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고등학교, 시작은 언제였을까?

[김종문 목사]

인천의 고등학교, 시작은 언제였을까?

인천 고등학교 이야기 ①제물포고와 인천고의 탄생

  

인천의 고등학교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과거 명문고로 이름을 떨친 제물포고등학교나 가장 오래된 학교로 유명한 인천고등학교의 시작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935년에 개교한 인천부립중학교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1948년 7월 인천중학교 2학년 3반 학생들의 모습. 현재의 제물포고등학교가 있는 웃터골이다. (사진제공: 심재갑 선생님)

인천부립중학교는 오늘날 제물포고등학교가 있는 웃터골에 1936년에 새로 학교를 짓고 자리를 잡았는데, 개교 당시에는 오늘날 동인천 학생문화회관이 자리하고 있는 과거 축현초등학교(당시 인천공립심상소학교)에서 1년간 교실을 임대해 수업을 했다. 1940년대 일제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은 고등학교 과정이 없었다. 초등학교 6년 졸업 이후 중학교에 진학하면 5년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을 가는 시절이었다. 1946년 해방 이듬해에 중학교 5년제가 6년제로 바뀌면서, 인천에서 당시 공부 좀 한다는 수재들은 모두 인천부립중학교, 즉 인천중학교로 진학했다.
거기서 6년을 마치고 대학을 진학했던 셈이다. 인천중학교는 그때부터 1971년 강제 폐교가 될 때까지 인천의 명문중학교로 이름이 높았던 학교이다. 오늘날 제물포고등학교를 졸업한 주변의 어른들을 보면 한결같이 ‘인중-제고0회’ 하는 식으로 모임을 갖는데, 왜 하필이면 ‘인중-인고’가 아니라, 또는 ‘제중-제고’가 아니라 ‘인중-제고’의 결합이 되었을까. 인천중학교와 제물포고등학교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같은 인천 사람으로서 평소 참 궁금하던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1946년, 인천중학교가 6년제로 바뀌던 해에 1학년으로 입학했던 ‘심재갑’ 어르신의 입을 통해 당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주 드라마틱한 당시의 교육 제도에 대해, 그리고 제물포고등학교와 인천고등학교의 시작에 대해 알 수 있다.

▲ 1946년 인천중학교 6년제에 입학하여 인천중 6학년이던 1951년 11월, 학제 개편에 따라 인천고로 옮겨 약 4개월 후 인천고 1회로 졸업하신 심재갑 어르신.

1950년 6월 20일, 당시 해방 이후 인천중학교 교장으로 인천 교육계에 명성이 자자했던 길영희 선생님은 6년제 중학교가 중-고로 분리되어 각 3년제로 학제가 개편될 것을 예견해 웃터골 인천중학교 교정에 ‘인천고등학교’ 현판식을 갖고 고등학교를 개교했다. 문리과 94명의 입학생까지 받은 터였다. 그러나 불과 5일 뒤에 6․25 전쟁이 터지면서 인천은 전쟁의 한복판에 놓이게 되었고, 그 와중에 1951년 3월, 부산 피난 국회가 교육법을 개정하여 중등학교는 오늘날과 같은 ‘6-3-3-4’ 단선제로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당시 6년제 중학교들이 1951년 6월부터 중․고등학교로 분리, 독립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인천중과 함께 설립되었던 인천고등학교의 교명은 지금의 문학정보고에 위치하고 있던 인천상업중학교가 가져가게 되었다.
즉 6․25 전쟁이 터지기 5일 전에 인천중 내에 설립되었던 인천고는 취소되고, 인천상업중학교가 3년제 인천고등학교로 바뀌었다. 전쟁통에 결정된 일이라고나 할까. 당시의 사정을 정리할 수 있었던 길영희 선생님은 제주도에 머물고 있던 터라, 손쓸 틈이 없었고, 당시 인천상업중학교 교장이었던 분은 인천상업중학교를 인천고로 바꾸기를 희망하여 이렇게 정부의 결정이 끝나버렸다. 그로 인해 6년제 인천중학교는 3년제 인천중학교로, 6년제 인천상업중학교는 3년제 인천고등학교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1951년 당시 인천중학교에 다니고 있던 4, 5, 6학년 학생들은 모두 인천고등학교로 강제 배정되어 전학을 갔고, 인천상업중학교에 다니던 1, 2, 3학년 학생들은 거꾸로 인천중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즉 중학교 1, 2, 3학년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인천중학교로 옮기고, 중학교 4, 5, 6학년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인천고등학교로 보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1950년에 계획된 길영희 선생님의 ‘인천중-인천고’의 청사진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1948년 인천상업중학교의 3학년 학생들의 모습 (출처: 인천고등학교 홈페이지)

이렇게 1951년 당시 인천중학교 4, 5, 6학년 학생들은 졸지에 인천상업중학교 4, 5, 6학년 학생들과 같이 인천고등학교라는 학적으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1951년 인천중 6학년이었던 학생들은 그해 11월에 인천고로 학적을 옮겨 이듬해 3월에 인천고 1회 졸업생이 되었다. 인천상업중학교의 전신은 알다시피 1895년에 설립된 관립 한성외국어학교이다.
우리나라 공립학교 중 가장 오래된 학교이지만, 역시 상업중학교였기 때문에 1951년 이후로 3년제 중학교 졸업 이후 인천고로 진학을 하게 된 인천중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들은 이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인천중의 우수한 학생들이 인천고로 가게 되는 것을 안타까워 한 까닭이다. 이후 인천중학교로 돌아온 길영희 선생님 이하 인천중학교 재학생, 동문들은 모두 인천중 내에 병설 고등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에 따라 개교하게 된 것이 바로 제물포고등학교이다.
‘인천’이라는 명칭을 대신해 ‘제물포’라는 교명을 쓰게 되었고, 이후 ‘인천중-제물포고’의 기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1954년 8월, 제물포고등학교는 인천중학교 내에 학교를 세워 당시 인중 출신의 타 고교 진학생들을 데려 와 54명의 학생들로 입학식을 치르며 그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 인천에서의 고등학교의 시작은 1951년이며, 인천고와 제물포고의 탄생에는 이와 같은 숨겨진 일화가 담겨 있던 것이다.

글․ 사진 이동구 광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