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임윤찬과 알솝
[아무튼, 줌마]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2.06.25
지난 한 주는 임윤찬이란 이름의 열여덟 살 청년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한국 청년의 ‘신들린 듯한’ 피아노 연주를 듣고 또 들었지요.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조성진이 우승했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들더군요.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쇼팽 콩쿠르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평이 많지만, 임윤찬이 쇼팽 콩쿠르에 나갔어도 똑같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점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결승 무대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도 압도적이었지만, 저는 준결승 무대에서 임윤찬이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하는 모습에 먼저 넋이 나갔지요. ‘악마의 곡’으로 불릴 만큼 초고난도라 ‘기절기교’로도 불린다는 65분짜리 12곡 전곡을 피아노를 집어삼킬 듯 연주해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로 하여금 일찌감치 임윤찬의 우승을 예감하게 했다지요.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휘몰아치듯 연주하다가도 봄 햇살처럼 건반을 어루만지며 미소 짓는 청년에게서 광기마저 느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루 15시간씩 피아노를 쳤다는 연습벌레. ‘내 실력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콩쿠르에 나왔”을 뿐,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다”는 이 청년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선 발견한 또 다른 감동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마린 올솝. ‘미치지 않고서야 칠 수 없다’는 라흐마니노프 3번을 임윤찬이 완벽하게 소화해내자 지휘대에서 눈물을 훔치며 내려와 안아주던 60대의 그 여성 지휘자입니다. ‘금녀의 영역’이던 오케스트라 지휘대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도전과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나에게 ‘못한다(can’t)는 단어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는 그는 마침내 전설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을 감동시키며 ‘유리 포디엄’을 뚫고 지휘대에 올라 서지요. 짧게 자른 금발에 차이나칼라 정장을 입고 지휘하는 이 여성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어쩌면 임윤찬의 불꽃 같은 연주는 어머니처럼 푸근하게 받쳐주고 통 크게 이끌어주던 올솝과 오케스트라가 있어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뉴스레터에는 임윤찬에 앞서 세계를 놀라게 한 선배 피아니스트 조성진 인터뷰를 배달합니다. 쇼팽 콩쿠르 우승의 중압감을 떨친 뒤 자기만의 색깔로 무르익어가던 젊은 거장의 소탈한 육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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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현욱
2022.06.25 16:30:06
대니 정 연주가 밤마다 CBS 93.9 저녁 10시에 타이틀 곡으로 나오지.. 이 친구 요즈음 뭐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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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현욱
2022.06.25 16:28:56
....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하는 모습을 어느 유튜브에서 악보와 같이 틀어주던데.. 저 악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 저걸 어떻게 연주하지..저걸 어떻게 외우지.. 재즈 연주하는 사람들..특히 색소폰 같은 건.. 그냥 몇 개의 규칙만 알고 그냥그냥 불면 되건만.. 내 색소폰 선생이었던 대니 鄭도 색소폰 악보가 없지.. 그건 자기 마음대로 연주할 때마다 improvization하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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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2022.06.25 12:32:42
클라식은 워낙 고급 음악이라 일반대중들이 쉬이 소화를 못하지만 요즘은 그나마 'Music Therapy' 등 힐링분야에서 대중친화적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악마의 곡'에도 그런 게 있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임윤찬의 피아노 선율도 언제나 그렇게 여겨지는 '그들만의 리그' 속 연주에 머물지 않을까요! 요즘 물가를 잡기위해 금리인상을 두고 자이언트니 빅스텝이니 하는 용어로 불안감을 조성하던대 이 글의 '초절기교'며 '초고난도'같은 표현도 음악과 일반대중들을 더 멀어지게하지는 않을까 싶네요! 건강한 여름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