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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길 : 영어교육 길찾기 스크랩 성급한 검정교과서 도입, 현장 혼란 나몰라라
한뜰 추천 0 조회 29 12.05.20 23:4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성급한 영어 검정 교과서 도입, 현장 혼란 나 몰라라
-2009개정영어교육과정을 위한 제언
한희정 (lifenamoo)

 

올해 처음으로 초등학교 3,4학년에 영어 검정교과서가 도입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영어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수업 시수를 1시간씩 늘려 2010년부터 적용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2008년 12월에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는데 어떻게 1년 만에 새 교육과정에 맞는 교과서를 개발하고 학교 현장에서 실험해 보고 수정할 수 있나 궁금했는데 방법은 간단했다. 교과서를 민간 출판사가 개발하는 검정체제로 바꾼 것이다. 지난 2010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3,4학년 각각 14종의 영어 교과서를 선정했다.

 

  
▲ 초등학교 영어교육 이렇게 좋아집니다? 수업시수가 늘어나서 학교 교육만으로는 충분하다는 교과부의 2008개정 영어교육과정 홍보사이트. 그러나 교과부는 지난 5월19일 강화된 영어 교육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방과후 학교를 통해, 인터넷 교육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공교육 강화 사교육 경감 선순환'방안을 발표했다.
ⓒ 한희정
2008개정영어교육과정

 

영어 검정 교과서가 현장에 도입된지 석 달도 체 되지 않았지만 현장은 아우성이다. 먼저, 전입생에게 줄 교과서가 모자란다. 학교마다 채택한 교과서가 달라서 전입생이 오면 새 교과서를 줘야 하는데 이게 모자라 예산을 더 들여 사 놓아야 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전입생들은 검정교과서마다 배우는 단원이나 어휘의 내용이 달라서 가뜩이나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기 힘든 상황에서 또 새로운 교과서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한 학습 내용의 중복이나 누락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둘째,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이다. 영어 교과서는 종이책과 전자책이라는 시디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현 시디에는 불법 복제를 하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경고 문구가 있다. 초등 아이들은 시디를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국정 교과서 시디를 쓸 때는 아이들끼리 빌려서 복사를 해 쓰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시디가 망가지면 다시 사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학습 자료로 제시하는 파일들도 모두 저작권 보호를 위한 pdf 파일이어서 교사가 학교 상황에 맞게 편집이나 수정을 해서 사용할 수가 없다.

 

셋째, 학교마다 다른 교과서 때문에 교사들도 이중 삼중의 수업 준비 부담을 갖게 되었다. 한 해 수업한 결과는 고스란히 다음 해 수업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피드백된다. 또한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들을 만들어 쓰는데 이 역시 교과서마다 다르기 때문에 해마다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넷째, 3학년 교과서는 검정에 통과했지만 4학년 교과서는 통과하지 못한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일선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어떤 대책도 없다는 것이다. 3학년에는 A출판사의 교과서를 사용했는데 이 출판사가 4·5·6학년 교과서 검정에서는 한 학년이라도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교과서 집필진마다 나름 학년별 체계를 구성하고 교과서를 집필할텐데 학년마다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를 사용한다는 것은 교육과정의 내용 구성상 아이들과 교사에게 이중의 부담을 주는 일이 될 것이다.

 

  
▲ 4학년 1학기 1단원 F와 V의 음가를 배우고 바로 afternoon, evening 같은 단어를 듣고 쓰는 딕테이션 문제가 나온다. 이런 교과서가 검정에 통과되어 일선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 한희정
영어검정교과서

 

이는 모두 검정 교과서를 더 먼저 도입했던 중등과는 다르게 초등은 전입학률이 높고, 거주지 내 학구에 배정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초등학교의 현실과 특성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볼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충분한 검정 기준일 것이다. 모출판사의 4학년 1학기 1단원 교과서에는 afternoon, evening, eleven 이런 단어를 듣고 쓰는(dictation) 문제가 나온다. 교육과정에도 위배되는 교과서가 버젓이 검정에 통과된 것이다.

 

  
▲ 모출판사의 출판물 표지 이 출판사는 2종의 교과서가 3,4학년 검정에 모두 통과했다. 최다 합력, 점유율 1위라는 선전문구가 뚜렷이 보인다. 이런 점유율 최다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플래쉬 카드를 비롯한 교수학습자료를 지난해부터 무료로 학교에 배송시켜 물의를 일으킨 출판사다. 이렇게 공을 들였건만 교과부 정책에 따르면 3년짜리 교과서일 뿐이다. 2014년부터는 2009개정에 의거한 새교과서를 사용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니, 도대체 이 손실은 어디서 메울까? 결국 사교육 시장을 보고 뛰어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 한희정
영어검정교과서

 

결국 무리한 개정을 추진한 교과부는 교과서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민간 출판사에게 전가한 셈이고,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영어교육시장에서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 검정 통과라는 미끼를 보고 달려든 출판사는 채택률 높은 몇 몇 출판사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연구개발비용도 건지지 못하게 되는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떤 출판사는 교사용 교수자료를 무료로 보내주는가 하면 어떤 출판사는 200여 만원을 들여 구입해야 한다고 한다. 영어 사교육 시장을 보고 뛰어든 출판사마다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각양의 판촉 전략을 사용할 것이고 결국 다양한 영어 교과서가 아니라 자본력이 우수한 출판사의 교과서만이 살아남게 되지 않겠는가? 이는 학교 교육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는 현실의 한 단편이다. 학교 교육에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것이 어떤가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이미 드러난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의 비리는 공교육에서 권력과 결탁한 민간 자본이 어떻게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5월 26일에 있을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및 영어과교육과정 개정 방향 공개토론회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쓴 기사입니다.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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