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수만리 철쭉 맞이하러 가는 길, 시간을 놓친 걸까.
산쪽이라 늦필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피었다 진 꽃들이 많다.
꽃보다 잎들이 더 많아진 철쭉들.
예전보다 빨리 피어난 듯하다.
철쭉 대신 싱그러운 산야를 즐기기 위해 수만리 커피를 찾는다.
초록으로 치장한 산 능선이 고스란히 보이는 뷰 맛집이다.
커피랑 청귤차를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갖는다.
구름 사이 사이로 파랗게 드러나는 하늘이 투명하다.
담소를 나누고 나오는 길 바우정원 안내판이 보인다.
한 번 걸어 볼까
쉽게 생각하고 들어 섰는데 우와, 생각보다 길이 미로처럼 길고 깊다.
카페 아랫 자락 초입에는 멋스런 연못이 있다.
제법 많은 붉고 노란 금붕어들이 요리조리 헤엄치고 있다.
파란 화살표가 그려진 길을 따라 가니 거대한 암벽들 사이로 돌계단이 놓여져 있다.
자연스럽게 놓인 것도 있지만 일부러 깍아 놓은 계단과 암벽들도 보인다.
어떻게 이리 거대한 돌들이 이곳에 놓여져 있는 걸까?
원래 그 자리에 있는 돌들을 다듬어 놓은 것일텐데.
거대한 암벽들에 놀라움 가득이다.
곳곳에 지어준 이름들도 재미나다.
노루가 와서 놀 것 같다 해서 노루 잠자리, 벼락이라도 맞아 쪼개진 걸까 벼락바우.
여기저기 폐철근을 활용해 만들어 놓인 조형물들도 보인다. 비틀깡통은 어떤 걸까?
내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암벽에는 종이 매달려 있다. 일명 하늘 종.
줄을 당기니 때에영 투박한 소리가 난다.
당장이라도 공연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은 야외 공연장 도토리.
쑥부쟁이 갤러리에는 모닥불을 피운 흔적이 보이고 야전텐트가 세워져 있다.
숲속의 집 올빼미라는 곳도 두 동 지어져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면 초록으로 온 몸이 물들여질 것 같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하얀집도 보인다.
그 모양새가 참 우습다.
옆으로는 한창 공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관계자인 듯 보이는 사람에게 물으니 캠핑장을 조성중이란다.
숲속의 집 대여가 가능하냐고 했더니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여서 캠핑장이 완공되어야 가능할거란다.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나오니 수평창고가 있다.
안에는 갖가지 용구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 있는 도구들로 정원을 꾸미고 있는 걸까.
어떤 이의 집념이었을까.
수년에 걸쳐 다듬어 온 듯한데..
뭐든 미쳐야 한다. 미치지 않고서는 이런 공간을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수많은 땀방울과 손길들이 빚어놓은 아름다운 공간.
그 정성과 노고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저 풍경만 즐기러 들렀을 뿐인 수만리 까페에서 놀랍도록 신기한 공간을 만났다.
산자락으로 펼쳐진 생각지도 못한 널찍한 공간이 신통방통하다.
다음번에 올 땐 곳곳의 이름과 장소를 짝짓기하며 둘러봐야겠다.
발걸음이 닿지 못한 달맞이 쉼터랑 수평계곡도 들러 봐야지.
첫댓글 제주도와 전라북도는 종종 가지만 거의 전라남도 내만 다니는 거 같아요.
평생 전남 내에서 살아 온 것 같은데,,,
이제는 자유로우시니 눈을 전남 밖으로도 돌려 보시지요.
하다못해 충청권까지라도요.
차츰 그렇게 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