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하다고 비난하지 마라 진딧물에 둘러싸인 식물 같은 얼굴보다 낫지 않은가 무지 슬픈데 견디기 힘든 나날인데 그것을 얼굴에 줄줄 흘리고 다닐 순 없으니 인상만 쓰고 살 수는 없으니 표정 관리도 하고 세상 살아야 하니 별일 없는 듯 어울려야 하니 아무렇지 않은 척 세월 보내야 하니 그렇다고 억지로 낄낄대며 살 수는 없으니 위선 떨며 살기는 싫으니 플러스 마이너스 합이 제로가 되듯이 무표정한 얼굴이 되는 것 그러니 무표정한 얼굴도 참 인간다운 얼굴 아닌가 눈물나게 노력하는 얼굴 아닌가 비온 날 종일 굶은 길고양이 같은 얼굴보다 낫지 않은가 그러니 너무 나무라지 마라 그도 용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