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이 해냈다! 명성이 드높은 <2009 서울국제마라톤 or 제80회 동아마라톤대회>를 한 차례 쉼 없이 완주했다. 특히 기록은 긴 칼을 왼손으로 잡고 굳세게 서있는 이순신장군 동상 오른편 Start지점을 밟고 출발하여 서울 올림픽주경기장 Finish지점까지 4시간 8분정도다. 지난해 10월 <춘마> 기록(4시56분44초)보다 약 48분 단축했다.
나는 오늘 대회 출전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밤새 뒤척이다 새벽 3시48분에 일어났다. 잠결인 妻는 시계를 맞춰놓고 더 자라! 한다. 이나마 3시간이라도 눈을 붙였으니 충분히 뛸 수가 있다는 생각에 자위를 하면서 묵상을 했다. 어제 밤 대학 후배 신동엽씨가 오후 11시에 진행한 TV프로에 소녀시대 9명 가운데 윤아만 빼고 다 나와서 거의 한 시간을 배꼽을 잡도록 웃겨주어 자정이 넘도록 눈이 말똥말똥하여 많은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 0시30분 전후에 잠이 들었었나 보다.
하지만 머리는 띵하고, 왼쪽 발등과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린다. 아침식사를 서둘러 하고, 욕조에 받아 놓은 더운물 속에 온몸을 담그고 나왔더니 한결 개운했다. 다만 화장실을 몇 차례 드나들어도 그렇게 잘 나오던 큰 것이 나오지 않아 배만 더부룩하다. 요새 며칠 감을 많이 먹어서 변비가 왔는지 이리저리 시간만 축내다보니 오전 6시가 훨씬 넘어섰다.
따라서 전철로 가려던 세종로를 자가용을 이용하여 한강대교를 넘어서 삼각지까지 10분만에 도착했다. 교통이 원활하여 남대문을 막 지나 시청 앞을 향하는데 경찰들이 벌써부터 차량을 통제한다. 충정로로 우회를 하여 서대문을 돌아 신문로로 들어서니 이순신장군 동상과 세종문화회관 美대사관 사이 세종로를 살펴보니 전 세계에서 출전한 프로와 아마추어 마라토너 2만 동호인으로 꽉차있다.
종로3가와 비원 앞에서 연이어 좌회전하여 광화문 앞에 차를 세웠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 탓에 동호인들이 긴바지를 입고 여기저기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몸을 푼다. 간이화장실을 두 차례 드나들면서 큰 것과 작은 것을 대충 해결한 후 긴 바지를 입고 몸을 풀다가 출발 10분전에 바지와 차키를 妻에게 건네고 출발 대기선에 섰다.
오늘 역시 대학 후배 배동성씨가 우렁차게 사회를 본다. 애국가를 1절 힘차게 불렀다. 동아일보 사옥 옥상에서 생동감 있는 취재를 위한 MBC-TV 헬리콥터가 떴다. 여든번째를 맞는 오늘대회 기념을 위해 61개국에서 87명의 주한 외국인들이 <세계의 우정(International Friendship)>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달린다 한다. 오전 8시 정각에 엘리트그룹이 기나긴 장도에 올랐다. 이어 A․B․C․D그룹이 3~5분 간격으로 차례로 내 달리고, 내가 속한 E그룹도 10․9…3․2․1을 크게 외친 후 출발을 했다.
오늘 출전자는 전국에서 풀코스를 제한시간 이내에 모두 골인한 경력이 있는 동호인들로 기세가 대단하다. 그런데 남대문을 돌아 을지로입구에서 5가 로터리를 반환하여 시청을 향해 8km를 뛰는데도 우리그룹은 물론 D그룹 출전자들도 느린 편이다. 따라서 청계천 입구에서부터 청계8가 고산자교를 왕복하여 종각으로 돌아서는 17km지점까지 내 페이스로 속도를 내다보니 4시간 10분 페메를 앞질렀다.
종로는 을지로와 청계천 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응원을 열렬히 해준다. 사물패의 꽹과리와 징․북소리가 오늘처럼 기분 좋게 들린 적도 그동안 몇 번 없었던 듯싶다. 경찰은 종로로 이어진 샛길에서부터 모든 교차로를 봉쇄하여 뛰는데 더없다. 동대문을 지나면서 탄수화물 응축액 카보샷 하나를 먹었다. 동아일보에서 공모한 출사표 가운데 내것이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그 선물로 받았는데 달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 서울우유 이기정 팀장을 주고도 아직 남아있는 그 카보샷을 앞으로 종종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신답사거리 아래 지하차도를 지나면서 동호인들과 함께 야! 야! 야! 세 번 함성을 지르니 쩌렁쩌렁 울린다. 군자역을 지나 어린이대공원 역전에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세종대 학생과 인근의 많은 주민들이 진을 치고 열렬하게 응원을 해주고 손바닥을 맞춰 주어 힘이 용솟음쳤다. 그 응원의 힘은 성동대교 사거리와 서울 숲 공원 입구 오르막을 지나 자양동까지 이어진 6km의 지루한 코스를 달리는데 도움이 됐다.
잠실대교 북단 사거리를 지나 대교로 올라서는데 妻가 응원을 나왔다. 아침에 부탁했던 카보샷을 내민다. 그런데 갈증이 너무 난 나머지 길가에서 물을 따르는 아주머니에게 한잔을 부탁하여 들이켰다. 잠실대교 초입에도 많은 자원봉사자가 20여 급수대에서 물을 따라준다. 두 잔을 연이어 마시니 우측 저 멀리 올림픽 주경기장이 웅장하게 눈에 들어온다. 서해로 흘러가는 한강물이 아름답게 빛났다.
잠실대교를 지나 올림픽주경기장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석촌호수와 아시아 선수촌아파트를 각각 돌아 뛰는데 남은 4km가 왜 그리 먼지 달리고 달려도 경기장은 지붕도 보이지 않는다. 배번호<E6579> 가 붙어있는 유니폼 상단에 찍은 지당공손 글귀가 선명하다. 힘이 솟는다. 그런데 40km지점 백제고분로에서 4시간 10분 페메가 나를 앞선다. 4시간 안에 골인하려던 나는 4시간 10분 페메에게 뒤떨어지자 오기가 생겨 따라 붙지만 왼쪽 발등이 시큰 거리더니 경련이 일어나려 한다. 근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나 보다. 여기서 쥐가 나면 <춘마>처럼 고생할 것이 분명하여 내 페이스에 맞춰 뛰는데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걷는 주자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했다.
그나마 딸이 사준 mp3로 듣던 배호의 노래 10여곡과 추성훈의 하나의 사랑, 소녀시대의 Gee. 하하의 너는 내 운명, 이효리의 U-Go-Girl, 이승철의 사랑한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원더걸스의 So Hot 노래도 40km지점에서 끊어졌다. 그 노래들은 연습할 때나 오늘 실전에서 큰 힘이 됐는데 끊어지자 힘이 쭉 빠진다. 그러나 멈추거나 걸을 수는 없다. 발등과 무릎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흐르던 땀방울도 말라버렸다.
지당공손 모두의 五福을 염원하는 뜻에서 왼발을 한보씩 세어 백 발자국에 왼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뛰었다. 다섯 손가락을 꼽고 고개를 올려보니 올림픽주경기장이 저 멀리 보인다. 체조경기장과 야구장 입구에서부터 주경기장에 들어서기까지 약 800m에 달하는 양 옆으로 수천의 시민이 도열하여 열렬히 응원을 해준다. <지당공손> 파이팅!!!이라는 응원도 여기저기에서 쏟아진다.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높이 들어 화답했다. 오늘 50여 차례는 들은 지당공손 파이팅!!! 응원해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올림픽 주경기장이 점점 눈에 크게 들어오면서 <해냈구나!>하는 감격에 눈물이 핑 돌았다. 트랙을 밟으면서 <이젠 다 왔다!>고 외쳤는데 목이 메여 목구멍에서만 맴돌뿐 나오지를 않았다. 500m 트랙을 도는데 감흥은 보름前 같은 장소에서 아띠마라톤에 출전했을 때 보다 컸다. 역시 국내 최고이자 국제적인 대회라서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풍기는 맛과 멋은 죽을 때까지 느껴보고 싶은 충동을 일게 하고 욕심을 자아냈다. 그래! <동마>는 죽는 날까지 뛰어 보리라! 굳게 다짐했다. 골인을 하여 칩반납처로 3분정도 걷는데 妻가 물을 내민다. 벌컥벌컥 들이켰다.
妻는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한다. 살펴보니 가끔 화상에 나타나는 <칩에 문제가 있다>는 자막이다. 妻가 완주메달과 음료수․빵을 가져 오는 사이에 카메라를 고치어 경기장 트랙과 전광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일곱 컷을 눌렀다.
주차장을 향하는데 고급고글을 1만~2만원에 판다고 한다. 햇빛을 차단해 준다는 2만원 고글을 써보니 괜찮다. 妻는 내 생일 선물로 그 고글을 사준다면서 1만5천원으로 깎더니 그나마도 1만4천원 밖에 없다면서 그 가격에 구입했다. 집에서 주차 후 내리는데 두 허벅지의 통증이 심하다. 아침에 받아 놓은 목욕물에 더운물을 더 넣고 몸을 푹 담그니 피로감이 다소 풀리는 것 같다.
오늘 기록이 조선 <춘마>에 비해 무려 40분 이상이나 단축한 것은 코스가 비교적 평탄한 것과 나름대로 구간 페이스 조절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우내 눈이 내려 빙판이지거나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더라도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채근하며 달린데 기인된다.
<나는 곰인가?> 내가 제대로 듣지 못해 그렇지! 그동안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본 이들은 내가 무지하고 미련한 곰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 좋아하는 술과 달콤한 새벽잠도 멀리하고, 새벽에 한 시간을 전후하여 뛰었다. 주말에는 서너 시간씩 달렸다. 천둥과 벼락이 치더라도 자신을 이기기 위해 주 계획과 월 계획 일정을 이행했으니 정신이 나갔다고 보았을지 모른다.
지난해 2월 24일부터 오늘까지 385일 가운데 달린 날과 거리는 지난해 <(2월=7일․31.5km), (3월=26일․216km), (4월=11일․77km), (5월=19일․199km), (6월=18일․209.6km), (7월=21일․207.5km), (8월=21일․211.4km), (9월=21일․231.1km), (10월=17일․215.3km), (11월=18일․131.9km), (12월=19일․163.8km)>으로 197일․1,902.1km이다. 올해 들어서는 1월(23일․208km), 2월(21일․271.2km), 3월 15일 현재 11일․148.6km로 지난 12개월 20일 동안 달린 날은 모두 252일이며, 거리는 2,529.9km다. 하루 평균 10km를 달린 셈이다.
이로 인해 94kg이었던 체중은 77kg으로 줄었다. 고질적이었던 위장장애로 나타났던 신트림과 고지혈증․무호흡증 등 각종 성인병과 현대병은 완전치유 됐다. 그래서 올림픽주경기장 스타디움에서 바라본 잠실의 하늘은 흐렸지만 너무 멋졌다. 1년前 마냥 게으르기만 했던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고, 외롭게 싸움을 한 기나긴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승리의 기쁨과 함께 많은 이들에게 한 약속을 이행한데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에 크게 웃었다.
지난달 운동량은 많았지만 대회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불안감 또한 비례하여 컸다. 그래서 그 불안감을 덜기 위해 지난달 23일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 박영덕씨(페메경험 35회, 최고기록 3:27:39), 장권호씨(페메경험 43회, 최고기록 3:24:09)에 이어 지난 3일은 4시간 페메 창용찬씨(페메경험 3회, 최고기록 3:28:01)와 11일에는 4시간 30분 배진현씨(페메경험 30회, 최고기록 3:02:00)에게 각각 전화로 궁금한 사항을 물은바 있다.
주 통화내용은 대회 잔여일 동안 달려야 할 거리와 방법, 특히 LSD를 하면서 힘이 부칠 때 섭취하면 좋은 것이 무엇인지다. 또 E그룹인 내가 D그룹의 페메를 어느 지점부터 따라잡아야 할지와 그 주행속도다. 나의 훈련량을 들은 그들은 3월 8일 15~20km를 달려주고, 10일에 8~10km사이, 11일 7~8km, 12일 5km에 이어 13일에도 3~4km를 달려준 후 하루를 푹 쉬면 대회당일 날 몸은 달리고 싶은 충동이 크게 일어 기록은 좋아질 것이라 했다. 그리고 대회 날 주로에서 페메보다 두세 발짝 뒤에서 따라오되 다소 처지면 자꾸 말을 걸면서 따라오라고 주문했다.
E그룹 페메의 가장 빠른 시간대는 4시간 30분이다. 이 시간대 배진현페메는 5km 마다 32분을 전후로 정속주행을 한다고 했다. 따라서 배진현페메와 보조를 맞추다가 4시간 20분 또는 4시간 10분 D그룹 페메를 따라 붙으려 했는데 배진현페메 풍선이 보이지 않는다. 출발선 내 바로 오른쪽 김여상 페메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4시간 30분 페메 가운데 한명이 실수로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나? 나금풍페메 풍선도 내 왼쪽 3m지점에 있으니 그렇다면 배페메가 풍선을? 나는 E그룹 페메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km당 5분40초에 정속 주행키로 했다.
구간별 계획표를 프린트하여 주요지점에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표시한 종이쪽지를 배번호(E6579)의 옷핀으로 고정하여 달리면서 시간과 맞춰 뛰었다. 그런데 달리던 사람과 부딪쳤는지 9km지점에서 스포츠시계를 바라보니 29분에서 멈춰있다. 쪽지를 보니 20km지점 당도시간이 정확히 1시간50분이다. 그렇다면 계산하기 좋게 20km지점부터 다시 계산하자. 그 지점에서 두 시간에 경기장에 들어서면 sb-4달성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스포츠 시계를 0000으로 정정했다. 20km지점 신설동 오거리에서 새로 누르고 페이스를 조절한 것이 기록단축에 도움이 됐다.
마라톤은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이다. 지난해 나는 내가 나를 이길 수 있는지 정정당당한 싸움을 던졌다. 그 싸움은 1년이 지난 오늘이 되어 이제 조금은 알듯 싶다. 나는 앞으로 나를 적극적으로 사랑하면서 살아갈 참이다.
사람은 한 세상을 살면서 참 좋은 기회가 세 번, 악재도 세 번이 온다고 한다. 그 호재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2월 22일 서울우유 이 팀장을 업무상 접하면서다. 그의 거짓말 같은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나는 스스로와 그에게 마라톤을 하기로 약속(2008년 가을에 10km 단축코스를, 2009년 봄에 하프코스를, 가을에 풀코스를 각각 완주하겠다)했다. 일기장에도 진하게 적으면서 맹세했다.
이처럼 내 인생은 지난해 2월 마라톤을 접하면서 일대 변환기를 맞은 것이다. 그 이전에는 그 힘들고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던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뛴다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이제 남을 이기려 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이기고, 이해를 우선하는 참삶을 어렴풋 알듯 싶기에 그 길을 가련다.
오늘 서울국제대회에서 남자부문 1위는 케냐의 모세스 아루세이 선수로 기록이 2시간 7분54초다. 다행히 한국의 지영준선수도 기록 2시간10분41초로 5위를 차지했다. 특히 국제적인 선수 30여명이 초청된 가운데 한국의 황준현씨․이명기씨․육근태씨 등 4명이 모두 10위권 이내에 등재됐다. 또 여자부문에서도 1위는 2시간25분37초를 기록한 에티오피아의 로베톨라구타씨 이지만 2위는 한국의 이선영씨이며 기록도 2시간27분48초 인점은 한국마라톤의 미래를 밝게 조명하고 있다.
오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씨는 39세인데도 2시간16분42초를 기록하여 14위로 골인했다 한다. 특히 생애 40번째 국제대회 풀코스에 도전하여 후쿠오카(1996)․동경(2000)․보스톤(2001)․부산(2002)․서울(2007) 등에서 통산 5회 우승을 했다는 것은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오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나는 사실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특히 직업이 신문쟁이다 보니 담배와 술에 절다시피 하여 본인의 잘못은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남의 잘못만 지적하며 살아왔다. 지난 반세기가 넘는 긴 세월을 물질적․정신적․심적 고통에 시달린 나머지 무의미하게 보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살아있을 시간이 얼마 남았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마라톤 입문 만 20년이 될 내 나이는 73세로 욕심 같아서는 그때 치러질 제100회 동아마라톤대회도 오늘처럼 당당히 완주하고 싶은 것은 욕심일까? 그날까지 조용환은 물론 맑은 공기와 햇빛과 주위의 많은 이들을 고맙게 생각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야지.
허걱!!! 그런데 어느 대회를 막론하고 대회당일 모두 전송된 문자기록이 오지를 않는다. 동아마라톤 창을 열고 들어가 보니 2만여 출전자의 11개 구간별 기록 체크를 하느라 늦어지며 16일 오후8시경 살펴볼 수 있다는 안내글귀다. 무슨 19세기 20세기도 아닌데? 21세기에 그것도 전자에 관한한 세계제일로 우뚝 서있는 한국에서, 특히 국내 최고대회임을 자처하는 동아마라톤에서 웃기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16일 오후 9시30분이 되어도 뜨지를 않아 칩 대행사인 하이스포츠社에 문의했다. 일부 칩에 문제가 있으니 내일 오전까지 답변을 준다고 한다. 누구냐? 고 물으니 이상훈 부장이라 한다. 억지로 잠을 청했던 나는 꿈이 좋지 않아 새벽 3시30분 정도에 일어났다. 컴퓨터를 켜고 <동마>에 들어가 보니 기록실에 내 기록은 아직도 뜨질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 앞 번호 10명 가운데 E6578, E6574번도 안 떠 있다.
17일 오전 내내 연락이 오지를 않아 화가 난 나머지 지방출장을 마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잠깐 기다려주면 바로 연결시켜주겠다>는 안내음이 나오고는 25초~1분20초 사이에 자동으로 끊어지는 등 아주 불성실했다. 너무 화가 났다. 저녁에 인헌중학교 트랙 19바퀴를 뛰며 몸을 풀면서도 기록이 아예 없다는 것에 대하여 갖은 잡념이 떠올라 머리가 아프다. 집에 들어와 컴퓨터를 열어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참가자 일부의 기록 누락과 오류에 대한 항의가 있어 데이터를 검색한 결과, 일부 참가자의 기록에 대한 오류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측정칩(리더칩)이상으로 파악되었다>는 글을 19시15분57초에 올려놓았다. 나는 민족의 신문을 자처하는 동아일보가 늦장을 부린것에 대해 화가 났지만 <일부>라는 답변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성실함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일부라는 뜻은 一部分으로 한 부분 또는 전체를 여럿으로 나눈 얼마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내 앞 번호 10명 가운데 2명과 나를 포함하면 3명(30%)이나 기록이 없는데 일부라니! 또한 주최측이 주장하는 15%를 주최측이 주장하는 오늘 출전자 2만명으로 환산한다면 3천명에 달하는데 어떻게 일부인가! 화가 치밀다 못하여 분개 일보직전이다. 법에 호소라도 하면 분이 풀릴 기분이다. 다만 동아일보 사과의 글을 자세히 살펴보니 하이스포츠社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그 답변의 수위가 내일(18일) 어느 정도 나오는지 일단 분석해보고, 내 방침을 결정해야 하겠다. 만약 자신들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면서 응분의 배상도 하지 않는다면 법정시비라도 불사해야 되겠다.
완주하고 나서 메달을 걸고 妻와 함께 골인지점과 전광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디카에는 완주메달을 가지러 칩반납처로 이동하는 D6065와 C4730주자가 찍혔다.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가는 그 주자들은 친구 사이로 보이는데 기록은 각각 4시간11분27초와 4시간13분14초다. 그렇다면 그 촬영장소에서 칩반납처 왕복거리는 600m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완주메달을 걸고 사진을 찍은 나의 기록은 내 스포츠시계로 두번에 걸쳐 잰 것 보다 7분정도 빨랐던 것은 아닐까? 4시간 10분 페메가 4시간 8분에 골인했다면 내 기록은 4시간 3분대는 된다는 말이다.
세계 5대 마라톤은 보스턴․뉴욕․런던․베를린․시카고라 한다. 동아일보는 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세계 6대 마라톤에 진입시키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그 노력을 위해서라면 세계적인 기록과 우승자의 상금을 비롯 엘리트 선수 및 마스터스 부문 참가자수, 시민들의 반응, 개최지에 주어지는 경제적인 효과 등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는 아주 산적하다. 특히 동아일보는 앞서 지적한바와 같이 오늘의 실수로 인하여 세계 6대는커녕 20대 진입도 버거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의 실수를 앞으로 반이라도 갚으려면 십 수 년 또는 수 십 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설 잠이라도 억지로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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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라톤 동호인들이 서울 도심을 질주할 수 있도록 교통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배려해주신 1천150만 서울시민의 높은 시민의식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도심 곳곳에서 응원과 봉사에 나선 관계자 모든 분과 특히 지당공손을 힘차게 응원해 주신 관계자에게 이 지면을 통해 재삼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지난해 10월26일 <조선 춘천마라톤>이후 새롭게 설정한 동계 120일 1000km 강훈작전이 나름대로 성공. 3월1일 SACA 아띠마라톤 31km 공인기록이 2시간 53분08초. 3월15일 동아마라톤 비공인기록 4시간8분. 맨 아래 사진 액자에 걸린 두 메달 가운데 왼쪽은 아띠마라톤으로 기록증이 이번주 중에 도착될 예정으로 곧 걸겠지만, 오른쪽은 주최측 동아일보의 실수로 비공인 기록되어 만약 기록증을 걸수 없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이다.
하도 여기저기 마라톤 참여한게 많아서 몇년된줄 알았더니..겨우 이제 1년된거였어, 오빠? 히야...1년만에 이렇게 달라지나?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