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기자단 김은배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온 마을활동가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더위가 한창인 8월, 청소년을 위한 공간 ‘딩가동 2번지’에서 김구연님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청소년만을 위한 삶을 사실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그 이유와 청소년을 위한 중랑 마을 캠퍼스 꿈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 마을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청소년을 위해 마을에 뛰어들었어요. 청소년은 누구 하나가 온전하게 살펴주고 돌봐줄 수 없죠.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청소년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마을과 연계하고 마을 속에서 정보를 얻고 협력하고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데에는 여러 손길이 필요합니다. 마을의 다른 기관이나 좋은 어른들이 함께하는 것에 저도 하나의 보탬이 되는 거라 생각해요.
저는 전문 상담사도 아니고 청소년들을 가르칠 정도의 학식이 있지도 않습니다. 제가 잘 하는 것은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세심하게 살피고 공간에 찾아온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도전하고 조금씩 성장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난 청소년들은 참 다양한 손길이 필요해요. 저의 영역이 아닌 것이 필요할 때 마을에서 함께 하시는 자원을 찾아 청소년들과 연결해 주는 것이 마을에서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긴급지원이 필요하면 여러 곳을 두드려 후원을 받을 수 있게 해주거나, 마침 장학금 사업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제안서를 씁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히요. 제가 다 할 수 없어요. 저는 한 부분을 함께 합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청소년들과 함께합니다. 이렇게 함께 할 때 청소년들이 사각지대로 덜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Q. ‘중랑마을넷’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죠?
저는 ‘중랑마을넷’과 함께 성장했어요. 처음 5~6명 모일 때부터 같이 했죠. 제가 청소년 활동을 하면서 힘든 부분은 청소년들과 만나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어도 저의 능력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였습니다. 이런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어서 저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었어요. 고민을 나누고 어려운 부분이나 힘든 부분도 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제가 그런 존재가 되었듯 ‘중랑마을넷’이 제게는 그런 존재예요.
Q. 특별히 청소년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음악으로 선교활동을 했었습니다. 스무 살부터 매주 군부대를 방문해 1년에 60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700회 정도 찬양 선교활동을 했어요. 찬양 선교를 하면서 한 부대를 방문했을 때 만난 분이 소년원 보호 감찰 선생님이셨어요. 그 선생님이 본인이 근무하는 소년원에 한 번 방문해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하셨고, 초청에 응하게 되어 이후로 한 달에 한 번씩 1년 넘게 다녔답니다.
소년원을 다닌 지 3~4개월이 지나면서 소년원 친구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이 친구들의 사연을 들어보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전에는 거리에 다니는 청소년들이 진한 화장과 염색, 담배를 피우거나 욕을 하고 거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이 친구들의 부모님이 얼마나 속상하실까?’라고 부모님 걱정을 먼저 했어요. 그런데 소년원 친구들을 만난 이후에는 ‘저 친구는 무슨 일이 있을까? 어떤 아픔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청소년들을 보는 관점과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이후 청소년들에게 좀 더 관심을 두게 되었고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쉼터, 보육원 등을 방문해 음악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꾸려가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계시죠.
음악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청소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2005년부터 토요 음악 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중화동에서 시작해서 네 번 정도 이사한 후 지금은 묵2동에서 활동하며 청소년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청소년 공간을 운영한 지는 10년 차가 되어가고 있네요.
처음에는 음악에 관심 있는 청소년 한두 명이 오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을 배우러 오던 친구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는 음악을 배우는 시간보다 이야기하고 쉬다 가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죠. 그리고 평일에도 자주 공간에 오고 싶다는 연락을 하더라고요. 이렇게 청소년 친구들을 만나면서 점점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과 언제든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3년에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휴카페 사업’을 알게 되었고, 그 사업을 진행하고자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었어요. 청소년들의 관점에서 공간이 필요해 단체를 만들었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사업을 찾아 진행했어요. 청소년들과 함께하면서 저도 같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답니다.
* 청소년 공간 : 1318 상상발전소와 딩가동 2번지
Q. 활동하시면서 힘드신 것은 없으신가요?
마음 다해 함께해주는 선생님들이 있는데 처우 개선이 안 돼서 선생님들이 떠나갈 수밖에 없을 때 힘들어요. 다른 분야도 힘들기는 하지만, 처우 개선이 가장 더딘 분야가 청소년 지도사인 것 같습니다.
제가 2017년도에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이걸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 때문에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정당한 급여와 생계유지를 위한 급여는 중요합니다. 누구나 생계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이 일을 하면서 봉사만으로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정성을 다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 이상의 마음을 담아 청소년과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청소년 공간이 법적으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공간인데, 청소년 센터나 청소년문화의집 등과 같이 법적인 공간으로 인정되지 않아요. 제가 운영하는 공간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런 공간에서 이곳에서 오히려 사각지대의 아이들이 발견돼요. 어려움이 있지만, 주위 여건이나 자존심 때문에 부족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청소년 공간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서 이런 아이들이 편하게 이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숨은 아픔을 우리가 알게 돼요. 정말 다양한 아이들과 다양한 환경 있어요. 생각지도 못한 환경 속에서 견디고 있는 아이들 볼 때 가장 안타깝고 힘이 듭니다.
우리는 청소년 친구들이 스스로 견딜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함께 합니다. 조금이라도 견딜 힘을 기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달라요. 딱 한 발짝 옆으로 가려고 하는, 이제 막 벗어나려는 청소년과 함께해준다면 그 효과는 엄청나요. 청소년 시기에는 그게 필요해요. 1~2년, 길어야 6년이 인생의 60년 이상을 함께 해줌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Q. 청소년 지도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청소년과 함께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제 파악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의미의 주제 파악이에요. 내가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욕심내지 말아야 합니다. 욕심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어요.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다 해주고 싶은데 하지 못하게 되면, ‘왜 다 해줄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먼저 포기하게 됩니다. 청소년들을 사랑하고 열정만 있다면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먼저 포기하게 된다면 선생님이 필요한 청소년은 선생님을 못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었고 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미미했습니다. 때론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싶어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었어요. 그때 주변에서 ‘잘 하고 있다.’라고 ‘당신이 있어서 이야기하고 웃는 아이들이 있으니 당신이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라고 이야기해주었답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가르치려 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그럴 수 있겠구나!’ 공감해주는 어른이 청소년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힘들었을 때, 어느 날 한 친구가 ‘선생님과 청카는 저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어요. 덕분에 살 수 있었어요.’라고 고백하더라고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판단하지 마세요.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못 미치면 ‘나는 이런 일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라고 판단하지 마세요. 물론 제가 가진 [청소년 지도사가 될 수 있는 기준]이 있기는 해요. 청소년 친구와 크게 싸웠는데도, 돌아서면 그 친구가 예쁘고 보고 싶으면, 그렇게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청카 : 청소년들이 1318의 청소년 공간을 부르는 애칭
Q. 선생님이 꿈꾸는 마을의 모습을 말씀해주세요.
청소년들에게 중랑구 전체가 캠퍼스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디를 가든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공간이 마을 곳곳에 있다면 어떨까요? 어디서나 놀 수 있고,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요리를 할 수 있고, 만화책을 볼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마을 곳곳에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의 허브가 있어서 청소년 누구나 클릭 하나면 자신이 관심 있는 것들을 찾아 쉽게 찾아가서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잠시 쉴 곳이 필요해도 주변에 그런 공간이 없어서 이용하지 못해요. 1318 상상발전소나 딩가동이 있지만, 동네마다 있지는 않죠. 정말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만약 마을의 어른들이 천 원씩만 청소년들을 위해 지원하면 청소년 공간은 동네에 하나씩 운영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행정의 지원 없이 마을에서 운영될 수 있는 거죠.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낙인감(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 가정, 이주 배경가정 등) 없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을에는 청소년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은 각인이 두려워 현재 특정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에 가는 거를 많이 꺼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만, 청소년이 바라보는 세상이 바뀐다면 그 청소년의 세상이 달라지니까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저는 한 번도 청소년들 때문에 힘든 적이 없었어요. 청소년이 처한 환경과 청소년을 둘러싼 잘못된 어른들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있지만……. 혹여 저를 만난 친구 중 한순간 저를 만나 쉼이 되었다면, 버틸 순간이 되었다면, 저의 존재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