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전교 1등은 뇌구조가 다르다?
고등학교 1학년 9명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로 3차원 촬영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국영수 점수를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 결과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전전두엽 앞부분, 즉 이마 바로 안의 회백질이 두꺼운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대 인지신경과학센터 Stephen Fleming 박사가 2010년 9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부위는 자신을 성찰하는 능력, 즉 메타인지 능력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 메타인지는 IQ보다 성적을 더 잘 예측한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 마르셀 베엔만(Marcel Veenman) 교수가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IQ는 성적을 25% 정도 결정하는 반면, 메타인지는 40% 정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적인 것은 IQ는 훈련을 통한 향상이 제한적이지만, 메타인지는 훈련을 통해 성공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 학습법 비교실험: 셀프테스트 VS. 재학습
취재진은 메타인지 전공자인 콜럼비아대 심리학과 리사 손 (Lisa Son) 교수와 아주대 심리학과 팀과 함께 인천 하늘고 1학년들을 대상으로 공부법을 비교실험했다. 1학년생들에게 단어쌍을 읽고 외우게 한 뒤, 한 번은 다시 읽기(재학습)을 하고 다른 한 번은 퀴즈를 풀 듯이 셀프테스트를 하게 했다. 이와 함께 자신이 몇 점을 받을 것 같은지, 예상점수를 적어내게 했다. 실험 결과, 학생들의 예상점수는 재학습의 경우가 높았지만, 실제 점수는 셀프테스트가 10점이나 높았다. 셀프테스트는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를 확인하는 메타인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10점의 성적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쉽고 편한 공부는 없다”
그러나 셀프테스트가 더 나은 학습법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재학습을 선호했다. 콜럼비아대 심리학과 리사 손 (Lisa Son) 교수에 따르면, 학생들이 셀프테스트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틀리면 받을 스트레스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재학습을 선호하는 이유는 읽었던 것을 또 읽으면 알고 있다는 착각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셀프테스트가 진짜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재학습이 좋은 공부라고 착각하고, 재학습을 하면서 공부가 잘 된다는 착각을 한다. 자신의 공부를 바라보는 메타인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쉽게 배운 것은 쉽게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 전교 1등 공부에는 메타인지가 숨어있다
그렇다면 전교 1등의 공부에는 어떤 메타인지가 숨어있을까? 취재진이 관찰카메라를 통해 인천 하늘고 전교 1등 강수완 군의 공부를 촬영한 결과, 강 군의 공부에서 셀프테스트 등 메타인지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메타인지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자기 공부를 바라보는 자기평가, 둘째, 스스로 학습전략을 만들어내고 그 학습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자기조절로 나뉘는데, 취재진은 강 군의 공부에서 두 가지 요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 메타인지 = 자기주도학습
아주대 김경일 교수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자기주도학습은 상당부분 메타인지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자기 공부를 자기가 바라보고,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를 알고, 거기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 문제점을 보완할 전략을 스스로 찾아내는 메타인지가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 “메타인지는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메타인지와 공부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메타인지와 학습 Metacognition and Learning”이라는 학술지까지 생겨났다. 메타인지는 적절한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고, 학생시절의 공부를 넘어 평생의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이 메타인지를 정규 교과과정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부
■ 인지과학이 밝혀낸 ‘궁극의 공부법’
인천 만수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한 장짜리 과학 지문을 내주고 7분 동안 외우게 했다. 한 팀은 7분 동안 한 번 더 외울 시간을 주고, 다른 한 팀은 외운 것을 7분 동안 기억에서 떠올려 적는 서술형 시험을 보게 했다. 5분 뒤 단기기억 시험에선 ‘61점 대 55점’으로 공부-공부팀이 이겼다. 하지만, 1주일 뒤 장기기억 시험에서는 45 점 대 53점으로 공부-시험팀이 역전에 성공했다.
수동적으로 다시 읽기만 하면 배운 것이 단기기억에 있다가 사라지지만 능동적으로 기억에서 꺼내는 노력을 하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입력시켜 놓기만 하면 100% 저장해 놓는 컴퓨터와 달리, 사람의 뇌는 기억에서 꺼내는 노력이 있어야 배운 것을 장기기억으로 옮겨 저장해 놓는다. 따라서 효율적인 공부법은 머리에 많이 집어넣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꺼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기억 꺼내기 노력’이 인지과학이 밝혀낸 ‘궁극의 공부법’이다.
■ 분산학습: 배운 것을 많이 되새김질 하게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인천 하늘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어려운 GRE 단어 40개를 외우게 했다. 20개는 4분 공부한 뒤 휴식을 갖는 방식으로 5번, 총 20분 동안 외우게 했고, 다른 20개는 쉬지 않고 20분 동안 외우게 했다. 5분 뒤 시험에선 두 방법 모두 평균 95~6점의 점수가 나왔다. 두 번 모두 100점 받은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주일 뒤 시험에선 중간중간 쉬면서 외운 단어들은 54점이었고, 쉬지 않고 외운 단어들은 33점이었다. 공부시간을 나눠서 꾸준히 공부하면 그때마다 기억 떠올리기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벼락치기 학습(massing)에 비해 장기기억으로 훨씬 많이 넘어간다. 인지과학자들이 ‘분산 학습(spacing)’이라고 부르는 공부법이다. 벼락치기 단기기억 공부법으로도 당장의 시험은 100점을 받을 수 있다. 중간고사 대비 단기학원에 아이를 보내도 100점을 받아올 수 있다. 그러나 좋아할 일은 아니다. 장기적으론 장기기억으로 공부한 학생들을 따라
갈 수 없다. 입시는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 전교 1등은 장기기억으로 공부한다.
취재진이 인천 만수고 2학년 전교 1등 학생과 하늘고 1학년 전교 1등 학생의 공부를 관찰한 결과, 2명 모두 장기기억 공부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등교시간에 학교로 걸어가면서 시간표를 떠올린다. 지난 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를 기억에서 떠올려 보는 것이다. 기억이 잘 떠오르면 좋고,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도 아침 자습시간에 다시 찾아본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 심리학과의 헨리 로디거(Henry Roediger III) 교수는 기억을 떠올리는 데 실패해도 좋다고 말한다. 기억 안 나는 것을 다시 찾아보는 올바른 피드백만 있으면 훨씬 기억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배운 내용이 이미 알고 있던 내용과 연결되면서 조직화되고 기억이 강화된다. 아침 자습시간에 1등 학생이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억에서 떠올리려 애쓰는 이유는 오늘 배울 내용과 연결시키기 위해서이다. 컴퓨터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보들을 무질서하게 저장해 놓아도 100% 기억하지만 사람의 뇌는 기억 꺼내기를 통해 서로 연관이 있는 정보들을 연결하고 조직화해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부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
실험1의 경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지문을 같은 시간 동안 공부했는데, 전교 1등은 30개 중에 24개를 기억하고 어떤 학생은 10개 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장기기억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장기기억에 많은 것을 남겨 놓은 학생은 새로운 것을 배웠을 때, 연결시킬 것들이 많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반면 단기기억으로 공부한 학생은 장기기억에 연결할 것들이 적기 때문에 연결시킬 것도 적고 기억에도 불리하다.
공부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 마치 밑천이 적으면 열심히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적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 학원이 장기기억 공부를 방해한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학생들은 분산학습이 더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학생들이 분산학습을 훨씬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분산학습을 하면, 지난번에 외웠던 것을 상당부분 까먹게 되는데, 그 때마다 공부가 잘 안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 몰아치기 공부를 할 때는 방금 전에 외운 것을 또 반복하게 되기 때문에 공부가 잘 되는 듯 한 착각이 생겨 기분이 좋아진다. 학생들이 분산학습을 힘들어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학원에서 굳어진 공부습관이다. 상당수 학원들이 몰아치기 방식의 공부를 시킨다. 진도는 빨리 나가야 하고, 시간은 없기 때문에 쉬는 시간 없이 서너 시간씩 연속 강의를 하는 학원들도 많다. 이런 공부에 익숙해지면 분산학습을 하기 어렵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지만 장기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는, 비효율적인 공부습관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많이 입력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배운 것을 되새김질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진짜 공부는 배운 내용들을 기억에서 꺼내보고,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전교 1등이 하고 있는 공부처럼.....
=> 실제로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메타인지를 공부에 활용하는지 살펴본다.
수업노트를 꺼내 공부를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 지우개를 사용해서 '지워가며' 정리를 시작한다.
지운자리에는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정리를 한다.
이것은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첫댓글 역시 메타인지!!는 정말 공부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네요~~
구근회 소장님의 나만의 정리 4단계가 떠오르네요~^^
정말 가장 좋은 나만의 학습 방법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만의 정리.. 저도 한 번 봐야겠네요
구근회 소장님 메타인지 강조하신게 정말 근거가 있는 얘기였군요!!
메타인지는 저도 들어봤습니다. 업무를 하는 와중에도 메타인지를 유념하면서 하고있는데요. 분명히 능률이 오릅니다. 해보세요!
'안보고 설명할 수 있을때까지' 한 마디에 많은 뜻이 담겨있다는 걸 알수있습니다 ^^
구근회 소장님 이 강의 일정 어디서 알 수 있을까요ㅠㅠ
@김선이 강연안내 게시판에서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김은주_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