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라기보단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영화,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거라고 생각한다 왕가위 감독 같은 경우 한국관객들은 좋아하지만 홍콩에서는 흥행이 잘 안 되는 감독이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의 장점은 하고 싶은 영화를 꾸준히 한다는 거다"
지난 5월 15일 2시 서울 강남 리츠 칼튼 호텔 지하에 있는 볼룸에서는 홍콩의 톱스타 장국영(41)의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국영의 이번 내한은 새음반 (Printemps)흥보를 위한 것으로 음반발매사인 록레코드에서 진행했다
장국영은 배우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홍콩및 동남아시아지역에서는 영화는 물론 음악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가수.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만년 소년 분위기를 지닌 장국영은 "한국에 다시 와서 기쁘다 10여년 전에도 왔었고 몇번 와 봐서 그런지 한국은 친숙한 나라란 생각이 든다 아마 여러분들이 조그마한 아이였을때 왔을 거다 어린 여러분들의 변한 모습을 보게 돼서 반갑다"고 말문을 열며 재치있고 유쾌한 매너로 인터뷰에 임했다 공항에서 내리면서부터 잠시도 인터뷰를 쉬지 못해 목이 쉬었다는 그는 인사말 후 질문이 곧바로 나오지 않자 질문이 없으면 자신이 먼저 얘기하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기자회견 후 4시40분경부터 (씨네21)을 비롯한 영화잡지들과 함께 한 인터뷰 자리에서는 앞으로의 영화행보와 홍콩영화계에 대해 좀더 이야기를 늘어놨다
5월14일 저녁 한국에 도착한 장국영은 TV 방송 녹화와 라디오프로등 바쁜 인터뷰 일정 가운데 15일 저녁 7시 반 강남 씨네마 천국 대극장에서 열린 "소년소녀 가장 돕기 뮤직 앤 무비 나이트"에 참석했다
(Printemps)수록곡의 뮤직비디오 상영회와 장국영이 출연한 진가신 감독의 영화 (금지옥엽2)유료 시사회를 겸한 그 자리의 수익금은 전액 소년소녀 가장돕기에 쓰일 예정이라고, 그밖에 공식 일정으로는 16일 오후 1시 반 강남역 타워레코드에서 팬사인회를 열었으며, 같은날 저녁 6시 비행기로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홍콩으로 돌아갔다
-(Primtemps)은 어떤 음반 인가?
=제목처럼 봄날에 들으면 더 듣기 좋은 노래들이다 작년에 (Red)라는 광동어 음반을 냈는 이번 음반은 9곡 모두 만다린어로 녹음했다 (Red)는 남녀관계에 대한 노래도 많고 "빨간색"이란 의미 자체가 좀 부담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Printemps)은 다 친숙하고 편안한 노래들이다
-홍콩음악 가운데 당신의 음악이 갖는 특성이 있나?
=홍콩음악은 국제화된 음악이다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 같이 있다 중국악기를 사용한 노래를 들을 수 있는가 하면 어떤 노래들은 미국의 리듬앤블루스나 테크노음악 같은 느낌이 날 수도 있다 내 음반에서도 그런걸 들을 수 있다
-이번 음반 작업하면서 영화 2편의 출연을 포기했다고 들었다
=음반 때문에 영화를 안 한 건 아니다 홍콩영화가 하향세기 때문에 일이 별로 없는데다 내 출연료가 꽤 비싸서 사람들이 찾질 않는다(웃음) 이 음반은 사실 1년 반 전부터 준비햇는데 그동안 틈틈이 영화 출연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홍콩영화가 하향세라는데
=지금 홍콩영화계는 굉장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본래 많이 찍을때는 2백여편에 달한던 연간 제작편수가 올해는 70여편으로 줄었다 게다가 예산이 큰 대작은 안 찌고 소품 위주다 지금은 합리적인 전환기 인 셈이다 (영웅본색)을 찍었을 때 그게 잘 나가니까 너도나도 아류작을 30여편 가까이 찍어댔다 그런 거품을 뺄 수 있는 전환기다 아류작이 양산되는 여건에서는 관객들이 영화를 봐도 사기당한 거 같으니까 점점 잘 보지 않는다 게다다 홍콩 지하시장에서 유통되는 불법 영화CD 문제도 있고 그렇게 가다간 영화가 죽을 수 밖에 없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변화가 있나?
=솔직히 변화는 없다 반환 전에는 걱정도 많았다 지금 중국인들은 홍콩관리를 잘하고 있고 홍콩은 예전과 똑같이 자유스러운 곳이다 예전에 캐나다에 잠시 살았지만 지금은 홍콩에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홍콩에서 보내고 있다 일도 있고, 내가 운영하는 카페도 있고 지금은 홍콩도 IMF 불황이라 장사는 잘 안되지만(웃음)...
-왕가위,첸카이거,서극등 홍콩에서 내노라하는 감독들과 고루 작업했다 어떤 차이가 있었나? 가장 맞고 편안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인터뷰에서 왕가위와 영화를 찍을 때 마다 몸이 안 좋아 궁합이 안 맞나 보다고 했다는데
=왕가위 감독은 훌륭하다 근데 어떤 일인지 몰라도 왕가위와 영화를 찍을 땐 힘들다 그와 영화를 안 찍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다음에 왕가위 영화를 찍을 땐 시나리오 좀 볼 수 있으면 좋겠다(웃음) 세사람만 생각해도 어느 한사람을 고르긴 어렵다 왕가위와 첸카이거 비교는 더더욱 안 되고 첸카이거는 영화 들어가기 반년 전에 시나리오를 건네준다 왕가위는 촬영 30분 전에 시나리오를 주고 너무 다른 사람들이지만 영화 찍을 때는 모두 마술 같은 색다른 신비함을 갖고 있다
-영화 속에서 아직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해본 것 중 잘 맞았던 역할은?
=이제까지 많은 영화 찍고 많은 역할을 했다 이젠 감독이 하고 싶다
어떤 역할이 나한테 맞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비정전)의 역이 가장 나와 닮은 것 같다
-(아비정전)의 아비 말인가?
=그렇다 아비는 자연스런 내 모습에 가깝다 내면적 강인함이라든지 자아가 강하다든지 맘 속에는 사랑이 가득한데 다른 사람들한테 잘 드러내보이지도 않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든지 하는 면들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감독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영화를 생각하고 있나?
=음..영화 소재는 생각해 뒀다 귀머거리 소녀에 대한 거다 음반을 내고 나서 뮤직비디오를 하면 잘될거라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영화출연도 줄었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었다 그때 뮤직비디오를 같이 찍는 모델 중 귀머거리인 모델이 있었는데 얘길 하다보니 그 소녀에게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음을 알게 됐다 어릴 때는 사회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가 자라면서 점점 신뢰를, 세상에 대한 눈을 회복해가는 귀머거리 소녀의 자전적 이야기가 될거다 감독만 할 예정인데 지금은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특별히 감독을 하고 싶다고 맘먹은 이유가 있나?
=굉장히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한편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걸 시도하고 감독을 하면서 내 개인 작품을 가져보고 싶다
-찍고 싶은 장르나 스타일이 있다면?
=글쎄,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는 없다 생각나면 쿵후도 할 수 있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해서기보단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영화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거라고 생각한다 흥행성을 중시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관객이 좋아한다고 해서 다 흥행영화는 아니니까 왕가위 감독 같은 경우 한국 관객들은 좋아하지만 홍콩에서는 흥행이 잘 안되는 감독이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의 장점은 하고 싶은 영화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다
-오랜 공인 생활을 하면서 이미지 관리를 잘 해온 편인데
=이미지 관리를 위해 노력한다든가 지향하는 이미지가 있다든가 하진 않다 단,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 예를 들어 성룡을 봐라 성룡은 영화 속에서 곧잘 직접 높은 데서 뛰어 내리는 액션연기에 몸을 던진다 난 그런 건 못한다 고소공포증이 있으니까 하지만 영화나 음악이나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 한다는 게 좋은 이미지로 남은 것 같다 영화의 경우 요상한 것, 내가 본래 할 수 없는 일을 렌즈를 통해서 해낸다 (패왕별희)에서도 경극을 원래 못하는데 카메라를 통해서는 하는 걸로 보인다 그러니 나란 사람이 다 잘 하는 줄 아는 것 같다
-배우란 태어난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모두 연마하고 노력해야 한다 영화 보는 시간은 짧고 잠시지만 거기에 드는 노력 시간은 길다 장만옥,양조위가 바로 그랬다 점점 자신을 갈고 닦고 발전시켜 나갔다 처음 영화를 찍으면서 훌륭하게 잘 해내는 사람은 드물다 홍콩사회는 대부분의 영화인들이 영화를 전공하거나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는 특이한 사회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직접 하다 보니 자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도 TV드라마 찍던 시간들이 가끔 그립다 필요한 연습과정 이었다
-은퇴를 선언 하기도 햇는데 은퇴 전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은퇴 전에는 상을 받으려고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은퇴 후에는 좋아하는 걸 한다 음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요즘 양자경이나 이연걸등 홍콩영화인의 헐리우드 진출이 활발해졌다 가수 혹은 배우로서 헐리우드에서 활동할 계획이 있나?
=연기자 가수로 다 성공을 거둔 건 행운이다 난 두가지 직업을 다 좋아하고 두 세계는 서로 다른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음악이든 영화든 미국 헐리우드 진출 계획은 아직 특별히 없다 일단 아시아 시장에서 머무를 거다 헐리우드에서 굉장히 괜찮은 시나리오를 준다면 또 모르지만
-아시아 시장에 머무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음..아시아 연기자들이 헐리우드로 가서 하는 활동들이 그 이전에 하던 것보다 좋진 않다 액션물이나 악한 역이 대부분이다 지금 난 아시아 시장에서는 어느정도 영향력 있는 배우인 편이다 좋은 작품이 들어오고 고를 수 있어 영화의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헐리우드에 가서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든다
헐리우드보다 유럽쪽이 더 맞는 것 같다 연기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진지한 드라마풍 말이다 장만옥이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는 거랑 비슷하다 장만옥이 헐리우드에 가서 액션을 찍는다면 얼마나 안 어울리겠나 나도 독일쪽에서 출연제의를 받은 영화를 찍을 생각이다
-당신도 그렇고 홍콩 배우들은 스타가 되고 나서도 그냥 그런 영화 한두편 씩을 찍는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있을텐데?
=시나리오 보고 이것저것 골라서 해보고 싶지만 황백령 감독의 코미디 영화 같은 경우 친분 때문에 출연 하기도 했다 나이드신 어른들께 체면을 세워드리는 거다 하지만 보통은 감독과 상대역을 고를 때 까다롭고 요구조건이 많다 그러니까 영화 찍을 때마다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지 않나 난, 열정이 있다 어떤 영화든지 스스로 선택했으면 열정을 다해 찍는다
-여배우등 공연자를 고를 때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 편이다 최근 임호 감독의 영화에는 일본 여배우를 추천했다 홍콩영화시장은 자꾸 작아지고 하락세다 그 영화는 일본쪽에서 투자했기 때문에 일본 여배우를 캐스팅하면 투자한 사람들이 더 확신할 수 있고 자본을 더 많이 투자할 수도 있으니까
-지난해 국내에서는 (해피 투게더)가 개봉되지 못했는데
=얘긴 들었다 소재가 동성애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나라든 사물을 보는 문화,사상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재는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민감한 문제다 말레이시아도 그렇고 영화의 상영,금지 여부는 그나라의 사상,문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한사람의 연기자로서 찬반을 얘기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그런걸 생각하고 영화를 봤을때 왕가위 감독이나 양조위,그리고 나 자신도 꽤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이 꺼려하는 문제지만 어떤 사회에든 동성애를 찬성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좀더 진보적이고 발전된 사회,선진 국가에서는 이 문제를 받아 들이는 폭도 넓은거다
-꾸준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왔다 나름대로 이유를 찾는다면?
=늙지 않는게 비결이 아닐까?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나보고 오빠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웃음) 그리고 계속해서 내영화를 볼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 않았나 싶다 한국시장도 그래서 정복한 것 아닌가?(웃음)
영화나 음악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을 보고 싶지 않나?
-음반 발매 후 계획은?
=올해는 콘서트 계획이 없다 내년 여름 정도? 한국에서도 콘서트 할 계획이 있다 7월에는 프랑스에서 월드컵을 볼거고 아마 한국을 응원 하겠지? 좋아하기는 브라질을 가장 좋아한다 그러고 나서 홍콩으로 돌아와 (영웅본색)같은 영화를 한편 찍을 예정이다 그리고 광동어 음반을 만들고 그러면 올 한해가 끝날때쯤 되겠지
99년에는 처음으로 감독할 영화를 찍을 거다
-(영웅본색)같은 영화?
=아직 시나리오를 안 봐서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다 내가 국제 경찰로 나오는데 사랑 이야기도 있고 일본과도 관계 있는 액션(첩보)물이다 (흑협)의 이인항 감독이 연출한다
첫댓글 인터뷰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네요..항상 자신감에 찬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여...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글로 옮길려니 잘 안되네요~~^^;;
정말 말을 잘하고 현명하고 똑똑한 것 같아요..
한마디 한마디가 참 읽기가 아깝고 아쉬운거 있죠.. 어쩌면 말을 저렇게 하나.. 감탄도 하구요..
정말 똑부러지고 자신감있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요...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명쾌해요.
제가 직접 본게 아닌데..읽으면서..어떤 표정으로 얘기를 했는지...웃는 모습등이 떠오르네요. 너무 잘 읽었어요.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다시보니 또 새롭네요....레슬리...정말 자신감 만빵입니다~~ ^^..레슬리의 저런 모습이 너무너무 좋은데...저떄로 돌아갈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