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으나 볼 게 없다… 문제는 콘텐츠”
3D TV 기술은 세계 1위·2위… 콘텐츠는 ‘걸음마’
한국의 3D TV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데 비해 국산 3D 콘텐츠는 세계 시장 점유율 2퍼센트가 안 될 만큼 척박하다. 정부는 향후 3D 콘텐츠 시장이 3D TV 시장보다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전문 인력과 기술 양성, 온·오프라인 허브 구축 등에 적극 나섰다.
![한국과 캐나다가 공동 제작한 3D 애니메이션<볼츠 앤 블립>이 5월부터 연말까지 1백50여 개국에 수출된다. 사진은 이 작품의 국내 제작사 레드로버의 직원들.](http://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namo/2010.04/19/95267/100414K1G02%20copy-1.jpg) |
한국과 캐나다가 공동 제작한 3D 애니메이션<볼츠 앤 블립>이 5월부터 연말까지 1백50여 개국에 수출된다. 사진은 이 작품의 국내 제작사 레드로버의 직원들. |
2080년 달나라에 있는 로봇 기지. 가까운 지구에 분쟁이 생기면 귀여운 깡통 로봇을 닮은 ‘볼츠’와 ‘블립’ 전사가 달려간다. 재치 있는 여자 친구 ‘새디’와 근육맨 ‘타이거 잭슨’이 가세한 이들 4총사가 악당 블러드 박사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갖가지 해프닝이 생긴다….
이른바 ‘로봇 판타지’를 표방한 3D TV 애니메이션 <볼츠 앤 블립>은 한국과 캐나다의 합작품이다. 한국 3D 벤처기업 레드로버와 <토이스토리2>, <미녀와 야수> 등 히트작을 터뜨린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전문기업 툰박스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고 2년 반의 작업 끝에 탄생시킨 것이다.
22분짜리 26부작을 2D와 3D로 동시에 제작한 <볼츠 앤 블립>은 5월이면 유럽 메이저 방송사인 프랑스의 카날플러스(Canal+)에서 선을 보인다. 또 6월 말 호주의 ABC 방송에 이어 11월부터는 미국의 주요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등 연말까지 무려 1백50여 개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지구촌 안방 구석구석까지 들어가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KBS, SK브로드밴드의 IPTV에 방영하기로 했다. TV 방송과 함께 게임과 만화 부가상품 출시도 활발하다. 애니메이션과 같은 콘셉트로 드래곤플라이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고, 케나즈는 만화와 일러스트로 출시할 예정이다.
레드로버 하회진 사장은 “<볼츠 앤 블립>은 방영이 시작되는 5월부터 5년간 TV와 DVD, 영화, 라이센싱 등으로 모두 3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메이저 방송사들이 <볼츠 앤 블립>의 시즌 2를 공동 제작하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1백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데 비하면 만루홈런을 날린 셈이다.
레드로버 현경식 전략기획이사는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80~90퍼센트를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시장의 정서에 맞춰 기획 제작한 게 세계 3D 시장에 순조롭게 진입한 비결”이라고 말한다. 레드로버는 이런 실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 대형 배급사와 3D 극장용 애니메이션 작품 <넛잡>을 공동 제작 배급할 계획이다.
<볼츠 앤 블립>은 정부가 지원한 3D 콘텐츠 사업의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2007년 문화산업 전문 투자펀드를 조성해 볼트 앤 블립용 특수목적회사(SPC)를 지원한 1호 사례. 우리나라 3D 콘텐츠가 수확을 거두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3D 콘텐츠 업계에서 이런 성과는 매우 드문 경우다.
“볼 수는 있으나 볼 게 없는 현실이 한국 3D 시장 활성화의 큰 저해요인이다.”
3D TV 기술은 세계 1위·2위… 콘텐츠는 ‘걸음마’
LG경제연구원 이지홍 선임연구원의 지적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자랑하는 국내 3D TV 기술에 비해 턱없이 미미한 국내 3D 콘텐츠 시장의 현주소를 짚은 비유다. 이 주장에 이의를 다는 이들이 거의 없을 만큼 국내 3D 콘텐츠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전 세계 3D 콘텐츠 시장은 3억 달러 규모. 할리우드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세계 3D 콘텐츠 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3D 콘텐츠 시장은 세계 시장의 2퍼센트 미만인 4백억원(약 3천6백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주목할 것은 향후 3D 시장의 양대 주자인 3D 디스플레이 시장과 3D 콘텐츠 시장의 성장 추세다. 3D TV로 대표되는 세계 3D 디스플레이 시장은 올해 9억 달러로 영화, 게임, 방송 등 3D 콘텐츠 시장 규모(2009년 3억 달러)를 크게 앞선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세계 콘텐츠 시장은 디스플레이 시장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3D 영화 <아바타>는 영화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3D 열풍을 일으켰다.](http://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namo/2010.04/19/95267/아바타.jpg) |
3D 영화 <아바타>는 영화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3D 열풍을 일으켰다. |
조사전문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15년 세계 3D 콘텐츠 시장 규모 예상치는 3백90억 달러로, 같은 해 디스플레이 시장 1백50억 달러의 2.5배를 넘는다. 지난 10여 년간 3D 콘텐츠 제작을 해온 빅아이엔터테인먼트 최용석 사장도 이 점을 우려한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쇼에서도 우수한 3D 콘텐츠 확보가 중요한 이슈였다. 삼성, LG의 3D TV 기술이 전 세계 최고라는 걸 인정받았는데도 경쟁사인 일본의 소니는 여유 있어 보였다. 소니는 ‘소니 픽처스’, ‘소니 스테이션’과 같은 영화와 게임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 비유하면 우리나라 TV가 세계에 팔려나가면 사람들이 그 TV를 보는 10년 동안 내내 소니에서 콘텐츠를 팔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소니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3D 콘텐츠 연계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화 <아바타>를 지원하며 시장 확대를 도모한 파나소닉은 3D 영상 촬영에서 전송, 디스플레이기기까지 전 과정을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있다. 드림웍스 등 미국 기업은 영화, 애니메이션, 콘서트 등 3D 콘텐츠 제작과 배급은 물론 의료기기, 프로젝터, 모바일 등 3D 응용제품 개발과 유통 기회를 잡는 데 분주하다.
할리우드는 올해 3D 영화를 20편 이상 제작해 전 세계에 3만여 개로 늘어날 3D 전용 상영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방송 시장에서는 일본 위성방송 BS11에서 2007년 첫 3D 방송을 내보낸 데 이어 최근 미국 NBC, 영국 BSkyB,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등에서 드라마, 광고, 오페라, 스포츠 프로그램을 3D로 방영하고 있다.
게임 시장에서도 각축이 치열하다. 영화 <아바타>를 게임으로 만든 <아바타 더 게임> 외에 <니드 포 스피드 시프트> 등 3D 효과가 극대화된 게임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3D 콘텐츠 시장은 이제 진입 단계다. 현재 국내 3D 콘텐츠 시장은 테마파크, 지방자치단체 홍보영상관, 박물관 등 로컬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90퍼센트 이상이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첫걸음을 뗀 상태. KBS는 올해 안에 3D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SBS는 3D 콘서트를 제작해 극장에서도 상영할 계획이다. MBC와 EBS는 각각 2D로 촬영한 인기 다큐멘터리를 3D로 바꿔 방영한다.
3D 콘텐츠 제작업계에서는 중소 벤처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앞에서 본 레드로버의 사례 외에 스테레오픽처스는 미국 워너브라더스의 2D 영화 <캣츠 앤 도그스 2>를 3D로 전환하는 작업을 수주했다. 리얼스코프는 SBS 아트텍과 3D 콘텐츠를 만드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빅아이엔터테인먼트는 3D 장편 애니메이션 <도깨비>를 제작 중이다. TU미디어는 세계 최초로 3D 위성 DMB폰으로 세계 최초의 3D DMB를 시험방송하고 있다. 취약한 분야는 영화. 올해 국내에 개봉하는 3D 영화 26편 가운데 국내 작품은 3편(<현의 노래>, <제7광구>, <아름다운 우리>)뿐이다.
정부는 이처럼 막 싹트기 시작한 국내 3D 콘텐츠 시장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4월 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축이 되어 발표한 ‘3D 콘텐츠 산업 육성전략’은 2015년 한국을 글로벌 시장에서 5위 안에 드는 3D 콘텐츠 강국으로 키우겠다는 비전과 5가지 전략, 세부 추진 과제를 담고 있다.
5가지 전략은 △기초 제작 인프라 구축 △제작투자 활성화 여건 마련 △기술개발 역량 강화 △글로벌 시장 진출 촉진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단기 추진 과제로는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 수급이 급선무다. 2009년 문화산업 통계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필요한 3D 제작인력은 촬영 편집에만 1만명. 여기에 2012년까지 2D를 3D로 전환하는 인력 7천명도 추가로 필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카데미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아카데미에서 각각 3D 교육센터를 운영 중이며 사설 아카데미, 기업 자체 인력까지 합쳐 제작인력 수요를 맞출 계획이다. 인력 못지않게 시급한 3D 촬영 편집 장비에도 2013년까지 국고 1백9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문 펀드 조성 등 3D 콘텐츠 기업 육성 박차
이와 함께 정부가 앞장서서 3D 콘텐츠 전문 펀드를 발 빠르게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정부, 단말기 사업자,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 등이 출자해 1백50억원 규모로 3D 전문 펀드를 조성했으며, 2015년까지 1천억원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15년까지 1천6백50억원을 투자해 촬영, 변환, 복원을 비롯해 초고해상도 렌더링, 홀로그램 등 3D 콘텐츠 제작 핵심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3D 콘텐츠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안전성을 인증하는 이른바 ‘휴먼 팩터’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안정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평가단을 운영하며 2012년에는 3D 콘텐츠 인증 제도를 정착시킬 예정이다.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올해 세계 최초로 3D 전용 채널을 개설하고, 자체 제작한 3D 시리즈물을 방영한다. 지난해 말 열린 스카이라이프의 3D TV 전략 발표회.](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orea.kr%2FnewsWeb%2Fresources%2Fattaches%2Fnamo%2F2010.04%2F19%2F95267%2F20091215_5567%2520copy-1.jpg) |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올해 세계 최초로 3D 전용 채널을 개설하고, 자체 제작한 3D 시리즈물을 방영한다. 지난해 말 열린 스카이라이프의 3D TV 전략 발표회. |
3D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수출보험공사가 보증하는 문화수출보험 한도를 총제작비의 현행 20~30퍼센트에서 50퍼센트 선까지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해외에 수출 가치가 있는 3D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2015년까지 6백20억원의 예산을 들여 3D 영화, 방송프로그램 등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2011년부터는 3D 영화 페스티벌, 3D 워크숍, 국제 컨퍼런스 등 국내외에서 3D 붐을 이어가기 위한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3D 공공 콘텐츠 시범사업을 위해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등의 영상홍보관에 3D 제작 예산을 보조해준다.
온·오프라인에서 3D 제작 인프라도 구축한다. 오프라인에는 3D 기획에서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3D 콘텐츠 제작 허브센터를 2014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예산은 2천2억원.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3D 콘텐츠 앱스토어’를 구축해 3D 콘텐츠를 사고파는 시장을 활성화한다. 이처럼 문화체육관광부는 총 6천2백19억원을 투자해 개척할 한국의 3D 콘텐츠 시장이 2015년에 2조원(수출 15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봉현 차장은 “현재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키워드는 3D 콘텐츠”라며 앞선 미래전략을 주문했다. “2000년 초반 NHK 기술연구소는 UD(Ultra Definition·초고해상도) TV의 전(前)단계로 3D TV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 예상이 적중하고 있다. 3D를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실감 미디어를 대비하는 국가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국 스카이라이프 3D사업추진위원장
세계 최초 3D 전용 채널 개설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사장 이몽룡)는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3D 방송 중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5월부터는 본격적인 3D 방송 콘텐츠 제작 및 3D 방송 실황 중계를 할 예정이다. 김영국(50) 스카이라이프 3D사업추진위원장은 “안방에서 3D TV를 즐기려면 무엇보다 제대로 만든 3D 콘텐츠가 관건”이라며, 올 초 세계 최초 3D 전용 채널 ‘Sky 3D’를 개설하는 등 선도적으로 3D 방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에서 방영하는 3D 방송 프로그램
올 5월에 개최되는 ‘2010 내셔널 실업축구리그’를 국내 최초로 3D로 생중계하는 데 이어 <3D 골프>외에 <3D 마술쇼>, <3D 패션쇼>, <3D 쿠킹쇼>, <3D 쇼케이스> 등 정규 시리즈물을 방영합니다. 또 축구, KPGA챔피언십, 야구, 씨름, 당구 등 스포츠 경기를 3D로 중계합니다. 공연물로는 <호두까기 인형>, <난타> 등을 실황 중계할 예정입니다.
3D 방송의 킬러콘텐츠인 영화는 등 3편을 확보했고, 실사 및 애니메이션 영화들도 연내 20여 편을 편성할 예정입니다.
또한 극장 상영 후 바로 각 가정에서 볼 수 있도록 영화 전문 3D 채널을 개설하고, 영화 대여 서비스인 3D MRS(Movie Rental Service)도 연내에 제공할 계획입니다.
3D 방송 제작과 해외 진출 현황
스카이라이프에서는 3D 장비로 방송 프로그램을 자체 촬영 편집하고, 3D 방식으로 송출해서 시청자들이 안정적으로 3D 영상의 입체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이를 위해 3D 입체감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줌인·줌아웃 기능이 있는 최첨단 3D 카메라를 갖추는 등 제작중계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일본, 대만, 중국, 영국 방송사와 3D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거나, 자체 제작한 3D 콘텐츠를 수출하기 위해 유통회사와 긴밀히 협의 중입니다. 아울러 스카이라이프가 축적한 세계 최초 24시간 3D 방송 개설 노하우를 해외 방송사에 제공하는 방안도 협의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습니다.
3D 방송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관련 업계에 바라는 점
3D 콘텐츠 제작은 고비용 구조 때문에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 중소기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며, 플랫폼 사업자에 비해 제작자가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렵습니다. 정부가 현재 3D 산업 육성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3D 입체영상의 산업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3D 영상 제작 스튜디오, 정부 및 관련 업계의 펀드운용 콘텐츠 활성화, 국내 가전사의 3D 콘텐츠 육성을 위한 기여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 글·사진:위클리공감 | 등록일 : 201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