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味적인 시장-120]-[해남 읍내장(1,6)·목포 새벽시장] -2023. 12. 8. 금. 경향신문(김진영 작성) 기사-
4년 동안 119개 시장을 찾았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은 다 다닌 것 같다. 아직 밟아보지 못한 곳은 경남의 양산과 밀양, 충북의 진천, 세종시 그리고 충남의 아산과 청양, 공주시와 전남 장성이다. 경상북도는 내륙지방을 제외하기로 했지만 가보고자 했던 곳 중에서 가지 못한 곳은 구미와 예천, 영주, 영천 정도다. 내륙의 겨울 시장은 바닷가 시장에 비해 재미가 없다. 내륙에 있는 시장은 갈 수 있는 시기가 주로 짧게 끝나는 봄, 가을로 한정적이다. 그때를 제외하면 바닷가 시장보다 볼거리가 적다. 해남은 읍내에서 열리는 장(1, 6장)이 가장 크다. 규모가 그보다 작아도 우수영 오일장(4, 9장)과 남창장(2, 7장) 또한 볼만한 장터로 알려졌다. 해남의 장터는 재미있다. 전라도의 다른 장터와 비교해 봐도 수산물이 압도적으로 많다. 양도 양이지만 종류가 많고 가격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장이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는 아침 8시가 지나면서 어물전에 생선이 도착한다. 경매받아서 온 것부터 해서 마을 앞 바닷가에 설치한 그물 털어서 온 듯한 생선까지 크기와 종류가 다양한 수산물이 좌판에 깔리기 시작한다. 값은 일반 도시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가격이다. 커다란 매운탕용 참돔 몇 마리가 2만원이면 된다. 1m 되는 삼치도 단돈 5만원이다. 낙지 파는 곳도 많았다. 낙지도 좋고 삼치도 좋지만 꽃게도 으뜸이다. 막 판을 벌인 꽃게 파는 곳에서 가격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가격이 아니었다. ■ 바다의 계절은 육지보다 늦게 변해 12월이 가을 제철 수산물 맛볼 때 ■ 꽃게·대하·농어 등 저렴하게 판매 투석식 굴, 작지만 씹는 맛 더 좋아 ■ 전어 7마리에 가오리까지 덤으로 주는무뚝뚝한 말투 뒤 푸짐한 시장 인심
11월 말을 사람들은 가을이 아닌 겨울로 여긴다. 두툼한 옷을 꺼내 입기에 겨울로 안다. 바다의 계절은 그보다는 한 발자국 뒤에서 바뀌어 이제야 가을이다. 겨울에 맛있는 수산물에 이제 겨우 맛이 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가을에 맛있다고 하는 것들은 지금이 제철이다.
바다에서 가을을 대표하는 것들이 맛으로 빛나는 시기가 육지의 겨울 초입이다. 여름에 산란을 마친 꽃게는 겨울나기를 위해 살을 찌운다. 좌판에는 농어, 장대, 전어 등이 즐비하다. 1kg당 2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농어는 횟감으로 써도 좋을 정도로 선도가 좋았다. 횟감보다는 손질해서 전을 부치거나 구우면 이보다 맛난 것이 없다. 지금은 광어나 농어 등이 맛있다. 자연산 대하도 10마리에 2만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1월 대하는 향이나 맛이 최고다.
시장은 생새우, 황석어와 조기 새끼 파는 곳이 많았다. 김장에 쓸 재료다. 김칫소를 만들 때 새우나 황석어를 갈아서 넣는다고 한다. 전라도 김치의 맛은 젓갈도 한몫하지만 갈아서 넣는 생선 또한 무시 못한다. 씨알 작은 투석식굴도 얼굴을 내밀었다. 이곳에서도 통영에서 온 석화 더미를 놓고 팔고 있다. 통영의 굴은 수하식 굴이다. 수하식은 물속에서 계속 먹이 활동을 하도록 해서 굴을 키운다. 먹이 활동을 쉼 없이 하니 몸집이 크다. 반면에 투석식 굴은 물이 빠지면 먹이 활동을 잠시 쉰다. 알이 수하식에 비해 작다. 작은 대신 향과 맛은 그 이상을 지니고 있다.
올라오는 길에 목포 새벽시장에 들렀다. 시장은 그때와 달리 사람들로 넘쳐났다. 수산물이 깔린 어물전은 해남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서남해의 수산물이 모이는 곳이 목포다. 해남보다 다양한 수산물이 있다. 개중에서 눈에 띈 열기, 실제 이름은 불볼락이지만 열기로 더 많이 불리는 생선이다. 매운탕 재료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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