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조예진 엄마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과 같이 저도 우리 아이 하나 보며 열심히 일하며 살았습니다. 남한테 나쁜 짓 안 하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살아온 대가가 너무 허무한 우리 아이의 억울한 죽음이라니.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 없고, 우리 예진이는 외동이라 항상 외로운 아이였습니다. 맞벌이 부모라 친정 부모님 손에 자라서 유독 친구들과 같이 하는 걸 좋아했고, 혼자서 외롭게 자라서 독립심도 누구보다도 많아 대학생이 되면서 바로 독립해서 혼자서 대학교도 마쳤습니다. 언제나 입버릇처럼 자기가 알바 해서 월급 줄 테니까 저한테 일 그만 두고 쉬라고 하던 정말 너무 고맙고 이쁜 딸이었습니다. 그런 아이가 친구들과 이태원에서 나란히 제 곁을 떠났습니다.
누구는 아이가 별이 됐을 거라고 하고, 누구는 하나의 우주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닙니다. 우주도 별도 다시는 내 곁에서 엄마하고 불러줄 우리 딸이 될수 없어요. 아이의 장례식날은 제 생일날이었습니다.
다시는 불러도 대답이 없고, 만질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는 내 새끼.
세상에서 가장 참혹하고 고통스럽다는 참척의 슬픔도 사람의 일인지라 세월이 지나면 어떻게든 일상으로 돌아오고, 결국은 살아지게 되겠지만, 그 과정을 너무 초연하게 시간이 약이라고 듣는 것이 너무 힘들고, 나와 같은 슬픔을 지닌 유가족들과 우리에게 남은 생을 아이들을 위해서 더 잘 살아야만 할 의무를 가지고 말도 안 되는 거창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 곁을 떠난 아이를 위한 작은 일이라도 이 일의 끝이 없어 중간에 주저 앉을 수도 있지만 힘내서 유가족들과 같이 진실의 끝을 향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허망하게 가버린 아이의 이름, 머릿결, 잠버릇, 아이가 안겼을 때 냄새, 아이가 자주 하던 말, 엄마 부를때 표정, 좋아하던 음식, 신났던 순간 등 아이의 모든 것이 너무 그립습니다.
특별법 제정으로 아이의 마지막을 알고 싶습니다.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계속 생각합니다. 제발 고통의 시간이 길지 않았기를. 제발 제발 아이가 기절하듯이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기를. 차가운 길바닥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엄마 아빠를 찾다가 아프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기를. 그거 하나만 매일매일 빌고 빌고 또 빌며 종교도 없는 기도합니다.
조예진 엄마 박지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