말 머리통은 못생겼다.
차라리 작기라도 하던지…. 아님 동굴 게 예쁘게 생기던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맘에 든 게 없다.
거기다가 이젠 머리숱이 가늘어지면서 더욱 내 못생긴 머리통이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정면보다도 옆면의 내 모습은 더욱 이상하게 보인다.
나이가 들면 추해진다더니 갈수록 내 핸디겝의 몰골이 더 먼저 남의 눈에 내보여야 하니 괜히 심통만 올라온다.
이젠 감추는 것도 한계가 되어간다.
머리를 자르는 미용사도 내 머리를 가위질하면서 희안하게 생겼다면서 속으론 불량품이라고 하겠지.
불량품??? 젠장……. 쓰펄 ……. 
괜히 실없이 혼자 웃으면서 밖으로 나온다.
툭 튀어나온 뒤에 꼭지가 짧아진 머리 때문에 이내 허전하면서 뭔가 시리다는 느낌으로 다가선다.
어깨너머로 횅하니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목덜미를 휘감더니 가슴팍 뼛속까지 스며들어 오는 것 같다.
춥다. 따가운 군고구마가 그립고 달콤한 호떡이 그립다.

생각난다.
아주 어릴 때 방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들고 이른 새벽에 사거리 육교 밑에서 장사하는 호떡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호떡집은 아직 장사 시작 전이었다.
어린 마음에 어찌나 먹고 싶던지 그 길을 지날 칠 때마다 꼭 언젠가는 호떡을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 주머니엔 그럴 만한 돈이 받거나 지니고 있는 적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떨어진 동전 몇 개를 냉큼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내겐 호떡집의 가는 길이 급했다. 
사거리까지 갔지만 호떡집은 장사하기 이전이었다.
해가 중천이 뜰 때까지 추위를 참으며 호떡집 장사할 때까지 기다렸다.
발이 꽁꽁 얼고 손이 저려 왔지만 호떡 하나 먹어보겠다는 심산으로 난 그 호떡집 문을 열기를 학수고대 기다렸던 것이다.
한참 후에 나타난 주인은 의아해하며 하나씩 준비하는 시간도 너무 길기만 했다.
연탄을 넣고 판이 달구어지고 난 후 동전을 받고 첫 손님인 내게 호떡을 주었던 주인 아저씨….
그게 얼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 냉큼 밖으로 나와 호떡 2개를 들고 먹기도 아까웠던 그 호떡의 기억….
한입 입에 넣을 때 뜨거운 설탕물이 떨어져 추위에 터진 손등에 묻을 때 옷으로 닦을 수가 없었다.
그 설탕물이 너무나 아까워서 혀를 날름거리면서 쪽쪽 빨아 먹었던 시절….
뜨겁다는 생각보다도 소중한 설탕물이었기에 달다는 느낌으로 그 뜨거움조차도 몰랐던 순간이었다. 
정말 그 맛이 얼마나 달콤하고 맛있었던가?
더군다나 아버지를 실망시키고 방에서 떨어진 동전을 들고 호떡을 사 먹었으니 그 맛이 어때했겠나?
훔친 사과가 맛이 있다는 선정적인 영화문구가 아닌 
분명 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돈인 줄 알면서도 들고 
아무도 모르게 사먹었던 그 호떡이기에 혀끝에 녹을 정도로 그 시절에 최고의 맛이었던 것이다.
난 이후로 호떡을 먹을 때마다 그때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육교 밑 호떡집….
차가운 겨울바람에 터서 갈라진 손등에 설탕물….

GS마트 앞에 놓인 호떡 집에서 호떡 2개를 샀다.
이젠 호떡 한 개에 7백 원이란다. 아내와 나 둘이서 하나씩 먹으면 그게 전부다. 
호떡도 2개 이상만 먹으면 속이 느글느글해지고 불편해진다. 
원 없이 호떡을 먹고 싶었던 시절과 단 2개를 먹기 힘든 지금의 나는 뭐가 달라졌는가?
이미 식혀버린 호떡은 맛이 없다. 
대부분의 음식은 따끈따끈할 때가 맛이 있다.
이전에 뜨거운 설탕물이 줄줄 흘리던 그 호떡이 그립다.
그 호떡이 그립다기보다는 그때 그 맛이 최고로 느꼈던 그 어린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죄를 짓고 아버지에게 실망감을 주면서 먹던 그 호떡이 이 추운 날씨에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보니 아버지의 기일 날이 다가온다.
이젠 떠난 지 40년이 가까워지는 아버지의 기일인지라…. 생각조차도 희미해진다.
잊고 있다고 생각해도 아니 이미 많은 것 망각의 장에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가끔은 아버지란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
기일 날이 다가오면 아버지에 연관된 부분이 꿈속에 나타나곤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제삿날이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일까?
















 

[조약돌♡(이득천)]

퍼 갈라 했더니 못하게 했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