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蒐集취미와 나의 보람
이완주
사람은 누구나 평생 살아가는 동안 무엇인가 수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취미삼아 혹은 생업으로 여러가질 모으기 마련인데 재물을 비롯하여 책,그림,음악,옷,동식물,우표 등등으로 열거하자면 셀수 없이 많은 것 같다 수집이 상업화,전문화되어 박물관,동식물원,미술관,문학관,수족관 등의 시설규모가 커지기도하고 개인적 취미나 생활정도에 따라 축소되기도 한다
내가 젊었을 한 때 수집벽까지는 아니나 수집 욕심을 부린 한 때가 있었다 중학시절 과외활동으로 학교 온실을 들락거리면서 늘 화초를 가까이 두고 보기를 즐겨하였다 비록 학문적으로 전공은 안했으나 한 때는 관련서적으로 집안 서가를 채우기도 했다 직장 퇴근후 전문학원에 등록하여 원예이론과 실습에 몰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초류를 수집하여 키우는데 재미를 붙였다 씨앗을 구하여 발아시키기도 하고 동호인 사이에 식물을 교환하거나 전시장이나
나무시장으로 발품도 팔아 마음에 드는 것을 구하여 애지중지 키우곤 하였다
꽃이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향이 있는 야생화류,벌나비를 잘 불러모으는 매화류,수선화,튜립 등의 구근류,매서운 추위를 이기며 꽃을 피워내는 동백,짙은 향을 풍기는 모란,백란,부용,원추리 등의 꽃들이 각기 최고의 자태를
뽐내지만 그 중에서도 특이한 이력이 있어서 기억에 남아있는 식물이 몇 개 있다 그 식물 세 개를 여기 소개하겠다
잔디:나의 중고교 6년과정을 보냈던 광화문 옛 경희궁터에 동창들이 모여 학창시절을 뒤돌아보며 기념행사를 한 적이 있다 모교는 오래전 강남으로 이전해 갔지만 교사와 교정은 부분적으로 건재했고 학창시절 학교 동산에는 잔디밭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귀가길에 관리인의 양해를 구하여 손바닥 크기의 잔디를 채취하였다 집 마당 중앙에 터잡은 이 잔디는 그 후 점차 영토를 넓혀가며 주변 잔디와 잘 어우러져 가 기뻤다 잡초가 쉽게 섞여 들어와 특별히 세심하게 보살펴 주었다
담쟁이덩굴:덕수궁 뒤에 19세기말경 미국 아펜젤라 선교사가 세운 서울 정동교회에 가면 오래된 건물에 어울리는 붉은 벽돌담과 담쟁이덩굴을 만나게 된다 오래 전에 아현동에 사는 아느 성도의 집에서 이식해온 것이라 했다 1990년대 어느 기독인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이 덩굴이 눈에 밟혀 결국 신앙을
이식하는 심정으로 덩굴 몇마디를 채취하였고 우리집 담장 밑에서 뿌리를 내리게 했다 몇 년 안 되어 덩굴은 삭막한 세멘트담을 포근하게 덮었고 계절 따라 연한 녹색,진초록,붉은색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마음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대나무:어릴적 뛰놀던 시골집 뒤안 대나무 밭이 눈에 선하여 대나무 두 그루를 채취해 와 안방 남향 창 밑에 심었다 우후죽순 말 그대로 왕성하게 자라서
몇 년만에 자그마한 대나무 숲을 이루어 심신을 즐겁게 했다 특히 달 밝은 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창에 어른거리는 댓잎에 대바람 소리까지 들려 옛 선비들이 겪었을 사치도 누렸다 매난국죽梅蘭菊竹 선비 사우四友에 들어갈만큼 대나무는 품격이 있어 가까이 곁에 둘만하다 하겠다 다만 성장이 너무 왕성하여
좁은 뜰에서 키우기에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담 넘어 이웃집 마당까지 침입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대나무 뿌리가 뻗어가면 주변 식물에 큰 화가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도심 속 비좁은 정원에서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듯 하다 멀리 담양의 소쇄원 대나무 숲이나 울산 태화강변의 대나무 숲에 가서 우람한 그 자태에 취하는 그런 날이 또 왔으면 좋겠다
약력
충남 서산 출생 서울중고,서울대 화학과 졸업 쌍용회사 임원 역임
문예사조 등단,짚신문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