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 2024.07.05 발제 : 전향진 |
| * 작가 소개 * 1976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에서 단편 소설 「곰씨의 동굴」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우투리 하나린』으로 2019년 제2회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 대상을, 『훌훌』로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 고학년 장편 동화인 『딸기 우유 공약』, 『우투리 하나린 1 : 다시 시작되는 전설』, 『우투리 하나린 2 : 멈춘 시간에 갇힌 몸』이 있고, 주니어 소설 『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 『용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등이 있다. |
혈통이 있는 개도 아니고, 딱히 귀엽거나 멋지다고도 할 수 없는, 오히려 장애를 가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떠돌이 개를 지키겠다고 '지구수비대'와 '쓰리걸즈'가 시합을 벌인다. 나름 정정당당하게 '어처구니없는 종목이 아니라 양쪽이 동의할 수 있는 것'으로 하자고 했지만 시합은, 수학을 잘하는 주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종목을 '수학'으로 정하거나, 천식이 있는 아이가 있음에도 '달리기'로 정하는 식으로 이기기 위해 누군가에게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간다. 아이들도 이런 기울어진 시합을 하면서 찝찝하고 불편한 기분을 느낀다. 아이들은 어떤 점이 왜 불편한지를 깨닫고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시합을 할 수 있는지 알고 마지막 시합에서는 에어로켓 시합을 벌이고, 승패를 떠나 한바탕 놀이처럼 모두가 즐기는 순간을 만들었다. 어린이 나름의 방식으로 현명하게 마지막 시합을 벌인 것이다.
성적 등급도 모자라 사는 아파트, 아빠의 연봉으로 등급이 메겨지는 세상에서 어떤 아이는 괜히 마음이 쪼그라들고, 어떤 아이는 친구를 비웃는다. 돈으로 급이 메겨지는 어른들의 셈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세상까지 오염시킨다. 합리와 이익을 따지는 어른 세상에서는 주인이 없는 떠돌이 개를 굳이 내가 보살필 이유는 없다. ("아무튼 안 돼. 위험하고 돈도 많이 들어. 집에는 키울 데도 없고, 유기견 보호 센터 같은 데가 있을 거야." -p.126) 하지만 생명은 합리와 이유를 따질 수 없는 것임을 아이들은 안다. 이미 가족과 헤어진 경험을 한 장군이를 '필요하기 때문에, 쓸모 있기 때문에, 이득이 되기 때문에' 키우려는 게 아니라 그저 또 다시 버림받는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 그것이 진심이고 최선이고 책임이다.
또 아이들은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셋보다는 여섯이 좋다는 것도 안다. 급으로 구분 지을 수 없는 것이 친구이고, 친구는 '우리'일 때 행복하다는 것을.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좋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개를 위한 물건들을 딱딱 준비하고, 누가 빨리 가자고 하지 않았는데도 셋 다 뛰다시피 걷고, 자기를 두고 다른 친구와 저울질하거나 자기 없는 데서 흉을 볼 리도 없는 마음을 다 퍼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p.46-57)) 아이들의 이런 굳건한 마음이 커서도 세상의 급 나누기로 파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병들어 가던 떠돌이 개 '장군'이를 이름처럼 씩씩하게 살게 하고, '캔디'라는 이름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도왔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속세에 찌든 어른인 나도 다시 배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돈이고, 이익일 수는 없다는 것을. 고찬이, 정혁이, 준민이, 수림이, 주희, 민경이가 '장군이 혹은 캔디에게 내 것을 당연하게 베푼 거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도 바라는 것 없이도 그저 내어줄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어른인 내가 '동화'를 읽는 이유를. 아마도 아이들에게 다시 배우기 위해서, 잊었던 어린이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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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나누기
1. 책을 읽고 좋았던 점 / 아쉬운 점
2.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지켜주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3. 사는 곳, 집안 형편, 외모 모든 것을 등급으로 메기는 세상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4. 마지막 (p.216) 고찬이는 캔디에게 무엇이 고마운 걸까요? 아무 조건없이 내어주는 마음을 받은 적이 있는지 혹은 내어 준 적이 있는지.
5. 인상깊은 혹은 마음에 드는 인물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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