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밑에 ‘한 짐’ 묶어 다니는 듯한 높은 통굽 운동화. 앞 코가 길고 뾰족하게 뻗어져 나온 구두. 그리고 전함(戰艦)처럼 큼지막한 운동화.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신는 패션 신발들이다. 힙합 바지를 입을 때 발이 바지에 묻혀 버리기 쉬워 일부러 과장되게 큰 신발을 찾아 신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소년들 사이에 ‘그들의 문화 코드’가 된 패션 신발이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발은 물론 전신 건강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발은 발의 건강의 핵심이다. 때문에 예쁜 것보다는 발에 맞고 볼이 편해야 한다.
굳이 패션 신발을 신어야 할 때는, 아킬레스건이 짧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굽 높이가 다른 신발을 몇 개 준비해 번갈아 가면서 신는 게 좋다.
발 바닥에는 굳은 살이 박히지 않도록 패드를 깔고, 신고 난 다음에는 종아리 아킬레스건의 긴장을 풀어준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는 “굽이 지나치게 높으면 몸의 무게 중심이 허공에 뜬다”며 “허리·어깨·목 뒤가 모두 긴장한 채로 있어 몸을 피로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또 딱딱한 통굽은 걸을 때 엄지발가락 뿌리쪽 관절을 굳혀 ‘엄지발가락 관절 강직증’을 야기할 수 있으며, 앞코가 길고 볼이 좁은 구두는 버선발 기형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부작용이 있다 해도 패션족들이 패션 신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듯. 결국 ‘멋을 부리되 현명하게’ 신는 수밖에 없다.
문교수는 “발은 15-16세가 되면 거의 다 자라지만 나이가 들면서 발바닥의 둥근 아치를 받쳐 주는 인대의 탄력이 줄어 발의 길이나 폭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신발은 발의 길이와 폭보다 1~1.5cm 정도 여유가 있는 게 가장 알맞다. 여성들의 이상적인 신발 굽 높이는 3.5cm이하. 가능하면 구두 굽에 쿠션이 있는 것이 좋다.
또 “패션 신발을 신으려면 신는 시간을 최소화하라”는 것이 문 교수의 조언. 무엇보다도 자기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을 택해 수시로 번갈아 신을 필요가 있다.
또 틈틈이 발 운동을 해서 발의 피로도 풀어 주어야 한다. 새 신발을 살 땐 하루 중 발이 커져 있는 초저녁에 신발점을 찾는 게 좋다.
자료원 : 국민일보 2000.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