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쓰고 핸들잡으면 나이도 직업도 열정도 하나~
지난 7월 22일 토요일 오전 10시. 경기도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갑자기 최고급 모터사이클 30대가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한다. 모터사이클 동호회인 BMW모토라드 클럽 코리아(이하 MCK)의 주말 투어가 열린 것이다.
MCK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사업가 김철우(50) 사장 뒤로 모터사이클 30대가 유명산 정상을 질주한다. 유명산은 이들이 즐겨 찾는 코스로 정상에서 아래까지 산허리를 굽이굽이 도는 도로와 산비탈을 도는 맛이 일품이다. 두 손으로 잡은 모터사이클은 80km·100km·140km…. 순식간에 달려나간다.
환상의 코스로 불려지는 양평→유명산→춘천→파주→임진강→자유로를 질주한다.
MCK가 결성된 것은 지난 1999년 3월. 17명으로 시작해 현재 150여 명인 정회원들이 연 3회 전국 단위 투어를 한다. 하지만 지역별로, 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결성한 소단위 팀별로는 매주말 투어가 있다. 회원 가입의 명시적인 조건은 BMW 모터사이클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 이들이 보유한 모터사이클은 대부분 배기량 260cc 이상의 이른바 대(大)배기량 모터사이클. BMW 모터사이클의 동호인들이 보유한 기종의 가격대는 평균 3000만원대이다.
배기량 260CC 이상, 가격 3000만원 대
“모터사이클을 타면 나이를 거꾸로 먹는 느낌이예요. 자연속에서 스피드를 즐기고 목숨이 걸려 있는 만큼 긴장감도 유지되고, 스트레스 등은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만큼은 잊을 수 있죠.”
MCK 부회장이자 선반 등을 제조하는 제조업(산경무역) 사장 전준수씨(52)는 26세 아들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즐긴다. 그는 18세부터 모터사이클을 즐겨왔다. 사업을 하다보면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쌓일 듯한데 모터사이클 때문인지 항상 웃고 산다고. 그는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남을 배려하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안전이 중요한 만큼 서로를 배려하지 않으면 탈 수 없기 때문이다. 잡생각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로지 ‘즐겁고 안전하게’라는 생각 밖에 안 들죠.”
삼포식품 오너인 안충웅(66) 회장은 모터사이클 광이다. MCK와 할리데이비슨 두 모임을 번갈아 가면서 모터사이클을 즐길 정도다. 그가 모터사이클에 갖고 있는 애정은 남다르다.
그의 회고다.“어느 여름 날 100kg은 족히 되는 배달물건을 실은 오토바이의 타이어가 펑크 났다. 당시 동대문구 청량리부터 이문동까지 쇳덩어리 같은 모터사이클을 끌고 가야 했다. 그때 너무 힘들어서 그냥 여기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 회장은 끝내 핸들을 놓지 않았고 인사불성에 가까운 상태로 목적지에 도착해 쓰러졌던 기억이 있다.
“나한테 모터사이클은 그냥 기계가 아닙니다. 지금도 면봉에 라이터기름을 묻혀서 구석구석 내가 직접 닦아요. 3시간쯤 걸리죠.”
모임에는 기업체 임원들만 있는 게 아니다. 탤런트 중에서는 영화 <투사부일체> 등으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김상중씨가 단연 눈에 띈다. 그가 영화에서 모터사이클 타는 연기를 멋지게 보여 화제가 된 것도 MCK 동호회 활동 덕분이다.
그가 타는 모터사이클은 k1200s종으로 승용차로 비교하면 스포츠카 수준. 그는 촬영이 없을 때는 모터사이클을 자주 즐긴다. 심지어 평소 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스쿠터를 애용한다.
“모터사이클를 탈 때 만큼은 자유를 얻는 느낌이죠. 길가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 멈춰 서기도 하고 사람들과 얘기하기도 하고."
MCK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2대 회장이자 창단 멤버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1998년 모터사이클링에 입문하면서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모터사이클이 고가(高價)여서 극소수만 모임에 참여해 즐기게 되었지만 현재는 모터사이클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이라면 환영하는 분위기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설립 주도
물론 아직 모터사이클이 고가이기 때문에 MCK 회원들은 주로 40∼50대로 사업가나 전문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연예인은 물론 정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30대 재벌들도 있다. 이곳에서 서로 친목을 나누며, 맛집과 멋집을 공유하며 찾아다니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길도 발견하기도 한다.
MCK 회장인 최연식씨(40). 어릴 때부터 줄곧 모터사이클을 타와 지금은 모터사이클 모임의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여주에서 5만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는다. 그의 모터사이클 실력은 랭킹 수준. 그는 일반 고속도로보다 직선도로와 와인딩 로드가 적당하게 섞여있는 곳에서 타는 것이 제 맛이라고 말한다.
“모터사이클 뒤에 타면 앞에서 조정하는 사람에 따라 몸을 기울이세요. 모터사이클은 제가 가던 방향대로 그대로 가려 하고, 넘어지지 않으려는 성질이 있어요. 특히 코너를 돌거나 할 때 모터사이클이 가는 방향을 거슬러서 힘을 주면 사고가 나기 십상입니다.
최 회장은 “그저 모터사이클이 좋고 사람들 좋아하고, 맛있는 것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고 MCK를 소개했다.
“우리 모임은 오전에 만나 저녁 늦게까지 질주할 때도 많습니다. 한없이 달리는 거죠. 그러다 보면 두터운 친분도 쌓이고 모임 외에서 만남도 가지면서 서로 또 다른 취미도 공유하기도 하죠. 또한 한 번도 사망한다거나 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죠. 안전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MCK 회장 임기는 1년 정도며, 회장의 조건은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면 된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가슴속 열정도 나이도, 직업도 헬멧을 쓰고 달릴 때는 하나가 된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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