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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QC의 꿈
최우선적으로 건설현장에서 그렇게 취급하는 데에는 적든 많든 레미콘 업계에서 스스로 그렇게 만든 원인제공을 어느 정도는 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제라도 건설현장에서 그렇게 취급하든 말든 개의치 않고, 우리 품질관리자들 스스로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레미콘을 제조하고 납품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만 하였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취급당하는 일에는 분명 우리 스스로 그렇게 만든 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분명 레미콘 회사에서 품질관리를 한다는 것에 대해 낭만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한 때는 단팥빵 얘기를 하며 배합의 정형화에 크게 반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나의 의견에 동감하는 사장님이나 임원, 간부들 중 그것을 악용하여 지속적으로 시멘트의 양을 줄일 것을 요구하거나 옆 동네 운운하며 사람 성질 박박 긁는 일이 종종 발생하였다. 내가 주장했던 배합의 자율성은 그 의미가 퇴색한 것이다.
그때부터였을까? 나에게는 올바른 배합 문화 조성운동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베이게 되었고, 그것은 곧 투쟁이 되었다. 내가 내 할 일을 정당하고도 올바르게 하기 위하여 회사와 싸우고, 사람들과 싸워 나갔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나의 외로운 투쟁은 이직률 상승으로 귀결되었는데 따지고 보면 조직 내에서 아군이 아닌 적군처럼 구는 직원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직장을 옮기거나 떠나는 일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정작 괴롭고 힘들었던 것은 이직이 될 때마다 진득하게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오해하면서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고, 나는 줄곧 그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왔던 지난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배합설정권한은 품질관리부서장에게 있고, 배합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원부재료의 선택도 품질관리부서장에게 줘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다.
원가절감을 시멘트의 양 조절과 값싸고 저질스러운 원부재료 적용으로 생각하는 회사는 곧 암덩어리다. 암덩어리와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근무했던 회사 중 한 곳에서 원부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배합을 조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그것이 말을 빙빙 돌렸지만 공학적으로 정당하게 가 아닌 무조건적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였기에 반발을 하였으나 나의 주장은 높디높은 오너 일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품의 판매단가를 올리는 것이 맞건만 동종업계끼리의 경쟁관계를 운운하며 원부자재 자체가 그리 좋은 것을 쓰는 것도 아닌데 판매 단가는 낮추고 제조원가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더 이상 답이 나오질 않는다.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계가 이런 것일까? 분명 아닐 것이라고 감히 단정 지어 보았다.
지금 잠시 레미콘 품질관리직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해보면서 지난 회상을 해보니 '잘 그만두었다'가 아닌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만 든다. 이 점은 다른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레미콘 산업계에도 분명 희망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레미콘 아스콘 등 품질관리자가 다른 직업에 비해 우대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대우는 받아야 한다. 그 대우라는 것은 돈뿐만이 아니라 배합의 절대적 권한과 원부자재 선택 결정권한 등을 의미한다. 물론 이 점을 KS심사 항목에서 보장하고 있고, 시스템인증 또한 맥락이 비슷하나 업계에선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 관계가 주어져야 하는 점이 다르다.
불특정 시기에 진행되는 시판품 조사에서 굳이 형식적이고 표준적이며, 사람 힘들게 하는 조사가 아니라 품질관리 부서장과 유기적이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건설현장 또한 공장점검 시 무슨 일만 있으면 영업책임자 또는 회사의 공장장이나 심지어 오너를 찾아서 개선점을 얘기하는데 들어보면 십중팔구 품질관리부서에 도움 되는 얘기는 없다, 좋은 품질의 레미콘을 받고 싶다면 그러한 방법이나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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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느 직장이든 스트레스 받는 것은 사실이나 레미콘 회사처럼 받지는 않을 거예요. 품질에 "품"자도 모르는 경영자 및 관리자와 일하면서 나홀로 짊어지고 가야하는 현실.... 안타까운데 그만두지 못하고 일하는 이유는 아실겁니다. 다들 힘내시고 화이팅 합시다.!!!
상욱 형님도 스트레스 너무 받지 마시고 홧팅하세요~~ 약주도 조금 줄이세요.....
공감되는글 잘보고 갑니다~
오랫만에 카페에 들어와보니 이런글이 있었네요
나도 레미콘 시험실장 그만두고 지금은 건설현장
시험실에 있습니다.
하루하루 매시간이 긴장의 연속인 레미콘 시험실장과 비교해보면 크게 긴장되거나 스트레스가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일했던 레미콘사의 제품을 내가 시험하고 회차도 하고 그런다는 것인데...
그래도 애정이 남았는지 오지랍인지 해결책을 알려줘도 답이 안나온다는게 문제
하절기 강도가 하락하고 있어서 혼화제성능을 높이라 했더니 생산에서 그러면 믹서가 과부하를 받아서 안된다나....
품질 관리자의 스트레스는 원가 절감이라는 오너와 영업들의 무지한 결과의 산물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영업은 경쟁사와 비교하며 자기 자신들의 무능력은 거론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말하는 태도들이 참 ~ 회사도 이익이 있어야 운영이 되겠지만 요즘은 그 행태가 점점더 심해지는것 같습니다. 60프로 65프로 단가로 납품하면서 남기는 장사가 됩니까? 으이그 ~ 참 ~ 할말은 많지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힘내시고 화이팅 하십시요 ~ 품질관리의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시다 보면 좋은 시절 오겠죠 ^^ 홧팅 입니다.
좋은 배합으로 현장 보내도 못받아 먹는 현장도 많아요. 어디서 부터.. 누구의 잘못이 된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