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는 도대체 누구인가.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하루아침에 ‘밀리언달러 베이비’가 된 것일까. 현지 취재를 통해 미셸 위의 기량과 가능성을 살펴봤다.
“안녕하세요?”
훈련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꾸벅 한다.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키는 한 뼘쯤 더 큰 것 같다. 해맑은 미소는 100만 달러,아니 1,000만 달러 짜리다.
2005년 10월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 골프장. 미셸 위(16·한국이름 위성미)는 프로 데뷔전인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출전을 앞두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가다듬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아버지 위병욱(45·하와이대 교수), 어머니 서현경(40) 씨가 그의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난 것이 전과 달라진 점이었다. 줄리 잉크스터(미국)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베테랑 캐디 그레그 존스턴이 미셸의 훈련을 돕고 있었다.
“어이구, 요즘 왜 그렇게 연락하기가 힘들어요?”
인사를 대신해 아버지 위병욱 씨에게 말문을 열었다.
“말도 마세요. 전화가 빗발쳐서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어요. 하루에 미셸과 관련한 e-메일만 150통을 넘게 받았어요.”
말은 그래도 싫지만은 않다는 표정이다. 10월6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프로 전향을 공식 선언한 미셸 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훈련에만 열중하고 있다. 풀스윙을 하던 것과 달리 하프 스윙에 가까운 스리쿼터 스윙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거리보다 정확도에 중점을 둔 훈련인 듯했다.
“미셸은 한마디로 골프계의 희망”
드라이버와 아이언샷 훈련이 끝나자 이번에는 어프로치 연습으로 넘어갔다. 40야드부터 90야드까지 10야드씩 늘려가면서 웨지로 10여 차례씩 어프로치를 했다. 목표는 그린 위에 놓인 바구니.
“미셸, 바구니 안에 공을 직접 집어넣으면 10달러, 굴려서 맞히면 1달러 줄게.”
“좋아요, 아빠. 그런데 나는 캐시(현금)밖에 안 받는 것 알지요?”
미셸은 이날 54달러를 땄다.
어프로치 훈련이 끝나자 이번에는 마무리 체력훈련.
드라이빙 레인지 끝까지 껑충껑충 뛰어갔다 돌아오기를 서너 차례 반복한다. 자세히 지켜봤더니 일반 러닝과는 사뭇 다르다. 허벅지가 허리춤까지 차오르도록 뛰는 모습이 한 마리 캥거루를 연상케 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는데 이번에는 훌라후프처럼 생긴 고무벨트를 허리춤에 감는다. 어머니 서현경 씨가 고무벨트를 뒤에서 잡아당기도록 한 뒤 다시 뛰기를 반복한다. 복근 단련을 위한 훈련이다.
“이것은, 사진 찍으면 안 돼요. 뛰는 모습이 너무 창피해요. So embarrassing!”
10월13일 같은 골프장. 이른 아침부터 수은주가 섭씨 37도를 오르내렸다. 구름 한 점 없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 1,000여 명의 갤러리가 숨을 죽인 채 미셸 위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셸 위, 프롬 호놀룰루 하와이.”
아나운서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오렌지색 티셔츠에 같은 색 바지를 입은 미셸 위는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숨을 고른 뒤 힘차게 티샷을 했다.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가른 공은 약 270야드를 날아간 뒤에야 멈춰섰다. 미셸 위의 프로 데뷔전. 대회 첫날인데도 수천 명의 갤러리가 몰려들었다.
‘미셸 위 효과’다. 연간 1,000만 달러(약 100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구름 같은 갤러리가 몰려든 것이다. 미프로골프협회(PGA) 투어가 아닌 LPGA 투어 대회에 첫날부터 이렇게 많은 갤러리가 몰려든 것은 이례적인 일. 미셸 위의 다음 조에서 경기를 벌인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뒤따르는 갤러리는 200여 명에 불과했다.
골프팬들은 왜 미셸 위에게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미셸 위의 경기를 지켜보던 한 골프팬에게 질문을 던졌다. 샌디에이고에서 4시간 넘게 승용차를 몰고 왔다는 63세의 미국인 데이비드 플레처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셸은 한마디로 골프계의 희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자 골퍼들의 경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PGA 투어보다 LPGA 투어 경기를 더 많이 본다. 이유는 단 한가지, 폭발적인 장타를 터뜨리는 미셸 위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가 그랬듯 미셸 위가 LPGA 투어의 주가를 올려놓고 있다. 미셸이 우즈에 버금가는 골퍼가 될지는 아직 판단을 내리기 이르지만, 나는 그가 골프계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셸 위는 1989년 10월11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하와이대 교통학과(영어로는 transportaion) 교수 위병욱 씨, 어머니는 한때 하와이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했던 서현경 씨다.
학자 집안 외동딸이 운동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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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는 체구가 보통이었어요. 키는 22인치(약 56㎝), 몸무게는 7.1파운드(약 3.2㎏)였으니까요. 그때는 이 아이가 이렇게 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요. 그런데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못돼 몸무게가 ‘따블(배)’이 되는 거예요. 그뿐 아녜요. 태어난 당일 두 팔로 땅을 짚더니 고개를 돌리는 걸 분명히 봤어요. 아빠(아버지 위병욱 씨)도 같이 봐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태어난 지 보름쯤 지난 뒤에는 외할아버지 배를 잡고 일어섰어요. ‘이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 싶어 어렸을 때부터 이런저런 운동을 시켜본 거지요.”
미셸 위의 현재 키는 1m83㎝, 몸무게는 70㎏을 훌쩍 넘는다. 발 사이즈는 275㎜. 그런데 오랜만에 보니 키가 1m85㎝는 족히 넘어 보인다. 2년 전에도 키가 1m83㎝였으니 그 후 키가 더 큰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키가 큰 것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더 이상 키 크기 싫어요. 키가 더 커지면 괴물처럼 보일지도 모르잖아요?”
아버지의 키는 1m87㎝, 어머니는 1m75㎝다. 한마디로 ‘거인 집안’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던가? 미셸 위의 경우가 꼭 그랬다. 미셸 위는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두 살 때 테니스를, 다섯 살 무렵에는 축구를 했고, 수영은 네 살 때 시작했다. 축구를 할 때는 중앙선에서 골인시킨 적도 있었고, 야구를 할 때는 4번 타자를 도맡았다고 했다. 테니스도 잘하는 편이어서 미셸 위가 스트로크를 하면 너무 세서 다른 친구가 잘 받지 못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골프든 베이스볼(야구)이든 공을 멀리 때리는 것은 자신 있었어요. 골프를 하기 전에는 베이스볼을 했는데, 한 번은 공을 잡으려다 눈에 맞은 적도 있어요. 수비는 별로였지만 때리는 것은 무척 잘했어요. 홈런을 치는 바람에 남의 집 앞마당에 볼이 떨어진 적도 있어요. 축구도 마찬가지예요. 또래 아이들 가운데 멀리차기는 제가 일등이었어요.”
쉽사리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미셸 위니까 가능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수많은 운동 가운데 유독 골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위병욱 씨의 이야기.
“여러 운동을 시켜보면서 흥미가 없거나 성장 가능성이 적은 종목은 제외하는 방법을 택했지요. 결국 미셸이 일곱 살 무렵에는 테니스와 골프만 남았어요. 그런데 미셸은 뛰어다니기를 싫어하는 거예요. 한번은 테니스를 하는데 네트 근처로 뛰어올 생각을 하지 않기에 공을 다 던져버리면서 몹시 화를 냈지요. 이후로는 골프에만 전념했어요.”
어머니 서현경 씨는 미셸이 어렸을 때부터 장타자의 소질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미셸이 여섯 살(만 5세) 때 어린이용 골프클럽을 사줬어요. 골프백 안에 5번, 7번 아이언과 드라이버가 들어있었는데 미셸은 처음부터 드라이버를 꺼내드는 거예요. 이 아이는 야구를 할 때도 멀리 때리는 데 솜씨가 있더니 골프도 무조건 공을 멀리 치는 것만 좋아했어요.”
학자 집안의 영향을 받은 때문인지 미셸 위는 공부도 잘하는 편이다. 요즘도 학교(하와이 푸나호우스쿨 11학년)에서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다. 미셸 위가 공부에도 소질을 보이는 것은 위씨 부부의 교육열 덕분이다. 위씨는 미셸이 아홉 살 때 기하학을, 열 살 때는 삼각법을 가르쳤다. 미셸은 속독법도 배워 웬만한 책은 한두 시간이면 읽어치운다. 덕분에 수학과 생물학을 특히 잘하는 편이다.
“무식한 운동선수는 싫다” 대학 진학 꿈
대회에 나갈 때면 반드시 숙젯거리를 받아서 온다. 프로 데뷔전인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치르면서도 그는 틈틈이 수학·화학·지리 숙제를 했다. 미셸 위는 우리말도 잘하는 편이다. 말하고 듣는 것은 전혀 불편이 없고 한글을 읽고, 쓰는 데도 거의 불편이 없다. 하와이 태생이기에 당연히 영어가 더 편하지만 화가 나면 영어보다 “에이 씨∼”하는 우리말이 먼저 나온다.
틈틈이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한국의 시트콤 비디오를 빌려다 봐서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유행어나 속어도 잘 안다. ‘창피하다’는 말보다 ‘쪽팔린다’는 속어를 쓰기도 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송승헌”이라고 대답했다. 발음이 다소 부정확해 “누구” 하고 다시 물었더니 “송승헌요. 군대 간 송승헌 모르세요” 하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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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는 프로 전향 이후에도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에 가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운동선수라고 해서 무식해 보이기는 싫다”는 이유가 우선이다. 타이거 우즈가 다녔던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다. 위씨 부부는 “미셸이 어렸을 때부터 우즈의 사진을 집 안 곳곳에 붙여놓고 그의 스윙 자세를 따라하도록 가르쳤다”고 털어놓았다.
미셸 위가 언제쯤 프로로 전향하느냐는 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사였다. 세계 각국의 언론도 미셸 위가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하는 것이 옳으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미셸 위의 아버지 위병욱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셸이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프로로 전향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셸 위는 결국 16세 생일을 맞아 프로 전향을 공식 선언했다.
아버지 위병욱 씨의 말.
“언제쯤 프로에 데뷔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한 것이 사실이에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생각해 봤지요. 열여섯 살 때 프로로 전향할 것인가, 아니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타이거 우즈처럼 대학교에 다니다 할까, 아니면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로 나설 것인가? 그런데 주변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더군요. 대회에 나갈 때마다 언론에서 미셸이 언제쯤 프로로 전향하느냐고 물어봐요. 곧 프로로 전향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도 많이 봤어요. 그래서 가족들과 상의 끝에 16세 생일을 맞아 프로로 전향하기로 결정했어요. 막상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요. 더 이상 같은 질문에 시달릴 필요도 없잖아요?”
위병욱 씨는 후원사를 나이키골프와 소니로 결정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나이키는 예전부터 미셸 위에게 많은 도움을 줬어요. 자연스럽게 계약을 맺게 됐지요. 소니는 회장실에서 직접 연락이 왔어요. 미셸 위와 소니 회장이 함께 라운드한 적도 있지요. 미셸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에요.”
미셸 위는 사춘기 소녀답게 16세 생일을 맞아 소니에서 휴대전화기와 게임기 등을 선물로 받았다며 즐거워했다.
“어서 크리스마스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때는 더 큰 선물을 받을지도 모르잖아요?”
프로 전향 전 만든 ‘미셸 위 트러스트’
위병욱 씨는 “투어 경비를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일찍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녜요. 미셸이 아마추어 때 각종 대회에 출전하려면 1년에 약 7만 달러(약 7,000만 원) 정도 들었는데 그 정도는 저희 부부가 벌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어요. 더구나 주변의 지인들이 대회에 나갈 때마다 집을 빌려주기도 하는 등 도움을 많이 주셨기 때문에 아마추어 때는 큰돈을 쓸 일이 없었지요.”
아버지 위병욱 씨는 대학교수답게 미셸 위의 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한다. 인터뷰를 할 때는 매체를 골라서 하고, 미리 약속하지 않으면 만나기 힘들다. 위씨는 한때 미셸의 캐디였고, 지금은 매니저이자 보호자다. 위씨는 미셸의 프로 전향을 계기로 ‘미셸 팀’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프로가 된 후에는 위씨 부부 두 사람만의 힘으로 뒷바라지하기 벅차다는 판단에서다. 미셸 위를 타이거 우즈에 버금가는 대선수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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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욱 씨는 “미셸 위가 프로로 전향하기 이전부터 독지가들의 뜻을 모아 ‘미셸 위 트러스트(신용기금)’를 만들었다. 기금 관리는 세무·투자·계약·회계 등을 전담하는 6명의 변호사가 맡는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미셸 위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부모는 물론 어느 누구도 손대지 못한다. 어린 나이의 미셸이 갑자기 큰돈을 만지게 되면 정신적으로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다.
미셸의 심리 상담을 맡고 있는 짐 레어는 닉 팔도(영국)와 테니스 선수 짐 쿠리어(미국) 등을 도왔던 저명한 스포츠 심리학자다. 미국연방수사국(FBI) 요원이나 해군 특수부대원들의 심리 상담을 맡기도 했던 인물이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거주하는 레어는 정기적으로 e-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사춘기에 접어든 미셸에게 각종 조언을 해준다. 특히 대회 때마다 느끼는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그의 주임무다.
이미지 컨설턴트는 데이비드 리프먼이 맡았다. 리프먼은 미셸 위가 방송에 출연하거나 잡지 표지사진 촬영 등을 할 때 미셸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이미지 컨설팅도 맡고 있다. 미셸이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했을 때 입었던 의상과 화장 컨셉트는 모두 그의 작품이다. 최근 미셸이 세계적 월간 경제지 <포천>의 표지모델에 등장했을 때도 그는 의상 선정에서부터 머리 스타일까지 꼼꼼히 챙겨줬다.
리프먼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셸이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했을 당시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미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수많은 사진기자가 촬영 경쟁을 했다. 그런데 그는 마치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처럼 우아하게 레드 카펫 위를 걸어갔다.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미셸은 사진 촬영을 위해 어떤 포즈를 취할지, 어느 방향을 쳐다봐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다.”
우승 부담감에 슬럼프 빠질 우려 대비해야
미셸은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의상에도 각별히 신경 쓰는 편이다. 미셸의 긴 다리를 돋보이게 하는 짧은 바지는 그가 후원사인 나이키골프의 디자이너에게 직접 주문한 것이다. 나이키에서는 미셸 위만을 위한 전담 디자이너 4명이 활동 중이다.
이 밖에도 미셸의 고른 영양섭취를 위해 전담 영양사가 식단을 짜 보내 준다. 위씨는 “미셸이 김치찌개를 워낙 좋아해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기 때문에 식단을 그대로 지키기는 힘들다”고 귀띔했다.
미셸 위는 올 들어 열린 LPGA 투어 대회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해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개막전인 SBS오픈과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는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제치고 각각 2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는 3위에 올랐다.
지난 7월 열린 PGA 투어 존디어 클래식에서는 남자선수들과 대결해 2타차로 컷 통과에 실패했다. PGA 투어 역사상 여성이 3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1945년 베이브 자하리하스(미국)가 유일하다. 당시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ESPN닷컴은 ‘위의 시대가 곧 열릴 것이다(Wie’s time will Come)’라는 제목을 달아 그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 외신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미셸 위가 프로 무대를 정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미셸의 스윙코치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레드베터는 미셸 위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미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의 실력은 이미 아마추어 무대는 물론 LPGA 투어에서도 검증됐다. PGA 투어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선수가 바로 미셸 위다.”
그러나 16세의 나이에 프로 전향을 선언한 미셸 위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무엇보다 미셸 위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때려내고도 쇼트게임 미숙으로 스코어를 까먹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골프계의 격언은 바로 미셸 위를 두고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무대에서는 퍼트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월드챔피언십 기간 빅혼 골프장에서 만난 AP통신의 골프담당 더그 퍼거슨 기자는 “프로와 아마추어는 다르다. 1년 내내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른 시일 내에 우승하지 못할 경우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우승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릴 경우 서두르다 슬럼프에 빠질 우려도 있다. 이제는 미셸이 기대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셸 위 경제 효과 얼마나 될까? “‘밀리언 달러 베이비’ 돌풍…광고모델 나서면 천문학적 수입”
조목조목 분석해 보자. 미셸 위는 먼저 스포츠용품회사인 나이키골프와 연간 500만 달러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별도다. 일본의 전자회사인 소니도 전자제품 협찬을 포함해 5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폰서 계약액만 1,000만 달러(약 100억 원)다. 테니스의 마리아 샤라포바(후원액 연간 1,670만 달러)를 제치고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여성 스포츠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셸 위 마케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미셸 위를 주목하고 있기에 해마다 2,000만∼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오메가 등 시계회사들이 벌써 미셸 위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청바지 제조업체와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업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골프 선수들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데 비해 틴에이저인 미셸 위는 그만이 가진 매력을 앞세워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승용차 회사들도 미셸 위를 놓칠 리 만무하다. 10월 말 운전면허 시험을 치른 그는 “조만간 승용차를 한 대 사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이런 회사들과 계약한다고 가정하면 미셸 위는 간단히 2,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품목별로 보면 ▷패스트푸드업체 200만 달러 ▷소프트 드링크업체(콜라·이온음료) 300만 달러 ▷시계 100만 달러 ▷화장품·자동차회사 200만 달러 ▷액세서리(귀고리·보석류 등) 100만 달러 등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PGA 투어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골프대회에 연간 10회가량 초청선수로 출전한다고 가정하면 대회당 50만∼100만 달러씩 500만 달러 이상의 초청료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각종 대회에서 받는 상금까지 보태면 그가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스포츠업체들이 미셸 위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훤칠한 키, 빼어난 용모에 성인 남자들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실력까지 갖춰 광고 효과를 노리기에 이만한 스포츠 스타가 없다는 분석이다. 스포츠 마케팅회사인 옥타곤의 비니 가일스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성의 영원한 관심사인 보석은 타이거 우즈가 소화하지 못한다. 큼지막한 귀고리를 매단 채 클럽을 휘두르는 미셸 위는 보석회사와 액세서리 회사의 표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청바지 제조업체도 미셸 위의 등굣길에 청바지를 입히고 싶어할 것이다.” 이번에는 최신호에서 12쪽에 걸쳐 미셸 위 특집기사를 게재한 월간 경제전문지 <포천>의 분석. “미셸 위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것은 물론 젊고, 아름답고, 친근하기까지 하다. 미셸 위를 따라다니는 갤러리를 보라. 소년·소녀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그에게 열광한다. 마케팅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미셸 위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그러나 미셸 위의 아버지 위병욱 씨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편이다. “미셸이 갑자기 벼락부자가 돼서 정신적으로 해이해지거나 흐트러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주변의 지인들과 뜻을 모아 ‘미셸 위 트러스트(신용기금)’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미셸이나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 미셸 위 트러스트에서 관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출전 경비 등을 제외하고는 고스란히 적립된다. 기업들과의 스폰서 계약은 변호사가 알아서 할 것이며 미셸의 이미지와 걸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정중히 거절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