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에는 농어무리가 여건이 안정적인 곳에서 휴식을 취할 때가 많다. 조류가 완만한 자갈밭이나 백사장, 홈통이 있는 직벽 등이 유망 포인트다.
농어(Sea Bass)낚시를 제대로 하려면 당연히 농어의 습성부터 알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먹이활동과 관련된 습성을 알면 농어를 만날 기회가 훨씬 많아진다. 농어는 밤낮에 따라 먹이활동을 하는 패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맞게 공략해야지만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다.
농어낚시는 낮낚시와 밤낚시 패턴이 확연하게 다르다. 농어 움직임이 달라짐에 따라 효과적인 공략법도 바뀌는 것이다. 농어의 먹잇감이 되는 소형 물고기(Bait Fish)들은 밤에 내만권에 머물다 해가 뜨면 바깥 바다로 빠져나간다. 농어 무리 또한 먹잇감을 쫓아 이동한다. 반면 해가 지면 소형 물고기들을 따라 농어가 외해에서 가까운 바다로 모여든다.
낮낚시 유망 포인트
농어는 야행성이 강하기 때문에 낮에는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수심 깊은 수중턱 뒤편이나 수중골 사이에 몸을 숨기고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먹잇감이 풍부할 때는 낮에도 제법 먼 거리를 유영해 다니며 먹이활동을 한다. 특히 농어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 중 하나인 멸치떼가 나타났을 때는 낮에도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바다에서는 농어가 엄청난 무리를 이뤄 도망가는 멸치떼를 쫓고, 농어에게 쫓긴 멸치떼가 수면으로 튀어오르면 갈매기떼가 이것을 사냥하는 모습을 여름에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낮에 농어를 만날 확률이 높은 곳은 조류가 강하게 부딪히는 갯바위 주변이나, 물목(성격이 다른 조류가 흘러들어와 서로 만나거나 합류돼 다시 흘러나가는 지점, 조경지대)이다. 이런 곳에는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에 농어가 무리지어 모여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위가 조용하고 물결이 잔잔한 만 안쪽도 노려볼만 하다. 특히 멸치, 학공치, 밴댕이(뒤포리) 등 먹잇감이 주변에 머물고 있다면 더없이 좋은 포인트가 된다. 또 먹이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여건이 안정적인 만에서 쉬고 있던 농어가 루어를 덮치는 일도 잦으므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실제로 서해나 남해에서는 보트를 타고 접근해 만 안쪽 갯바위 부근을 공략하는 낚시 패턴이 크게 성행하고 있다.
낮낚시 채비
낮낚시용 농어루어채비를 만들 때는 원투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갯바위낚시건 선상낚시건 상관없이 낮에는 낚시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입질이 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갯바위나 방파제, 해안에서 낮에 농어를 노릴 때는 주로 12ft(약 3.6m) 내외 낚싯대를 사용한다. 다소 긴 낚싯대를 사용하는 이유는 채비를 멀리 던질 수 있고 입질을 받은 후에도 안정적으로 힘겨루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뒤처리를 할 때도 낚싯대가 길수록 유리하다. 특히 낚시자리가 낮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높을 때는 13ft(약 3.9m) 내외 낚싯대가 적합하다. 하지만 긴 낚싯대를 쓰면 체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심하다는 단점도 있다. 루어는 멀리 던질 수 있고 액션이 다이나믹한 38g 전후 ‘바이브 스핀’나 ‘바이브레이션’이 효과적이다. 농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깊은 수심층(20~30m)을 공략할 때는 45g 전후 ‘쇼어 지그(shore jig)’가 잘 통한다. 이처럼 낮에는 주로 무거운 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낚싯대는 허리가 강하고 휨새가 앞쪽으로 치우친 패스트 액션 제품을 택하는 게 좋다. 자체 무게가 38g 이상 나가는 ‘헤비 루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먼 거리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미노우 계열 루어 중에도 38g이 넘는 제품들이 있지만, 부피가 너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부담스러운 크기에 농어가 오히려 피해다니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또 부피가 크면 바람 저항을 많이 받는다는 문제도 있다. 무거운 루어가 필요하면서도 시중에 나와 있는 부피 큰 미노우 제품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꾼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피가 지나치게 큰 제품 대용으로 각광받는 것이 스웜 베이트다. 미노우의 기본적인 디자인을 살리고 꼬리에 더욱 활발한 액션을 가미한 스웜 베이트는 원투성이 매우 뛰어나면서도 부피가 적당해 루어 모양과 물 속 움직임이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도 매우 싼 편이다. 라인은 P.E 라인 1.5~2호가 적합하다. P.E라인을 원줄로 쓸 때는 쇼크리더를 낚싯대 길이(2.5~4m) 정도로 묶어야 한다. 2호 P.E 라인을 사용할 경우 쇼크리더는 카본 목줄 5호가 적당하다. 쇼크리더의 기본적인 역할은 불투명한 P.E 라인의 단점인 이물감을 없애는 것이다. 카본 목줄은 투명하기 때문에 물속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물고기 유인효과가 뛰어난 것은 물론이다. 여쓸림이 생겼을 때 의외로 쉽게 끊어지는 P.E 라인의 단점도 보완해 준다. 또 카본 5호 목줄보다 P.E 라인 2호가 강도가 높기 때문에 밑걸림이 생기면 십중팔구 쇼크리더가 끊어지므로 원줄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라인 교체시기를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카본 목줄의 장점이다. 낮에는 농어 움직임이 둔한 편이다. 먹잇감을 쫓을 때가 아니면 바닥에 배를 깔고 있을 때가 많다. 따라서 갯바위건 선상이건 상관없이 바닥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입질 받을 확률이 높다.
밤에 더 입질 활발
농어는 밤이 되면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먹잇감을 따라 내만 깊숙한 곳까지 쉽게 접근할 뿐 아니라 매우 적극적으로 먹이사냥을 한다. 물속 지형이 복잡한 곳에서는 낚시자리 근처로도 곧잘 접근하기 때문에 굳이 멀리 떨어진 곳을 공략하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낚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밤에는 농어의 공격성이 극에 달하기 때문에 어떤 루어를 사용해도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꾼들이 가장 즐겨 쓰는 미노우 플러그는 물론이고 플로팅타입 ‘탑워터’에도 곧잘 반응한다. 어느 수심층을 노리는 게 더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입질 수심층도 다양하다. 따라서 플로팅, 서스펜드, 싱킹 타입 등 다양한 루어를 준비해 그날 잘 통하는 종류를 찾아 사용하면 된다. 다만 공략 거리와 수심, 주변 지형 등을 고려해 최적의 루어를 선택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컬러는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해도 무방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야간 농어루어낚시를 할 때 배스용 루어를 사용해 여러번 재미를 봤다.
▲ 농어는 야행성 물고기이기 때문에 밤에 더 활발하게 먹이 활동을 한다. 밤낚시를 할 때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야간 농어루어 채비
중치급이 주로 낚이는 곳에서는 에깅낚싯대에 0.8호나 1호 P.E라인을 사용해도 큰 불편 없이 야간농어루어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여건이 거칠거나 대물이 출몰하는 곳에서는 낮낚시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용 장비를 갖추는 게 안전하다. 농어루어 전용 낚싯대에 1.5~2호 P.E라인을 쓰면 적당하다. 밤에는 농어가 낚시자리 주변으로 쉽게 접근하므로 굳이 무거운 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경량 하드베이트로도 얼마든지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다. 축광기능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낚시인들마다 견해차가 분분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축광 기능이 있는 루어가 밤에 더 유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밤에는 농어가 시각보다는 작은 물고기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미세한 파장을 감지해 먹이 사냥을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축광 기능을 갖춘 제품보다는 액션이 뛰어난 루어가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바다용 루어에 비해 훨씬 세분화 돼 있는 배스용 루어가 야간 농어루어낚시에서 위력을 발휘한다고 판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낮에는 축광 기능이 있는 루어가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낮에는 농어가 시각 자극에 반응해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루어에 비해 눈에 잘 띄는 루어를 공격할 확률이 높다.
야간 농어루어 우리나라 전역에서 가능
우리나라에서 농어루어낚시를 즐길 수 있는 낚시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낚시터나 다름없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농어 손맛을 즐길 수 있다. 피크 시즌에는 동서남해안 전역에서 농어가 낚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야간 농어루어낚시를 즐기기에 가장 여건이 뛰어난 곳은 제주도다. 농어 자원이 풍부하고 부담없이 루어낚시를 즐길만한 포인트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농어 손맛을 만끽할 수 있다. 동해안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강원도와 경북은 군사지역으로 묶여 야간에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 많다. 울산권에서는 이미 몇해 전부터 농어루어가 꾼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농어루어가 가장 성행하는 서해는 갈수록 낚시터가 가까워지고 있어 꾼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밤에는 농어가 내만 깊은 곳까지 접근하기 때문에 탐사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걸어가서 즐기는 야간농어루어낚시가 인기 장르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남해에도 야간 농어루어낚시를 즐길만한 낚시터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아직은 소수 마니아들 중심으로 출조가 이뤄지는 수준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여건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개발 가능성은 가장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