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의 여행일기 (29) 속초, 봉평
지난 7-8월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 덕분에 꼼짝하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는 것이 최고의 피서가 되었다. 여름 휴가철과 주말여행은 늙은이보다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은퇴세대는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피차에 좋겠다는 생각이다. 주중에는 교통이나 숙박, 관광지도 여유가 많기 때문이다.
어느새 찬바람이 아침과 저녁을 노크하고 있다. 국립휴양림을 10곳 이상 가면, 1박2일의 무료숙박권을 준다. 유효기간이 가까워진다는 독촉을 받고서야 기동할 차비를 차려본다. 한 여름 시끌시끌하던 동해안은 이제 우리들 세상이다. 2년 전에 갔다 온 적이 있는 양양군의 미천골에 숙소를 정하고, 속초와 양양을 거쳐, 돌아오는 길에 평창효석문화제를 들렸다가 오기로 한다.
* 여행일정 (2013년 9월 8일 - 10일 : 2박 3일)
1일 : 이천 출발 - 영동고속국도(50번)와 동해고속국도(65번) - 하조대IC
- 오산횟집 - 하조대 - 낙산사 - 실로암메밀국수(식당) - 송천떡마을
- 미천골자연휴양림
2일 : 휴양림 - 설악산 - 신흥사 - 속초삼해횟집 - 척산온천 - 양양5일장
- 송이버섯마을(식당) - 휴양림
3일 : 휴양림 - 양양IC와 장평IC - (봉평) 평창효석문화제 - 미가연(식당)
- 태기산 - 둔내IC - 이천 도착
1. 이천 출발 - 하조대IC - 오산식당 - 하조대 - 낙산사 - 실로암메밀국수(식당) - 송천떡마을
- 미천골자연휴양림
(1)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어제는 자동차 엔진오일도 갈고 정비도 끝냈다. 차가 한결 튼실해진 느낌이다. 내차 혼다 어코드는 13만 킬로를 뛰고 7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잔 고장 한번 없다. 앞으로 10년은 더 탈 수 있을 것 같다.
일요일의 고속도로는 귀경차량이 많지만, 지방으로 가는 방향은 한적하다. 9시경에 출발했으니, 문막과 강릉휴게소에 쉬었다 가도 하조대IC까지는 12시 경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을 수 있다. 하조대 IC를 나와 동호해수욕장에 있는 오산횟집이 목표다.
<오산횟집은 동호해변에 있다>
(2) 오산횟집의 주된 메뉴는 섭죽과 섭국 등이다. 섭죽은 섭이라는 조개류를 넣고 끓인 죽이다. 섭은 동해안의 토종 조개로서, 스테미나 증진에 좋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며 어지럼증을 없애준다고 한다. 섭국은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섭죽과 섭국은 각각 1만원이다. 장년들에게 죽 만한 식사가 없다.
<오산횟집과 섭죽>
(3) 숙소인 미천골자연휴양림에 입실하기 전에 하조대와 낙산사를 둘러볼 시간이 있다. 하조대는 동호해수욕장 7번국도 6Km 남쪽에 있다. 하조대는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이곳에서 만년을 보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하조대의 가파른 언덕은 포기하고, 등대까지만 갔다 오기로 했다. 동해와 해안의 풍경이 일품이다.
<하조대등대와 주변전경>
(4) 하조대를 나와 7번국도를 따라 북상하면 낙산도립공원과 낙산사가 있다. 낙산사는 의상대사의 수행처였던 의상대, 낙산사창건의 모태가 된 홍연암, 해수관음상과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원통보전, 보물인 7층 석탑이 있다.
오늘은 먼 길을 온 터라 의상대와 홍연암까지 바다를 바라보면서 유유자적한다. 때 이른 코스모스는 드문드문 피었지만, 때를 지난 해당화는 몇 송이가 남았다. 도중에 ‘길에서 길을 묻다’라는 글귀가 음각된 돌계단이 있다. 알고도 묻는다는 말인지, 몰라서 묻는다는 말인지 한참 생각해도 그 말의 진의가 아리송하다.
전통차와 기념품가게인 낙산다래헌에는 연근과 마로 만든 연꿀빵을 판다. 경주 황남빵 크기의 빵이다. 8개 한 박스에 1만원이다. 달지 않아 간식으로 좋다.
<낙산사 의상대>
<낙산사 해수관음상>
<홍연암>
<해당화>
(5) 휴양림에 입실하기 전에 저녁을 해결해야 한다. 낙산사에서 7번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물치해수욕장을 지나면, 우측에 강현면사무소(진전사입구)가 보인다. 갈래 길마다 있는 안내판을 따라가면 실로암메밀국수집을 찾을 수 있다. 옛날 집 옆에 새로 식당을 지었다.
실로암메밀국수집은 동치미를 부어 먹는 메밀국수가 일품이다. 수요일은 쉰다. 이거 먹으려고 서울에서 비행기타고 왔다가는 사람도 있단다. 설마?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평양식 물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동치미메밀국수는 별로다. 그러나 추가로 주는 동치미국물과 백김치는 시원하고 맛있다. 메밀국수(물, 비빔)는 7천원, 삶은 돼지고기는 2만2천원이다.
<A지점이 실로암메밀국수집>
<실로암메밀국수>
(6) 국수집을 되돌아 나와 7번국도를 남진하다가 44번국도로 우회전하여 구룡령으로 가는 56번국도를 따라가면 미천골 자연휴양림이 있다. 그 길 중간에 송천떡마을이 있다. 마을 입구에 조그마한 떡 가게가 있다. 다음날 아침식사용으로 떡을 사갖고 가면 편리하다. 3천원에서 5천원하는 떡과 산나물도 판다.
<송천떡마을>
<미천골자연휴양림 휴양관>
(7) 미천골자연휴양림은 국립휴양림이다. 양양과 홍천을 잇는 56번국도의 양양에서 약20Km 지점에 있다. 미천골휴양림은 입구에서 끝인 불바라기약수터까지 약 12.5Km의 계곡이다. 미천골계곡은 곳곳에 작은 폭포를 만들고 있으며, 신라시대 고적인 선림원지(禪林院址), 약수터와 야영장 등이 있다. 선림원은 9세기경에 홍각선사가 지었다는 큰 절로 승려들 수도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언제 불에 타 없어졌는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절터만 남아있다.
전국에 휴양림은 산림청 산하의 국립자연휴양림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휴양림이 있다. 국립휴양림은 인터넷을 통하여 사전에 예약을 하여야 한다. 국립자연휴양림의 예약은 홈페이지 <www.huyang.go.kr>에서, 지자체 운영 자연휴양림은 해당 휴양림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각 휴양림 홈페이지에는 휴양림의 예약, 숙소의 종류, 이용요금과 안내, 주변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2. 휴양림 - 설악산 - 신흥사 - 속초삼해횟집 - 척산온천 - 양양5일장 - 송이버섯마을(식당)
- 휴양림
(1) 내자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은 체온보다 높은 방에서 자야 피로도 풀리고 병에 걸리지 않는단다. 추운데서 자면 몸에 해롭단다. 휴양림의 난방이 잘 되어있어, 환절기의 아파트보다 따뜻하니 보신 한번 잘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속초의 설악산이다. 공원 입구의 주차장의 주차료는 5천원이다. 신흥사 입장권은 귀밑의 흰 머리칼이 대신한다. 2년 전에 바람이 쎄게 불어 못타본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다. 1인당 왕복요금이 8천원이다. 막상 권금성에 올라 가서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면의 울산바위와 화채봉 능선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탑승권을 잘 보관하면 척산온천 이용 시에 1천 원 씩 할인해 준다.
(2)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신흥사까지 경관이 수려하다. 신흥사 절 이름은 신인(神人)이 길지(吉地)를 점지해 주어 흥왕(興旺)하게 되었다하여 신흥사(神興寺)라 한 다. 도중에 청동대불은 통일을 염원하며 세운 것으로 일명 ‘통일대불’이라고도 한다. 대불상 안에 법당도 있다.
<설악산국립공원 입구>
<권금성 케이블카>
<신흥사 일주문>
<통일대불>
<울산바위 전경>
(3) 점심 먹을 곳으로 작정한 속초삼해횟집은 영량호 끝자락에 있는 등대해수욕장 해변도로의 중간에 있다. 인터넷에서 소문난 맛집으로, 여러 가지 생선회와 함께 된장을 푼 물회집이다. 물회를 좋아하는 사람이 갈만한 곳이기는 하나, 나처럼 물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별로다. 모듬회는 키조개, 방어, 멍게, 오징어, 개복치, 골뱅이, 민어, 문어가 나온다. 가리비 껍데기에 조금씩 얹어 놓은 차림상이 인상적이다. 모듬물회가 1만5천원, 전복, 소라모듬물회가 2만원이다.
<A지점이 속초삼해횟집>
<속초삼회횟집>
(4) 설악산까지 와서 척산온천을 안갈 수 없겠다. 케이블카 탑승권을 제시하면 1천원을 할인해 1인당 5천원이다. 이곳은 횐 머리나 대머리가 안 통한다. 월요일이라서인지 공동탕이 아니라 독탕이다.
<척산온천>
(5) 속초에서 남하하여, 양양의 송이버섯마을(식당)이 목적지다. 아직은 송이채취가 이르기는 하지만, 양양까지 왔으니 송이버섯을 맛보자는 생각이다. 거리가 가까운 지역이라 송이버섯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4시 경이다. 저녁식사시간으로는 이르다. 식당 앞의 강을 건너 양양5일장이 열리고 있었다.
시골의 5일장의 흥미로운 것이 많다. 결국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짐 보따리만 늘었다. 표고버섯 5천원, 고구마 5천원, 연근 5천원, 상주사과 1만원어치를 샀다. 얼음 탄 시원한 감주는 1잔에 1천원이다. 송이버섯 1Kg에 중품은 23만원, 하품은 12만원 이란다. 내자가 송이버섯 사는 것을 말린다. “그 비싼 것을 뭣 하러 먹어요?”
<양양5일장>
(6) 송이버섯마을(식당)에는 다양한 메뉴가 있으나, 송이전골과 공기밥을 시켰다. 워낙 비싼 송이버섯이라 전골에는 송이버섯 한 개를 썰어 넣은 것 같다. 그러나 밑반찬에는 표고버섯 탕수, 목이버섯 무침이 있고, 전골에는 표고버섯, 새송이버섯과 느타리버섯도 들어가 있다. 송이버섯보다 잡손님이 더 많다. 전골 1인분에 2만5천원이다. 식사 후에는 주인아주머니가 인사와 함께 송이버섯차를 가져왔다. 송이버섯이 비싸기는 하지만, 식대 5만2천원에 비하면 돈값을 못하는 것 같다.
<월리삼거리에 송이버섯마을(식당)이 있다>
<송이버섯마을>
3. 휴양림 - 양양IC와 장평IC - (봉평) 평창효석문화제 - 미가연(식당) - 태기산 - 둔내IC
- 이천 도착
(1) 휴양림에서 아침을 간단히 떼우고 집으로 출발한다. 양양으로 나와 동해고속국도 양양IC에서 강릉을 지나 영동고속국도를 타면 이천까지 바로 간다. 도중에 봉평에서 열리는 평창효석축제를 들러보기로 했다. 장평IC에서 벗어나 6번국도를 타고 봉평까지 간다. 봉평은 이효석축제로 어수선하다. 읍내 중앙에는 천막들이 들어섰고 장날처럼 노점상이 즐비하다. 게다가 손금과 관상, 사주보는 곳까지 있다. 결국 여기서도 짐 보따리가 늘어났다. 메밀차 1만원, 고사리 2봉지 2만원, 곤드레나물 1만원어치가 추가되었다.
<평창 효석문화제>
<메밀밭에 들어가는데도 입장료를 내야한다>
<조원과 함께하는 콘서트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다>
(2) 봉평읍내에서 가장 많은 것이 메밀국수 식당들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던가 미가연(식당)에서 메밀국수(6천원)를 먹었다. 미가연에는 메밀국수 외에도 메밀 전병, 메밀전, 육회, 묵사발 등 메뉴가 있다. 먹을 것이 많으면 뭣하나, 많이 먹지도 못하니 ‘그림의 떡’이다.
<봉평 미가연>
(3) 봉평읍내는 곳곳이 메밀밭이다.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입장료를 안내고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을 곳이 더 많다. 흥정천 둔치에서는 기타 치며 노래하는 가수도 원정을 왔다.
이효석문학관은 새로 지어 말끔하게 단장되어있다. 이효석관련 자료들이 정리되어있고, 마당에는 이효석 동상이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의자도 갖추어져 있다. 이효석문학비도 있다. 이효석문학관에서 조금 떨진 이효석생가는 실제 생가가 아니라 최근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효석 생가터의 집도 새로 지어놓은 것이다. 봉평은 이효석과 메밀로 이루어진 곳이다.
<이효석문학관>
<이효석동상>
<이효석문학비>
<이효석 생가>
<이효석 생가터>
(4) 이효석 생가터에서 6번국도로 우회전하면 둔내IC까지 외길이다. 중간에 표고 880m의 태기산 정상을 넘어가는 길이 꼬불꼬불하다. 둔내 IC에서 영동고속국도를 올라서면 이천까지 간다. 바쁠 것도 없는 여정이라 휴게소(횡성, 문막, 여주)마다 쉬어가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 여행후기
(1) 이번 여행에서 영동고속국도와 동해고속국도를 왕복하면서 느낀 점은 자동차들이 너무 과속을 하고 있었다. 특히 동해고속국도는 내 차가 시속100Km의 정속주행을 했지만, 몇 대의 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들이 내 차를 추월하고 있었다. 영동고속국도도 반 이상이 같은 상황이다. 죽을 똥 살 똥 달리는 자동차경기장이다. 이 행성을 그렇게 빨리 하직하고 싶은 모양이다. 철 좀 들어야 하겠다.
(2) 양양5일장과 이효석축제장에서 상품 가격이 도시지역 못지않게 비싸다. 시골인심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시사람들을 봉으로 보고 있지만, 그들은 저들의 머리위에 앉아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끝내는 외면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시설비나 초기비용이 많이 들었겠지만, 처음부터 큰 이득을 보려고 덤비는 것은 거래의 속성을 모르는 것이다.
(3) 여행 중에 심사가 편치 않는 꼴도 보았지만, 오랜만에 내자와 여유 있는 여행이었다. 언제 또 오게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여행일 것이라는 생각이 가끔 드는 것은 나이가 먹어가는 탓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