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해장국>
서울에서도 이런 대단한 음식을 만날 걸로 기대못했다. 간단한 해장국치고는 너무나 깊은 맛, 개운한 맛을 담고 있다.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에서 눈 뜨고 먹어도 될 만한 음식을 만났다. 것도 대표적인 서민음식을 말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장모님해장국
주소 :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 253-1
전화 : 02-379-4294
주요음식 : 해장국
2. 먹은날 : 2020.12.5.점심
먹은음식 : 해장국 8,000
3. 맛보기
건더기는 가득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양념 파를 제외하면 선지와 내장, 시래기뿐이다. 모를 일이다. 이렇게 간단한 재료 속에서 어떻게 이렇게 심오한 맛을 뽑아내는지. 맛이 맑고 깊어서 개운하고 느끼하지 않고, 마지막 한 술까지 그릇을 비우게 만든다. 나주곰탕의 개운한 맛과도 닮아 있다. 서울에서 소문난 집에 가보면 실망할 때가 더 많다. 상업적인 경영이 맛에도 차림새에도 너무나 선명하게 배여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이렇게 마뜩하게 먹을 수 있다니, 푸지고 깊은 인심에 오히려 서울의 저력을 보는 기분이다.
김치를 보면 음식을 제대로 하는지 쉽게 판별할 수가 있다. 이 메뉴는 반찬이 김치뿐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태반이 실패하는 셈이다. 김치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배추김치와 무김치다. 총각김치라기엔 무가 좀 큰거 같고, 무는 약간 생김치 맛인데 무청은 익은 맛인 걸로 보아 섞박지와 무청김치다. 세가지 김치가 나온 셈이다.
셋 다 아주 만족스럽다. 특히 배추김치의 사각거리는 맛은 그만이다. 양념이 진하지 않으면서도 제맛을 다 갖췄다. 해장국과 먹기에 그만이다. 왜 이름 높은지, 은근히 이곳저곳 깊숙한 방에 자리가 많고 사람이 많은지 이유를 알 만하다.
4. 먹은 후
1) 식재료 소의 위 : 양, 처녑, 막창
선지국이 아니라 해장국이다. 주재료는 선지와 양에 시래기이다. 양이나 처녑은 수건같이 생겨 어릴 때는 수건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소고기국에 어쩌다 들어 있는 ‘수건’이 맛이 있고 씹는 식감도 좋아 국을 뜰 때면 수건을 많이 달라 조르곤 했었다. ‘수건’은 소의 네 개의 위 중 1~3번 위다.
소나 양 등 되새김질(반추, 反芻)을 하는 동물은 네 개의 위를 가지고 있다. 반추동물은 반추위(反芻胃)를 통해 되새김질하는 소나 양, 염소, 사슴 등 소목의 포유동물이다.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입으로 되돌려 씹어서 소화가 어려운 식물성 먹이를 소화한다. 반추(反芻)는 꼴을 되돌려 씹는다는 말이다. 지푸라기같은 것을 어떻게 먹이로 삼나, 걱정되는데 이처럼 반추를 하므로 가능한 것이다.
소의 내장은 우선 색에 따라 백내장과 적내장으로 구분한다. 백내장은 위와 창자이고 나머지는 대개 적내장이다. 제1위는 혹위, 제2위는 벌집위, 제3위는 겹주름위, 제4위는 ‘주름위’다. 1위는 양, 3위는 천엽(처녑), 4위는 막창으로 더 알려져 있다. 제1위와 제2위는 반추위다. 입자가 큰 사료를 일단 삼켰다가 다시 입으로 보내 씹은 후 제3위로 보낸다.
제1 위(第-胃)는 혹 모양이어서 혹위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혹 유자를 써서 유위(瘤胃)라고 한다. 삼킨 음식을 섞고, 박테리아의 작용으로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다시 입으로 내보낸다.
식재료로 쓸 때는 양(羘) 또는 양곱창(羘--)이라고 한다. ‘양(羘)’은 살찔 ‘양(䑋)’의 속자로 한국식 한자다. ‘䑋’은 양 양이라고 훈독과 음독을 한다. 살찌다, 곡식이 잘 여물다의 뜻인데, 소 밥통의 고기도 가리킨다. 소 밥통이 통통하고 살찐 것에서 온 말이다.
양은 위의 80%를 차지하는데, 먹이 저장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침에 소화효소가 없으므로 큰 저장고가 필요하다. 200리터가량의 먹이를 10시간 정도 저장할 수 있다.
양은 짙은 갈색 융기들이 굵은 털처럼 발달해 있다. 양을 받치고 있는 좁고 두꺼운 근육조직은 깃머리, 혹은 양깃머리라고 한다. 거칠고 단단한 근섬유 다발로 쫄깃하며 탄력적인 결합조직과 조화를 이루어 저작감(咀嚼感), 씹는 맛이 좋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 담백하며 주로 곰탕, 전골, 구이, 볶음 등에 이용한다.
2번 위는 벌집양(--羘), 혹은 벌집위라고 하는데, 조직이 벌집 모양을 하고 있어서다. 1번 위와 같은 양의 일종이다. 소 위 중에서 가장 작다. 1번 위에 저장한 풀이 부패하지 않도록 발효를 담당하는 곳이다. 또 큰 이물질이 넘어가지 못하게 한다. 양과 마찬가지로 소금과 밀가루를 이용해 비벼 씻은 후 껍질을 벗겨내 조리한다. 거무스름한 색으로 구워 먹기도 하는데, 주로 내장탕에 쓴다.
3번 위는 겹주름위 또는 천엽(千葉), 처녑이라고 부른다. 중판위(重瓣胃)나 백엽(百葉)으로도 부른다. 나뭇잎 모양의 얇은 점막 주름 조직이 백 장, 혹은 천 장이나 있어서 백엽(百葉), 천엽(千葉)이다. 백이나 천은 모두 많다는 의미로 쓰인다.
처녑과 천엽은 모두 맞는 표기법이다. 천엽(千葉)이 연음된 발음인 ‘처녑’을 그대로 표기한다. 수분이 86%이며, 소 전체 위의 7~8%를 차지한다. 음식물의 수분을 흡수한 후 제 4위로 보낸다.
손질하는 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집에서는 거의 해 먹지 않는다. 소의 생간과 함께 생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간처녑 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회로 먹을 때는 초고추장이나 참기름소금에 찍어먹는다. 지방질이 작아서 회로 먹을 때 상큼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전을 부치거나 국, 전골이나 전, 구이, 볶음 등의 요리를 한다. 해장국의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처녑전은 처녑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식용유에 지진 음식으로 처녑(천엽)저냐라고도 한다. 처녑저냐는 손질을 잘하여 만들어 먹으면 고소하며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매력적이다. 처녑은 신선도가 중요한 식재료로 하루 이상 보관하지 않는다. 냉동 보관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4번 위는 주름이 많아 주름위, 주름 추를 써서 한자어로 추위(皺胃)라고 한다. 일반 동물의 위와 같은 작용을 해, 진정한 의미의 위 진위(眞胃)라고도 한다. 제3 위에서 온 음식을 화학적으로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강한 소화액을 내뿜어 산성환경을 가진다. 레닛(Rennet)을 분비하는데, 레닛은 반추동물의 배 안에서 생산되는 효소복합체로서 치즈 생산에 사용된다.
붉은 색을 띠고 있어 홍창(紅-), 위의 마지막이란 뜻으로 막창이라고 부른다. 소 한 마리에서 약 400g 정도로 소량 생산된다.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서 4개 위 중 인기가 가장 높다. 주로 구이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성인들의 골다공증 및 골연화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
2) 한중일에서 먹어
4개 위 중 1~3위는 쓰임이 비슷하다. 3위 처녑도 생으로 먹을 때를 제외하면 다른 용도는 비슷하다. 그러나 생으로 먹을 때 경제성이 더 높으므로 간처녑으로 많이 먹는다.
양과 처녑은 한중일에서 많이 먹는다. 특히 중국에서 많이 먹는데 샤브샤브(훠꿔, 쏴양로우)에서는 거의 반드시 나온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중국식당 샤브샤브집을 가도 그렇다. 중국에서는 모두 ‘바이예(百葉)’라 한다. 우리 백엽과 같다.
일본에서도 양 처녑 요리를 한다 하나 만나보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내장 요리를 그다지 즐기는 거 같지 않다. 중국에서는 매운탕이나 마라탕에도 많이 쓴다. 중국식 매운탕 웨이주로는 사천식 매운 국물에 잠긴 처녑 맛이 일품이다. 여기서는 간혹 선지도 쓴다.
마라탕에서는 주로 꼬치에 꿰어서 탕에 가볍게 데쳐 먹는데, 사천 매운 맛과 향신료 화자오가 어울려 강렬한 맛을 낸다. ‘애정마라탕’이란 영화도 인기를 누렸다. 중국에서 생활하다 온 사람들은 양꼬치와 마라탕을 추억의 음식으로 그리워한다.
3) 이 식당의 국물맛
3번위 처녑은 7~8%, 2번위 벌집양은 그보다 더 작아서 사실 탕으로 주로 쓸 수 있는 것은 1번 위 양이다. 이 식당도 양으로 맛을 낸다. 양과 선지, 시래기가 주재료다. 선지는 맛을 우려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지, 맛이 우러나오는 재료는 아니기 때문이다. 맛은 주로 양으로 낸다고 할 수 있으나, 사실상 양 이외의 한우 부위를 24시간 이상 끓인 국물을 쓴다.
국물맛은 진하고 개운하면서도 깊고, 구수하다. 살짝 된장 맛도 느껴진다. 건더기로는 세 가지가 나오지만, 뒤에서 맛을 내는 재료는 다양하고, 거기 숨은 솜씨와 정성이 맛을 좌우하는 승부사다.
식당은 구기터널 입구에 꼭 붙어 있어 접근성이 그다지 좋지 않다. 동네 주민과 북한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키운 집이다. 그래선지 음식값도 저렴하다. 그런데도 맛 하나는 품격과 깊이를 제대로 갖추었으니, 주민 대접을 제대로 하는 식당이다. 그래서 더 믿을 만한 집이다. 서울에도 이런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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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비봉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들리기 딱 좋은 집입니다. 동도들과 시간내서 찾아갈 생각입니다. 오늘 글은 음식 품평의 차원을 넘어서는 전문학자의 강의입니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소의 위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소의 위장을 직접 들여다보며 관찰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문장입니다.
설렁탕이나 곰국류를 무척 좋아하는데 천엽이 들어가고 다양한 부위가 들어간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 맛집에 가보고 싶어요😁😁
서울에도 이렇게 맛을 제대로 내는 토속적인 집이 있습니다. 맛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서울에서는 어디에서 먹어도 섬닷하다는 느낌, 빨리 먹고 일어서야 한다는 불안감이 드는데, 이 집은 맛도 느낌도 편안한 집이었습니다. 물론 해장국을 얼마나 오래 먹겠습니까마는 기분이 편안하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서울에서는 드문 느낌이라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 전통적인 서민음식은 어떨까,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두 분도 저처럼 좋은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