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설법(29) <보살품제4> 광엄동자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라

[문문]

 

유마설법 29  2006/ 1/ 10 연구소

광엄동자 ㅡ 어느 곳이 도량입니까

부처님께서는 광엄동자(光嚴童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도록 하라.”

광엄동자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에게 가서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佛告光嚴童子：「汝行詣維摩詰問疾。」光嚴白佛言：「世尊！我不堪任詣彼問疾。所以者何?

   이제 광엄동자(光嚴童子) 차례가 되어 이 보살이 등장합니다. 이른바 ‘동자’란 어린아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보살의 수행이 제8지인 부동지의 경계에 도달하면 모두다 동자라고 불러서 무루(無漏)를 표시합니다.  시작은 역시 마찬 가지로,  광엄동자는 병문안 가는 임무를 사양했는데  그에게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

회상해 보니, 예전에 제가 비야리 대성을 나가는데 유마힐이 마침 성문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물었습니다.

‘거사님, 어디서 오십니까?’

그는 저에게 대답 하였습니다

‘나는 도량(道場)에서 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도량이 어느 곳입니까?’

그는 대답하였습니다.

‘곧은 마음[直心]이 도량이니, 내심이 정직한 사람은 자기도 속이지 않고 남도 속이지 않은 무념무심(無念無心)으로 거짓이 없기 때문입니다.

憶念我昔出毗耶離大城，時維摩詰方入城，我即為作禮而問言：『居士從何所來？』答我言：『吾從道場來。』我問：『道場者何所是？』答曰：『直心是道場，無虛假故；

  광엄동자는 말합니다.  “회상해 보니, 예전에 제가 비야리 대성을 나가는데 유마힐이 마침 성문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憶念我昔 出毗耶離大城 時維摩詰入城].” 이 말에는 하나의 중점이 있습니다. 비야리대성은 유마거사가 거주하는 곳입니다.  불경의 기록에 의하면,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번영된 지역이면서 정치적으로도 자유· 민주· 평등한 곳은 선인(善人)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유마거사의 현지에서의 지위는 오늘날 말하는 주석과 같았습니다.

  광엄동자는 우리들처럼 도처로 도장을 찾아다니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는 때마침 비야리대성을 나오려고 했습니다.  아마도 성안은 너무 시끄러워서 청정한 도량을 하나 찾고 싶어 했을 겁니다. 그때 유마거사는 때마침 막 성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습니다.  그 두 사람은 하나는 시끄러운 곳을 떠나 청정한 곳을 찾고 있었고, 하나는 시끌벅적한 곳으로 막 들어 오려하고 있었습니다. 

  광엄동자는 유마거사에게 정례하고 물었습니다.  “거사는 어느 곳으로부터 오십니까[居士從何所來]?”  우리가 앞서 말했듯이 거사라고 부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재산이 있어야하고 덕행이 있는 재가보살이라야 자격이 있습니다.  유마거사가 대답합니다.  “나는 도량으로부터 옵니다[吾從道場來].”  그는 광엄동자가 도량을 찾으러 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광엄동자가 물었습니다.  “도량이란 어느 곳입니까[道場者何所是]?” 어떠해야 도량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대답하기를, 곧은 마음이 도량이니 거짓이 없기 때문입니다[答曰：直心是道場，無虛假故]라고 했습니다. 유마거사는 입을 열자마자 한 방망이 때려줍니다.  “그대는  또 어디 가서 도량을 찾으려고 하는 거요?  그대 마음속에 있어요!  어디 번뇌와 청정으로 나누어짐이 있겠어요!  모두다 그대 자신의 마음이 장난하고 있는 겁니다.”  곧은 마음과 상대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첨곡심(諂曲心)입니다.  에두르기를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예컨대 우리는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할 때 먼저 한번 웃고서 얘기합니다.  이런 심리상태 동작이 바로 첨곡이고 아양[諂媚]입니다.  남이 듣기 좋아 하지 않을까봐  먼저 남에게 웃는 얼굴을 한번 보여줍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는데, 이는 중생의 습기입니다.  물론 웃는 게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든 겁니다. 

 곧은 마음은 아주 어렵습니다. 사람을 꾸짖고 싶으면 곧 꾸짖고 남을 때리고 싶으면 바로 남을 때리는, 직선적인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른바 곧은 마음이란 무심(無心)입니다. 무심무념(無心無念)이어서 어떠한 의식도 더하지 않는 것이 바로 도량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직접 심왕(心王)이 작용을 일으키고 의식적인 분별을 더하지 않는 것이 바로 도량입니다.  마음속의 허위가 없는 것입니다.

발심하여 선행을 함[發行]이 도량이니, 중생을 위하여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發行是道場，能辦事故；

  ‘발행(發行)’이란 발심하여 일체의 선행을 닦는 겁니다.  우리가 첫 생각에 좋은 일을 하나하고 싶어서  마음이 움직여 행위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발행입니다.  ‘발행시도량(發行是道場)’, 진정으로 발심하여 일체의 선을 행함이 바로 도량입니다.  왜냐하면 능히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 그만 배우겠다고 하면서  만사를 놓아 버리고 상관하지 않은 채 가정과 사회를 떠나 청정한 절을 하나 찾아가서 수행한다면, 그건 이미 자비심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부처를 배우면서는 일체 중생을 제도해야하는데, 당신 가족은 중생이 아닙니까? 당신은 제도할 수 있습니까?  자기 집안사람조차도 제도할 수 없는데도 당신은 누구를 제도하려는 겁니까!

  제가 늘 말하지만 본래에 중생을 제도하려고 했는데 도리어 중생한테 제도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아주 많습니다.  진정으로 발심 선행하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능판사(能辦事)’, 자기가 중생을 위하여 마음을 다하여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깊은 마음[深心]이 도량이니, 깊은 마음이라야 행위를 지속시킬 수 있어 공덕을 증대시키기 때문입니다.

深心是道場，增益功德故；

    깊은 마음[深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앞서 깊은 마음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여러분들은 조석예불시 능엄경에 아난이 지은 다음의 게송을 읽어야합니다. “이 깊은 마음을 진진찰찰의 중생의 성불에 바치겠나이다, 이것이 곧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함이라 이름하나이다 [將此深心奉塵刹, 是則名爲報佛恩].” 

 그러나 일반인들의 마음 씀은 천박합니다. 대 지혜가 성취되어야 깊은 마음이 있습니다. 예컨대 다들 유식학(唯識學)은 아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유식학은 마음의 작용· 마음의 체상에 대해서 깊게 분석을 한 것입니다.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심장은 마음이 아닙니다. 두뇌도 마음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능히 생각하고 능히 작용하는 마음을 당신은 찾지 못합니다. 이 심왕(心王)을 알 수 없습니다.

 선종에서는 명심견성을 말하는데 당신은 보지 못합니다.  진정으로 깊은 마음을 이해하면 바로 도량입니다. 왜냐하면 깊은 마음이 있으면 일체의 불법 닦을 수 있고 공덕을 증익(增益)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돈 조금 내서 착한 일을 했다고 우쭐거리며 뽐내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진정으로 크게 착한 일은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아주 어렵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남을 도와주는 게 착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나쁜 일이 됩니다. 어떤 때는 남을 도와주지 않은 것이 보기에는 나쁜 일 같지만 도리어 착한 일이 됩니다. 이러한 처리는 깊은 마음에 의지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깊은 마음은 지혜의 성취입니다. 도량은 유형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직 절만이 도량인 것은 아닙니다.

보리심이 도량이니, 나도 없고 사사로움도 없어서 대자대비로 보살의 원행을 실천하고 잘못된 관념언행이나 마도외도의 갈림길에 들어서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菩提心是道場，無錯謬故；

  부처를 배움에 있어 발심한다는 것은  보리심을 발하는 것입니다. 보리란 깨달음[覺悟]입니다. 명심견성하고 대철대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보리심은 또한 일체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대비심입니다.  그러므로 보리심은 대비(大悲)로써 근본을 삼고, 도를 보는 것[見道]로써 보리를 삼습니다. 대비와 대 지혜를 함께 운용하는 것[悲智雙運]입니다. 대비심과 대지혜의 성취입니다.  진정으로 보리심을 발해야 잘못된 관념이 없습니다.

보시(布施)가 도량이니, 보시한 자도 보시한 물건도 보시 받는 자도 있음을 보지 않아서 보답을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布施是道場，不望報故；

  진정한 보시는 일체를 다 버리는 것입니다.  왜 보시하고도 복보를 구하지 않을까요? 보시를 하고서도 보답이 있기를 바라지 않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아끼지 않고 보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난 다음 이해관계에 부닥치면 또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보시했으면 마땅히 버려야 합니다.  마음속에서 그 일이 사라져버렸고 무슨  보답을 바라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원망하는 소리를 자주 듣지 않습니까?  “나는 나쁜 사람도 아니고,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도 어째서 결과적으로 이런 운명이 있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그런지 안 그런지 자신의 심리를 검사해봤을까요?

  예컨대 당신이 어떤 사람한테 잘 해주면 이게 보시인데, 만약 그 사람도 당신에게 잘 해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보답을 기대하고 있는 겁니다.  보살의 발심 보시란 보답을 바라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잘해주었지만 당신이 내게 잘해주나 못해주나 하는 것은 당신의 일입니다.  따져보는 마음이나 이해타산적인 마음이 없습니다.

지계(持戒)가 도량이니, 계율은 도를 얻고 과위를 증득하는 기초요 보리의 근본으로 능히 계율을 엄격히 지킬 수 있어야 성도증과의 원(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持戒是道場，得願具故；

부처를 배우는 사람은 삼귀의로부터 시작하여, 오계· 팔관재계에서 사미계· 비구계· 보살계에 이르는데, 이런 계행의 수지는 강제규범입니다.  외면으로부터 내심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외형적인 관리를 통해 자기의 내심을 고치는 것입니다. 지혜는 꼭 계행에 의지해야 만이 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혜란 내심으로부터 발동해서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지혜가 성취된 사람은 계율수지가 반드시 엄숙합니다.  소승의 비구계· 비구니계의 성취는 수지해서 나한의 불루과(不漏果)를 얻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선규범[禪規]을 말할 때 언급했듯이, 외형적인 면에서 새어나가지 않음[不漏]은 곧 내심적인 면에서 새어나가지 않음의 시작입니다.   대승의 지계는 십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방편· 원· 력· 지)이 원만한 성불에 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비와 대 지혜의 균형 운용에 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비롭기에 열반에 들지 않고, 지혜를 갖추었기에 삼유(三有: 三界)에 머물지 않습니다[悲不入涅槃, 智不住三有]. 이것이 불법의 궁극[究竟]입니다.  본래에 들어갈 열반도 없습니다. 열반은 바로 자심(自心) 가운데 있습니다.

인욕(忍辱)이 도량이니, 대자비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환경적 고통이나 자기의 뜻과 같지 모든 일을 참고 견뎌서 모든 중생에 대하여 마음에 거리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忍辱是道場，於諸眾生心無礙故；

  제가 늘 하는 말 한 마디인데, 뭐든지 다 견딜 수 있지만 오직 분함은 못 견딥니다. 남의 모욕을 못 견딥니다. 여러분들은 뭐든지 나를 배워도 좋지만 이 말은 배우지 마십시오. 배우면 독약으로 변합니다. 분함을 참지 않는다는 말은 특정한 사람을 교육할 때 쓰는 방편입니다. 사실 어떤 사람도 저에게 분함을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부처를 배우면 배울수록 성깔이 대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성현 보살의 기준잣대로 남들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이것도 못마땅하고 저것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자신은 반성하지 않습니다.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인욕도 하지 않습니다. 인욕이란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닙니다. 대 인욕이란 대자비입니다. 참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인욕에서의 욕은 결코 남이 당신을 모욕하는 그런 모욕이 아닙니다.  우리들 인생 운명의 환경적 고통이나 자기 뜻과 같지 않은 일체의 것은 모두다  욕에 해당하고 모두다 인욕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진정으로 부처를 배운다면 상관없을 겁니다. 마땅히 처리해야 할대로 처리하는 겁니다. 

 정말로 이런 대승적인 인욕을 실천하면 욕을 당한다고 느끼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해 그 욕은 도량이 됩니다. 마음속으로 일체 중생에 대해서  거리낌이 없습니다. 당신과 내가 같다고 봅니다.  원수도 친한 사람처럼 봅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번뇌하지 않을 겁니다.  바꾸어 말하면 어떻게 대승인욕을 닦을까요?  바로 “모든 중생에 대하여 마음에 거리낌이 없음, 이것을 인욕도량이라 한다[於諸衆生心無礙 是名忍辱是道場]” 입니다. 이는 한 폭의 좋은 대련이기도 합니다.

정진(精進)이 도량이니, 부지런히 수행해야 복덕과 지혜를 원만히 완성할 수 있으므로 게을러 물러서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精進是道場，不懈退故；

  대승도를 배우는 사람은 법에 있어서 언제나 정진합니다. 정진이란 용맹스럽게 공부하는 겁니다. 해태(懈怠)란 자기 자신의 게으름을 용서하는 겁니다. 진정으로 정진하는 사람은 해태하지 않을 겁니다.

선정(禪定)이 도량이니, 선정으로써 거두어야 외부경계로 치달려 산란하지 않고 마음이 조복되고 부드러워지기 때문입니다.

禪定是道場，心調柔故；

  선정을 닦는 방법은 한결같이 네 글자를 떠나지 않는데 그 것은 심일경성(心一境性)입니다. 즉 계심일연[繫心一緣],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묶어 놓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승보살도의 선정은 마음을 한 대상에 묶어 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을 한 대상에 묶어 놓는 목적은 우리들의  억센 제6의식의 심념(心念)을 조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자기 자신더러 이제 생각 그만하라 해보세요.  그 생각은 당신 말을 듣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자기 자신더러 성내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선정 수양이 있는 사람은 억센 심념을 서서히 조복하여 부드럽게 하고, 그런 다음 그것이 비워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정이 도량입니다.

지혜(智慧)가 도량이니, 지혜가 있어야 일체법의 사리를 즉시 비춰보기 때문입니다.

智慧是道場，現見諸法故；

  여기서의 지혜는 바로 반야입니다. 이 단락은 모두 다 육바라밀[六度]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한 마디로 얘기하면, 육바라밀이 도량입니다. 그렇지만 유마거사는 육바라밀를 나눠서 말했습니다. 진정한 지혜는 도를 밝힙니다. 그게 바로 도량입니다. 그 즉시 이해하면 일체의 세간법 출세간법이 모두 도입니다.  

자(慈)가 도량이니, 널리 이익과 즐거움을 주고 불도로 향하게 하는데 있어 모든 중생에게 평등하게 대하기 때문입니다. 비(悲)가 도량이니,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나 위험이 있더라도 기꺼이 자기를 희생하여 피곤함과 괴로움을 잘 참아 내기 때문입니다.

慈是道場，等眾生故；悲是道場，忍疲苦故；

  자(慈)와 비(悲)는 두 가지 다른 심리 상태입니다. 자란 사랑입니다.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봅니다. 남의 부모 자녀를 자기의 부모 자녀처럼 봅니다. 이 점을 정말로 실천한다면 바로 자(慈)로서 역시 도량입니다. 만약 나는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본다고 말한다면 이미 불평등해진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에겐 하나의 나[我]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悲)는 비애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닙니다. 일체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기를 희생하여서 중생을  유익하게 하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갖가지 피로와 고난을 견딜 수 있음이 바로 대비심입니다. 앉아서 우는 것이 아닙니다.

희(喜)가 도량이니, 자신도 불법을 기뻐하고 즐기고 중생이 그러함도 따라서 기뻐하기 때문입니다. 사(捨)가 도량이니, 사랑과 미움이라는 관념을 끊어 버리고 중생을 평등하게 대하기 때문입니다.

喜是道場，悅樂法故；捨是道場，憎愛斷故；

세간의 기쁨은 기쁨이 아닙니다. 진정한 기쁨이 없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기쁨은 법락을 얻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그 경계에 도달해야 바로 도량입니다. 사와 보시는 다릅니다. 보시는 세 가지로 나눕니다. 외보시는 금전재물의 보시입니다. 내보시는 심신 일체를 놓아서 비워버리고 봉헌하는 것입니다. 무외보시는 사람의 모든 힘을 주는 것으로 정신적인 도움과 지원을 주는 겁니다.

 사란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일체의 심념을 끊어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가 도량입니다. 외보시적인 사인 재물을 놓아버림은 뭐 대단할 게 없습니다. 심리상의 애증을 끊어 놓아버릴 수 있음이야말로 대단한 겁니다. 증이란 싫어한다는 의미입니다. 성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미워하는 모습의 반대가 사랑, 즉 좋아함입니다. 여러분 청년학우들은 소만주의 시를 읽은 적이 있을 텐데 사실 그는 진짜로 스님은 아닙니다. 도첩을 마련해가지로 놀아본 것입니다. 그의 이런 시가 한 수 있습니다.

선정의 마음을 미인의 눈 시샘에 일임하노니,    禪心一任娥眉妒

부처님 말씀에 원래 원수가 친한이라 하셨네.    佛說原來怨是親

삿갓에 도롱이 입고 안개비속에 돌아가니,        雨笠煙蓑歸去也

사람들에게 사랑도 없고 미움도 없다네.           與人無愛亦無憎

그는 이 미워할 ‘증(憎)’자를 사용한 겁니다.

신통(神通)이 도량이니, 중생을 교화 제도하는 데 불가사의한 묘용이 있으므로 6신통[通]을 성취하기 때문입니다.

神通是道場，成就六通故；

대승의 신통은 무슨 눈이 귀신을 보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대 지혜가 대 신통입니다. 신이통지(神而通之)하는 겁니다. 신통지혜로 인해 6통(천안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신족통· 누진통)을 성취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의 지혜[心智]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천상천하· 과거 미래의 일체의 일을 알 수 없을까요? 통하지 않고 막혔기 때문입니다.

 무엇에 막혔을까요? 우리들의 심리상의 결사인 탐욕· 성냄· 어리석음· 교만· 의심 등등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런 나쁜 심리상태를 깨끗이 씻어버리면 통하게 됩니다. 6통은 쉬운 것이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젊어서 글공부할 때는 사람들이 당신 졸업했냐고 묻지 않고 읽어서 통했냐고 물었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문장을 지을 때는 선생님이 붉은 글씨로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불통(不通)’이라고 두 글자를 평으로 달면 내버려두고 돌아왔습니다. 지혜가 아직 열리지 않았으니까요! 붓을 들어 쓸 줄은 알지만 도리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른이 칭찬하기를 너는 책을 읽어 통했다고 하면 이미 대단한 겁니다. 이게 통의 도리입니다. 여러분은 신통을 미신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본래 통해있습니다. 지혜가 없기 때문에 통하지 않는 겁니다.   

해탈(解脫)이 도량이니, 욕계· 색계· 무색계의 갖가지 선정을 닦아 올라가 능히 삼계 속의 갖가지 속박을 등지고 떠나기 때문입니다.

解脫是道場，能背捨故；

우리는 항상 말하기를 부처님을 배우는 목적은 첫째로 해탈을 배워 번뇌의 보따리를 풀어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치 의복의 단추를 풀어서 벗어버리면 시원스럽듯이 말입니다. 인생이 짊어진 보따리는 너무나 많습니다.

 태평천국의 석달개는 최후에 군대가 패전하여 사천으로 도망해 들어갔습니다. 아미산 꼭대기에 올라서 한 말 한마디가 일기에 남아있습니다. ‘인생이 이 지경에 이르러 해탈하기 어려워 오직 방성대곡할 뿐이다’ 이는 시대 영웅의 심경입니다. 지위가 어느 단계에 이르고 영수가 되면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놓아버리고 싶어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험은 여러분 젊은이들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상공업계의 거물이 사업이 좋지 않은 시절을 만났는데 제가 말하기를 “당신은 끝낼 수 있습니까?” 하니 끝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맞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공장 문을 닫아버리면 모든 직원들과 그 가족들 수 만 명의 생활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기에 생각해보니 계속 운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말하기를, “이는 대보살님의 심경입니다. 당신은 잘 해가십시요.” 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보스 노릇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보스노릇하기도 고통스럽습니다.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부처님을 배우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먼저 해탈을 구하는 것입니다. 도가를 배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장자의 소요를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았는데 부처님을 배우고 도가를 배운 허다한 사람들이 왕왕 해탈하지도 소요하지도 못했습니다. 인생은 본래 많은 밧줄들이 묶고 있기에 해탈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을 배우면서도 또 밧줄들을 더하기 때문에 정말 배우면 배울수록 가련해집니다. 그러므로 “해탈시도량, 능배사고(解脫是道場，能背捨故)”, 배(背)란 위배입니다. 배사(背捨)란 여덟 가지의 배사(內有色相觀外色解脫· 內無色相觀外塞解脫· 淨解脫身作證具足住· 空無邊處解脫· 識無邊處解脫· 無所有處解脫· 非想非非想處解脫· 滅受想身作證具足住)를 가리키는데 그 명사들은 해석하지 않겠습니다.

방편이 도량이니, 중생이 저마다 이익을 얻고 보리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근기에 맞추어 몸이나 언어나 혹은 대·소승 등 갖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입니다.

方便是道場，教化眾生故；

법을 전파하고 중생을 교화하려면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근성이 다르기에 일체의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대보살의 방편을 알고 있어야 중생을 교화할 수 있습니다.

4섭(攝)이 도량이니, 중생들로 하여금 불법을 믿고 받아들여 대승을 배우고 닦도록 유도하기위해 보시· 애어· 이행· 동사를 운용하여 중생을 섭수하기 때문입니다.

四攝是道場，攝眾生故；

사섭법은 보시· 애어· 이행· 동사입니다. 대승보살도를 배움에 있어서는 자기희생만이 있을 뿐, 보시하고 나서는 보답을 바라지 않습니다. 애어는 첫째로 남에게 관심을 갖고 남과 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는 하는 말이 남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행은 하는 행위가 모두 남에게 유익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내게 유익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동사는 더욱 어렵습니다. 남을 교화하기 위해서는 설사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일지라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서히 그를 달래 길에 들어서게 합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과 일을 함께하여서 그가 하기 좋아하는 일은 당신이 그를 모시고 합니다. 사섭법이 보살의 도량입니다. 이로 말미암아야 중생을 포용할 수 있습니다.

불법을 많이 들음[多聞]이 도량이니, 들은 대로 행하기 때문입니다.

多聞是道場，如聞行故；

배움을 많이 추구하고, 많이 듣고, 많이 연구하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다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경전을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는 흘려버리면서도 자신은 이미 이해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들은 대로 행하지 못합니다. 들은 도리를 자기의 내면적 심성행위로 변하게 하지 못합니다.

마음을 조복함[伏心]이 도량이니, 망상 분별심을 조복시키면 일체법의 진실상을 바르게 관찰하기 때문입니다.

伏心是道場，正觀諸法故；

일체의 수행은 우리들의 망상광심을 항복하려는 것입니다. 복심(伏心)이란 금강경 첫 단락이 말하는, 수보리가 부처님께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하느냐고 묻는 것으로, 바로 망상심념· 번뇌를 항복시키는 겁니다. 그 마음을 항복시키는 것이 곧 도량입니다. 망심분별심을 진정으로 항복시키면 지혜가 개발되어 일체의 불법을 보면 정관을 얻고 사견을 얻지 않습니다.

[푸른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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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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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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